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세훈] 남자인 사람 친구 02 (부제: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에요.)
“ 앞머리가 눈을 찔러 ”
지겨운 수학시간이다. 알지 못하는 기호들이 초록 칠판을 가득 채워질동안 난 세훈과 이야기 꽃을 가득 채웠다. 녀석이 살갑게 대답을 해주거나 대화의 주제를 정해 이끌어가는건 결코 아니다. 내 말과 물음에 짧게 대답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작게 웃어주는 리액션 정도이긴 하지만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렇다고 매번 무뚝뚝하게 구는건 아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수업 시간에는 더욱 말이 없던 녀석이다.
“ 내가 잘라줄까? ”
녀석이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삐쭉 세우며, 자른지가 언젠데 벌써 길었다며 투덜거린다. 내가 책상 속에 박아두었던 가위를 내보이며 잘라줄까? 묻자. 표정이 확 굳는다. 뭐지. 저 반응은? 상당히 기분이 나쁘네요. 내가 녀석의 앞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조금만 잘라도 앞이 잘보이겠다.” 라고 했더니 녀석의 표정이 살짝 풀리더니 “정말 조금만 잘라줄꺼야?” 란다. 난 물론 이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좋아. 한번 믿고 맡겨보지. "
다음시간은 영어 회화 시간이다. 샐리라는 섹시한 금발의 여자 외국인과 함께하는 프리토킹 시간이었다. 나와 세훈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이 시간을 손꼽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곤 한다. 아니다, 나와 세훈도 저 원어민 시간을 기다렸던것 같다. 장작 2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자유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당연스레 세훈과 난 음악실로 내려왔다.
“ 약속한거다? ”
“ 알았어. 이 누나만 믿어. ”
녀석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하긴, 자기머리를 목숨 같이 하는 녀석인데 걱정 될만도 하겠지. 세훈의 불안감이 나에게도 전달이 된건지 가위를 꼭 잡은 내 손도 덜덜 떨려온다. 애써 “괜찮아. 아주 조금 자르는데 뭘..” 이라며 나도, 세훈도 안정시킨다. 싹뚝, 싹뚝 과감하게 가위질을 시작한다. 눈을 꼭 감고 있던 세훈의 날렵한 콧날에 머리카락 뭉치가 턱 하니 앉아있다. 헐? 세훈아 그 약속 못지킬것같아.
*
“ 미안하다니까? ”
“ 됐어. 널 믿은 내가 등신이지. ”
“ 나쁘진 않았는데.. ”
“ 가운데 구멍 뻥 뚫어놓고 뭐? 나쁘지 않아?
녀석이 숟가락으로 미역을 퍼먹으면서까지도 투덜거린다. 사내놈이 뒤끝이 이렇게 길어서야.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사과의 의미로 문어 모양 비엔나 소세지를 두번이나 녀석의 숟가락에 얹어 줬다. 받아먹기는 그렇게 잘하면서 왜 풀리려고는 안하는지. 내 맞은 편에 앉은 백현과, 세훈의 맞은 찬열의 웃음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어쩌면 저 두 아이들의 비웃음의 원인으로 세훈의 화가 풀리지 않는것 같다.
“ 그만 웃어라?!!! ”
구멍이난 앞머리를 큼지막한 손으로 가리며, 입술을 삐쭉거린다. 여기서 터진거다. 백현과 찬열이 본격적으로 수저를 집어 던지고 웃기 시작한게 말이다. 나는 웃지 않을 예정이었다. 내 작품이지만 미안하게도 너무 웃길걸. 세훈을 제외한 백현, 찬열, 그리고 나의 웃음 소리가 급식실 안에 울려 퍼졌다. 저마다 수다를 떨며 밥을 먹던 아이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된다. 세훈은 들고 있던 젓가락 두 쌍을 앞에서 얼굴이 터져라 하고 웃고 있는 애들을 향해 던지고는 일어나려고 한다.
“ 풉! 밥은 남기는거 아니랬지? 앉아. ”
“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
“ 알아- 다 나 때문인거. 나 좀 봐. ”
토라져 급식실을 나가려는 녀석의 얇은 팔목을 잡았다. 앞머리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바보 같은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녀석을 의자를 톡톡 치자 힘없이 팍 앉는다. 녀석의 팔을 잡아 돌려 눈을 마주 했다. “ 임시방편으로 이거라도 해줄게. ” 주머니에서 실핀 두개를 꺼내 입에 물었다. “ 뭐할려고! ” 라며 끝까지 툴툴 대지만 순순히 머리를 숙인다. 세훈의 앞머리를 들어 위로 올려 실핀으로 고정시켰다. 그것도 크로스 자로 말이다.
“ 크하하학, 기집애가 따로 없네. ”
“ 고추 떼라 오센.”
자존심 제대로 상했다. 저 놈들이. 확! 하며 내가 손까지 들어 위협하자 그대로 합죽이가 된다. “ 넌 날 두번 죽인거야.” 라며 신경질 적으로 핀을 빼려던 녀석의 손을 막아냈다. “핀 빼면 봐.” 내가 노려보고 난 후 숟가락으로 흰 쌀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녀석이 슬슬 내 눈치를 살핀다. 그리곤 “아오씨!” 라며, 포기하고 숟가락을 든다. 귀여운 자식. 저 녀석은 항상 그래왔다. 자신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을 더 중요시 했다. 오세훈을 알아온 세월동안 오세훈이 제일 잘 하는걸 말해보라면 내 눈치 살피는거라고 말할 수 있다.
*
“ 다풀렸지? ”
“ 응.”
“ 머리 금방 자랄꺼야.”
