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는 얼굴이 예뻐서 연예인하면 딱이겠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주변 어른들에게 줄곧 듣던 말이었다. 그땐 연예인이라면 그냥 TV에 나오는 사람들일 뿐이지 가수나 배우 같은 구체적인 직업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런 말을 듣고 자란 나는 당연하게 내가 연예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열다섯 때, 안무학원에서 박지민을 만났다. 여름방학이었고 엄마와 오랜 상의 끝에 등록을 하러간 날이었다. 엄마가 원장실에서 등록절차를 밟는 동안 나는 불이 꺼지거나 켜진 연습실 복도를 걸으며 구경했다. 박지민을 마주친 건 복도 맨 끝 연습실에서였다. 불이 켜져 있어서 들여다본 연습실 바닥에 남자애 하나가 책가방을 배고 누워있었다. 이마께에 땀이 맺혀있었고 이어폰은 한쪽 귀에만 꽂혀있었다. 반대편 이어폰은 실수로 밟기라도 했는지 부서진 채였다.
나는 단번에 그 애를 알아봤다. 2년 째 같은 반이던 박지민이었다. 2년 내리 개근상을 받은 나와 달리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서 자고, 퍽하면 수업을 빠져서 오히려 기억을 했던 것 같다. 그때까지 그 애와 나는 단 한 번의 접점도 없었다.
"너도 여기 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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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낯선 학원에 아는 애가 있다는 반가움에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박지민을 내려다봤다. 놀랐는지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면서 박지민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 박지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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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맞아."
"너두 가수 준비하는 거야?"
"응."
"꿈에도 몰랐네. 맨날 잠만 자는 줄 알았는데."
나는 연습실 뒤쪽의 앰프를 만지작거리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한쪽 벽을 채운 거울을 통해 기대앉으면서 희미하게 웃는 박지민의 얼굴이 보였다. 그게 우리가 나눈 첫 대화였다. 박지민은 MP3플레이어에 이어폰을 감아놓고서 머리를 한번 털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 사이로 학원 로비의 음악이 새어들어왔다. 팝송이었는데, 이제는 리듬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탄소야. 박지민이 내 이름을 부르며 운을 뗐다.
"너도 여기 다녀?"
"응, 다음주부터. 오늘은 그냥 등록하러 온 거야. 근데 너 내 이름도 아네. 모를 줄 알았는데."
"우리 학교에 너 모르는 애가 어딨냐."
"왜?"
"예쁘잖아."
……너도 그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애였구나. 그냥 그런 것들이 신기했던 것 같다. 평소에 워낙 무심하고 알 수 없는 애였어서 그랬을까. 학원 로비 쪽에서 나를 찾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서둘러 인사를 건네고 연습실에서 나왔다. 그때 코끝에 고였던 은은한 땀 냄새, 섬유유연제를 많이 넣고 세탁한 빨래향기와 어디선가 자꾸 쿵ㅡ 쿵ㅡ 하고 들려오던 비트, 한쪽이 부서진 이어폰 같은 것들은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온다. 그 꿈을 꾸면 늘 울면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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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친절한 자몽씨
(프롤로그를 먼저 읽으셔야 합니닷)
♡음악과 함께 감상하시면 좋습니다♡
박지민의 소속사와 우리 소속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연인사이가 아니라고 입장표명을 하고서야 헤프닝은 잠잠해졌다. 여전히 박지민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내 이름이 나오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도 박지민하면 나탄소고 나탄소하면 박지민이라고 애들이 놀려대곤 했는데 어쩐지 그때가 떠올라서 우스워졌다.
'위하여ㅡ!'
'와아ㅡ 수고하셨습니다!'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의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배우와 스탭끼리 가지는 종방연에 참석했다. 피곤했지만 여지껏 이런저런 이유로 회식을 피했으니 오늘은 꼭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우리 스탭들로 꽉 들어찬 고깃집은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말소리로 소란스러웠다. 나는 그나마 친한 배우들로 이루어진 테이블 끝에 앉았다. 아까부터 열심히 소맥을 타던 수영이는 불콰해진 얼굴로 내게 술잔을 건네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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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언니, 이번에 열애설 났다면서! 진짜에요?"
"아니야. 절대, 진짜, 절대로! 아니야 그거. 그냥 일방적인 거였어."
"에 뭐야~~ 조금 아깝다.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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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그 방탄소년단이 여기 오고 싶다는데 괜찮아? 근처라는데 술이 먹고 싶은지 잠깐만 들리겠다고 자꾸. 감독님은 괜찮다고 너희한테 물어보라시네."
