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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교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들의 노트나 다이어리, 일기장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흔히 있는 도난사건인 줄 알았다. 학생들의 원성에 선생님은 씨씨티비를 확인해서라도 잡겠다고 엄포를 내렸지만 교실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교실 안은 카메라가 없어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도난사건이 일어나고 3일 후. 더 큰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 정문 앞 게시판에 노란 벽보가 붙었다. 진부한 공지만이 올려졌던 게시판에 도난 당한 아이들의 다이어리 내용이 스캔되어서 올라와있었다. 괜한 놀림거리를 찾기위한 일이 아니라 해서는 안될 일을 했을 경우의 사건 증거로 사용되어 올려진 경우가 많았다. 처음의 벽보내용은 그저 친구 2명의 흔한 마찰이였고 아이들은 일상적인 대화거리로 넘겼다. 하지만 그 두명의 마찰이 심해져서 부모님들의 항의까지 올라와 선생님들은 회의를 통해 그 범인을 반드시 잡아내어서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방송과 안내문을 통한 경고를 보낸 상태였다. 하지만 범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더 나아가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뒷봉투를 받는 장면을 파파라치식의 사진을 벽보 한가운데 올려놓자 선생님들도 충격을 받고 쉽게 건들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그 선생님은 퇴직하게 되었고 돈봉투를 건넨 부모의 자식도 강제전학이 된 상태가 되었다. 우리들 사이에선 그 또는 그녀를 비밀도둑이라 말했다.

 

 

 

 

 

 

 

 

들려오는 이야기만해도 아이들은 비밀도둑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았다. 비밀 도둑은 교과서 귀퉁이의 끄적거린 단어 하나로 실마리를 잡고 사건을 찾아내는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인재 아닌 인재였다. 학교에 있는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까지 전부 긴장 상태거나 다른사건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나도 역시 궁금은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않았다.

 

 

 

 

 

 

 

 

 

 

 

 

" 9시에 3학년 학생회 회의가 있습니다. 3학년의 모든 학급 임원들은 필히 참석부탁드립니다. "

 

 

 

 

 


회의 참석을 하라는 안내방송이였다. 우리반 실장이였던 나는 손목에 있던 시계를 한번 보았다. 아직 많은 여유가 있었다. 손을 깍지를 끼고 의자에 등을 대고 편안히 푹 기대었다. 오세훈이 완전히 뒤로 돌아 내 책상에 손을 기대고 게임하는 모습을 아무 생각없이 보았다. 맨날 게임하느라 핸드폰을 손에 달고 사는 애가 매번 나와 성적 경쟁을 하겠다며 의지를 다지던게 어제였던 것 같은데 여전히 게임과 전쟁중이다. 한심하기 보단 어떻게 해서라든지 제 살길을 살아갈 아이라는 걸 느낀지 오래였기때문에 별 걱정은 들지 않았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김종인에게 눈길이 닿았다. 그는 학교 전교회장이였다. 오세훈만큼이나 제일 친한 친구이지만 그런 친구가 전교회장 자리에 있으면 오글거리고 이상한 기분일 것 같아 나는 사실 다른반에 있는 도경수를 뽑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이들의 등에 떠밀려 나간 김종인이 당선되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김종인은 성적도 굉장히 좋았고 선생님에게 듣는 칭찬도 자자했다. 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은 김종인의 외모 때문에 뽑은 이유의 절반이라도 될 것 같았다.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김종인과 친하기도 했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것을 나만 간과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멍하게 다른 생각을 하던 도중 비밀도둑에 관한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다.

