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첸]끝사랑
*
날씨가 매우좋지 않았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중간중간 눈이 섞여내렸다.부산인데도 날씨는 추웠고 차디찬 바람이 불었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춥고 습기찬 날씨에 슬며시 머릿속으로 짜증이 올라왔다.그러나 나는 이 짜증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랬다.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이나 감정이 사라지면 어김없이 그가 머릿속을 채우며 나를 괴롭혔다.
처음에 그를 만났을때에는 눈과 섞인 비가아닌 눈이 내렸었다.
폭설도 아닌.그냥 아름답게 흩날리는 눈이 내렸었다.
그리고 그 날 보았던 그는 내마음에 한동안 머물렀다가 눈처럼 녹아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그를 처음 봤던 그날.나는 부산이라는 시골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보는 눈이 내렸었다.첫눈에 설레어 입김을 호호 불고 집주변을 돌아다녔다.
산문턱앞에 집이 있던 나는 눈쌓인 산의 절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그날의 나는 어린시절로 돌아가있었다.
어린 마음의 호기심은 무섭다.그리고 그런 호기심에 이끌려 내 발은 저벅저벅.조금 쌓인 눈을 밟으며 산속으로 나는 사라졌다.
우와아..
카메라를 들고 올걸 그랬다.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눈쌓인 나무들과 발자국 하나없는 산길이 눈에만 담아가기엔 너무 아까웠다.
나는 그렇게 산길을 돌아다니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나는.지금 그때에 고개를 돌린것을 후회한다.
그때 그를 보지 못했더라면.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새하얀 산의 절경과 휘날리는 눈에 어울리게 하얀색 옷을입은 남자는 말그대로 예뻤다.신이 산과 같이 조각해놓은듯 그 주변과의 조화란 말로 표현할수 없는 수려함이었다.
결좋은 갈색머리에 쌓인 눈마저 잘어울렸다.그리고 그의 생각이 가득한 눈동자와 귀여운 외모도 잘어울렸다.
나는 그를 그대로 남겨두고 집에 돌아갈수가 없었다.
휴대폰..휴대폰..
주머니에서 허겁지겁 휴대폰을 빼내었다.그리고 남자는 저를 보지 못하는 각도에 서서.카메라로 남자와 산을 찍었다.
잘나온 사진을 보며 감탄하기도 잠시 그에게 들킬까봐 허겁지겁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휴대폰 갤러리에 있는 사진을 카메라로 옮기고 또 사진실에가서 인화했다.
어느 유명 포토북에 나오는 풍경처럼 잘나온 사진에 뿌듯하고
사진속 주인공인 남자가 선명하게 보여 좋았다.
애석하게도,어린날의 나.19살의 나는 사랑에 빠졌었다.
그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고 나는 매일마다 그를 만났던 자리에 갔었다.허나 야속하게도 그의 모습은 더이상 볼수 없었다.
이젠 추억으로만 남겨둬야만 하는 첫사랑에 코끝이 찡해져왔다.
한번만 더..보면 좋겠다.
그날도 나는 흩날리는 눈들과 섞여 그를 불렀다.
*
눈 오던 날의 나의 간절한 바램은 반년이 지난 여름에서야 이루어졌다.장맛비가 부산을 덮쳤던 그 기간에 나는 어김없이 그가 보고싶었다.이름도 모르고 어디사는지도 몰랐지만 희망을 버릴수가 없었다.그를 본다면 반드시 아는 척을 하리라 다짐했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진 밖을 창문으로 쳐다보다 몸을 일으켜 우산을 챙기고 밖으로 향했다.
혹시나 비를 맞고 감기를 걸리진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고
여러가지 걱정과 그리움의 감정이 교차했다.
어느새 산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조금씩 더 빨라지고 있었다.
하아..하아...
결국 처음에만 걷다가 뛰어온탓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숨을 거칠게 내쉬며 추억이 돼버린 장소를 보았을때 나는.
있다..
시간이 멈추는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애써 숨을 고르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아니 다가가려했다.마음과 달리 몸은 정말로 이 폭우속에서 우산따윈 쓰지않은 그를 위해 달려가다시피 했다.
나는 평소의 성격을 잘 살려 열심히 말을 걸어볼것을 다짐하며 그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왜 우산 안쓰고있어요?
......
묵묵부답인채로 자신과 눈을 마주하는 그에 당황했다.본능적으로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다가 아차 싶어 그와 눈을 마주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시선을 나에게서 걷어낸 후였다.
좋잖아요.
네?
빗소리.빗소리 듣는게 좋아요.
아...
빗소리를 듣는게 좋다는 그에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내가 오늘 이날 이후로 비가오면 그를 생각할것이란 것을.
그러다 문득 서러워졌다.아직 이름도 모르는 남자다..
저기..이름이 뭐에요?
..........