아까부터 계속 전화를 받으러 가서 정신이 없어보이던 형식오빠가 뜬금없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와 진짜요? 완전 괜찮죠. 방탄소년단 누구요? 수영이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가 그런 인맥도 있었나? 그래도 박지민은 아닐 거라고 애써 마음을 달래며 형식오빠의 다음 말만 기다렸다. 나는 박지민만 아니면 딱히 상관이 없었다.
"뷔 알아? 태형이라고. 예전에 드라마 찍다가 친해졌거든."
"알아요 알아요! 불러요. 안 될 거 없지. 그쵸 언니?"
"응, 괜찮아요 오빠."
"크, 얘들아 고맙다. 그런 의미에서 짠할까?"
형식오빠가 술잔을 들어서 우리는 또 건배를 하고 술을 때려부었다. 빈속에 술만 자꾸 들어가니 내가 허공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삼겹살은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뷔라면 어제 음악방송 인터뷰에서 마이크를 잡은 남자였다. 그전에도 화면으로 얼굴을 봐서 익히 봐서 잘 알았다.
술잔이 계속 부딪히고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 쯤, 출입문이 열리고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꽁꽁 가려도 누군지 한눈에 보이는 때깔이었다.
"태형아! 여기!"
형식오빠가 손을 들며 부르자 우리 테이블을 발견한 김태형은 따라서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감독님이며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오느라 우리 테이블까지 도착하는 데까진 한참 걸렸다. 김태형은 수영이에게 처음 뵙겠습니다 한 뒤에 나를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탄소년단/박지민] 박지민이 내가 좋대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9/09/15/b55b12a126415a806b905f5b3078d2dc.gif)
"어? 안녕하세요. 이 테이블에 계셨네."
"아 네…… 우리 어제도 뵀잖아요. 그쵸?"
"아 맞아요. 어제 정국이가 실제로 첨 뵀다고 엄청 난리쳤는데."
김태형이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착석했다. 형식오빠는 이모 여기 술잔 하나만 더 주세요! 하고 벨을 눌렀다. 김태형은 왠지 기분이 좋은 듯, 종방 축하한다고 고생 하셨다며 우리 테이블 사람들에게 한번씩 다 술잔을 채워주었다. 스탭들은 오~~ 방탄소년단~~ 하면서 취기 섞인 환호를 했다.
"근데 넌 컴백했다는 애가 왜 이렇게 한가하냐."
"아냐. 다음주부터 겁나 바빠. 이번주만 시간 나는 거지…… 아무튼 오늘 술 엄청 땡겼는데 갑자기 약속 파토 나가지고. 혼자 혼술 해야 하나 싶었거든. 진짜 고마워 형."
"그래 짜샤. 그래도 탄소랑은 구면이랬지?"
"응 어제 뵀어. 그런 의미로 짠?"
의미는 개뿔 그냥 술이 마시고 싶은 것 같은데. 종업원이 가져다준 김태형의 술잔에는 내가 소주를 따라줬다. 김태형은 곧바로 술잔을 치켜들어서 나는 또 술을 때려넣을 수밖에 없었다. 연예계가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민과 나는 한때 사랑하는 사이였고, 그런 박지민과 같은 그룹의 멤버가 또 내 동료와 친한 사이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 같이 술잔을 부딪히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오빠, 수영이 얘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술자리가 무르익자 처음부터 술기운이 올라있던 수영이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테이블에 엎어져버렸다. 나는 바로 옆 테이블의 수영이 매니저를 불러서 SOS를 요청했다. 형식오빠가 수영아! 집에 가서 자라! 하며 엎어진 수영이의 머리 위에 냅킨으로 접은 학을 올려두었다. 어쩐지 오빠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방탄소년단/박지민] 박지민이 내가 좋대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9/09/16/ffff5583c76520b2a46b6b5066e7e628.gif)
"얘가 아직 어려서 회식인데도 죽자고 마신다니까. 아주 무서워죽겠어."
"근데 또 술은 약해서 괜찮잖아요. 얼른 마시고 얼른 가고."
![[방탄소년단/박지민] 박지민이 내가 좋대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9/09/16/d8af00b5912c98423d9d7a6bcc0d13e7.gif)
"아 탄소씨는 잘 마시나 봐요?"
"네? 아니여? 절대 아닌데여."