 

 

 

 

 

 


" 비밀도둑때문에 시끄럽네. "

 

 

 

 

이번 학급회의는 아무래도 비밀도둑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연이어 언급되는 비밀도둑이 또 벽보를 올렸다는 말에 학교가 들썩거리자 나도 괜히 서랍장 안에 있는 다이어리를 확인하게 되었다. 책상 밑 서랍장에 쌓아두던 자습서와 책을 책상 위로 올려두고 손을 내려 더듬거리며 다이어리를 찾아내보았다. 몇번을 더듬어도 그 특유의 다이어리 재질은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머리를 숙여 서랍장을 확인했다. 있어야 할 다이어리가 보이지 않았다. 심장이 아래로 곤두박질쳐졌다. 인상이 구겨졌지만 입술을 한번 깨물어내고 미간에 힘을 풀었다. 혹시나 사물함에 넣어두지 않았을까 재빨리 의자를 밀어내고 교실 뒤로 잰 걸음을 한 채로 걸어갔다. 사물함 앞에 섰다. 걸려있던 자물쇠의 번호를 하나하나 눌러갈 수록 손에 땀이 젖기 시작했다. 마지막 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어깨 위로 손이 턱 하고 올려졌다.

 

 

 

 

" 악!!!! "

 

 

 


어깨 위의 손을 반사적으로 쳐내었다. 그 손의 주인공은 변백현이였다. 아이들의 시선은 대부분 뒤쪽으로 쏠려있었고 변백현은 손이 쳐내진 것이 무안했는지 헛웃음을 지어보인다. 나는 귀신을 본 것 처럼 숨을 헐떡였다. 변백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진정을 하며 헝크러진 머리를 다시 귀에 꽂았다. 변백현은 눈썹을 한번 찡그리더니 입을 떼었다.

 

 

" 왜 이렇게 놀라. "
" 아니. 왜. "
" 내가 니 얼굴 보러오는 것도 이유를 들고 다녀야했나. "

 

 


어떠한 말도 덧붙일 수 없었다. 가만히 있던 나를 보고 변백현은 잠깐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들고 내 얼굴에 눈길을 주다가 말을 잇는다.

 

 

" 체육복 좀. "
" 내 체육복? 왜. "
" 배현아 빌려주게. 빨리. "

 


나와 사귀는 사이라고 아는 아이들 앞에서 대놓고 배현아에게 체육복을 줄거라며 나에게 망신을 주려는 모양인가보다. 이러는게 한 두번이 아니였다. 어차피 나는 변백현을 좋아하지도 좋아한 적도 없었고 변백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나쁜새끼 변백현, 남친이 바람나도 가만히 있는 여자친구 OOO 으로 낙인 찍히며 동정 받는 것과 더불어 제 속사정 중 단 한 줄도 꺼내지 못해 답답해하는 나를 흥미롭다는 듯 속으로 희열을 느낄 변백현이 짜증날 뿐이였다. 잠겨있지 않은 오세훈 사물함에서 내 체육복을 꺼내 변백현에게 건넸다. 그 외의 말을 덧 붙이지도 않고 체육복만 받고 뒤돌아 가버린 변백현이 다시 뒤돌아 무언갈 잊은 듯이 표정을 해보였다.

 

 

 


" 이제 밥 따로 먹자. 아예. 등하교만 같이하면 되잖아. 알았지? "

 

 

 

내 대답은 필요하지도 않다는 듯 변백현은 바로 뒤돌아 갔다. 그 걸음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갑갑해지는 기분이였다. 언제쯤 변백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숨 섞인 호흡을 내뱉고서 자물쇠의 마지막 비밀번호를 누르자 딱 맞아떨어지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자물쇠 고리부분이 열렸다. 자물쇠를 돌려 빼내었다. 변백현이 왔다 가서인지 어디선가 시선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았다. 변백현의 재수없는 행동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이어리에 온 신경이 갔다. 차분히 다음 교과 책을 찾는 척 했다. 다이어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티낼 것 까지야 없었다. 오히려 나에게 실이 될게 분명했기 때문이였다. 그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된다면 아이들 입에 오르내릴게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역시 이곳에도 다이어리가 없었다. 이번교시에 필요도 없는 교과목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자물쇠를 다시 걸고선 제 자리로 돌아왔다. 한번 더 서랍을 확인해도 다이어리는 흔적도 없다.

