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탤총] 정신병동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2/f/82f677403c12d898c144c38c5f125f6b.jpg)
[블락비/탤총] 정신병동
"…이민혁"
"응. 우리 태일이, 아직 생각 정리 안 됐어?"
"야, 당장 풀어줘. 나 우울증같은것도 없고, 당연히 정신병도 없는데. 대체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건데."
오늘로 태일이 정신병동에 끌려오다시피해서 갇힌 지 일주일하고도 이틀 더 된 날이다. 대체 내가 왜 이곳에 갇혀있어야 하는 것인가. 저가 민혁에게 뭐 실수한 일이라도 있나, 재산 문제때문인가? 재산문제라면 자신이 아끼는 민혁에게 조금 더 양보하겠다고 하자 민혁이 아니라고하며 서로서로 더 가지라며 훈훈하게 끝났던 일이다. 정신병동에 있는동안 의사는 3일동안 약을 주었던 날도 있었다.이게 뭐냐 물었더니 감기약이라고. 어차피 태일 씨 정신병도, 우울증도 없는데 감기약이라도 드시라며 내밀었던 그 날이 생생하다.
의사도 태일이 정상인이라는 것을 알면서. 이곳에 가둬두고 있는 이유를 태일은 정말 몰랐다.
그저 자신은 여느 때와 똑같이 집에서 TV를 틀어 무미건조한 집 안을 예능프로그램의 웃음소리로 채우고, 요즘 친하게 지내던 대학 후배인 지훈과 메세지 몇 개를 나누며 라면을 두 봉지 끓여 먹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고, 태일은 인터폰을 확인했다.
우지호.
우지호가 왜 여길 왔지. 분명 지호와 태일의 관계는 1년 전에 다 끝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 왜 여기에 왔지? 태일은 인터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거기, 태일이 형 집이죠?!'
"뭐야, 너 여긴 어떻게 알고, 왜 왔어 우지호."
'형!! 사, 살려줘요!!"
뜬금없이 집으로 찾아와선 살려달라니, 이건 무슨 상황이야. 아무리 전 애인이라도 정이 있는지라 태일은 알겠다며 인터폰을 끄고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지호가 들어오나 싶더니 옆에 건장한 사내 둘이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왔다. 상황파악이 덜 된 태일이 놀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자 사내 하나가 태일의 위로 올라타더니 이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으, 으…무…뭐야 너……."
"이태일. 너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우리 따라갈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태일의 눈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핑핑 돌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만 계속 이러고있으면 죽을 것이라는 것만 인지하고 있었다.
"따…따라갈,게. 커헉…"
"야, 이민혁 이제 그만 해라. 이태일 죽는다."
"그래, 형. 태일이 형이 따라온다고 그랬잖아요."
"알았어. 근데 우지호 너."
"왜요, 형."
"너 이태일한테 다시 들러붙으려는 속셈인거냐?"
"…그건 형이 알 바가 아닌 거 같다만 말이죠."
"이태일한테 집적대지 마라. 내가 지금 이러는 이유가 뭐때문인데."
"…재효 형, 태일이 형 데려가죠."
태일의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던 민혁이 다시 내려왔고, 지호와 재효가 태일의 양 팔을 각자 한 쪽씩 잡고는 태일을 일으켜 세워서 거의 집을 나섰다. 아파트를 빠져 나오니 아파트 앞에는 구급차가 정차해 있었다. 태일이 그 차가 구급차인지 승합차인지 구분도 하기 전에 셋은 태일을 구급차에 실은 뒤 기사에게 어서 병원으로가자고 재촉했다.
그렇게해서 이 지옥같은 정신병원에 들어오게 된 태일은 죽을 지경이었다. 매일 조그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나갈 수 없는 태일을 약올리는 듯 했고, 병원 측에서 연락까지 통제해 버리니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지훈이 보고싶다.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에 민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너. 진짜. 내가 왜 이러는지 아직도 몰라?"
어. 정말 모르겠어. 대체 너 왜 그래? 울 듯한 표정으로 민혁을 계속 쳐다보던 태일이 한숨을 쉬고방 한켠에 누추하게 놓인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물론 태일이 병동에 갇히고 9일동안 아무것도 안 한건 아니었다. 하룻동안은 대체 왜 이곳에 왔나 멍하니 있긴 했지만 이튿날부터는 어떻게 해서든 이 병동을 나가려고 간호사를 붙잡고 대체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한이 서린 목소리로 따져보기도 했고, 약을 복용하라고 하는 의사에게 다시 약을 던진 적도 있었다. 물론 그 뒤에는 진정제를 억지로 투여받아야 했다. 그 때 의사가 내 손을 잡고는 뭐라 했더라.
태일 씨, 저도 태일 씨 괴롭히는거에는 취미가 없습니다. 보호자 분과 대화를 잘 나눠보시는게 어떻겠어요? 비록 제가 제 이름 두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여기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태일 씨가 이곳에서 나가신다면 저도 이쪽 일에서 손 씻고 박경, 내 이름 걸고제대로 된 환자들을 돌보고 싶습니다.
