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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김종대] 어거스트 나인, 나인틴 ② | 인스티즈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종대가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종대를 도와주겠다는 오지랖 넓은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지금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이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고 있었고, 종대와의 인연을 끊을 수 있는 계기도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놓을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고 있었으면서도 놓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아홉 살의 어린 내가 종대의 늘 떨리던 눈 속에 담긴 두려움과 상처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분명히 종대는 태어날 때부터 모자라고, 부족한 아이가 아니다. 종대는 유년시절의 어디에선가 혼자 멈춰있다.






[EXO/김종대] 어거스트 나인, 나인틴 ② | 인스티즈






 종대에게 도와주겠다고 말한 지 꼬박 닷새하고도 이틀이 흘렀다. 일주일 내내 나는 종대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 묵묵히 도맡았다. 하루 이틀째에, 종대도 처음에는 이런 내가 부담스러운 듯 따라오지 말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기도 하고, 혼자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는 척 어설프게 해나갔다. 그리고 내가 종대의 뒤를 따라다니던 사흘 째. 종대는 드디어 나에게 아주 약간의 틈을 주었다. 실외 체육수업 시간 도중에 종대의 운동화 끈이 풀려 버린 것이다. 운동화 끈이 풀렸다는 것을 안 종대는 낑낑거리며 제 자리에서 끈을 묶어보려 노력 했지만 묶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종대의 앞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종대야, 나 신발끈 묶을 수 있는데. 내가 도와줄까?


 내 목소리에 종대는 자신의 공책을 돌려받았던 며칠 전처럼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했지만 그때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내가 종대의 시선에 맞추어 쪼그려 앉자 종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 힘으로 묶이지 않는 신발을 나에게 내밀었다. 있잖아, 종대야. 나도 신발 끈 묶는 거 진짜 어려워했다? 근데 엄마한테 배워서 지금은 묶을 수 있어. 종대 너도 나한테 나중에 배울래? 내가 알려줄게. 종대의 신발 끈을 묶어주며 재잘재잘거리던 나는 헐거워진 반대쪽 운동화 끈까지 다시 단단히 동여매주고는 쪼그려 앉았던 다리를 펴고 일어섰다. 종대는 그 때까지도 제 운동화만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때였다. 여, 주. 고마워… 종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게, 종대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왔던 게. 어눌하고 느린 발음이었지만 순식간에 귓가를 스쳐 지나간 음성에 나는 놀란 눈으로 종대를 바라보았고, 종대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종대가 나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겠구나 하고 이내 나는 용기를 내어 아직도 쪼그려 앉아있는 종대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종대야. 저기 선생님이 빨리 오래. 애들도 기다린다. 잡을 거라는 기대 없이 혹시나 하고 내민 손에 이윽고 따듯한 온기가 번져왔다. 그렇게 종대는 내 손을 잡고 일어섰다.


* * *


 운동장에서의 일을 계기로 나는 하루하루 날마다 종대와 부쩍 가까워졌다. 물론 우리 반의 화젯거리 ‘전학생 김종대’와 가까워질수록 내 이름 역시 같은 반 친구들의 입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종대와 가까워 질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 좀 더 가까이서 보게 된 종대는 참 예뻤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에 상반되게 따스함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올라간 입꼬리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길게 뻗은 속눈썹 역시 좋았지만, 역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 이거, 여주… 여주. 여주야.