 

 

 

 

숨기고 있던 비밀이 벌써부터 탄로나는 기분에 휩싸였다. 잘 살던 우리집이 하루 아침에 망한 사실을 아이들이 아는 것은 어떤 자존심 때문인지 제발 그것만은 밝혀지질 않길 바랬다. 변백현이 우리집 사정을 아는 건 아무렇지 않았다. 지금 우리집을 먹여살리는것은 변백현 집안이였고 우리 집안에 쓰이는 돈은 변백현 집안에선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변백현은 그 사실을 지금처럼이라도 매번 이용하고 희락을 즐기는 아이였기 때문에 쉽게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을 거란 것 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이어리안의 내용은 반이 변백현 욕이였고 반은 내 가정사에 대한 비관이였다. 다이어리가 다른아이들의 것 처럼 스캔되어 만천하에 밝혀지게 된다면 나는 처절하게 무너질 것 이다. 심장이 마구 뛰다못해 너덜너덜 해지는 것 같았다. 습관처럼 손톱을 절로 물게되었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오세훈이 뒤로 돌아 요란한 게임소리와 함께 물었다.

 

 

 

" 뭐 잃어버렸냐? "
" 어? "
" 뭐 찾는거 아니야? "
" 어? 아. 미적분 책이 없어져서. "
" 거기 있네. "

 

 

 

변명을 한 것도 책상 위에 있는 교과서로 둘러댔나보다. 오세훈이 눈짓으로 책상 위를 가르킨다. 내가 이상했는지 오세훈 옆자리에 있던 김종인도 뒤를 돌아 나를 본다. 김종인과 눈이 마주치고 입술을 깨물고 있던 걸 풀어냈다. 애꿎은 내 입술만 불쌍해졌다.

 

 

 

" 아, 이게 여기있었네. 괜히 사물함까지 뒤졌잖아. 알면 진작에 말해주지. "
" 뭐래. "

 

 

 

재빨리 머리를 굴려 이것저것 적당한 핑계거리를 쥐어 짜냈지만 당황을 해서 인지 평소와 다르게 오바를 해버렸다. 괜히 몇번씩이나 게임에 눈이 팔린 오세훈에게 눈치를 봤다. 오세훈이 갑자기 핸드폰을 내렸다. 나는 시선을 황급히 돌렸다.

 

 

 


" 아, 죽었다. 야 너 시험기간이라고 얼 빠진거 아니냐. 솔직히 이번 시험 기간 졸라 짧아. 에바. "
" 그러게. "

 

 

 


시험에 대한 생각은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다른 생각으로 머리 속이 개 한마리가 집을 뒤집어 놓은 것 마냥 어지럽혀졌다. 혹시나 집에 두었는가 머리를 굴렸지만 집에 둔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 뒷 목 혈관이 확 좁아지는 느낌에 한참을 고개를 젖혀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얼마가 지나고 괜찮아진다 싶어 고개를 내리자 김종인과 시선이 맞았다. 나는 뭐. 라며 짧게 말을 붙이지만 김종인은 아무 표정이 없다가 슬금 헤실헤실 웃음을 보였다. 뭘 웃어.

 

 

 

 

 

 

비밀도둑

 

 

 

 

 

 

회의실로 가기 전에 자판기에서 김종인이 뽑아준 음료를 들고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이제 변백현과 밥을 먹지 않고 너네랑 먹을 거라는 내 말에 크게 반색하며 그럼 오늘 나가서 먹자는 김종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평소에 내가 변백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오세훈, 김종인은 그저 오래 사귀어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을 할 것이기에 크게 변명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회의실 앞에 다다르자 김종인이 걸음을 멎더니 말 한다.

 

 

 

" 회의실에 음식물 반입금지야. 이거 먹고 가자. "
" 그래 그럼. "

 

 

 

캔 뚜껑을 따고서 몇 모금 들이킨 후 음료수를 입에서 떼어내니 김종인이 벌써 음료를 다 마시고 손으로 캔을 구기고 있었다. 김종인이 시계를 확인 하며 쓰레기통에 다 먹은 캔을 버렸다. 그리고선 나를 보더니 아, 하고 외마디를 남긴다.

