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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꼭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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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았던(...) 그 여름 밤이 지난 뒤로는 별 거 없이 지나갔다. 애 타고 문드러지는 건 여주 속 밖에 없지 뭐가 더 있겠냐만은. 정국은 알 길이 없으니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겠지. 오늘 가린이 만날까, 뭐 하자고 할까. 등등 여주가 알게 된다면 많이 속상할 생각 하면서. 여전히 정국과 여주는 (정국이 일방적으로 불러내) 자주 만났음. 방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은 꾸준히 여주를 불러냈지. 여주는 복잡했다. 더 이상 보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커져버릴 것 같은데, 보고는 싶으니 계속 보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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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학원에서 가린이를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렸음. 그림 그리다가도 가린이 목소리 들리면 입술 꽉 다물고 그랬대. 정국이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게 얘 잘못이 아닌 걸 아는데도, 어쩔 도리가 없었음. 자꾸 가린이가 신경쓰이고 쪼끔 미워지는 것두 같고...




14



가린이도 여주 신경 안 쓰이는 거 아님. 사실 다 알고 있었음. 여주랑 정국이랑 되게 친하다는 거. 근데 그냥 몇 년 지기 친구도 아니고, 친해진 지 얼마 안된 거 알아서 아무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계속 눈길이 가. 학교에서만 노는 줄 알았더니 계속 밤에 불러서 집 같이 가고, 수다 떨고, 누가 보면 둘이 뭐 있는 것 마냥 그러니까 이상한거야. 분명 나랑 정국이랑 얘기 할 때는 나 좋아하는 거 같았는데, 저렇게 보니까 또 아닌가 싶음.


가린은 확실이 정국을 좋아했음. 그래서 그 옆에 붙어다니는 여주가 탐탁지 않았다. 전에 말했듯이 열등감도 가지고 있을뿐더러, 나 좋다는 애 데리고 허허실실 저러고 다니니까 가린이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었음. 요즘 들어 국이 연락도 뜸해진 것 같아. 그리고 왠지 그 원인이 여주에게 있는 것 같았을 듯. 이 생각까지 도달하자마자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에서 불이 확 오름.


국이는 내 건데 (가린이 거 아님) 왜 저딴 애가 훼방 놔? (훼방 놓은 적 없음) 라며 치를 떪.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어쩌면 자기가 여주에게 열등감 느끼는 걸 다 알고 일부러 저러는 건가 생각함. 여주가 알면 억울하겠지. 나 만나서 니 얘기밖에 안하는데, 뭘 훼방을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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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가린이는 여주를 더욱 더 적대시하게 된다. 괜히 미술 선생님이 여주 그림 칭찬하면, 친구들끼리 ‘저런 그림 시험장에 깔리면 별 것도 아냐, 진짜 흔한 그림인데.’라며 은근슬쩍 들리게 얘기하곤 한다던가, 여주 옆자리 앉으면 일부러 붓 세게 빨아서 여주 그림에 물 튀게 한다던가. 사소하게 괴롭혔음. 처음에는 여주 눈치 못 챔. 근데 시간이 갈수록 얘가 나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구나 생각했지.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첫 째는 소심했고, 둘 째는 정국이가 좋아하는 애라서 그랬음. 혹시나 정국이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여주는 질투에 눈이 멀어 착한 친구 괴롭힌 나쁜 년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게 뻔했으니까, 속상해도 참았다.


언젠간 괜찮아지겠지. 가린이랑 정국이랑 만나게 되면, 가린이도, 내 마음도 정리 되겠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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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뉴스에서는 폭염 식혀주는 착한 비다 뭐다 하면서 속보를 내보냈고, 아이들도 오늘은 좀 시원하다며 좋아하던 날이었음. 여주는 평소와 다름없이 미술학원에서 열심히 그림 그렸겠지. 그리고 가린이도 다를 거 없이 그림 그렸을테고. 정말 평소와 다름없이 가린이의 괴롭힘도 좀 있었을거임. 그리고 진짜 평소와 다름없이 여주는 참았을 듯. 뭐, 그러다가 수업이 끝나고, 다들 갈 채비를 함. 여주는 혼자 묵묵히 짐 싸고 있었고, 가린이는 친구들과 수다 떨며 나간다.


가린, 오늘은 어머니 안 오셔?


, 오늘 엄마 일 있어서 못 오신대.


하필 오늘이시네. 비 많이 오는데, 갈 수 있어?


당연하지~ 애도 아니고. 그냥 버스 타고 가면 돼!


알겠어.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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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인 즉슨, 오늘 가린이는 여주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내려간다는 말이었지.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일 없었다.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일층에 다다름. 그리고 문으로 나가기 전 둘 다 우산이 없다는 걸 알아챌 때 까지만 해도 여주는 아무 생각 없었대.


일층 유리문 앞에, 언제 온 건지 우산 들고 서 있는 정국이 보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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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정국 짝사랑하는 여주x여주 친구 좋아하는 정국 02 | 인스티즈



“ 김여주 또 우산 안 들고 갔을 거 알고 왔지. ”




아직 가린이를 보지 못했는지 여주에게 말을 거는 정국이었음. 여주는 당황했음. 내가 지금 여기서 정국이랑 우산을 쓰고 가야 되는지, 아니면 눈치 있게 빠져줘야 하는 건지.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아직까진 내 맘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가린이 눈치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기회 되면 도와달라던 정국이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듯하기도 했고. 전정국은 왜 이렇게 다정한걸까. 이런 상황에서도, 날 웃으며 내려다보는 정국이 원망스러운 여주였음.


