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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석]하지 못할 부탁 2

 

 

 

 

 

그래요,뭐 할까요.

  

*

 

짧다고 생각한 만남이였으나 그곳을 나왔을 땐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였다.아까 내렸던 곳의 반대편 정류장을 찾기 위해 걸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올 때 길이라도 자세히 봐둘걸,하는 생각이 들었다.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내가 너무 비겁하다 생각했다.그리고 남의 말을 빌려 해보자면 나는 잔인했다.스스로를 죽인다니.하지만 이렇게라도 안하면 나 자신을 더 깎아 내릴 것이 분명했다.

 

한참을 걸으니 겨우 버스정류장이 보이기 시작했다.그곳의 정류장과 같이 한적한 도로변에 푯말 하나만 덜렁 세워진 정류장이였다.2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햇빛이 아까보다 더 뜨거워졌다.두꺼운 아우터에 발개진 볼을 손부채질을 하며 식혔다.한참을 손부채질하다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곤 손을 올려 햇빛을 가렸다.아까는 성난 바람이 미웠는데 지금은 열을 식혀주기라도 하듯이 부는 바람에 감사해졌다.도로변에 쭈그려 앉아 버스를 기다린지 20분쯤,2시 47분.늦다면 늦고 이르다면 이른 오후였다.

 

멀리서 오는 버스에 끙차하며 일어났다.버스에 타 천원짜릴 건내고 거스름돈을 받아 자리로 가 앉았다.버스의 승객은 아까보다 많은 것 같기도 했다.먼지가 쌓여 뻑뻑한 창을 억지로 조금 열었다.바람이 불어쳤다.머리가 흩날림에 따라 한숨을 푹푹 쉬었다.창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싫었다.저질스러워,끔찍한 짓을 저질러 놓고도 이렇게 억척같이 살아가는 꼴이라니.목이 울렁거렸다.애써 눈을 감고 창문에 머릴 기대 잠을 청했다.덜컹거리는 버스탓에 머리가 조금 아팠다.

 

*

 

웃긴 여자였다.자신을 죽여달라니.몇년동안 한 그리 적지 않은 청부살인 부탁 중에서도 제일 이해가 안가는 일이였다.이런 일을 부탁하는 사람들은 원망,복수 등이 대게였다.근데 자신을 죽여달라니?석연찮은 여자였다.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깊이도 없었다.생각을 읽어보려 노력해도 당최 속을 알수가 없었다.아니 우울증이 있으면 병원에 갈것이고 자신이 죽길 바라면 자살을 하는 것이 더 빨랐다.근데 적지도 않은 돈을 건내며 자신을 죽여달라는 여자는 상식 밖의 여자였다.

 

아까 물었던 나이와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책상에 아무렇게 던져놓고 마른 세수를 했다.사는게 자신처럼 단순하지 않은 여자라 생각했다.왜 이런 시골까지 내려와서 나한테 부탁을 했는지도 의문이였다.도시에 가면 더 깔끔하게 처리해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생각의 꼬리를 물수록 더욱 여자는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이유를 물었을 땐 그저 작게 웃으며 나중에 말해주겠다는 것이 다였다.그럼 자살을 하지 그랬냐는 내 말에 여자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그럴 수 없다 그랬다.자기 스스로 죽는 건 안되고 남이 죽여주는 건 된다니,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

그 만남을 뒤로 오재석이란 남자를 다시 만난 건 사흘 후였다.남자나 나나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름과 나이 뿐이였다.연락처도 몰랐다.그저 하나 더 알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있는 곳정도였다.사흘 전과 같이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내려 그나마 익숙해진 길을 걸어 그곳에 갔다.남자는 외출을 한 것인지 작은 유리문은 닫혀있었다.남자의 개인적인 연락처를 모르는 통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기껏 해봐야 몇 시간 안에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에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핸드폰에 게임이 깔려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료함을 달랠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앉은 바닥에서 찬 기운이 올라왔지만 개의치 않았다.멍하니 낡은 건물 안을 바라봤다.저번에 놀란 눈으로 자신에게 되묻던 남자가 생각났다.왜 자신을 죽여달라하는가,그러면 자살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하는 남자의 모습에 나보다 말수가 많구나,하고 단정지어 버렸다.자살로 끝날일이였으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다.내 주변이 모두 왜곡된 것 같았다.하지만 내 주변은 그대로고 내가 왜곡시킨 것이다.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죽음을 결심했다.

