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내가 초등학교 때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하는 이야기다. 10년 전,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던 해에 우리 반에 남자아이가 한 명 전학을 왔다. 선생님은 그 남자아이의 이름을 김종대라고 소개했고, 덧붙여 종대는 모든 것에 서툴고 부족한 아이니 이해해달라며 종대의 소개를 간단히 마쳤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실은 온통 ‘전학생 종대’를 화제로 웅성거리기 바빴다. 그런 종대는 커다란 교실에 자신의 이름이 사방에서 웅웅거리는 것이 두려운 듯 선생님의 치마 끝자락만 붙잡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본 종대의 첫 모습, 그리고 나와 종대의 첫 만남의 시작이었다.
모든 초등학생들이 그렇듯 그 나이 또래에는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특히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더 그렇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의’차이를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 종대는 다른 존재가 아닌, 틀린 존재였다. 그래서 종대는 철저히 자기만의 방식대로 혼자 자신을 방어했다. 물론 그 자기방어는 어림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 모습을 가엾다고 느끼기보다는 하나의 흥밋거리로 생각하는 아홉살의 같은 반 친구들은 늘 종대를 괴롭혔다. ‘야 이 벙어리야’, ‘너 바보지? 너 니 이름도 못 쓴다며?’ 살기 가득한 악의는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생각 없이 종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내뱉을 때면 종대는 그 소리를 듣고 늘 책상에 엎드려 훌쩍거리며 소리 없는 신음을 내뱉고는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하루는 국어 시간이었다. 말이 서툰 종대는 당연히 자신의 이름 석자 하나 제대로 쓰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종대는 집에서 따로 챙겨온 공책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연습했었는데 이 공책이 종대의 가방 속에서 사라졌다. 어딘가 불안한 모습으로 수업시간 내내 책상 속과 가방을 번갈아가며 뒤적여도 공책을 찾지 못 한 종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고 종대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내 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따라가 고개를 돌렸을 땐 내 짝꿍의 지저분한 서랍 사이로 삐져나온 파란 공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공책 끄트머리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혀있는 이름, 김종대. 종대의 공책이었다.
나는 킥킥거리며 웃고 있는 짝꿍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책상 속에서 잽싸게 종대의 공책을 꺼내 내 책상 속 깊은 곳으로 종대의 공책을 숨겼다. 그 행동에 내 짝꿍은 어이가 없는 듯 나를 한 번 노려보았지만 그런 모습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종대에게 어떻게 이 공책을 전해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종대에게도, 나에게도 긴긴 국어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찾아왔고, 나는 수업시간에 짝꿍에게서 빼앗은 종대의 공책을 주섬주섬 서랍에서 꺼내 종대의 곁으로 다가갔다. 종대야 이거, 네 공책이지? 어떻게 전해주면 좋을지 몰라서 결국 가장 평범한 말을 공책과 함께 건넸다. 낯익은 겉표지의 제 공책을 보자마자 종대는 공책을 빼앗듯이 제 품 속으로 가져갔고 이내 나를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딱 봐도 종대의 눈빛은 내가 가져갔다고 오해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 그거 박찬열이 가져갔었어. 내가 가져간 거 아니야. 내가 박찬열한테 빼앗아서 너한테 돌려주는 거야.
- ………
- 정말이야. 내 아바타 스티커 북을 걸고 맹세할게.
- ………
- 나는 김여주야, 김여주. 앞으로 누가 종대 너 괴롭히면 말해. 내가 도와줄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