“ 응. ”
급식실을 나와 곧장 매점으로 향했다. 오세훈이 가장 좋아하는 조아조아 쭈쭈바를 입에 물려주니 그제서야 툭 하고 나와있던 입술을 쑥 들어갔다. 단순한 녀석.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쭈쭈바 하나씩을 물고 앉아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난 가장 좋다. 내게 의미 없는 학교를 다니는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스크림과 함께 입에 들어간 머리칼을 빼내주며 “머리카락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냐?” 라며 시비를 터온다. “먹어볼래?” 라며 내 머리칼을 입가에 가져다 대자 진짜 입을 벌린다. 갈때까지 가보자 진짜 넣으려고 들이대니 입을 꾹 담고 고개를 돌려 피한다.
“ 집에 가고싶다. ”
“ 나도. ”
“ 갈까? ”
“ 아니. 졸업해야지. ”
글쎄, 딱히 우리가 학교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다. 우리의 목적은 좋은 대학 진학? 아니다. 그저 졸업장 뿐이다. 가까운 미래 말고는 미래를 생각 해 본적이 없다. 엊그제와는 다르게 이번엔 내가 먼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난 녀석이 집에 가자고 할 줄 알았다. 한 98% 정도. 세훈의 대답은 내 예상과는 확실히 빗나갔다.
“ 들어가서 잘래. ”
내가 먼저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녀석도 뒤따라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다. 쭈쭈바를 입에 물고 녀석이 핀을 꽂은게 어색한지 만지작 거리며 녀석이 스탠드 한칸을 내려 가는 틈을 타 세훈의 등을 노려 올라탔다. “악, 뭐야!” 놀랐는지 빽 소리를 지르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내 발 밑에 손을 넣어 딱 고정시킨다. 넓다. 세훈의 등
“ 오랜만에 업어줘. 나 다리아파. ”
“ 업히고 싶으면 좋게 말로 하지. 놀랐잖아. 넘어지면 어쩔뻔했어? ”
“ 안넘어졌음 됐지. 잔소리는 ”
“ 너 살쪘지. ”
“ ... ... 당장 걷는다 실시. ”
목을 꼭 감싸 안았다. 어릴때는 녀석의 등에서 앞으로 넘어진 이후로 생긴 습관같은거다. 그때 크게 다치고 나서도 여전히 등에 업히는걸 좋아했다. 이 모습을 보던 엄마는 내게 “덜 다쳤구나?” 라며 핀잔을 주긴 했지만, 편하고 좋은걸 어떻게. 그리고 지금의 세훈은 그때 처럼 약하지 않은걸. 어깨도 넓어졌고, 등도 포근해졌고, 키도 컸고, 변성기가와 목소리도 제법 남자다워 졌는데. 엄마 눈엔 그저 어린애 같은가 보다.
“ 하악하악, 계단은 좀 힘들..다.. ”
“ 내려줘, 걸어갈게. ”
녀석이 바로 날 내려준다. “칫, 그렇다고 바로 내려주냐?” 라며 등짝을 살짝 후려 쳤다. 살짝이라기 보다는 좀 세게. 세훈은 계단 기둥을 부여 잡고 거친 숨을 내쉬는데 그 모습이 조금 안타까워 보인다. 이마의 송글송글 땀이 맺힌게 훤히 보인다. 미안하긴 하네. 내가 손으로 땀을 닦아주려 까치발을 들자 “됐어. 더러워” 라며 고개를 획 돌려 버린다.더럽긴 뭘, 넌 내가 토한것도 손으로 받아냈으면서.
“뭐가.이리와바”
“ 세수하면돼. ”
그러곤 쌩 하니 계단 위로 성큼성큼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올라간다. “꼭 저런다니까” 낮게 내 뱉었다. “ 안와? ” 라며 손까지 흔들며 나를 부른다. 간다가! 총총 거리며 녀석이 밟은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간다. 계단에 발이 걸릴까 바닥만 보고 올라가다 고개를 들었을때. 날 기다리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EXO/오세훈] 남자인 사람 친구 03 (부제: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에요.)
“ 언제까지 잠만 잘래. ”
마치 새 책 마냥 반듯한 생물 교과서를 베게 삼아 자고 있는 날 흔들어 깨워 댄다. 내 긴 머리카락이 커튼 처럼 내 얼굴을 가리자 세훈이 머리를 걷어 귀에 걸어준다. 어둡던 시야가 밝아지니 저절로 눈살이 찌뿌려진다. “아, 딱딱해”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쉬고 있는 녀석의 손 바닥을 얼굴 앞에 가져다가 대고 베고 누웠다. 내 얼굴 전체를 감쌀 정도로 큰 손이다. 따뜻하기 까지하다.
“ 자지마, 심심해. ”
“ 나 몸이 이상한가봐. 자도자도 졸려. ”
왁스로 앞머리 곱게 올린 녀석의 얼굴이 간신히 보일 정도로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내 기억으론 어제 샤워를 마치고 바로 잠에 빠졌던것 같다. 아마도 저녁 8시경이 었던것 같다. 심지어 오늘 지각도 했다.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을 녀석 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잠팅이..”라며, 내 볼을 꼬집는다.내가 “아프허엉!” 하며 세훈의 얇은 팔을 철썩 때렸다.
