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둘이 있던 교실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가득했다. 심장소리가 오래된 선풍기 소리를 뚫고선 이내 주위를 가득 채웠다. 선풍기 바람은 너로 인해 달아오른 열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그해 여름
그날 이후에도 박우진은 툭 던지는 말과 행동으로 나를 흔들어 놓았다. 공부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내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책에 투박한 글씨로 ‘열심히 해.’라고 쓴다거나, 선선한 선풍기 바람 대신 틀어진 에어컨 바람에 내가 가디건을 입고도 오들오들 떨면 박우진은 자신의 의자 등받이에 아무렇게나 걸쳐놓은 하복 와이셔츠를 건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썼다.
6월부터 땅을 적시기 시작한 장마가 7월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갑작스레 내 마음을 적셔버린 짝사랑에는 진전이 없었다.
우리가 짝이 된 지도 두 달이 지났고 그 사이 또 자리 바꿀 시기가 찾아왔다. 짝이 바뀌면 예전처럼 한 마디도 안 하던 사이가 되는건 아닌지, 새로 바뀐 박우진의 짝이 여자 애면 어떡하지 많은 걱정이 앞섰다.
반장이 들고 있는 상자에서 신중히 쪽지를 고르고선 박우진이 쪽지를 고르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제발 우진이랑 또 짝 되게 해주세요-.
“나는 32. 너는?”
박우진은 대답 대신 제 쪽지를 내보였다. 아 6... 다시 생각해봐도 또 짝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바랄 걸 바라야지.. 좀 전까지 속으로 기도를 하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자, 새로운 자리로 책상 옮겨!”
반장의 말에 모든 아이들이 분주해졌다. 나도 섭섭한 마음에 박우진을 쳐다보지 않은 채 무거운 책상을 끌기 위해 일어났다. 손은 책상을 끌면서 눈은 박우진을 쫓았다. 책상도 안 옮기고 누구한테 가는 걸까. 새로운 짝을 찾으러 가는 건가. 아 몰라. 새로운 자리에 도착해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얼마 후 내 책상이 다른 책상과 부딫히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벙찐 나를 보고는 웃으며 자리에 앉아 엎드리는 박우진이었다.
박우진 너 6번이라며. 엎드린 박우진의 어깨를 흔들며 어찌 된 일이냐는 표정으로 박우진을 쳐다봤다. 박우진이 웃으면서 내보인 쪽지에는 6이 아닌 31이 적혀 있었다.
“바꿨어.”
우리는 다시 한 번 짝이 되었다. 그렇게 그해 여름 내 옆은 항상 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