 

한시간,두시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쭈그려 앉은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지만 일어나서 되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1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와서 이곳에서 오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시간만 보냈는데 돌아가기엔 아깝다고 느꼈다.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니 얼추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였다.약속을 잡지 않고 온 내가 잘못이였지만 속에선 남자를 잘근잘근 씹어댔다.

 

이름과 나이 외엔 아무것도 알지 못한 남자를 몇차례 씹어댔을 즈음,남자가 입에 담배를 물곤 계단을 걸어 2층으로 올라왔다.남자는 나를 보고 놀란 듯 했다.정확히 말해 내가 온지 3시간 4분 만에 남자와 마주섰다.뻐근해진 허리와 다리를 펴 일어나 남자를 마주했다.나도 남자를 응시했고 남자도 나를 응시했다.서로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남자가 물고 있던 담배에서 하얀 연기가 뻑뻑 올라왔다.

 

*

 

저번 만남과 같이 남자는 자신의 쇼파 위에 자리를 내줬다.그 자리에 앉으면 남자는 다시 둥글레차를 담은 종이컵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대기 전에 남자가 종이컵을 입으로 가져다 댔다.남자는 내가 무슨 일로 여기 왔는지 먼저 말을 꺼내길 원하는 것 같았다.남자를 따라 차를 한모금 마시고 손에 쥔 종이컵으로 시선을 고정했다.작은 공간 속에 전보단 덜한 불편함이 맴돌았다.

 

"내가 그랬잖아요.나랑 얘기하고,밥먹고,놀러다녀달라고.그거 할려고 왔어요."

 

솔직히 이유는 없었다.그냥 남자를 한번 더 만나보기 위해 왔다.근데 그냥 한번 남자를 만나자고 3시간을 기다린 건 나로선 꽤 바보같은 짓이였다.그래서 아무 이유없는 만남에 의미를 부여해 말했다.남자는 내 말을 듣곤 눈두덩이를 긁다가 이내 밝게 웃음짓곤 내게 말했다.

 

"그래요,뭐 할까요."

 

*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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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늘도 제가 처음으로 글을 남기네요! 아 마지막 부분 눈두덩이를 긁는 그부분 막 모습이 생각되네요 글 진짜 좋은거같아요ㅠㅠ!
11년 전
릴로와 스티치
오늘도 첫댓글이신가봐요.감사해요.저도 눈두덩이 긁는거 쓰다가 머리속에 그려져서 웃었어요ㅋㅋ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2
와.. 이거 꿀잼인데요. 주인공이 왜 삶의 의 의욕을 잃은건지, 왜 자살은 안된다고 하는건지..다음편이 너무 궁금하다ㅠㅠ 작가님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꼬박꼬박 달게요 ㅎㅎ
11년 전
릴로와 스티치
꿀잼!달아요달아ㅋㅋㅋㅋㅋ좋은글 아닌데...으엉유ㅠㅠㅠㅠㅠ감사해요 사랑해요
11년 전
독자3
와.. 2013 들어서 제가 읽은 글 중 가장 흥미로워요..
정말 다음 회가 기대되네요 ㅎㅎㅎㅎㅎ
금손님 얼른 다음 회 써주세용♥♥♥♥

11년 전
릴로와 스티치
오와 올해들어서 읽은 글 중에 이런 글이 있다는게 죄송스럽네요..끄앙 금손아니에요..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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