“ 다음 시간 뭐야? ”
“ 아, 체육 인거 같던데? ”
“ 히익! 나 체육복 안챙겨왔다! ”
아이, 큰일 났다. 체육복 안입고 수업에 들어가면 오리걸음인데. 아침에 늦잠을 잔덕에 세탁 까지 해서 곱게 접어 담아둔 쇼핑백을 집에 두고 와버렸다. “ 오리..걸음 하기 싫은데.” 잠이 홀랑 달아나 버렸다. 했빛이 쨍쨍 찌는 오늘 같은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오리걸음을 하는 상상만 해도 등골에 담이 맺히는것같다.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아 칠판만 멍- 때리면서 보는 내게 시선을 고정 시킨 녀석이 한숨을 푹 내쉰다. 지금 한숨 쉬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 내 체육복 줄게. 그만 표정 풀어. ”
“ 됐어. 그럼 넌.. 난 다른반에서 빌리면 되지. ”
“ 너 친구 없잖아. ”
“ 야!!...응.. ”
안타깝게도 그러하다. 녀석과 붙어다니는 동안에는 내 주변엔 항상 친구가 없었던것 같다. 간간히 대화를 나누는 그런 친구는 있었지만, 내 마음 속을 터놓고 얘기할 할말할 정도, 그러니까 세훈이와 같은 친구는 없었다. 지루했던 수업이 끝이 났다. 교실안이 귀에 거슬릴 적도로 시끌벅적 해졌다. 점심시간 때부터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던 몇 남자아이들은 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선크림을 치덕치덕 얼굴에 펴 바르며, 치마 속으로 체육복을 껴입기 바쁜 여자아이들 틈에 나와 세훈만 여유만만이다.
"가려줘" 내가 분홍색 담요를 건내니 언제나 그랬듯이 쿨하게 훽 낚아챈다. 녀석의 손목을 잡고 구석진곳으로 데려가 "잘들어-" 라고 한마디 하자 알았다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나와 마주한 세훈이 담요로 내 상의를 감싼다. 혹여나 누가 볼세라 매의 눈으로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이 마치 주인을 지키는 강아지 같다.
“ 다입었다. 으..헐렁해. ”
“ 내가 한 기럭지 하지. ”
“ 접어줘. ”
내 손을 덮고도 한 참이나 남은 소매를 펄럭거리며 내밀자 “피식, 진짜 짧네.” 라며 소매를 접는다. 너가 긴거야 오세훈. 바지는 더 가관이었다. 바지가 얼마나 긴지 녀석의 체육복을 지려 밟고 서있다. “앉아봐” 날 의자에 앉히고 자기도 의자에 앉는다. “체육복에서 너 냄새나.” 소매를 코에대고 킁킁 냄새를 맡을때 녀석은 내 발을 자기 허벅지에 올려두고 바지 밑단을 접기에 여념이 없다.
*
“ 오늘 남자는 농구, 여자는 피구를 하겠다. ”
어느새 녀석은 제대로 체육복으로 갖춰입고 있었다. 내가 떻게 된거냐고 묻자 “박찬열꺼” 라고 짧게 대답했다. 남녀가 다른 종목으로 시합을 한다는 말에 내가 녀석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떨어지기 싫다는 의미다. 아까 말했듯이 우리반에 친구라고는 오세훈밖에 없는데. 삼삼오오 짝지어 비명을 지르며 죽이네마네 하는 애들 틈에서 우두커니 서있을 생각에 그냥 쉴까라는 생각도 든다.
“ 같이 아플까? ”
“ 아니, 너 농구 좋아하잖아. ”
“ 잘하는거지 좋아하지는 않아. ”
거짓말. 눈은 벌써 농구공을 향하고 있으면서. “나 피구할래” 짝수, 홀수로 나뉜 애들 사이로 끼어들 틈을 보고 있는데 오세훈이 내 손을 꼭 잡고 여자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수비 쪽에서서 공포에 떠는 애들 중 한명에게 걸어가더니 그 아이와 내 손을 꼭 잡게한다. “얘 좀 부탁한다.” 라면서. 오늘이 처음은 아니지만 매번 고마운 녀석의 배려가 날 감동시킨다.
농구장 쪽으로 뛰어가는 녀석을 내내 지켜보다가, 내 손바닥이 간질거림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때 나를 빤히 쳐도 보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체육복 가슴에 박힌 하얀 글씨에 자동적으로 눈이 갔다. '권 지수'라는 예쁜 이름이 바르게 적여있었다. 같은 반이 된지도 벌써 오랜데 아직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미안, 귀찮게 해서.” 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 손을 빼려는데 지수가 꼭 다시 내 손을 잡는다.
“ 오세훈이랑 사귀는거 맞지? ”
“ 응? ”
“ 누가봐도 사귀는거 같은데 뭘 숨기긴. ”
“ 아니, 세훈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 ”
“ 히힉? 거짓말! 그렇게 달달함이 터지는데? ”
못믿겠다는 눈치로 나를 바라본다. 뭐, 당황스럽다거나 황당하다거나 그런건 없다. 하도 많이 들었던 말과, 의심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혹시나 세훈이 들었을까 하고 뒤를 슬쩍 바라봤다. 어느새 공을 튀기며, 뛰어다니는 녀석이 보인다. “ 시작한다! 어서 들어와! ” 라며 나를 끌어 당기는 손길에 사각형으로 둘러싼 아이들 틈으로 들어왔다. 공을 쥐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얼마나 살벌하던지, 맞고 싶지 않아 요리조리 피해다녔더니 우리 편은 나를 포함해 4명이 남았다. 꽤 좋은 성적이다.
“ 힘내~!!! ”
“ 죽지마!! ”
나를 응원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듯하다. 괜히 힘이 나 요리뛰고 조리뛰고 피하고 있는데 저 멀리 농구대 쪽에서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보니 오세훈이 발수갈채를 받고 있다. 3점슛을 넣은 모양이다. 이미 체육복 윗도리를 벋어 던지고, 하얀 티셔츠를 입은 녀석이 제일 튀게 보인다. 티셔츠를 들어올려 이마를 닦는 녀석의 모습을 구경한 난, 게임 중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조심해!!” 라는 소리가 내 귀에 박혀 들어왔을땐, 이미 난 뜨거운 모래 바닥위에 눕혀져 있었다. 코에 아주 강한 통증을 느끼면서 말이다.