 

 


" 왜? "
" 종치고 들어오면 벌금인거 알아? "

 

 

 

그 말과 동시에 종이 쳤다. 내가 마시던 음료를 어디다 둘지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김종인이 먼저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큰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나는 결국 창문 밖으로 반도 마시지 못한 음료를 버리고 김종인과 똑같이 캔을 구기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아직 종소리가 끊기지 않을 때였다. 회의실 문고리를 돌리고 힘을 주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이 잠겼나 하며 문을 다시 힘주어 열자 문이 한번 들리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다시 닫힌다. 김종인이 일부러 벌금 운운한게 장난치려고 그런거라는 걸 깨달았다. 종소리가 완전히 끝나고 문을 한번 더 몸에 무게를 실어 열자 순간 김종인이 문 앞에서 나온건지 문이 가볍게 열리고 몸 전체가 회의실 안쪽으로 넘어질 듯 기울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덜컥 감아버렸다. 큰 충격은 가해지지 않자 눈을 떴다. 김종인이 내 어깨를 부축하고 있었다. 날 부축하던 김종인은 웃겨죽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나도 무식하게 몸무게를 다 실어 문을 열려고 한 게 어이가 없어 김종인을 따라 가볍게 웃으며 장난 섞인 말로 죽는다? 라며 가볍게 배를 쳤다. 그와중에 변백현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애써 피하고 김종인을 자리로 밀었다.

 

 

 

 

회의실 안은 이미 임원들로 꽉 차있었고 나와 김종인 자리만 비어있었다. 김종인이 웃음을 힘겹게 가라앉히고 먼저 제 자리를 찾아갔고 나는 그 뒤를 쫓았다. 나는 당연스레 변백현 옆자리였고 전교회장인 김종인은 세로로 긴 책상에서 가장 중앙자리에 있는 곳이였다. 꽉 들어차있는 머리들을 보니 이유없이 갑갑해졌다. 뒤 돌아 뛰어나가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발은 제 자리로 움직였다.

 

 


" 야. 뭐해. "

 

 

 

당연시 되어있던 회장자리를 놔두고 변백현 옆자리를 꿰차고 있는 김종인에게 한 말이였다. 나 뿐만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의아하다는 눈치였다. 정말 모르는건지 아니면 능청스럽게 행동하는 건지 앞에 있던 문서자료를 정리하던 김종인이 아, 하며 외마디를 흘리더니 말을 이었다.

 

 

 

" 맨날 저기 혼자앉는거 부담스러워서. 오늘은 내가 여기앉을게. 괜찮지? "

 

 

 

김종인은 마지막 괜찮지? 라는 말을 변백현에게 시선을 두며 말을 했다. 변백현은 의자에 누울듯한 자세를 일으키며 쥐고있던 펜뚜껑을 두어번 치며 별로 상관 없는 듯 그래라. 하며 앞에 두고 있던 자료에만 눈을 두었다. 나는 본래 김종인 자리에 앉았다. 일반 임원들의 의자와 다르게 푹신한 쇼파로 되어있었다. 자리에 앉자 느껴져오는 편안함에 교실까지 이 쇼파를 가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앉은지 3초만에 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어처구니없었다. 연이어 김종인의 회의 시작하겠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 회의는 아무래도 같은 지역 학교들이 모두 알 만큼 범위가 큰 일인 비밀도둑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찬반논쟁이 거셌다. 절반은 그벽보로 인해 전학이나 자퇴한 사람이 많고 고3인 아이들에게 학업방해가 된다는 의견, 절반은 진실은 밝혀져야하고 벽보에 올라오는 내용이 해로운 것이 아니고 지적할 만한 것이라고 하는 의견. 둘로 나뉘었다. 찬성과 반대는 거의 비슷한 비율이였다. 나는 처음엔 벽보를 찬성하는 입장이였다. 다이어리가 없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랐다. 어서 빨리 반대의견이 더 모아져서 내 다이어리의 내용이 섞여 올라가기 전에 비밀도둑의 행동을 그만두도록 멈추게 하고 싶었다.

