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on
4. bye bye my 손가락
알다시피 이동혁이랑 나는 밑집 윗집 사이임. 같이 등교하려고 오늘 아침에도 이동혁네 문앞에서 기다렸는데 하도 안나오길래 들어갔더니 얘가 자고있네?^^ 문 열어주신 어머니는 회사 가보셔야한다고 급하게 나한테 이동혁 맡기고 나가신다.
"이동혁!! 지금 여덟시야 빨리 일어나"
이동혁 헐레벌떡 일어나서 시계보더니 일곱시 반이잖아 웅얼웅얼.. 하고 철푸덕 눕는다. 이놈보게.. 일어나라고.
"일으켜줘"
눈 감은 채로 팔 쭉 뻗는다. 아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짜증내면서 말하지만 사실 너무 귀여워서 입꼬리 엄청 올라가있음. 이모가 부엌에 토스트 해놓고 가셨어. 먹기 싫은데.. 굼뜨게 일어나서 가만히 있길래 입에 토스트 물려주니까 그제서야 오물오물.
“또 밥 안먹었지 김여주”
이동혁이 마지막 한입 쏙 먹으면서 물어봄. 어 안먹었어. 아침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항상 내가 해먹었는데 아침먹고 등교하려면 최소 여섯 시에 일어나야됨.. 나는 밥보단 잠이라 그렇게는 못살아요.
“나 준비할 동안 먹어”
손 탈탈 털고 냉장고에서 락앤락 꺼내준다. 뭐야? 유부초밥. 얼떨떨해서 이동혁 쳐다보기만 하니까 젓가락 쥐여주고 씻으러 가버림.. 이거뭐지. 사랑이 담긴 도시락 그건가. 아무튼 먹었음. 맛있는게 이동혁이 한 건 아닌게 분명해. 이동혁 요리 진짜 못하거든.
여차저차 이동혁 준비 끝내고 학교가는 중이었음. 이동혁이랑 이어폰 반반 나눠끼고 걷고 있었는데 핸드폰 만지작 거리던 이동혁이 할 말이 있대.
“너 뭐 갖고싶은 거 있어?”
“아니 없는데. 왜~ 나 사주려고?”
“아는 애가 곧 생일이라”
“여자애?”
“응”
“친해?”
“응”
“좋아해?”
이동혁 핸드폰 화면 보면서 대충 대답하다가 마지막 질문에 우뚝 선다. 그 덕에 서로 귀에 끼어있던 이어폰 빠지고 이동혁이 그거 주섬주섬 주우면서 대답안하고 뜸들이고 있었음. 이어폰 줄 정리하고 다시 일어나서 말한다.
“몰라"
이동혁이 분명히 모른다고 대답했는데 내가 보기엔 모르는 게 아닌거야. 나 말고 친한 여자애가 있는 것도 이상하고 선물 줄 여자애가 있는 것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이동혁이 뜸들이다가 대답한 게 너무 걸리는 거임. 이동혁 여자친구 생기는 상상은 자주 했었지만 이거는 그야말로 현타 오브 현타였음.. 갑자기 코끝 찡해지더니 눈물날 것 같은거임. 그래서 뛰었음..(?) 거기서 울면 내가 뭐가 돼? 그래서 도망친 거임.
이동혁이 뒤에서 뛰지마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나는 슬퍼서 암 것도 안들렸지.. 근데 럭비부 연습한다고!! 이 말이 딱 들리는 거야. 아 여긴 오면 안되는 곳이구나- 깨닫자마자 럭비공 날아옴. 손뻗어서 얼굴 맞는 건 피했다마는 우드득 소리나더니 열손가락이 처음보는 모양으로 꺾였음.
"아앆!!"
손가락 움켜쥐고 쪼그려 앉았다. 아니 럭비공 왜그렇게 딱딱해? 아깐 슬퍼서 우는 거였는데 이건 너무 아파서 눈물이가 나는 거임. 진짜 조온나 아팠다구요. 근데 이동혁 이새끼가 상황파악 못하고 웃기다고 낄낄대면서 오는거야. 좋아하고 뭐고 진짜 줘 패고싶었다고. 근데 쪽팔리는 거 짜증나는 거 다 떠나서 아파서 엉엉 울음.
"아 솔직히 김여주 레전드 찍었ㄷ..야 너 울어?"
"아 오지마!!"
진짜 이게 무슨 꼴이냐고. 오지말라고 소리질렀는데 역시 이동혁 내말 엄청 안듣죠. 실컷 다 웃어놓고 내가 우는 소리내니까 걱정은 됐는지 뛰어온다.