“ 어떻게!! 괜찮아? ”
“ 피다 피!!! 쌍코피야!! ”
“ 코 뼈 부러진거 아니야? ”
어지럽다. 나를 빙 둘러싼 걱정스런 표정의 아이들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일어나고 싶다. 창피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웅성웅성 들려오는 말로는 쌍코피가 터졌단다. 당장이라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세면가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다, “ 선생님, 여기 다쳤어요! ” 라며, 저 멀리 농구대에 있는 선생님까지 부른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수상했는지 제일 먼저 녀석이 뛰어온다. “ 비켜!!! ” 라는 괴음을 내면서 말이다.
“ 히잉..세훈아. 나 일으켜줘. ”
“ 아오씨, 조심하지 이게 뭐야! ”
“ 나 쌍코피..흐잉..나 아퍼.. ”
*
아무도 없는 양호실은 너무나 조용했다. 심지어 양호 선생님까지 안계셨다. 세미나를 가셨다는 팻말이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내 양쪽 콧구멍에 솜을 쿡쿡 집어 넣으면서도 세훈은 잔소리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거야?” , “조심 좀 하지. 목숨걸고 피구하냐?” , “다음부턴 피구 절대 하지마!” 하아, 저 입을 솜으로 콱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 너 농구하는거 보다가 그랬지. ”
“ 골 때리게 하네 또.. ”
“ 나 얼굴 웃기지. ”
“ 넌 원래 웃겼어. ”
말이라도 못하면. 손 거울로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다가 콧잔등에 앉은 멍을 보니 공을 딱 맞았을때의 그 아픔이 고스란히 다시 전해오는것 같다. “멍 오래가겠다.” 라며 내 콧잔등을 손가락등으로 쓱 훑더니, 냉장고에 있는 얼음 몇 조각을 담아와 코 위에 올려준다. 차가울까봐 정확히 초 까지 세면서 들었다 놨다 한다.
“ 공주 처럼 안아 올리는건 좀 오바였어. 선생님도 계시는데. ”
“ 피가 철철 흐르는데, 따질 정신이 있었게? ”
“ 난 줄 어떻게 알고 제일 먼저 뛰어왔어? ”
“ 너일까봐 제일 먼저 뛰어왔지. ”
“ ...방금 말 좀 멋있다? ”
“ 나 원래 멋있어. ”
[EXO/오세훈] 남자인 사람 친구 04 (부제: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에요.)
“ 기다려 줄꺼지? ”
“알았다고. 세번째 얘기하는거야.”
“내일 지각하지말고, 이상!” 이라는 말과 함께 오늘도 학교가 끝이났다. 오늘도 역시나 텅빈 가방을 매고 녀석과 교실을 유유히 떠나려고 할 참에 “너 오늘 당번이야.”라는 반장의 말이 내 발길을 멈추게했다. 별수없이 가방을 다시 책상에 걸어 놓고는 한 손에 빗자루를 들었다. 팔짱을 끼고 날 쳐다만보고 있는 녀석이 얼마나 얄미운지...
“ 세훈아, 허리 숙이고 쓸으려니까 코피가 다시 날것같애. ”
“ 웃기지마. ”
“ 진짜야. 콧속이 간질거리는데 곧 흐를것같아. ”
“ ... ...이리내 ”
결려들었어! 가방을 책상에 던지고는 손을 내게 뻗으며 성큼성큼 걸어온다. “원하는게 이거지?” 라며 눈을 흘긴다. 응! 바로 이거였어! 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활짝 웃어넘겼다. 나와 함께 청소를 하는 아이가 젖은 걸레 한장을 들고 교실로 들의왔다. 쓱쓱 힘없이 바닥을 쓸고있는 녀석을 보며 기겁을 한다. “세훈이가 하고 싶데서..”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지만, 믿지않는 눈치다.
“ 나 이거 시켜놓고 넌 노냐? ”
“ 응? 아니..이거봐 나 칠판 닦잖아. ”
허리를 숙일때 마다 슬쩍슬쩍 보이는 팬티 고무줄을 구경하고 있던 참에 홱 고개를 돌려 내게 버럭하는 녀석에게 내 시선이 얼마나 민망한 위치에 멈춰있었는지 들킬까봐 서둘려 칠판 닦이를 들으며 닦는 시늉을 해보였다. 마지막 수업이 영어였던가. 못알아먹을 꼬부랑 글씨가 칠판 전체를 뒤덮고 있다. 에이, 냉큼 지워버려야지. 왜 저 높은데까지 써논거야. 짧은 키 덕에 아무리 까치발을 들고, 콩콩 뛰박질을 해도 닿지 않는다.
어느 순간 뒤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날 뒤에서 안고 내가 들고있던 칠판 지우개를 뺏어든다. “짧긴 진짜 짧네.” 라면서. 도와줄거면 곱게 도와줄것이지. 잠깐이지만, 그래 아주 잠깐이지만 설레였다는건 비밀로 하고 싶다. “윽! 고맙다는 말이 좀 아프다?” 팔꿈치로 녀석의 갈비뼈를 가격하니, 몸을 반쯤 구부리면서 고통을 호소한다.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오버하기는.