 

 

 

 

" 어떻게 생각하세요. 6반 실장님. "
" 네? "
" 넌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
" 아. "

 

 

 

김종인이 말하는 6반 실장은 변백현이였다. 변백현은 만사 귀찮다는 표정을 하다가 턱을 괴고선 몇번 입술을 몇번 훑더니 벽보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벽보 없앴으면 좋겠는데요. "
" 이유는요. "
" 괜히 비밀없는 사람도 다음 타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학교 이미지도 안좋아진다는 얘기도 자자하고. "
" 궁금한게 있는데 세상에 비밀없는 사람이 정말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도 없고? "
" 예? "
" 방금 비밀 없는 사람도 라고 하셨잖아요. "
" 네 없는데요. "
" 정말요? "
" 뭐하자는거야. "
" 아, 전 벽보 찬성쪽인데 그거에 대해서 의문이 생겨서 물은거예요. 기분 상했으면 미안합니다. 그리고 6반실장님. 회의시간에는 존댓말이 원칙입니다. 우선 수업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으니까 회의는 여기까지하고 의견조율은 다음 회의 시간에 더 하도록할게요. "
" 기분 상했는데 어쩔건데. 미안하다 한마디면 다냐?
" 아 6반 실장님. 회의 시간에는 존댓말이 원칙이예요. 여기까지 할게요. 수고했습니다. "

 

 

 


변백현의 불같은 성격은 죽지 않았다. 아니면 그의 성격은 정말 사소한 하나라도 자신이 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고 죽어라 싸우고서야 결판짓는 성미였다. 변백현은 죽일 것같이 대드는데 김종인은 벽처럼 아무반응도 안보이고 회의자료를 들고 일어선다. 거기에 더 화가 난 변백현이 김종인 멱살을 잡았다. 김종인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변백현 얼굴에 던졌다. 결국 변백현이 김종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아프지도 않은지 김종인은 그 무표정으로 곧이 곧대로 머리를 정면을 두며 제대로 가누었다. 김종인의 그 무표정이 이제 오히려 음험해 보이기 까지했다. 나는 말릴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로 둔탁한 소리와 흔치 않은 광경에 쉽게 놀라서 서있을 뿐이였다. 보다 못한 남자아이들이 둘에게 가 둘을 최대한 멀리 띄어놓았다.

 

 

 

 

" 넌 이래서 안되는거야. 사소한거 하나라도 누르면 참을 줄도 모르고 정곡 찔린 것 마냥 이렇게 큰 반응 보여주고 재밌네. "
" 뭐? "
" 아무도 말 안 해주니까 모르나보다. 아빠 명예로 먹고 사는 자식새끼라서 그런가. "
" 이 시발새끼가!!! "

 

 

 


다시 한번 김종인의 고개가 돌아갔고 변백현에게 맞은 곳 그대로 더 붉게 달아오르더니 입가에 피가 슬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종인은 손으로 피를 훑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변백현에게 시선을 둔다. 이상하게도 김종인도 변백현을 때릴법도 한데 그의 손 끝 하나 건들지 않았다.

 

 


" 왜 화를 내는건지 모르겠네. 지가 남들한테 주는 상처는 생각도 안하고. "
" 입 안 다물어? "
" 내가 비밀도둑이였으면 니 비밀부터 공개할걸? 벽보에 올라갈 쓰레기 중에 최고 쓰레기 여기에 있는데 왜 건수 하나 안잡나 몰라. "

 

 


변백현은 폭발할 듯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핏줄이 바짝 섰고 아이들에게 잡힌 팔을 풀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듯 보였다. 그에 비해 가만히 있는 김종인 주변의 아이들은 김종인을 전혀 잡지 않고 있었다. 마치 판사 앞에 데려놓은 범인같은 행태였다.

 

 


" 아마 다음 회의에 6반 실장님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참여 못 할 것 같네요. 변백현을 제외한 나머지 임원분들은 다음 회의때 꼭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가자. "

 

 

 

 


김종인이 나에게 시선을 두며 말을 했다. 나는 얼떨결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김종인 뒤를 따랐다. 회의실을 빠져나올 때 무심결에 보인 변백현은 무척이나 허탈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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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뭔가 소설책 읽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지금 고기먹고 쓰, 차로 이렇게 나마 글을 남깁니다 ㅠㅠ 잘읽엇습니다~ ㅠㅠ
10년 전
독자2
재밌어요!! 근데여주비밀이안들켰으면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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