아,저 아니 그러니까 저는 그냥.아..안알려주셔도 괜찮아요.
변백현.
에?
변백현 이라구요.내이름.
아...변백현...
남자의 이름이 변백현이란다.얼굴만큼 이름도 예쁘고 잘생긴것 같다.열심히 이름을 곱씹고 집중에 빠져있을때 어깨를 두두리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에 화들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왜..왜요?
이름.안가리켜줘요?
네?
내 이름만 알아가고.그 쪽은 안가리켜 주냐구요.
아...아?아.저는 김종대에요.김종대.
고등학생?
아..네.19살이요.
공부하느라 힘들겠네.
네...
마지막말은 그 어떤것보다도 진심이었다.그를 만나고 시시때때로 그 잘생긴 얼굴이 생각나서 공부를 제대로 못하겠다.
고3이고 수능도 쳐야되는데 날이갈수록 짙어져가는 얼굴에 미칠노릇이었다.
저기.몇살이에요?
나는 21살.
아..형이네요?
그냥 편하게 백현이형이라고 불러.
네..
심장이 터져 죽을것 같았다.그렇게 서로 처음 말을 해본 그날이.
우리의 역사적인 첫 만남의 시발점이 되었었다.
첫만남 이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그장소에서 매일 만났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었다.
그와 번호도 주고받고 연락도 하는 사이가 됬을때에는 어느덜 계절이 바뀌어 낙엽이 떨어지는 날로 변해있었다.
그리고,또다시 겨울이왔을때 나는 그에게 고백했다.
좋아한다고.차마 눈을 맞추지는 못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날 경멸하는 눈빛이 느껴질까봐 두려웠다.
내 고백을 받은 그는 아무 말도없었다.숙이고 있는 고개에 닿는 시선이 따가웠지만 난 굳은듯 고개를 들수 없었다.입술을 콱 깨물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를 등진채 돌아서서 뛰어갔다.
그 뒤로 나는 그를 볼수 없었다.
*
지금도 나는 비가오고 눈이올때면 그를 생각한다.혹시 그가 날 찾아올까 집도 옮기지 못했다.허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림자마저도 볼수없었다.생각만으로 만나는 사람.변백현은 그런 존재였다.
목적지 없이 시선을 땅으로 떨어트리고 걸었다.
시야에 들어오더니 눈앞에 멈춰버리는 운동화에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ㅂ..백ㅎ..
미안.
..........
너무 늦게 답하러 왔지.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렸고,길고 길던 짝사랑이 끝났다.
*
날씨가 매우좋지 않았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중간중간 눈이 섞여내렸다.부산인데도 날씨는 추웠고 차디찬 바람이 불었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춥고 습기찬 날씨에 슬며시 머릿속으로 짜증이 올라왔다.그러나 나는 이 짜증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랬다.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이나 감정이 사라지면 어김없이 그가 머릿속을 채우며 나를 괴롭혔다.
처음에 그를 만났을때에는 눈과 섞인 비가아닌 눈이 내렸었다.
폭설도 아닌.그냥 아름답게 흩날리는 눈이 내렸었다.
그리고 그 날 보았던 그는 내마음에 한동안 머물렀다가 눈처럼 녹아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그를 처음 봤던 그날.나는 부산이라는 시골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보는 눈이 내렸었다.첫눈에 설레어 입김을 호호 불고 집주변을 돌아다녔다.
산문턱앞에 집이 있던 나는 눈쌓인 산의 절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그날의 나는 어린시절로 돌아가있었다.
어린 마음의 호기심은 무섭다.그리고 그런 호기심에 이끌려 내 발은 저벅저벅.조금 쌓인 눈을 밟으며 산속으로 나는 사라졌다.
우와아..
카메라를 들고 올걸 그랬다.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눈쌓인 나무들과 발자국 하나없는 산길이 눈에만 담아가기엔 너무 아까웠다.
나는 그렇게 산길을 돌아다니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나는.지금 그때에 고개를 돌린것을 후회한다.
그때 그를 보지 못했더라면.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새하얀 산의 절경과 휘날리는 눈에 어울리게 하얀색 옷을입은 남자는 말그대로 예뻤다.신이 산과 같이 조각해놓은듯 그 주변과의 조화란 말로 표현할수 없는 수려함이었다.
결좋은 갈색머리에 쌓인 눈마저 잘어울렸다.그리고 그의 생각이 가득한 눈동자와 귀여운 외모도 잘어울렸다.
나는 그를 그대로 남겨두고 집에 돌아갈수가 없었다.
휴대폰..휴대폰..
주머니에서 허겁지겁 휴대폰을 빼내었다.그리고 남자는 저를 보지 못하는 각도에 서서.카메라로 남자와 산을 찍었다.
잘나온 사진을 보며 감탄하기도 잠시 그에게 들킬까봐 허겁지겁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휴대폰 갤러리에 있는 사진을 카메라로 옮기고 또 사진실에가서 인화했다.