“ 저..다했으면 이제 집에..갈까? ”
걸레로 바닥을 다 닦았는지, 검게 변한 걸레를 조심스럽게 쥔 아이가 우리 눈치를 슬슬 보면서 말을 걸어온다. 녀석이 바닥에 나뒹구는 빗자루를 청소함에 텅 던져두고, 내 가방 까지 챙겨 나간다. 나가다가 한발짝 뒤로 걸어와
“ 안가? ”
“ 어?어...가! ”
*
우리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언제나 같은 골목, 같은 자리에 매번 서있는 트럭 포장마차가 있다. 그 앞을 지나다닐때마다 얼마나 힘이들던지, 그 골목을 지나갈때면 녀석은 내 눈과 코를 막기 바빴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냉큼 달려들어 떡볶이를 몇일 못먹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어 댔을거다. 근데 오늘은 세훈이 나 시각과 후각을 막는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허겁지겁 내 눈을 가리려던 녀석의 손을 탁 잡아 챘다. “ 세훈아, 안돼겠어. 먹자! ” 내가 콩콩 발을 굴리며 말하자 한숨을 크게 내쉬는 녀석이다. “ 너 살찌면, 이제 못업어줘.” 그게 걱정이었구나. 몰랐네.
“ 떡볶이 딱 1인분만 먹고 가자! 응? ”
“ 나중에 후회하기 없다. 꼬장부리기만해. ”
“ 응응! ”
대답을 대충 하고 빨간 국물에 자글자글 끓고 있는 떡볶이를 휘젓고 계시는 아주머니께 달려가 “이거 1인분 주세요!” 가리키면 말을 하자 아주머니가 인자하게 웃으시며, 접시에 차곡차곡 넣어주신다. “ 학생, 많이 줬어” 이쑤시개를 두개 꽂아 세훈에게 넘겨준다. 접시가 바닥에 내려 오기도 전에 이쑤시개를 들어 떡 한개를 집어 입으로 곧장 밀어 넣었다.
“ 음음..앗 뜨...거..”
“ 천천히 먹어. 안뺏어 먹을게. ”
“ 우하아..진짜 마씨쪄.. ”
“ 너한테 맛없는게 뭐냐. ”
얘가 얘가, 날 돼지 치급하네? 내가 아무리 안가리도 다 좋아한다지만 그런식으로 말하면 섭하지! 허겁지겁 오뎅과 떡을 한번에 입안에 넣고 첩첩 씹어먹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계속 내 심기를 건든다. “ 볼 터지겠다.” , “ 살쪄도 난 몰라.” , “ 뚱뚱해지면, 누가 널 데려가냐? ” 너 이 자식. 먹을땐 개도 안건드린다는데. 날 건드려? 이쑤시개로 떡 한 조각 집어 녀석의 입에 쑤셔 넣으니 녀석의 입가에 소스가 덕지덕지 묻어버렸다.
“ 푸핫, 너 얼굴에 소스 다 묻었다. ”
“ 넌 더 묻었어. ”
아이, 창피하게. 녀석이 손으로 내 입술을 쓱 닦아 준다. 또 감동을 하네, 뭐하네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 난 떡볶이 먹느라 정신이 없다. 정말 누가 쫒아오는것 마냥 집어 먹다가 흐악, 마지막 떡이 툭하고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 흐아아..내 떠억.. ” 내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을 하고서 녀석을 올려다 봤다.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나를 내려다 보다가
“ 야! 옷에 묻었잖아. ”
“ 아니, 그게 아니고 떡이 떨어졌어. 세훈아. ”
“ 옷보다 떡볶이가 먼저냐? ”
응. 당연하지. “ 옷은 빨면 되지만, 떡은 못 주워 먹잖아. ” 라고 대답하자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든다. 내가 답답한 모양이다. “ 아주머니, 물티슈 있어요? ” 세훈이 아주머니께 묻자 아주머니가 뭉치로 된 물티슈를 턱하니 건네주신다. 쭈그려 앉아 교복 치마에 묻은 떡볶이 소스를 닦아주는 녀석. 근데 세훈 있지....“ 세훈아, 저 어묵이 나더러 먹어달래. 거부할 수 없어. ” 보글보글 끓는 어묵을 가르키면서 말하자 소스를 닦던 녀석이 고개를 들며 “ 먹어라 먹어! ” 소리친다. 고마워.
“ 순대까지 먹는다고 하면 화낼꺼지? ”
*
순대 못먹게 했다며, 집으로 향하는 내내 투덜투덜 거리는 내 짜증을 다 받아내 주던 녀석 더이상 못참겠던지 내 어깨를 감싸던 손에 힘이 빡들어간다. 아, 조용히 하란 소린가. 그럼 난 이만 다물어줄게.
“ 세훈아, 아까 체육시간에 지수가 나한테 그랬다. ”
“그 여자애? 뭐라고 그랬는데? ”
“ 너랑 사귀냐고. ”
“ ...그래서? ”
“ 당연히!! 친구라고 그랬지! ”
“ 그랬어? ”
녀석이 궁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다가 당연히 친구라고 했다니까 내 시선을 피하고 앞을본다. 아주 미세했지만,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난 그냥 그런가 하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또 뭐라고 했냐면! 우리가 달달하데! 이 말은 처음 듣지? 그치!” 내가 신이나서 얘기하니깐 녀석도 입가에 웃음을 담는다. 난 저 미소가 좋더라.
녀석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교복을 벗어 던지고, 집에서 뒹굴기 최대한 좋은 옷차림을 갖춘 후 대충 씻고 나왔을때, 톡이 와있었다. [잠깐 나와] 라는 녀석의 2분전 톡이었다. 뭐지,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대문을 열었을땐, 여전히 교복 차림인 세훈이 서있었다. 오른손엔 어울리지 않은 검은 봉지를 들고서 말이다.
“ 뭐야? ”
“ 살쪄도 나 책임 못져. ”
“ ...응? ”
“ 체하지 말고, 천천히 먹어라. ”
내 손에 쥐어진 검은 봉투. 세훈은 손을 흔들며, 저 멀리 뛰어간다. 녀석의 실루엣이 흐려질때 쯔음에 봉투를 열어보니, 여전히 따뜻한 순대가 곱게 포장 되어 있었다. 칫, 또 사람 감동시키네.
