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on
11. unhappy birthday
오늘은 13일의 금요일, 바로 내 생일. 12시 정각 땡 되자마자 생일축하 메세지, 페이스북 태그 뭐 이런거 도배되는데 그 친구들한테도 물론 고맙지만 내가 제일 기다리는 건 이동혁의 연락임. 고맙다는 답장 하나하나 해주고, 댓글 달아주다보니 벌써 새벽 한 시나 됐는데 이동혁 연락은 아직. ..그래 그렇게 해라 이동혁. 속상해서 그냥 자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대폰 봤는데 아직 이동혁한테 연락 온 거 하나도 없고..
"여주야 오늘 생일이더라~ 축하해!!"
너는 지겹지도 않니. 오늘도 어김없이 이동혁 옆에 붙어서 같이 등교하는 신애리. 또 '생일'이라고 언급했는데도 아무 말 없는 이동혁. 나 먼저 갈게, 어색한 분위기에 더는 같이 못 있을 것 같아서 도망치듯이 먼저 학교에 와버렸다. 너 왜 혼자와. 교실 문 열자마자 이제노랑 얘기하고 있던 황인준이 묻는다. ..그냥. 책상에 인형, 케이크같은 선물 가득인데 이상하게 하나도 안 기쁘다.
생일은 정말 조용하게 지나갔다. 하루종일 기분이 안좋았던게 보였는지 애들도 나한테 쉽사리 말을 안걸었다. 점심시간에 밥먹으면서 이동혁은 내 눈치를 보는 듯 했지만 뭐, 별다른 말은 없었음. 눈치만 보지말고 말 한마디만 해주지. 난 선물같이 굉장한 걸 바라는 게 아닌데.
"여주야"
"어?"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가방싸는데 이제노가 말 건다. 너 생일이라며. 축하해. 하고 티라미수 조각케이크 내민다. 응 고마워. 케이크 위 작은 포스트잇에 '생일 축하해' 써있는데 고맙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이동혁 생각나서 갑자기 눈물 고임. 갑자기 울상 지으니까 당황했는지 이제노 내 어깨에 손 올리고 ㅇ..왜그래? 묻는다. 그게 또 나 울면 항상 안절부절 하던 이동혁 떠오르게 하고.
"김여주"
애들 다 나가고 이제노랑 나밖에 없는 교실에 이동혁 목소리 퍼진다. 어깨 토닥이던 이제노 손 그대로 멈추고 나는 급하게 가방메고 나갔음.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 그치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이동혁도 굳이 울었냐고 물어보지 않았음.
오늘은 신애리도 이동혁한테 별 말 안해서 정말 조용하게, 아무 말 없이 집에 갔음. 웬일인지 오늘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이동혁을 따라서 같이 올라가는데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드디어 입 연다. 김여주.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던 손 멈추고 돌아서 이동혁 보니까 땅만 쳐다보고 우물쭈물 망설이길래 무슨 말 하려고? 물어봤음.
"내일.. 너랑 만나기로 한거"
이 말 듣자마자 아, 못 만나겠구나. 생각했다. 이동혁 얼굴에 미안한 기색 역력하고. 화학 조별과제 때문에.. 미뤄보려고 했는데 애들이 시간이 안된대. 괜찮아. 몇 주 동안 신애리때문에 마음고생하면서 바라왔던 날이 이동혁 말 한마디에 무산됐다. 뭔가 더 말하려는 듯 입만 벙긋거리는 이동혁 두고 그냥 집에 들어왔다. 여주야 케이크 먹어. 아냐 나 피곤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철푸덕 누워서 억지로 눈 감았다. 오만가지 생각에 집안 불이 다 꺼지고 나서 한참있다가 잠들긴 했지만.
-
몇 시간을 잔 건지 일어나보니 오후 4시였음. 차라리 하루동안 자고싶었는데. 휴대폰 보니까 황인준 부재중 4통 찍혀있고 웬일로 신애리한테 카톡와있었다.
[여주야]
[응?]
