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ㄴ,ㄲ
w.1억
네 번째 이야기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내 앞에 보이는 가운을 입은 전정국에 놀래서 눈을 크게 뜨니
전정국도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채로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라질 거면 나가서 사라지던가.. 왜 우리집에서 사라져서.. 나 다 벗고있었으면 어쩔 거야?"
"그러..게.."
"여튼간에.."
전정국이 혀를 쯧쯧 차며 부엌으로 가서 맥주를 벌컥 마시는 걸 보고있으니 괜히 아련한 생각이 들었다.
너는 정말 죽었고, 너는 정말 꿈의 세계를 택했다.
그런 너를 한참 빤히 바라보니 전정국은 맥주캔을 식탁 위에 소리나게 올려놓고선 나를 보았다.
"뭘봐?"
그래. 아련한 생각이 들었다는 건 취소다. 조금은 불쌍해지려고 했는데..
"확인 해봤어."
"뭘?"
"너희 집에.. 가봤다구. 근데 진짜더라."
"진짜라니까.. 이제야 믿겨지냐?"
"응. 정확한 얘기는 네 옆집에 사는 여자애가 말해주더라고. 아! 내가 간 게 아니라.. 하연동에 사는 내 친구한테 부탁해서.."
"유희?"
"유희..?"
"걘.."
"……."
"잘지낸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선 내게 묻기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을까..
"왜..? 누군데?"
"……."
"친구."
"…에이 친구 아니네! 딱 봐도 여자친.."
"……."
"미안. 친구 맞구나.."
"걘 왜 아직도 이사도 안갔대. 멍청하게.."
전정국이 그 말을 하고선 방에 들어가려했고, 나는 그런 전정국을 바라보다 콧방귀를 꼈다.
곧 전정국은 들어가려다 말고 뒤돌아 내게 말한다.
"너 꿈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텐 꿈이라고 절대 말하지 마라."
"어? 왜? 이미 말했는데.."
"뭐?"
"왜..?"
"그럼 그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 예를 들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는 암이라던가, 교통사고, 살인, 심장마비 등등."
"왜?"
"뭘 자꾸 왜야? 나도 다 겪어봤으니 하는 소리지."
"……."
"나도 그렇게 내 주변 사람들은 네명이나 잃었어. 그냥 우연이겠지 싶었는데. 두 번째 말하니까 죽더라."
"……."
"아무튼.. 다른 꿈으로 가. 나는 너랑 별로 놀아주고싶지 않거든."
"……?'
"지금 잘 시간이야. 밖을 봐."
밖은 밤인듯 깜깜했다. 벌써.. 밤이구나.. 여기도 하루가 지났어
"하나만! 묻자.."
"말해."
"만약 내가 현시세계를 택하면.. 꿈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럼 그 꿈에 있는 애들도 평소처럼 지내는 거지. 너라는 추억을 잊지 못하고 말이야."
"……."
"둘다 잔인하지?"
"……."
"잘가라. 아니.. 잘자라."
아침이다.. 그리고 난 또 남편이 있는 집이다.
뽀로로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자.. 아들이라는 꼬맹이가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라면 냄새가 나서 천천히 일어나 주방쪽을 보자, 꼬맹이가 내게 말한다.
"뭔 늦잠을 그렇게 자? 애들이 그랬는데. 나이가 먹으면 잠이 많아진대."
"…쪼그만한게. 진짜."
"엄마 이상해."
"뭐가 이상해?"
"달라졌어."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나뒹구는 장난감을 장난감통에 넣었고 나는 일어나 주방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 남자는 라면을 끓이고 있었고, 뭔 이런 난장판을 만들어놓았는지..
"누가 보면 대단한 요리 하는줄 알겠다.. 이게 다 뭐에요?"
"…아 일어났어?"
"……."
"나 요리 못하는 거 알잖아."
그건 몰랐지.. 난 당신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았고..
"라면 두개 끓이는데 웬 달걀을 네개씩이나 넣지?"
"어?"