[EXO/오세훈] 남자인 사람 친구 05 (부제: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에요.)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속이 아팠다. 그렇게 화장실을 몇번이나 들락날락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속에 있던 모든것을 개워내도 답답함이 풀리지 않았다. 변기통 앞에 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손 하나 까딱할 힘 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집엔 아무도 없었다. 부부 동반 제주도 여행을 가신다며, 신나게 공항으로 떠난 부모님이 오늘따라 미워진다. 화장실 부터 내 방까지 엉금엉금 기어가는데만 30분 정도 소요 됐던것 같다. 정확히 재본건 아니지만.
" 세..세훈아..."
" 뭐야? 너 목소리 왜그래? "
" 나..아픈것 같..애...히잉 "
내 몸을 지금 당장 케어 해줄 사람 이 녀석 밖에 없기도 했고, 딱히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도 오세훈 뿐이기도 했다. 세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진즉에 접어뒀다. 녀석이 사준 떡볶이며, 어묵 그리고 순대까지 먹다 체했다고 하면, 자신을 탓하며 힘들어 할테니까. 그치만, 이러다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녀석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다.
" 나 체했나봐.."
" 하아, 내가 너 그럴줄 알았다. 지금 당장 갈게. 눕지말고 앉아있어! 응? "
" 응..빨리와. 세훈아.."
녀석의 말대로 침대를 등지고 앉아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서는 제대로 떠지질 않았다. 몇번이고 올라오려는 위액을 삼켜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왜 속을 다 비웠는데도 덥수룩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띠리릭' 비밀번호 잠금이 해제 되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녀석이 왔나보다.
녀석은 우리집 비밀번호를 알고있다. 내가 알려준건 결코 아니고, 엄마가 알려준거다. 난 세훈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걸 싫어했다. 그래서 녀석은 되도록이면 초인종을 누르고 내가 열어주기 만을 기다렸다. 내가 늦잠을 자더라도 말이다. 이번엔 어지간히도 급했던지 스스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녀석이 달려들어왔다. 내 이름을 부르면서.
" 괜찮아? 병원가자! 택시 불러뒀어. "
" 나..못일어나겠어.. "
" 업혀. "
녀석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니 조금 많이 떨리고 있다. 애써 침착 해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나보다. 평소보다 목소리가 한층 더 다운됐다. "미안해.." 녀석이 날 업으면서 낮게 말했다. "내가 더 미안해.. " 녀석에게 업히며 내가 말했다. 울음섞인 내 목소리가 녀석에게 잘 들렸는지 모르겠다.
" 응급실로 가주세요. "
" 아이구야. 아가씨 많이 아픈가보네. 땀 좀 보소."
" 아저씨, 빨리 천천히 좀 가주세요. "
그게 무슨말이야. 빨리 천천히가 어떻게 가는건데. 녀석의 어깨에 기대었다. 혼자 있을때 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 해지는게 속도 편안해 지는것 같았..."우웩" 이런..아니었나봐. 순발력하난 뛰어난 녀석이 손으로 받아낸다.그러더니 자기가 입고 있던 남방을 벗어 내 입을 닦더니 받쳐주며, "괜찮아...괜찮아.." 라며 내 등을 토닥토닥 해준다.
*
그렇게 난 정신을 잃었던것같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 까지만해도 얕은 정신줄을 잡고 있었는데..눈을 떴을땐 난 입원실에 누워 있었고, 옷은 병원복으로 이미 갈아입혀져 있었다. 손등엔 보기만해도 아찔한 바늘이 꽂혀있었다. "세훈아..." 내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녀석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날 두고 갈 애가 아닌데...몸도 괜찮겠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 왜! 어디가? "
" 어디 갔다와! 찾았잖아."
" 입원 수속 밟고왔지. 몸은? "
" 말짱해졌어!!흐흐 "
" 웃음이 나와? 사람 반 미치게해놓고? "
왜지? 왜 저 말을 듣자 마자 얼굴에 화기가 돋는거지? 미쳤나봐. 심장이 이상하게 뛰어. 나 제대로 아픈가봐. "...나...나 누울래! " 허겁지겁 이불을 찾아 목까지 덮고 누웠다. 내가 좀 이상했는지 녀석이 내게로 걸어와 이마에 손을 짚는다. "멀쩡하다며!" 응..멀쩡은 한데 다른데가 이상한것같아. 근데 너한테 사실대로 말못해.
" 엄마는? "
" 연락드렸는데, 지금 당장 오신다는거 말렸어. 모레 퇴원하면 된다는데 내가 있는데 궂이 오실 필요 없을것 같애서."
" 잘했어. 근데 있지...택시에서 내가... "
" 너 이제부터 순대고 뭐고 없을줄알아! 내가 체하니까 천천히 먹으랬어 안그랬어? "
"그랬지.." 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녀석이 으그-하며 이마에 땅콩을 한대 놓는다. 장난치고는 쎈데? 택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 하려했다. 나한테 있어서 말하기는 참 창피한 부분이기는 사지만 제대로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지만, 녀석은 날 배려하며 화제를 돌렸다. 난 녀석의 무심한듯 섬세한게 좋다.
" 학교엔 얘기해뒀어. 너 입원했다고. "
" 응! 넌 학교 가야지! "
" 됐어. 아픈 널 두고 어디가. 어머니께 너 돌본다고 말씀도 드렸고.."
" 그래도... "
" 됐고, 빨리 자! "
녀석은 학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가 검지로 내 이마를 누르며 날 눕힌다. 왜 오늘따라 행동 하나하나가 날 설레게하는거야. 아파서 그런거겠지? 아님 간호사 언니가 이상한 약을 투여하신게 아닐까? 날 눕히고 이불까지 제대로 덮어주던 녀석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한다.
