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움직이지 마.
차가운 말에 발이 땅바닥에 붙었다.그대로 뒤를 돌아보았을때는 살기가 서린 눈으로 날 쳐다보는 니가있었다.옛날과 똑같이 아무 감정 없이 날 쳐다보는 너에 잠시 가슴이 아려왔다.아직까지도 나는 너를 잊지 못했지만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없는 존재로 생각해왔었다.
오세훈.
목소리의 울림이 조용한 공간을 파고들어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내말이 전해진듯 처음으로 그는 내게 관심을 표하고 있었다.궁금함을 눈동자 속에 가득담은채.그 이유를 알만도 하다.나는 여태껏 한번도 너의 이름 세글자를 불러본 적이 없다.그래서 지금 너의 이름이 이리도 어색하다.
말해.
마지막 말 정도는 들어줄수 있으니까.가시같은 말들이 심장에 들어와 박히는것 같았다.상처를 주는것이 일상인 너에게 이런것으로 상처받는다는 것은 매우 웃긴 일이겠지만 내성이 생기는 만큼 가끔은 그 말이 크게 다가올때도 있다.오세훈 하나에 죽고 오세훈 하나에 살았던 나에게는 특히나 그랬다.지금은 돌이키고 싶은 후회스러운 과거일뿐이지만.
누가 부탁했는데?
뭐?
니가 이런 일을 한다는건 예전부터 알고있었어.
......
누가 시켰는데?
......박찬열
박찬열?
예상치도 못한 이름이 흘러나왔다.거짓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올곧은 눈이었다.그 눈에서 알아차릴수있는 박찬열의 의도에 나는 엄청난 허탈감을 느꼈다.
박찬열은 싸이코패스였다.자기가 가지지 못한다면 남도 가져선 안된다는 마인드로 살아가고있는 싸이코.그리고 정말 운이없게도 그 대상이 나였다는게 문제였다.나는 이나이 까지 살아오면서 영악하고 계산적이다는 소리를 많이들었다.그래서 단번에 이해할수있었다.박찬열이 굳이 오세훈에게 돈을 쥐어주며 나를 죽이라고 시킨 그 근본적인 원인을.
나는 오세훈과 불과 몇년전만 해도 연인사이였다.남자둘이 이러는게 징그러워 보이겠지만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그러던 중 우리는 다를바 없이 대학교에 들어가게되었고 다른 학교에 들어가서 생긴 묘한 그 틈사이를 박찬열이 비집고 들어와버렸다.그걸 본 오세훈은 늘 아니꼬워 했지만 티를 내지 못했다.나는 그때 박찬열의 본성을 몰랐고 상냥하고 재미있는 그에게 엄청난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지금생각하면 모든게 다 바보같은 일이었어.
........
그렇지,세훈아?
........
너도.
그리고 이러는 나도.다 바보같다.삼키는 침마저 쓰게 느껴지는 지금 이순간에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못했고,할수없었다.이 바보같은 상황에 갇혀있는 너를 어떻게 꺼낼수 있을까.그생각이 온 머릿속을 지배했다.우리는 지금 박찬열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남아있는 미련과 사랑을 눈치 채버린 박찬열에게.그가 우리에게 준 시련은 서로 총구를 맞대며 만나게 하는것이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슬픔을 맛보라는 의미인게 분명했다.
죽여.
어차피 둘중에 하나는 죽는다.끝은 항상 잔인했던 박찬열이라는 족쇄에 진득히 꼬여버린 너와 나는 이제 돌이킬수가 없다.그렇다면 나는 나를 희생시켜 너를 살리고 싶었다.너를 보지못하고 산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큰 형벌이다.난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
우물쭈물 하는 너의 손과 총을 같이 붙잡고 내 관자놀이에 대었다.차가운 총구의 느낌이 이질적이었으나 내 모습을 보는 흔들리는 너의 동공이 더욱더 이질적이었다.니가 여기서 나대신 죽는다고 해도 나는 평생 박찬열을 벗어날수가 없다.그러니 이 끔찍한 곳에서 나는 해방되기를 원한다.나의 끝모습이라도 기억해주길 나는 너에게 바란다.죽음을 앞둔 몸은 덜덜떨렸고 식은땀또한 났다.그리고 나는 방아쇄를 당겨 돌이킬수 없는 강을 건넜다.
ㄴ...너!!
...........
김종인!!!김종인!!!!!!!
너의 애타는 외침을 나는 끝내 듣지 못했고 대답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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