하, 까고 있네. 그런 진정제를 놓으면서 이런 말을 지껄였던 박 의사를 생각하니 다시 울컥. 하고는 억울함이 솟구쳤다. 나랑 함께 이 병원을 나가서 뭐 어쩌겠다는건데, 여기서 나가도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의사다. 태일이 아픈 머리를 휘저었다. 5일 째 되는 날 태일은 탈출도 시도했었다. 민혁의 면회가 있다며 간호사들이 면회하라고 태일을 데리고 가던 도중에 젖먹던 힘까지 쥐어 짜 정신병동 로비까지 도망갔다가 붉은 머리의 남자와 부딫혀 무산이 되었었다. 아직도 그 새끼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한다. 김유권. 열심히 도망가던 저에게 똥을 주었던 사람인지라 도저히 잊을 수 없다고.
정신병동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회상하고 있자니 민혁이 태일을 불러왔다.
"태일아."
"…뭐, 시발아. 그러고도 네가 가족이냐? 아아, 맞다. 우린 친가족이 아니지? 그래서 그런건가?"
"너는, 너는 나를 가족으로밖에 안 보냐… 내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저건 또 무슨 개소리야. 태일은 또 망치로 뒷통수를 맞은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얘네 아버지랑 우리 엄마랑 재혼해서 이뤄진 가정이지만. 태일은 민혁의 아빠를 자신의 생부처럼 따라왔었다. 태일과 민혁 둘 다 말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인지라 집 안이 오손도손한 느낌은 나진 않았지만 그들의 가정은왠만한 가정보다 더욱 화목한 가정이라고 자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재산 문제로 싸우지도 않았던 것이고.
대체 이민혁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여기 가둬둔 것인가.
"…태일아."
"……."
"내가…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한다고."
"…뭐?"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가족 이상으로. 친구 이상으로. …널 사랑한다고."
"그거랑 지금 내가 여기 있는거랑 무슨 상관인데."
"…나 좀 봐줘라. 나한테 오겠다고.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면 너 풀어줄게. 나도 너 여기에 이렇게 갇혀 있는거 너무 싫다. 막아봐야 할 사람들도 많고. 힘들어."
"…막아봐야 할 사람?"
"아 씨, 이거 말하기 싫은데."
"말 해. 당장."
"……표지훈. 표지훈이 너 없어졌다고 나한테 찾아와서 행패 부리고 갔어. 시발 그 새끼는 대체 너랑 무슨 관계길래 그러는건데."
지훈의 얘기가 나오자 태일의 얼굴이 굳는다. 민혁이 지훈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자신을 친 형처럼 대해주고, 챙겨줬던 지훈이라 태일은 지훈에게 각별히 애정을 주었다. 물론 애인까지는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가끔 농담으로 둘이 사귀냐고 물어볼 지경으로 둘은 가까웠다.
"그리고 안재효랑은 무슨 일 있었던거야. 걔가 너 괜히 여기 데려왔다고. 당장 다시 꺼내오라고 그러지."
"…안재효?"
"너 고등학교 동창 아니야? 들어보니 그런 거 같던데."
재효도 태일의 고등학교 생활 3년을 함께 한 친구인지라 재효라는 이름에 반응했다. 이민혁 너 아직 아무 짓도 안 했지. 어. 아직까지는 안 했어.
"나를 괴롭히는 놈들이 한 둘이어야지 무슨 짓을 하던 말던 하지."
"… 더 있다는 건가? 이제 더 이상 아는 사람도 없는데."
민혁의 얘기를 들어 보니 지호는 매일 면회를 오려고 하다가 간호사들에게 퇴짜를 맞고 병원에서 행패를 부리고 간다고 한다. 면회는 보호자만 된다고 하던가ㅡ. 그리고 빨간머리는 알바를 구하려 왔다가 태일과 부딫친 뒤로 이 병원에서 꼭 알바를 구해야겠다고 이 병원에 죽치고 앉아있다고 한다.
대체 이것들이 사람 하나를 두고 왜 이러는거야.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거야.
민혁이 태일을 따라 한숨을 쉬고 닫힌 문. 문이라기보다는 철창에 팔을 얹고는 답답하다며 가슴을 쳐댔다.
"태일아."
"…어."
"다시 생각해봐. 일주일 줄게."
"뭐를."
"너 나한테 와라."
"싫어. 싸이코 같은 새끼"
"……네 선택에 달린거야."
대체 뭐가 내 선택에 달린건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나한테 오지 않을거면ㅡ."
"……."
"너 절대 안 풀어줘."
잘자. 민혁이 씨익 웃고는 태일이 갇혀있는 정신병동을 나왔다.
장편 생각하고 큰맘먹고 독방에서 글잡 왔어요!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사랑합니댜S2
1~4는 독방에 있던걸 끌어올려서 조금씩 수정한거라
글에서 독방 단내가 날 수도 있을거 같네요!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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