"완전 이상하게 먹네..?"
"자기가 그렇게 해먹었잖아. 하나 끓일 땐 2개."
"……"
"……."
정적이 흘렀다. 이 꿈에선 내가 어떤 성격이었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달걀을 무려 한봉지에 두개를 넣는다.
별일이다.. 별일.. '다 됐으니까. 앉아' 남자의 말에 나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나는 걸 설마 들었나 싶어 눈치를 보았다.
다행이도 못들은 남자는 맨손으로 라면 냄비를 집으려고 하기에 나도 모르게 소리친다.
"손!"
"……."
"뜨거워. 장갑 끼고 들지 왜 그래요."
"아.."
"……."
"그래. 고마워."
고맙다며 장갑을 끼는 남자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조금 빨개진 것 같았다.
기분탓인가..?
라면을 허겁지겁 먹는데 이 남자는 나를 턱을 괸채로 한참 바라보았고
내 옆에 앉은 꼬맹이는 나를 신기한듯 바라보다 말한다.
"엄마 굶었어?"
"…밥 먹을 땐. 개도 안건드린대. 조용."
"나는 개가 아닌 걸?"
"씁!"
"……."
말 없이 밥만 먹은 탄소는 배가 부른지 배 위에 손을 올려두고선 집안을 둘러보았다.
내가 꿈을 꾸기 전에.. 나와 똑같이 생긴 내가 이 세계에서 이 사람과 결혼을 해.. 그리고 윤혁이라는 아이도 낳게 되고..
참 신기하지..? 덜그럭 덜그럭 설거지를 하는 남자를 빤히 보고있다가 내 옆에 앉은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 이름 말해봐."
"아빠 이름? 민윤기."
"떽!"
아이의 머리를 주먹으로 아프지않게 때리자 아이는 아아! 하고선 머리를 부여잡는다.
"민 윤자 기자 라고 해야지. 얘가 뭘 배운 거야? 그런 것도 안알려주디?"
"알려줬어!"
"근데."
"까먹었어.."
"까먹을 게 따로있지."
설거지를 다한 윤기는 손에 묻은 물을 옷에 닦아내고선 탄소와 윤혁이를 본다.
이상하게.. 며칠 전이랑은 완전히 달라보인단 말이야.
갑자기 윤혁이가 앞에 멀뚱히 서있는 윤기를 보고선 소리쳤다.
"우리! 놀러가자!"
"놀러?"
"오늘 아빠도 회사 안갔으니까! 놀러 가자아아! 엄마 가자아!"
가자아! 하고 윤혁이 탄소의 팔을 잡아 당겼고, 곧 탄소가 귀찮은듯 아이를 밀어내고선 윤기를 보았다.
윤기는 그런 탄소를 한참 바라보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애 데리고 어디 놀러간 것도 꽤 됐지."
"……."
"안귀찮으면 애랑 같이 놀러가자. 혹시 집에서 쉬고 싶으면 나랑 윤혁이만.."
귀찮은 건 딱히 없었다. 그냥.. 나는 애를 별로 안좋아하니까. 그래서.. 딱히 애와 같이 가기는 싫었다.
이상했다. 평소에도 나는 조용한 애들이 좋았지.. 말이 많은 애들은 많이 피했던 것 같다.
내 팔을 잡고선 울상을 짓는 아이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
신나서 윤혁이 엘레베이터 안에서 방방 뛰었고, 탄소가 그런 윤혁을 보고선 윤혁의 모자를 잡아당기며 말한다.
"야아.. 엘레베이터에서 그렇게 뛰면 다같이 죽어."
"그래?"
"그래 임마."
"그때 아빠도 했는데?"
그 말에 탄소가 윤기를 쳐다보자, 윤기는 뻘쭘한듯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고 탄소는 고개를 저었다.
17대1부터 알아봤어.. 집 앞에 주차 된 차를 보자 외제차였다. 이 사람도 꽤 돈을 버나봐. 집도 나쁘지 않은 거 보니..