" 어디가게? "
" 화장실. "
녀석이 밖으로 나갔다. 잠 안오는데...핸드폰이나 만지다 잘까 하다가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멀뚱멀뚱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가 잠에 들었다. 분명 이상한 약을 맞은게 분명해...
*
내가 눈을 떴을 땐 세훈은 내 침대에 엎드리채 잠들어있었다. 일찍 눈을 뜬 내가 병실을 둘러보다가 다시 누웠다. " 세..세훈아.." 내가 녀석의 팔을 흔들어 깨웠다.
" 왜왜! 어디아파? "
" ..나 또 토할것 같아.."
" 괜찮아. 여기다가 토해! "
" 우욱!! "
녀석이 다급하게 내 등을 두들기면서, 한손으로는 간호사 호출기를 누르려고 한다. 아니! 잠깐만 장난인데!!
" 장..장난인데.." 라고 내가 울쌍을 지으며 올려다보자 녀석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의자에 주저 앉는다. 이렇게 놀라할 줄 몰랐지.." 사람 미치게하네. "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날 노려보는 녀석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 될것같아.
" 학생! 다시는 그런 장난 치지마세요! 알겠어요? "
" 네..죄송합..니다. "
왕간호사님께 혼이나고 있는 날 보며 비웃음을 날리는 녀석이 얼마나 얄밉던지. 쌤통이다! 라는 입모양을 내게 날린다. 난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보여주었다.
[EXO/오세훈] 남자인 사람 친구 07 (부제: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에요.)
오늘 따라 일찍 눈이 떠진 이유를 대라고 하면 수학여행 가는날이니까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침에 샤워하는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찍 부터 샤워를 마치고 꽃단장 하기 여념이 없다. 화장대에 앉아 평소 하지않는 화장을 하려니 이렇게 어색할 수가. 세훈이 이 광경을 본다면 콧웃음을 칠 일이다. 아이라인을 그려볼까해서 떨리는 손으로 그리고 나니 거울에 웬 토시오가. 아이라인은 포기하기로 하고 벅벅 닦아냈다.
어젯밤 옷장을 뒤지고 뒤져 미리 골라든 옷을 꺼내 들었다. 좀 짧나?싶을 정도로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핫팬츠에 몸에 달라붙는 티를 입었다. 수학여행이라고 치마를 입는다거나 원피스를 입는건 꼴불견으로 보일까 고민하고 선택한 옷이었다.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평소보다 일찍 대문을 나섰다. 흰티 안에 체크 남방을 오픈해 걸치고 블랙진을 입은 녀석이 가방을 한쪽에 매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날 기다리고 있다.
" 옷이 그게 뭐야."
" 옷이 뭐 어때서. "
" 야하잖아. "
녀석이 날 보자마자 옷을 지적한다. 녀석이 한 소리를 할거란것도 난 잘알고 있지만서도 핫팬츠를 선택한 이유는 반항심 같은거였다. "야한긴 뭐가!" 라며 녀석의 가슴팍을 일부러 툭 치고 앞만 보고걸었다. 집앞에서 얼른 벗어나지 않았음 분명 들어가서 갈아입고 오라고 했을테니깐 말이다. 녀석은 당연스럽게 내 캐리어를 끌고 내 뒤를 쫒아온다. 내가 녀석과 얼굴을 마주해 뒤로 걸음 하자
" 앞에봐. 넘어진다. "
" 안넘어져. 세훈아, 너 오늘 진짜 멋있는것같아. "
" 알아. 일일이 말안해줘도. "
" 칫, 내가 멋있다고 하면 넌 이쁘다고 해줘야지! "
" 난 거짓말 못해. "
라며 피식 웃는 녀석의 입 꼬리를 보자 얼굴에 화기가 쓱 올라온다. 갑자기 숨이 가파오고 심장이 뛰는건 왜인데. 우뚝 걸음을 멈춰섰다. 녀석이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데 난 발이 바닥에 들러붙은것 처럼 멀뚱멀뚱 서있기만했다. "가방이 왜이렇게 무거워. 피난가냐?" 라며 투정부리는 녀석을 보고 까치발을 딛어 녀석의 이마를 콩 쥐어 밖았다. 팔이 닿지않아 세게는 때리지 못한게 아쉬웠다.
" 뭐냐."
" 이마가 때리고 싶게 생겨서. "
" 때리고 싶게 생긴 이마가 어떤 이마인데? "
" 오세훈 이마"
심통이 났다. 절대로 녀석의 투정이 싫어서가 아니었고 그저 내 가슴을 떨게 하는 녀석이 얄미워서 였다. 세훈의 얼굴이 보기 싫어(싫은게 아니라 볼수가 없어) 앞을 보고 걷기만 했다. 큰길로 나가 택시를 타기 전까지 말이다. 알수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안하는 날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녀석이 손바닥을 내 머리 위에 올리며 "구슬 아이스크림 사줄까?" 란다. 단순하게 난 또 넘어가버린다.
*
" 이거 입어 "
" 싫어 "
" 좋을말로 할때 입어"
" 입기 싫단 말이야. "
탑승 하기전 한 시간째 실랑이 중이다. 반별로 2줄로 서있는데 내 옆에선 녀석이 자꾸 아이다스 져지를 건네주며, 입으라고 난리다.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져가고, 반 애들, 심지어 담임 선생님까지도 슬슬 우리 눈치를 보고 있다. 난 절대 굴복하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격하게 거부하고 있지만 녀석의 표정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져있고 포기할 생각이 없이 보인다.
" 왜 입으라고 난린데! "
" 말했잖아. 야하다니까?"