"많이 아파?"
"어어- 아파아 죽을 것 같아"
"어디 봐봐. 못살아요 진짜-"
이동혁 볼에 찔찔 흐른 눈물 자기 옷소매로 닦아준다. 그러게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라. 너 다치면 내가 혼나. 맨날 넘어져서 무릎까지고 손 까지더니 오늘은 손가락이 뒤집어졌네 어휴. 잔소리는 덤. 아주 고오맙게도 119에 전화를 해줘서 구급차오고 난 급하게 응급실로 떠났다. 아, 사실 구급차 탈때 이동혁이 같이 가줘? 이말만 백번 했는데 수업 째려고 수작부리는 것 같아서 꺼지라고 했음. 약간 후회중.
5. 깁스한 사람이 밥을 먹는 방법
지금 내 손 상태가 어떻냐면, 아픈 건 손가락인데 팔목까지 깁스했다. 양손 다요. 다행히 가벼운 타박상이라 깁스는 일주일만 하면 된다는데 이러면 내가 밥을 어떻게 먹습니까 선생님. 안그래도 배고파서 예민한데 황인준이 사이보그인간이라고 놀려서 탈모로 만들어버릴 뻔 했다구요. 점심시간에 밥먹을 때도 못먹고 가만히 있으니까 황인준이 내 급식 다 가져가버린다.
"야 내꺼야"
"응~ 어차피 못먹죠~"
황인준 젓가락으로 돼지불고기 내 입 앞에 가져왔다가 도로 가져가서 지 입속에 넣는데 세상에 저런 새끼가 또 없다. 음 맛있다~ 마트 다녀오셨어요? 이지랄.
"누가 종이인형 아니랄까봐 찢고싶다 진심"
"네 안녕하세요 오수형"
"뭐? 야 내가 오수형이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뒤질래 진짜??"
"오로로롤 안들린다 우르르르깍끼"
밥 먹는데 싸우지좀 마. 점점 소리 커지니까 이동혁이 급식실 식탁 탕탕 치면서 말함. 황인준새끼 얄미워서 발 꾸욱 밟았더니 질세라 내 발 밟는다. 서로 발 밟느라 책상 밑에서 무슨 탭댄스 추는 줄;
"김여주 나 오늘 보충 안해"
이동혁 밥먹다말고 뜬금없이 말한다. ..보충 안하는데 뭐 어쩌라고..? 엄마가 너 다쳤으니까 챙겨주래, 같이 가 나랑. 아 그래. 근데 밥먹다 생각해보니까 나 깁스한거 우리엄마한테도 안말했는데 이모가 어떻게 아나 싶다.
-
어찌어찌 학교 끝내고 밥 얻어먹으려고 이동혁집 감. 이모가 밥 해놓고 가셨어? 없어 해야 돼. 이동혁 옷갈아입고 저녁준비한다. 아ㅎㅎ 이러면 무슨 신혼부부같잖아. 당장 달려가서 앞치마 둘러주고 싶네. 비닐장갑 끼고 열심히 조리하고 계시는 이동혁 근처에서 뭐하나 기웃기웃거리니까 가만히 있으래. 그래서 정말 다 될때까지 가만히 있었음.
"뭐야 유부초밥이네?"
"집에 반찬 없어. 이거라도 먹어"
밥그릇에 유부초밥 쌓아놨다. 누가 유부초밥 밥그릇에 줘.. 말하려다가 앞에서 너무 잘 먹고 있길래 귀여워서 계속 쳐다봤다. 나도 먹어야겠다-하고 젓가락 들려는데 나 깁스하고 있잖아. 여우와 두루미인줄. 나보고 어떻게 먹으라고 동혁아^^
"나 입으로 집어먹으라고?"
"아 맞다"
포크 줘, 말하려는데 갑자기 이동혁 유부초밥 입 앞에 들이민다. 뭐지 이거 속으로 생각하고 이동혁 쳐다봤는데 얘가 너무 태연하게 먹어. 이러는 거야, 당황스럽게. 벌떡 일어나서 포크가 어딨지..하고 내가 꺼내서 가져옴. 정작 지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태연하게 우물우물거린다. 뭐야 얘; 하마터면 구급차 한번 더 탈 뻔 했다고
세상에 초록글 뭐죠ㅜㅜ!!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더 열심히 살게요..
그리구 암호닉 신청은 댓글에 써주시면 따로 정리 해두려고 합니다! 신청하고 싶을 때 해주세요! 수시로 받기때문에 암호닉신청 글은 따로 올리지 않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