 - 이게 나야? 종대 네가 그렸어?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종대의 깨끗함이 좋았다. 종대는 정말로 결백하고, 순수했다. 점심 먹고 뛰쳐나가 축구밖에 할 줄 모르는 남자아이들과 달리 종대는 점심시간이면 자신의 양치컵에 물을 한가득 담아 꽃에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운동장 구석으로 가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을 꺾을 수는 없으니 직접 그려서 여주 꽃이라며 나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친구들로부터 소외받는 종대를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민 건 나였지만 정작 손을 잡아주고 있는 것은 종대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까이서 바라본 종대는 따뜻했고, 자상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종대가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종대의 빈자리를 보며 종대가 감기 때문에 열이 많이 나서 당분간 학교에 나오기 힘들다는 소식을 전했고, 그 말에 일제히 같은 반 친구들은 종대의 빈 책상을 바라보며 저마다 혼자 추측하고 있는 것들을 소란스럽게 주고받았다. 하지만 추측이 아닌 단순한 비아냥과 비하도 많이 들려왔다. 그것도 내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김종대 그 벙어리 학교 안 나오니까 좋지 않냐.’ 내 짝꿍 박찬열이 친구들과 주고받는 한 마디에 결국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방을 챙겨 들며 교실을 빠져나왔다. 종대는 그런 소리를 들어야 될 만큼 나쁜 애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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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진짜대박..ㅠㅠㅠㅠ댓글다는거처음인데 진짜꿀잼!!!!드음편기대되네요..종대랑 여주가 아련아련..
10년 전
marryme
안녕하세요, 독자님! 어제 가장 먼저 달린 댓글이라 어서 비회원 댓글이 모두 공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렇게 좋은 감상평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제가 독자님의 처음이라니 괜히 기분이 들떠요.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욱더 발전해 좋은 글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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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marryme
안녕하세요, 인 님! 세상에 존재하는 몇 가지의 무서운 것들 중에서 편견이 정말 무섭죠. 편견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할 수 없게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다른 것은 나쁜 게 아니죠. 세상 사람 모두가 알아야 될 사실인데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 해서 참 아쉬워요. 앞으로 종대가 아이들의 편견에 맞서는 날까지! 저와 함께 힘차게 달려주세요.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10년 전
독자2
ㅠㅠㅠ 모입니다! 종대가 학교를 안나왔다니 단순한 감기가 아닌듯한 느낌은 뭐죠 ㅠㅠ 불안불한 하네요 ㅠㅠ 구독료가 없음에도 좋은 글을 보여주시는 메리미님 감사합니다~
10년 전
marryme
모 님! 이번 편도 구독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 속에서 종대는 단순한 것에 상처 받기 쉽고, 많이 여린 아이에요. 상처의 원흉이 다음 편에 공개 될 예정이니 다음 편도 많이 예뻐해 주세요. 부족한 글임에도 힘나는 응원 해주시는 모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남은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10년 전
독자3
우와ㅜㅠㅠㅠㅠ좋은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10년 전
marryme
안녕하세요, 독자님! 저야말로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힘나는 감상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10년 전
독자4
글 분위기가 서정적으로 느껴지네요 문체도 차분하니 깔끔해서 보기가 너무 좋아요ㅎㅎ 종대의 순수함이 잘 포현되고 여주한테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요ㅎㅎㅎ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써주세요♥
10년 전
marryme
안녕하세요, 독자님! 문체 칭찬은 언제 들어도 낯간지럽지만 듣기 좋은 말인 것 같아요. 동시에 한편으로는 더 발전하라는 의미의 달콤한 채찍 같기도 하구요. 달게 받아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같이 달려주세요!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10년 전
독자5
소설읽는 기분이네요. 문학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기도 하고. 담담한 문체가 좋아요! 지금은 9살때의 이야기라면 19살의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여주가 당당하고 착한 아이같아요. 원래 남 눈치보느라 이렇게 챙겨주기 쉽지않을텐데. 종대의순수함을 알아차려주는것보면 어른스러운 아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10년 전
marryme
안녕하세요, 독자님! 소설 읽는 기분이라니 과찬이세요. 달게 받고 좀 더 좋은 글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앞으로 저와 함께 달려나가 주세요! 애초에 시놉시스를 잡을 때 과거 아홉 살의 일화들과 열아홉인 현재를 번갈아 가며 일화 형식으로 풀어 내려고 했는데 작성하다 보니 전개상 그렇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홉 살의 이야기들만 쭉 풀어가고 있는데 머지않아 열아홉의 이야기도 서서히 하나 둘 나올 거예요. 여주의 성격을 정확히 캐치하신 것 같아요. 또래 아홉 살의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성숙한 면들이 없지 않아 많이 있죠. 좋은 감상평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10년 전
독자6
다른 글과는 다른 이글만의 뭉클함이 있는 것 같아요ㅜㅜ 브금도 되게 잘 어울리고!! 종대야 아프지망ㅜㅠㅠㅠ 자녈이 이 누나한테 궁디팡팡을..☆
10년 전
marryme
안녕하세요, 독자님! 뭉클함이라니.. 좋은 표현 감사드립니다. 노래는 12월의 기적 오르골 버전이에요. 노래 자체도 좋지만 여주와 종대 사이를 잘 나타낼 수 있는 곡 같아서 골라봤어요. 좋나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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