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레이] 힐링남녀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e/8/2e8614e65649c7bd1731c672ed891309.jpg)
힐링남녀
w. 고구머니나
"쏜생님, 그럼 이따가 수업 때 봐요."
"네. 이따가 봐요!"
이씽은 강의실로 향하고 나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켰더니 종대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야, 너 데려다준 남자 누구냐?"
"누구? 아! 장이씽 학생?"
"아... 학생이야?"
종대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의자에 걸치곤 자리에 앉았다.
"오늘 아침에 정수정이 카톡으로 너 남친 생길 거 같다고 그랬단 말이야. 난 아까 그 분이 남친인 줄 알았지."
"정수정 그 기집애 또 개소리 한 거야."
종대가 낄낄 웃더니 '근데 아까 그 분 누군데 너랑 같이 와?' 하며 얄미운 말투로 말했다.
"정수정이 너 어제 뭐 하수구 어쩌구 저쩌구 하던데 그 분이야?"
"헐, 정수정이 그런 얘기도 했어?"
"처음부터 다 들은 거 같은데?"
아이고 머리야- 수정이년 입 싼 거 알아줘야 된다니까.
종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정수정과 카톡으로 대화 중이었다.
대학 다닐 때부터 둘이서 짜고 나 놀리는 맛에 산 놈들이 김종대 정수정이다.
앞으론 정수정한테 아무 얘기도 안 해야지! 다짐했다.
***
수업종이 울리기 전에 슬슬 강의실로 출발했다.
종대놈이 옆에 착 붙어서는 'OOO! 잘 해보셔!' 하며 화이팅! 이 지랄 떨고 제 강의실로 쏙 들어갔다. 얄미운 새끼...
강의실로 들어가니 이씽이 나에게 손을 살짝 흔들었다. 나는 슬쩍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안녕하세요."
교탁에 책을 올려놓고 인사하자 학생들도 인사를 건넸다. 출석을 한 명 한 명 부르고 어제 퇴근 전에 만든 프린트를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오늘은 높임표현에 대해서 배워볼 거에요."
칠판에 하얀 물백묵으로 '높임법' 이라고 썼다.
"다같이 읽어볼게요. 높임법."
"노핌뻡."
"놉삠법."
서툰 발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아... 갑자기 막막해졌다.
"한국말에는 높임법이라는 게 있는데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쓰는 표현이에요. 예를 들면 존댓말 같은 게 있구요. 혹시 아는 높임법 있는 사람 있나요?"
타오가 손을 번쩍 들었다. 타오가 팔을 들다가 옆자리에 루한을 살짝 쳤는지 루한이 타오를 째려봤다.
"타어 아는 노핌뻡 있어여."
"뭔지 말해볼래요?"
"연세요! 연세! 나이 말고 연세!"
"와! 맞았어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나이를 말할 때는 연세라고 하는 거에요.
예를 들면 할머니의 나이를 물을 때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물어보는 거에요. 프린트에 나온 문장들로 연습을 해 봅시다."
열심히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칠판에 열심히 필기를 하고 학생들에게 필기할 시간을 주고 나는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필기하는 것을 하나하나 검토해주었다.
"여기 맞춤법이 틀렸어요. 여기에는 받침이 시옷이 아니라 쌍시옷이 들어가야 돼요."
"아.. 타어 원래 아는데 참깐 헷갈린 거에요."
"지랄. 너 원래 몰랐잖아."
루한이 옆에서 타오에게 비아냥거렸다.
"루..루한! 지랄은 나쁜말이에요.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내가 화들짝 놀라 다그치자 루한이 '이거 타오가 알려준 말인데요?' 하며 대꾸했다. 내가 놀란 눈으로 타오를 바라보자 타오가 자기가 그런 게 아니라며 손사레를 쳤다.
"루한이 커짓말 치는 거에요! 타어 그런 말 쓸 줄을 몰라여!"
"와... 얘 거짓말 하는 거 좀 봐."
"루한 진차 나팠어! 커짓말 하치마!"