김태형이 눈을 번뜩이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면 큰일 날 것 같아서 격한 부정을 해버렸다. 매니저오빠가 수영이를 부축하고 나가자 형식오빠가 거든다고 벌떡 일어났다. 순식간에 테이블 구석에 김태형과 나만 동떨어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술자리 인원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내가 술자리에서 이만큼 오래 버티고 있었다니 스스로 기특해졌다.
"드라마 엄청 잘 봤어요. 연기 장난 아니시던데. 저희 멤버들 요새 그 드라마에 빠져서 뒤늦게라도 꼭 챙겨보잖아요."
"아, 그래서 정국씨가 신기하다구 하신 거구나."
"멤버들이 탄소씨 엄청 팬이에요."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태형이 허물 없이 대화를 이어나가서인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주변에서 몇몇 스탭 분들이 인사를 하고 술을 따라주며 오고갔다. 스탭들을 대하는 김태형은 성격이 정말 좋아보여서 이 사람이 얼마나 사랑 받고 자랐는지 느껴졌다. 종내는 서로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박지민이 내가 좋대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3/07/22/697059f910f808a7415cdeb0bc7c2cac.gif)
"지민이 있잖아요. 걔도 드라마 엄청 열심히 봐요. 그래서 그때 탄소씨 이름이 튀어나왔나봐. 알죠? 오디오스타에서 걔가 한 말. 걔도 진짜, 얼마나 팬이냐면 한번은 드라마에서 탄소씨가 우는데 걔가 조용히 따라 우는 거예요. 첨엔 진짜 놀랐는데 나중엔 너무 웃겨서 하루 종일 놀렸잖아요. 그거 나만 봐서 다행이지 진짜."
"……울어요? 그랬어요?"
네, 아 근데 이건 비밀이에요. 걔 내가 이거 탄소씨한테 말한 거 알면 완전 방방 뛸 걸. 김태형이 뭐가 그렇게 웃긴지 끌끌거리며 내 술잔을 채웠다. 내심 놀랐지만 티내지 않으려고 술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야야, 너네 동갑인데 이제 그만 말 놔라. 부산스럽게 돌아와서 앉는 형식오빠 때문에 대화는 일단락 되었다. 박지민이 내 드라마를 챙겨보고 있을 거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가 데뷔한 걸 알기는 할까? 라고 의구심을 품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박지민은 나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그 사실이 술기운으로 올라와 눈물이 핑 돌아서 혼났다. 나는 애씨 눈을 여러번 깜빡이며 형식오빠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수영이는 잘 보냈어요?"
"여명 하나 사서 쥐어주고 보냈어. 덕분에 나 술 다 깼다. 쟤 이제 세잔 이상 마신다고 하면 주둥이에 재갈 물려라."
어련히 힘들었는지 형식오빠가 글라스에 소주를 부었다. 김태형과 왠지 불안한 시선이 엇갈렸다.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그런 눈빛으로 김태형을 쳐다보자 김태형이 센스 있게 형식오빠의 술잔을 뺏어들었다.
"이거 아저씨들이나 하는 짓이야 형."
"아저씨라니……"
![[방탄소년단/박지민] 박지민이 내가 좋대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9/09/17/25dd05e1777d1e07e43badb1b8c102e6.gif)
"근데 탄소씨도 95년생이에요?"
"어떻게 알았어요?"
"동갑이라길래. 그럼 말 놔요 편하게."
"그래 그럼."
놓으라고 해서 놓았을 뿐인데 김태형이 빵 터져버렸다. 와 진짜 쿨하다. 하고 홧김에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바닥까지 들이댔다. 얼결에 하이파이브를 쳐주자 휴대폰을 들이밀며 전화번호 좀 찍어달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박지민이 내가 좋대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9/09/17/94d41bb715bc2b3dbcf9e539820c6859.gif)
"시간 맞으면 자주 보자. 가끔 형도 껴서."
"뭐야, 왜 나는 가끔이야 김태형."
술기운에도 번호는 또박또박 입력해서 김태형에게 건넸다. 김태형이 나에게 전화를 한번 걸었고 나는 나중에 저장하자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눈앞에서 웃고 있는 김태형의 얼굴이 두세 개로 겹쳐서 보였다. 번호까지 줄 생각은 없었는데. 김태형의 친화력 때문인지 어쩌다 친구까지 먹어버렸다. 이제 더는 마시지 말아야 겠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읽어주시고 예쁘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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