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리 블 라 썸
w.앨리
BGM _ Crimson Waltz - Yukiko Isomura
_pro
바스락-. 머리 위로 바람에 나부끼는 벚꽃 잎이 흩어짐이 느껴졌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큰 벚나무에 한가득 분홍 꽃잎이 달려있었다.
바스락-. 바람이 또 흔들고 간 여운은 멍하게 나무를 보고 내민 손위에 남겨졌다.
"나무에서 떨어진 벚꽃잎이 손에 잡히면, 소원 이뤄주는 거래."
언젠가 너가 나에게 말해주었던 그 말이 떠올랐다. 파란 하늘, 분홍 꽃잎, 눈부신 태양 그리고 하얀 너. 그 모습을 잊지 않으려 눈에 한가득 담아내려고 그 순간을 간직하려한 것도. 동그란 너의 머리가 바람에 살짝 날리는 것도, 조금 작은 발이 담긴 운동화가 앞코를 밀며 타닥타닥 나아가는 것도, 니가 매고 있던 갈색 크로스백도, 어느새 꽃잎을 잡았다며 내민 하얀 손 위에 담긴 꽃잎도 전부 기억이 난다.
그때, 아마 너는 밝게 웃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가장 기분좋은 마지막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그런 너를 보고 웃었을 것이다. 너가 나를 보고 다시금 웃었으니까.
벚꽃나무는 길 내내 이어졌다.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고 발치에 쌓여갈 동안 다시는 기억하지 않으려 담아둔 너의 기억도 함께 이어졌다. 아주, 아주 슬픈 길이었다.
_ 1
처음 녀석을 만난 곳은 대학 캠퍼스였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자 여기저기 부르며 이거하자 저거하자 하는 동기녀석들과 선배들이 부담스러워 전화기도 꺼놓고 한적한 곳을 찾고 있을 때였다. 막무가내로 걸음을 옮기다 본 그곳은 예술대 뒷켠, 시끌시끌하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곳은 나즈막한 언덕이었다. 큰 나무들이 잔뜩 주위를 둘러싸고 벤치가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는 그곳을 보자마자 안도감과 왠지모를 설렘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많이 안 찾는다는 것을 보여주듯 벤치 위는 뿌연 먼지가 그득했다. 대충 전공책을 두어개 깔고 벤치에 드러누웠다. 아직 이른 봄이라 부는 바람은 차가웠으나, 기분 좋았다.
"좋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소리와 바람소리, 내 숨소리만 들렸다. 수업들은 어차피 일학년인데 한번쯤 자체휴강해도 되겠지 생각해버렸다. 이 때 느낀 짜릿하고도 설레는 그 기분 좋음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만큼이었다.
_
눈을 떠보니 약간 하늘이 어두워진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금새 잠이 들었던 것이 꽤나 잔 모양이다. 기지개를 펴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순간 멈칫했다.
다른 사람이 있었다.
내가 있는 벤치에서 얼마 못가 옆에 위치한 그 벤치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하얀 셔츠에 이어폰을 꼽고 책을 보고 있는 남자는 정말 하얗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순간을 깨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보고 있었던 듯 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크고 동그랬다. 시선이 마주치고, 그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시계를 살피더니 책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툭툭 옷가지를 털고 정리하더니 금새 내 앞을 스쳐 언덕을 내려갔다.
"어어..."
그동안 나는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그를 보고만 있었다. 뭔가 말 마디 걸어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뒤늦게 입을 떼어봐도 그는 없었고, 어느새 노래진 하늘이 보였다. 생각해보니 대체 얼마나 여기에 있었던 걸까. 곧 알바시간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몸을 일으켰다.
알바는 조금 지각하겠지만 그래도 평범한 하루 중 하나로 보기에는 오늘은 꽤나 설레고 기분좋은 날인듯 하다.
_*
처음으로 글잡에 글을 써보네요.
팬픽 써보고는 싶고 어디에 올려야할지 모르겠었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봄은 지났는데 괜시리 벚꽃사진 보니까 다시 감성이 올라와서 봄이야기로 써봤네요 ㅎㅎ
좋은 글솜씨는 아니지만 많이들 보시고 이야기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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