" 그건 너만의 생각이야. 변백현, 내가 야하게 입고 있다고 생각해? "
" ...응..쫌? "
옆반 줄에 서있던 변백현이 날 위아래로 쓱 훑더니 야하단다. 너희가 정말 야하게 입은 사람을 못본거니? "맞지. 어서 입어" 라며 내 쪽슬 향해 저지를 펼친다. 백현까지 가세해 입으라고 난리치니 어쩔 수 없이 팔을 꽂아 넣는 나다. 세훈이 허리를 숙여 자크까지 꼭 채워준다. 어제밤 고민하며 골라 입은 고생이 헛수고가 됐다.
" 입이 자꾸나온다."
" 몰라 이자식아"
" 내가 이런옷입는거 싫어하는거 알지. "
" 응. "
" 오늘만이야. 또 이렇게 입으면 밖에 못나가게할줄알아. "
자기가 내 아빠야 아님 남지친구야. 아까 전 느꼈던 설레임은 쑥 들아간지 오래다. 내가 울상을 짓자 녀석이 볼을 꼬집고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아온다. 그런 녀석을 또 난 받아준다. 드디어 탑승을 시작 하는거닞 줄이 점점 짧아진다. "마셔." 녀석이 내게 작은 병을 건낸다. 멀미약 이다.
나 조차 깜빡하고 있던 일은 녀석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중학교때의 일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것 같기도 하다. 그날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거였기 때문에 내가 멀미가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한채 비행기에 탄다는 기대감만 부풀어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녀석이 사색이 된 내 얼굴을 보고 얼마나 경악을 했었는지. 맞다! 그때가 처음으로 내가 토한걸 받아낸 날인것 같다. 세훈이 뚜껑을 따서 건내자 쓰디쓴 멀미약을 그대로 삼켜냈고, 녀석과 잡고 있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 한라봉 먹고 싶다. "
" 제주도에 도착하면 사 먹자. "
" 백년초 초콜릿도! "
" 그래그래. 안전밸트 매야지. "
녀석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어 안전밸트를 매준다. 난 신경도 안쓰고 손가락을 접어가며 뭘 먹을지를 생각하고 있다. 아이다스 저지가 목까지 채워져 있으니 내 목이 자라목처럼 쑥 나와 불편할 참에 녀석이 살짝 내려준다. "속눈썹 떨어졌다." 라며 내 눈 밑에 묻은 속눈썹을 떼어다가 보여주고는 후 하고 날려버린다.
세훈이 피곤하는 "하아.."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기댄다. 눈을 꼭 감고 있는 녀석을 옆에서 바라보던 나는 녀석이 새삼스럽게 잘생겼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녀석은 인기가 많았다. 강한 인상 때문에 쉽게 다가서기 힘들어 했지만, 뒤에서 녀석을 짝사랑을 했던 아이들이 많았다. 그 아이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은 언제나 '나'였지만. 세훈은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의 옆에 여자라는 나 하나 뿐이었다.
" 자? "
" 잘꺼야. 너도 자. "
" 나 안잘꺼야. 잠 한개도 안와. "
*
잠안온다고 안잘거라며 큰 소리 떵떵 치던 나는 녀석보다 먼저 잠에 들어버렸다. 약 1시간이 지나고 비행기가 착률을 할때 그때 눈이 팍 터졌다. 난 녀석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고, 녀석의 남방이 내 무릎에 고이 덮혀있었다. 아마도 자면서 저지가 위로 올라간 모양이다. 자는 나를 건들지도 못하고, 민감한 부분이기도 해서 옷으로 가려준 모양이다. "일어났어?" 라며 나를 내려다 보는 녀석의 눈이 너무 예뻐서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내리자. "
" 응. "
공항 밖에는 우리가 탑승할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반 번호과 맞는 버스 차량에 몸을 실었다. 언제나와 같이 난 창가쪽에 앉았고, 내 옆엔 녀석이 앉았다. " 숙소로 먼저 들어가 짐을 놓도록 하겠습니다! " 삐빅- 거리는 시끄러운 마이크를 대고 말을 하는 가이드 이모의 말을 시작으로 버스는 출발했다. " 세훈아, 바다야 바다! " 라며 녀석의 팔뜩을 탁탁 치면서 창밖을 가르치자 녀석이 창가쪽으로 고개를 쑥 내밀려 " 진짜 바다네. " 라며 시선을 고정시킨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세훈은 트렁크에서 내 캐리어를 끌고 내 앞에 섰다. " 몇호실이야? " 라며 묻는 녀석에게 "301호래." 라고 했다. 캐리어를 끌고 앞장서는 녀석에게 달려가 팔짱을 끼웠다. 주위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맞다니까. 사귀는거. "
" 아니래도? 그냥 친구사이라고 했대. "
" 그래- 사귀지도 않는데 저렇게 챙겨주겠어? "
다 들린다. 분명 녀석도 들었겠지. 그치만 우리 둘은 아무것도 안들은척, 못들은척 그저 갈길을 갈 뿐이다. 301호안에는 먼저 들어온 아이들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세훈이 먼저 똑똑 하며 " 들어가도 될까? " 란다. 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끄덕이자 숙소 안으로 들어가 직접 캐리어를 놓아둔다. 급하게 나가려는 녀석을 잡았다. " 넌 몇호실이야? " 라고 묻자 " 바로 위 401호 " 라며 쿨내를 풍기며 나간다. 신발을 구겨신던 녀석을 보던 세훈이 내게 삿대질을 하며
" 옷 갈아입고 나와. 긴바지 입어. "
" 알았어 이 바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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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올렸었던 남자인 사람 친구 1화에서 7화까지 올립니다^^
이어서 계속할 생각을 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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