루한과 타오가 투닥거리는 것을 뒤로 하고 다른 학생들 자리로 이동했다.
"장이씽 학생, 필기 다 했어요?"
"네, 검사 해주쎄요."
"여기 띄어쓰기, 요기서 한 번 더 띄고 여기도 한 번 더 띄고."
이씽의 책상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설명을 해주는데 시선이 느껴져서 이씽을 올려다보니 보라는 프린트는 보지 않고 내 얼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어... 이씽 학생. 프린트 봐야죠."
"...아 죄송합니다. 프린트 볼게요-"
이씽은 황급히 내 얼굴에서 눈을 떼곤 프린트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여기도 진저가 아니라, 진지. 진지 잡수셨어요? 라고 쓰는 거에요."
"아! 이제 이해 됐쏘요. 쏜생님, 설명 진-짜 잘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키고 수업이 마칠 때가 되어 학생들에게 간단한 과제를 일러주고 인사를 하니 딱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썬쌩님, 오늘 루한 생일이에요."
타오가 루한과 이씽을 내 앞으로 끌고오더니 입을 열었다.
"우와! 정말 축하해요. 오늘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많이 먹어요."
"오늘 루한이 소고기 사준대요."
"미친? 내가 언제?!"
루한이 타오에게 붙잡힌 팔을 팍- 빼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타오는 루한을 째려보며 '어제 니가 크랬잖아- 커짓말쟁이.'하며 말했다.
"썬생님! 오늘 처녁 때 아무 데도 안 가면 루한 생일파티 와요. 루한이 소고기 사춰요."
"내가 니 지갑이야?"
"루한, 내 지갑. 니 치갑은 내 치갑. 내 치갑은 내 치갑."
타오의 말에 나와 이씽이 소리내어 웃었다. 루한은 타오의 등짝을 한 대 때렸다.
"뭐, 원래 이씽이만 사주려고 했는데. 선생님도 시간 되시면 오세요."
"정말요? 저 가도 돼요?"
내가 묻자 루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선물 사서 오셔야 돼요.' 하며 덧붙였다.
"썬쌩님 몇 시에 끝나요? 처희가 데리러 올게요."
"저 오늘은 여섯 시에 끝나요. 자주 가는 식당 있어요? 제가 그리로 가면 되는데."
루한이 자기가 친구들이랑 자주 가는 곳이 있다며 일곱 시까지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다.
루한과 타오는 전공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한다며 이따가 문자 보내겠다고 하곤 강의실을 떠났다.
"이씽 학생은 루한 선물 샀어요?"
"아니요, 아직 못 샀쏘요. 저 너무 바빠서 주말에 사려고 했쏘요."
책을 챙겨 강의실을 나와 이씽과 복도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씽 학생, 다음 수업 있어요?"
"네? 아, 저 다음 수업 없쏘요. 도서관 가서 공부 쪼끔 하려고 했는데-"
"나 다음 수업 없어서 루한 선물 사러 갈 껀데 이씽 학생도 같이 갈래요?"
이씽은 '오! 그러면 되겠다. 쏜쌩님이랑 같이 가면 되겠쏘요!' 하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이씽에게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라고 한 후에 사무실에 들어가 책을 내려놓고 지갑과 자켓을 들고 나왔다. 옆자리에 종대가 어디가냐며 물었다.
"아, 잠깐 뭐 사러 갈 거 있어서."
"올 때 메로나."
"뒤진다."
뒤에서 종대가 중얼중얼 내 욕 하는 것을 무시하곤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사무실 앞에 멀뚱멀뚱 서서 날 기다리는 이씽의 모습이 마치 하얀 대형견 같기도 하고 귀여웠다.
"근데 루한은 뭐 좋아하는 지 알아요?"
"음... 루한 이것저것 다 좋아해요. 추꾸도 좋아하고 농구도 좋아하고..."
"루한 취향 잘 몰라요?"
"취향이가 몬데요?"