“ 어떻게 또 알았대, 나 우산 안.. ”

“ 국아! ”


가린이의 갑작스러운 난입으로 둘만 얘기하던 고요한 분위기가 한 순간에 깨졌음. 최가린이 정국에게 말을 거니 그제야 정국이 가린이가 있다는 걸 알아챘을 듯. 여주는 솔직히 속으로 이대로 쭉 몰라서 나랑 같이 집 갔으면 좋겠다 했지만, 가린이 그렇게 놔둘 리가 없었음. 다정하게 서로를 부르는 소리에 여주는 마음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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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여긴 어쩐 일이야? ”


누가 봐도 수줍은 듯이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웃는 정국이었음. 여주는 생각함. 정국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이렇구나.. 또 처음 보는 모습. 가린과 정국 사이에 있는 자기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어디론가 숨고 싶어졌음. 가만히 고개 숙이고 없는 사람인 듯이 아무 말도 못했다.


“ 나 여주랑 같은 미술 학원 다니는데, 여주가 말 안해줬구나? ”


“ 아... 처음 들었어. ”


이렇게 대화가 흘러가면 내가 일부러 말 안 해준 것 같잖아. 여주는 더 창피했다. 가린이 좋다고 말 할 때 같은 학원이라고 말 안해준 거 맞으니까, 접점 있는데 일부러 안 알려준 것 같으니까, 그리고 사실 그거 맞으니까, 괜히 찔림. 정국은 그런 생각까지는 못하고 그냥 좋아하는 애 앞에 있으니 사고회로 엉키고, 얼굴 조금 빨개진 채로 대화 이어감. 여주는 대화 내용 들리지도 않는다. 쪽팔리고 속상해서 집에 가고 싶었음. 나도 정국이 좋아하는데, 응원해줘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게 너무 억울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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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집에 안 가? ”


“ 아, 나 원래 부모님이 데리러 오시는데, 오늘 일이 있으셔서 그냥 버스 타고 가려구. ”


“ 그렇구나... 우산은? ”


“ 나 안 가져왔어. 내가 조금 덜렁대서... ”


“ 음, 같이 쓰고 갈래? ”


“ 응? 여주랑 너랑 쓰고 갈 거 아니었어? ”


“ 맞는데.. 같이 쓰고 간다고 하면 너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 ”





“ ...아냐, 그냥 둘이 쓰고 가. 나 혼자 갈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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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쓰고 가라구. ”


계속 말이 없다가 여주가 한 마디 꺼냈다. 아니 전정국, 좋아하는 애 씌워 주고 갈거면 그냥 걔만 씌워주든가, 같이 쓰는 건 뭐야? 진짜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비참해질 뿐이었음. 사실 맘 같아서는 국이한테 소리치면서 너 아무한테나 그렇게 다정하지 말라고 멱살 쥐고 흔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아니까. 그냥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제일 빠를 거라고 생각했다. 정국은 조금 놀람. 우산도 없이 뭘 혼자 가겠다는 거야. 눈 동그래져서 여주 쳐다봄.


여주는 이내 웃는 표정으로 말했음. “ 나 혼자 가도 괜찮으니까, 그냥 둘이 우산 쓰고 가도 돼. 나 튼튼해서 비 맞아도 끄덕 없는데, 가린이 감기 걸리면 괜히 고생하잖아. 야, 전정국. 부탁한다! 잘 데려다주고 와. ”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고 정국이가 여주 잡을 새도 없이 바로 문 밖으로 걸어 나가 그대로 집까지 걸어갔겠지. 빠른 걸음으로 집까지 가면서 진짜 짜증나고 슬퍼서 이대로 머리 박고 정신 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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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갔네... ”


“ ... ”


“ 국아, 우리도 가야지. 나 저기 버스 정류장 까지만 가면 돼. ”


“ 어... 응.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나도 알려줘. ”


“ 별 생각 아니였어. 들어도 재미 없을 거야. ”


“ 뭐야~. 그나저나 ... ”


정국은 좋아하던 가린이와 걷고 있음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가린이가 옆에서 떠들어도 사실 잘 들리지 않았음. 여주가 그런 모습 보인 게 처음이라서, 당황하기도 했고 그렇다. 잡아서 같이 갔어야 했나? 그래도 여주랑 나랑 친구인데 내가 너무 친구를 안 챙겼나 싶었음. 대충 가린이 말에 대답해주면서, 계속 먼저 간 여주 생각 함. 비 맞으면 추운데, 걔 감기 잘 걸리지 않았나.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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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비 맞는 거 싫은데. 나도... 감기 진짜 잘 걸리는데. ”


여주가 걸어가면서 혼자만 들을 수 있을 만한 목소리로 조용히 중얼거렸음. 가방끈 주먹으로 꽉 쥐고 걷다가 잠시 멈춰서 눈물 닦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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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걸어갔겠지, 생각했대 같이 동화 읽어주듯 하는 표현이 너무 예뻐요 몽글몽글이 몽글몽글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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