베리문
; Prologue.
한적한 시골마을, 조그만 여자아이 하나가 제 몸집만 한 대야를 들고 다리를 건넜다. 뭐 그리 기분이 좋은지 방실거린다. 대야가 꽤 묵직해 보이는데도 그 소녀는 대야를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더 꼭 붙든 채 남은 다리를 마저 건널 뿐이다.
"말 지독시리 안 듣네. 무거운 거 들면 키 안 큰 대도."
"너나 더 크세요, 나보다 키도 작은 게."
여자는 안 때리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소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소년은 소녀를 쏘아보며 주먹을 꼭 쥐어 보였다. 그에 소녀는 혀를 빼꼼 내밀어 답을 대신했다. 소녀는 작은 계곡처럼 보이는 물가에 다다르고 나서야, 폭 쪼그려 앉아 대야를 놓았다.
"딸기가 그래 좋나."
"나 딸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밥 대신 딸기만 먹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허. 소녀의 말에 바람빠진 소리를 내던 소년은 고개를 젓더니 딸기를 물에 넣어 문질렀다. 곧 소녀가 물방울이 맺힌 딸기 하나를 소년에게 내밀었다. 투명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딸기는 순수하고 맑았다.
됐다, 니 무라. 물에 담갔던 딸기를 대야에 다시 담은 소년이 소녀를 본다. 소녀는 꿋꿋이 딸기를 든 채 소년을 보고 있었다.
딸기를 한 움큼 씻던 소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가자. 소녀가 일어나기도 전에 소년이 먼저 대야를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소녀가 소년의 뒤를 따른다.
베리문
Berry Moon
"근데 넌 날 모르면서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잘해주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되나."
"그건 아닌데, 그냥 궁금해."
"다 내가 싫대. 키도 작고, 힘도 약하다고. 인자 2학년 되면 우유도 열심히 먹을라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너무하네. 소녀가 소년을 다독였다. 소녀에 비해 소년은 별생각이 없는 듯 누워버렸다. 소녀도 소년을 따라 나뭇 바닥에 눕는다.
넓은 공간에서는 둘만이 이야기를 나눌 뿐, 그 누구도 없었다.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둘을 반긴다.
"딸기 보니까 갑자기 생각난다.”
"뭐가."
"우리 부모님 얘긴데, 엄마도 딸기 되게 좋아하거든. 그것 때문에 아빠가 밤에 몰래 할아버지 하우스에서 딸기 엄청 따서 고백했다더라. 그 다음날 할아버지한테 엄청 혼났대."
내 생각인데, 그런 고백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밤하늘에 떠 있는 별에, 내가 좋아하는 딸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고백까지 한다니. 엄청 로맨틱하지 않아?
오두막 정각에 누워있던 소녀가 고개를 돌린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다.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또 하필 붉은 달이 떴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우리 엄마는 베리문이라고 부르더라. 딸기도, 달도 빨갛다면서."
소녀가 다시 하늘과 마주 보며 누웠다. 딸기 하나를 집어 손을 뻗더니 그걸 달 위에 포갠다. … 이래도 베리문인데. 작게 중얼거리더니 곧 딸기를 입에 넣어 우물거렸다.
소년이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본다.
달이 소년을 향해 웃는다.
밤하늘이 오늘따라, 유독 반짝인다.
어린 소년의 말장난임이 틀림없음에도, 소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참으로, 멋진 밤이다.
베리문
Berry Moon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이 이른 새벽부터 소녀의 집을 찾았다.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얕은 감기에만 걸려도 병원을 찾았고, 천식이 있어 병원을 집처럼 들락날락했다. 그럼에도 어린 소년은 춤을 좋아했다. 소년은 읍내에 있는 작은 댄스학원을 다녔는데, 며칠 전 도중에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간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소년의 부모님은 대학병원에 치료를 맡기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기로 결정을 했다.
"우리 엄마가 치료만 끝나면 바로 내려올거래."
"… 진짜지, 아니기만 해봐."
"알겠으니까 눈물 좀 닦아라, 못난아."
눈물이 소녀의 볼을 타고 흘렀다. 씩씩하던 소년도 눈가가 붉어진다. 소년의 작은 손이 소녀의 눈물을 훔쳐냈다.
소년이 소녀를 품에 안았다. 진짜 다 나아서 와야 돼. 소녀가 소년의 손을 맞잡아 약속 도장을 찍어낸다.
소년이 환하게 웃어 보인다. 소녀는 소년의 손에 딸기 두 개를 쥐어주었다. 막 따서 씻어서 온 것인지 투명한 물방울이 툭 떨어진다. 마치 소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이.
예고 없이 찾아온 이별이다.
이별의 크기에 비해 소년과 소녀는 너무도 어렸다.
소년이 소녀에게서 멀어진다.
둘의 시간도, 자연스레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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