어...음...음... 이씽에게 취향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줬더니 '루한 취향이는 저도 잘 모르겠쏘요-'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 이왕 선물해주는 거 좋은 거 선물해 주고 싶은데... 이씽과 루한에게 줄 선물 이야기를 하다보니 학교 근처 백화점에 도착했다.
"저번에 루한 향수 다 썼다고 했쏘요. 나는 향수 선물 해줄래요."
이씽과 이곳 저곳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 루한이 자주 쓴다는 향수를 골랐다.
나는 뭐해줘야 하지...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거로 해줘야 하는데- 하다가 얼마 전 종대가 유학 간다는 친구 선물로 여권케이스를 해준 것이 생각이 났다.
옆에서 향수가 들은 작은 쇼핑백을 달랑달랑 흔들면서 걷는 이씽의 팔을 붙잡고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남성용 악세사리를 파는 매장에 들어가 심플한 여권케이스를 샀다. 가격도 많이 부담스럽지 않고 예쁜 것 같아 점원에게 포장을 해달라고 했다.
"쏜생님은 모 샀쏘요?"
"여권에 끼는 케이스에요. 여권 더러워 지지 말라고."
"우와! 그거 참 신기하네요."
계산을 마치고 매장을 나온 이씽과 나는 간단하게 점심이라도 같이 떼우려고 식당가로 향했다.
"이씽 학생은 생일이 언제에요?"
"저는 10월 7일이에요. 아직 마니 멀었쬬?"
"에이, 시간 금방금방 가요. 이씽 학생 생일 때는 루한 생일 선물보다 더 좋은 거 해줄게요."
이씽은 고맙다며 수줍게 웃었다.
"근데요, 쏜생님. 저 되게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요?"
이씽은 한참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왜 나한테만 이씽 학생, 장이씽 학생- 이러케 불러요? 루한이랑 타오 부를 때는 학생 안 붙이잖아요."
내가 그랬나? 참 무의식이라는 게 그렇다. 나는 뭔가 미안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쏜생님이랑 제일 친한 거는 나 같은데 이씽 학생이라고 부르묜 제일 안 친한 사람이 같잖아요..."
"아... 그렇네요.."
"저도 그냥 이씽이라고 부르묜 안 돼요? 쏜쌩님?"
예전에 수정이가 그런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지은이와 수정이, 나.
셋이 항상 붙어다녔는데 항상 지은이는 성을 떼고 지은이라고 부르고 수정이는 항상 성을 붙여서 정수정이라고 불렀었다.
전화번호부에도 '지은이' , '정수정' 이렇게 저장을 했었다. 소녀감성이 풍부한 수정이는 '너 서운하게 왜 나한테만 성 붙이냐? 너 완전 짜증나.' 하며 따진 적이 있었다.
나는 정말 아무 의도 없이 무의식 중에 한 거였는데 상대방이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었다.
그 이후로 수정이를 부를 때에 꼭 성을 떼고 부르고 마음대로 수정이가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제 이름을 '뜌뎡이~♡' 라고 괴상망측한 것으로 바꿔도 나중에 바꿔놓지 않았다.
이씽의 말을 들으니 그 생각이 났다. 음... 갑자기 미안함이 훅 밀려들어왔다.
"미안해요. 앞으로 이씽이라고 부를게요."
"아니. 이씽이 말고 다른 거. 더 좋은 거 없쏘요?"
더 좋은 거? 뭐 뜌뎡이~♡ 이런 거 바라는 건가... 한참을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고민하던 나는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씽씽이?"
너무 동네 강아지 이름 같지 않나? 싶었는데 이씽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었다.
"씽씽이 조아여. 씽씽이 귀욥지 않아요?"
"에??? 강아지 이름 같지 않아요? 이씽 학생, 아니 이씽이는 마음에 들어요?"
"완전 마음에 드는데여?? 앞으로 이씽 학생이라고 부르지 말고 씽씽이라고 불러요. 아랐쬬?"
네... 얼떨결에 대답을 해버렸다.
⊙♡⊙ 몽가 애칭 느낌두 나구~~ㅎ 넝담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해요! 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여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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