어느 유명 포토북에 나오는 풍경처럼 잘나온 사진에 뿌듯하고
사진속 주인공인 남자가 선명하게 보여 좋았다.
애석하게도,어린날의 나.19살의 나는 사랑에 빠졌었다.
그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고 나는 매일마다 그를 만났던 자리에 갔었다.허나 야속하게도 그의 모습은 더이상 볼수 없었다.
이젠 추억으로만 남겨둬야만 하는 첫사랑에 코끝이 찡해져왔다.
한번만 더..보면 좋겠다.
그날도 나는 흩날리는 눈들과 섞여 그를 불렀다.
*
눈 오던 날의 나의 간절한 바램은 반년이 지난 여름에서야 이루어졌다.장맛비가 부산을 덮쳤던 그 기간에 나는 어김없이 그가 보고싶었다.이름도 모르고 어디사는지도 몰랐지만 희망을 버릴수가 없었다.그를 본다면 반드시 아는 척을 하리라 다짐했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진 밖을 창문으로 쳐다보다 몸을 일으켜 우산을 챙기고 밖으로 향했다.
혹시나 비를 맞고 감기를 걸리진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고
여러가지 걱정과 그리움의 감정이 교차했다.
어느새 산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조금씩 더 빨라지고 있었다.
하아..하아...
결국 처음에만 걷다가 뛰어온탓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숨을 거칠게 내쉬며 추억이 돼버린 장소를 보았을때 나는.
있다..
시간이 멈추는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애써 숨을 고르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아니 다가가려했다.마음과 달리 몸은 정말로 이 폭우속에서 우산따윈 쓰지않은 그를 위해 달려가다시피 했다.
나는 평소의 성격을 잘 살려 열심히 말을 걸어볼것을 다짐하며 그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왜 우산 안쓰고있어요?
......
묵묵부답인채로 자신과 눈을 마주하는 그에 당황했다.본능적으로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다가 아차 싶어 그와 눈을 마주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시선을 나에게서 걷어낸 후였다.
좋잖아요.
네?
빗소리.빗소리 듣는게 좋아요.
아...
빗소리를 듣는게 좋다는 그에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내가 오늘 이날 이후로 비가오면 그를 생각할것이란 것을.
그러다 문득 서러워졌다.아직 이름도 모르는 남자다..
저기..이름이 뭐에요?
..........
아,저 아니 그러니까 저는 그냥.아..안알려주셔도 괜찮아요.
변백현.
에?
변백현 이라구요.내이름.
아...변백현...
남자의 이름이 변백현이란다.얼굴만큼 이름도 예쁘고 잘생긴것 같다.열심히 이름을 곱씹고 집중에 빠져있을때 어깨를 두두리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에 화들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왜..왜요?
이름.안가리켜줘요?
네?
내 이름만 알아가고.그 쪽은 안가리켜 주냐구요.
아...아?아.저는 김종대에요.김종대.
고등학생?
아..네.19살이요.
공부하느라 힘들겠네.
네...
마지막말은 그 어떤것보다도 진심이었다.그를 만나고 시시때때로 그 잘생긴 얼굴이 생각나서 공부를 제대로 못하겠다.
고3이고 수능도 쳐야되는데 날이갈수록 짙어져가는 얼굴에 미칠노릇이었다.
저기.몇살이에요?
나는 21살.
아..형이네요?
그냥 편하게 백현이형이라고 불러.
네..
심장이 터져 죽을것 같았다.그렇게 서로 처음 말을 해본 그날이.
우리의 역사적인 첫 만남의 시발점이 되었었다.
첫만남 이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그장소에서 매일 만났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었다.
그와 번호도 주고받고 연락도 하는 사이가 됬을때에는 어느덜 계절이 바뀌어 낙엽이 떨어지는 날로 변해있었다.
그리고,또다시 겨울이왔을때 나는 그에게 고백했다.
좋아한다고.차마 눈을 맞추지는 못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날 경멸하는 눈빛이 느껴질까봐 두려웠다.
내 고백을 받은 그는 아무 말도없었다.숙이고 있는 고개에 닿는 시선이 따가웠지만 난 굳은듯 고개를 들수 없었다.입술을 콱 깨물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를 등진채 돌아서서 뛰어갔다.
그 뒤로 나는 그를 볼수 없었다.
*
지금도 나는 비가오고 눈이올때면 그를 생각한다.혹시 그가 날 찾아올까 집도 옮기지 못했다.허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림자마저도 볼수없었다.생각만으로 만나는 사람.변백현은 그런 존재였다.
목적지 없이 시선을 땅으로 떨어트리고 걸었다.
시야에 들어오더니 눈앞에 멈춰버리는 운동화에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ㅂ..백ㅎ..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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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답하러 왔지.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렸고,길고 길던 짝사랑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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