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이 좋아 데이트지 그냥 밥먹고 영화보는 일이었어
술 마실 생각은 전혀 안했고.
가볍게 맥주 한병 정도는 하고싶었는데 항상 돈이 없거나 약속이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산더미같은 과제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거든.
여름이 시작할무렵에 좋아했기때문에 중간고사는 다가오고있었지.
그래도 그 아이 만나겠다고 과제도 등한시하고 저녁 즈음에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어.
그런데 약속시간 2시간전에 문자가 오더라고.
' 미안. 알바하는데 잔업이 생겼어 '
' ..아. 알았어ㅋㅋ 뭐, 시험끝나고 놀자'
' ㅇㅇ'
내 기분이 어땠게?
분노? 좌절? 후회? 이딴 감정 하나도 안들고 그냥 아무런 생각이 들지않더라.
진짜 멍했음. 수업시간에 몰래 본 문자였는데 핸드폰 플립 닫고나서 계속 수업들었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빠져나가더라.
수업끝날즈음 되니깐 그때서야 얘가 부담스러워서 취소한건가. 알바는 핑계인걸까. 찾아가볼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
수업 마치고나서는 학교 버스를 타고 집에 갔어.
가서 과제를 미친듯이 했지.
180 걔한테서 연락은 안오더라.
그래서 이런식으로라도 거절해줘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그날 새벽에 문자 한 통이 왔어.
' 자? 전화해도 돼? '
저 문자를 본 내 심정이 어땠게?
이 개객기가? 이 씨앙.. 뭐지. 왜 전화한다는 거지. 어장인건가. 내가 과하게 해석하는건가. 그래. 괜히 내가 나혼자 북치고 장구치고하는 걸꺼야.
그 생각하다가 그냥 씹었어.
그날 하루는 미친듯이 과제홀릭하고 새벽 4시쯤에서야 잘 수 있었지.
교양도 그지같은것만 들어서 전공과제보다 교양과제가 몇배로 어렵더라고. 분노에 분노였지.
중간고사 끝날때까지 연락은 따로 안했어.
시험 공부도 해야하고 과제도 해야한다고. 나중에 연락하자고.
네이트온 접속도 안했고. 어쩌다가 학교에서 마주치면 아무렇지않게 인사를 했지만 말야.
그러다가 시험이 다 끝나고 전화가 오더라.
씹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왜?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내가 피하고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받았지.
그냥 사소한 잡담이었어.
잘 지내냐고 시험은 잘 쳤냐고. 자긴 내일 집에 잠깐 가는데 가기전에 한 번 볼 수 있냐고.
오케이 했어. 그냥.
나 혼자 과대망상도 좀 하는 것 같고 걔 입장에선 그냥 잔업생겨서 거절한건데 왜 얘가 나랑 연락을 안하나 생각할 수도 있고
그리고 그 다음날 만났지.
여전히 잘생겨보이더라. 정장재킷 입고 치노팬츠 입고 나타났는데 와.. 그래. 잘생겨보이긴 했지.
그냥 이런저런 얘기하고 중간고사 어땠다고 얘기하고 점심먹고 잘 가라고 빠이빠이 손도 흔들어주고 집에 왔지.
이건 뭔가. 나 혼자 왜 들끓고 난리치는건가.
정작 얘는 아무 생각도 없는데.
쟤는 친구끼리 밥먹고 놀자는 걸로 받아들이는 건데, 내 입장에서만 데이트였나 그런 생각하다가 한 3주가 지나갔어.
토요일 밤 8시 20분.
내가 정확히 기억함. 잊을 수가 없음. 소설에서만 보던 일이 일어났지.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180 걔더라?
뭐야. 왜 전화했는데. 하니깐 집 밖이래. 나와 ㅋㅋㅋㅋ 이러더라고.
그래서 뭐.. 당연히 나갔지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