아, 대통령 경호원이면 그럴 수 있겠다. 자연스럽게 애기가 뒤로 타기에 탄소가 조수석에 앉았고
윤기는 당황한듯 탄소를 바라보다가 차에 타고선 묻는다.
"왜 뒷좌석에 안앉고."
"왜? 여기 앉으면 안 돼요?"
"아니.. 그게 아니라. 원래 윤혁이랑 같이 앉았잖아. 그리고 왜 자꾸 존댓말을 하고 그래?"
"……."
"아니다."
"뭐 먹으러 가요?"
"또 먹.."
"디저트! 후식!"
"…케이크 먹을래?"
"콜! 가자! 고고!"
고고! 하고 윤혁이도 뒤에서 소리치자, 탄소가 괜히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따라하지마라?"
"따라한 거 아니다?"
"어쭈!"
"엄마 안전밸트 매."
"아, 그래. 땡큐. 야! 너도 매."
"맬 거거든?"
"잘났다."
둘이 티격태격하자, 윤기는 괜히 픽- 웃으며 차를 출발했다.
조금은 많이 달라진 아내도 나쁘진 않다.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묻고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서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케이크를 먹으러 온 탄소는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며 포크를 들고선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윤기는 괜히 그런 탄소가 예뻐보이는지 웃었다가, 탄소와 눈이 마주치면 바로 표정을 푼다.
"아빠. 포크! 자!"
"아, 고마워. 윤혁아."
"원래는 엄마가 포크 줬는데. 그치?"
"……."
그치.. 하고선 작게 대답한 윤기는 케이크를 잘먹는 탄소를 보며 웃었다.
윤혁이는 입가에 다 묻히고선 초코케이크를 열심히 먹고 있었고, 윤기는 그런 윤혁이를 신경쓰지않는 탄소에
직접 물티슈를 꺼내들어 윤혁의 입가를 닦아준다.
아직 윤기와 윤혁은 성격이 많이 변한 탄소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케이크를 다 먹고선 계산을 미리 하러 간 윤기에 탄소는 배가 부른지 배 위에 손을 올려두고선 작게 트름을 했고
윤혁은 그걸 보고선 충격먹은 표정을 한다.
"뭐어. 트름 하는 거 처음 봐?"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트름을 하면 어떡해?"
"작게 했잖아."
"이상해.. 천천히 와."
애가.. 왜 이렇게 어른처러 말을 해? 윤혁이 계산을 하는 윤기에게 다가갔고
직원이 계산을 하다가 윤기에게 말한다.
"현금영수증 해드릴까요?"
"아니요."
"네에. 영수증 필요하신가요"
"아니요."
윤기에게 카드를 건내는 직원에 윤기가 그 카드를 받아냈을까. 옆에 온 윤혁이 윤기에게 조용히 묻는다.
"아빠.. 현금영수증..!"
"아."
"바보."
곧 윤기가 다시 카드를 주려고 했을까. 옆에 선 탄소에 윤기는 긴장한듯 탄소에게 말한다.
"현금영수증.."
"……."
"못했어."
"……"
"다시.."
"뭘.. 됐어요. 뭐하러 해? 갑시다."
현금영수증을 깜빡했는데.. 저런 반응이라고? 윤기는 벙찐 표정으로 먼저 나가는 탄소를 보았다.
"…야."
"엄마 이상하지.. 그치?"
"…어."
"전에 엄마가 더 좋아. 그치?"
"…응."
얼른 와요! 더워 죽겠네 아주 그냥 !어우씨! 뭐가 이렇게 더워!?
밖에 나가서 소리치는 탄소에 윤혁이 윤기의 팔을 잡고선 말했다.
"가자. 우리가 이해를 해줘야지. 시붕방!"
"…너 그 말은 어디서 배웠어? 시붕방?"
"아까 엄마가 알려줬는데?"
"…허."
욕을 알려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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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에에에에에 배가 불러서 좀 걸어야겠어요 허웁 우웨에에ㅔㄱ!에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