[머해]
[쉬고 있는데]
[ㅎㅎ여주야 너 여기 가봤어? 카펜데 진짜 예쁘더라]
신애리가 보낸 이동혁 사진 보자마자 다른 의미로 심장 쿵 떨어진다. 조별과제 같은 조구나, 합리화하고 침착하게 [안가봤는데.. 애들이랑 조별과제 하러간 거야?] 물어봤음.
[아니? 동혁이랑 둘이 왔어]
[꼭 가봐 여주야!! 제노랑ㅎㅎ]
신애리 답장보고 어처구니 없어서 그대로 폰 꺼버렸다. 조별과제하러 카페간 것 까지는 이해하는데, 둘이 갔다고. 그래 그냥 지금까지 나 혼자 쇼 한거구나.
옷만 갈아입고 무작정 황인준 집 찾아갔다. 왜 전화 안받냐고 짜증내던 황인준도 내 꼴이 말이 아니었는지 그냥 들여보내줬음.
항상 이동혁 편 들어주던 황인준도 생일 날 있었던 일 말하니까 표정 한껏 심각해진다. 진짜 아무 말도 안했다고? 응. 그래놓고 신애리랑 놀러갔다고? ...
"이동혁이 말하기 전까진 가만히 있을게. 근데 그거 진짜면 나 이제 걔 얼굴 안봐"
나보다 더 화난 황인준 진정시키려고 해도 별 소용 없다.. 아 잠깐만 소리좀 지르자. 아오!!!!!!!!!!!!왜 그러냐 이동혀억!!!!!!! 야 좀 조용히해.. 결국 옆집에서 조용히하라고 문자올 때까지 소리지른 황인준..
어제 못 먹은 케이크랑 미역국 황인준 집에서 다먹고 밤 돼서야 퇴근함. 그나마 황인준 덕에 풀린 마음으로 집에 갔는데 센서등이 켜져있길래 봤더니 이동혁이 현관 앞에 서있었다.
조그마한 쇼핑백 만지작 거리는 이동혁 잠깐 침묵하더니 쇼핑백 내밀면서 입 연다.
"지금 줘서 미안해, 생일선물"
"괜찮아"
"..니 생일 잊은 거 정말 아니야"
"괜찮다고"
"그리고 오늘 신애리랑.."
"신애리랑 뭐했는지, 내가 신경 써야하는 일 아니잖아."
"..."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닌데,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만 한다. 이동혁 입 꾹 닫고 땅만 보고, 나는 집에 들어와버렸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냥 내 자신한테 화난다.
-
이동혁이 준 쇼핑백 안에는 목걸이랑 미안하다는 편지 두개였음. 편지는 대충 니 생일 날 목걸이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오늘 준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잊은 줄 알고 있었는데 내가 괜히 오해했구나, 하고 마음이 풀려있었음. 신애리랑 둘이 카페간 건 아직 찝찝하긴 하지만.
다음 날 학교갈때 목걸이 하고 나온 거 보고 이동혁 잘어울린다. 예뻐, 하고 살풋 웃는다. 오랜만에 이동혁 웃는 얼굴보고 교실 가자마자 황인준한테 달려가서 목걸이 보여줌. 뭐 어쩌라고. 아니 이거 이동혁이 준거야. 하니까 황인준 나보다 더 좋아서 워호우~~소리지르고.
"휴 하마터면 이동혁이랑 손절할뻔 했잖아"
아침부터 시끄럽게 박수치면서 축하해준다. 근데 신애리랑 둘이 카페는 왜 간거래?? 몰라.. 그건 내가 물어볼테니까 일단 넌 기뻐하기만 해라. 한창 황인준이랑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신애리 나타난다. 황인준 신애리 욕하고 있었는데, 갑분애리.. 여주야 잠깐 나와볼래?
"그 목걸이, 동혁이가 준거야?"
"응. 왜"
"아.. 나랑 똑같은 거 줬구나"
무슨 말인지 해석하고 있는데 자기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 보여준다.
"동혁이도 나한테 이거 줬거든, 내 생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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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감사해요 녀러분.. me 감동.. 댓글 하나하나 소중하게 잘 보고 있어요 사랑해요 열심히 살겠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