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끄트머리에 살짝 뜯어진 살갗을, 경수는 검지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아플 듯 말듯 온 정신이 오직 그곳에만 쏠려있는 것 같아, 덜렁거리던 살이 이내 툭하고 뜯어지며 경수의 여린 살에 얼얼한 통증을 남겼다. " 아... " 살이 뜯어져나간 자리에서 발간 핏방울이 조금씩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경수는 혀끝을 손가락에 갖다대고 조심스럽게 핥짝이며 상처난 부분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흡사 고양이가 제 발을 핥는 모습과도 같은 행동을 하는 경수는, 상처가 날 때마다 늘 이런식으로 제 피부를 핥았다. 침이 상처를 눅눅하게 하면, 그나마 미약한 통증이 사그라 들었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거슬렸던 손톱 끄트머리가 떨어져 나가자, 경수는 필통에서 샤프를 꺼내들고 그제야 오답정리를 시작했다. 사각,사각. 정적을 깬 경수의 샤프소리가 혼자 있는 독서실 안에서 깊고 조용하게 들렸다. 열심히, 또 열심히 경수는 글씨를 써내려갔다. 새벽 1시 20분. 퇴실시간까지 약 40분가량 남은 시각이었다. ** " 국어, 영어..으음, 수학.. " 칠판 옆 게시판에 붙어있는 시험 시간표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던 경수는 3교시가 수학인 것을 보고, 옅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아..수학은 경수가 가장 취약한 과목이도 과목이거니와, 또 경수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래도 확률이나 도형의 넓이 정도는 발로 풀어도 풀릴 정도로 쉬웠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자만심에 도취되어있던 마음이 성적표를 받아들자마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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