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시선이 내 팔뚝에 닿았을 적엔 우리반의 오세훈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학기 초에는 그저 무시하고 말 일이었으나 5월이 되어 짝을 제비뽑기로 정한 지금
'오세훈 ○○○'
나와 오세훈이 1분단 맨 뒷자리. 창가 쪽엔 오세훈의 이름 석자가, 그 옆엔 내 이름이 흰 분필로 따박이 써져있는 것이 썩 맘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깐, 내가 뭐라고. 그렇게 불쾌할 일이 아닌건 평범한 나와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오세훈, 이 둘이 엮일 일은 말 그대로 만에 하나라는 것이다. 아마 조용한 두 달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걔도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뻔하듯 흘러가는 그런 두 달은 사실상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오세훈. 그리고 나
오세훈을 종종 아침에 등굣길 버스에서 자주 보았다. 매일 입으로 툴툴 거리며 졸린 눈을 비비고, 나머지 한 쪽 손으로는 버스 손잡이를 잡은. 그 옆에는 늘상 거의 도경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예상해 보건데 등교를 하기 싫어하는 오세훈을 도경수가 데리고 나오는 것 같았다. 그 덕택에 오세훈이 교문에서 지각으로 걸리는 것은 잘 보지 못했지만 -넥타이나 명찰 때문에 걸리는 건 흔히 있는 일이지만- 유독 1교시에 월화목금으로 쏠린 지구과학 시간에 들어오는 건 입학식 날 이후 보지 못했다.
왜 굳이 그렇냐 하면 그건 우리반 아이들은 다 알 법한데, 작년 생활교육부이셨던 지구과학 선생님의 눈 밖에 이미 나버린 오세훈을, 첫 날 누가봐도 정말 별 것 아닌걸로 꼬투리 잡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께서 그 애를 무지막지하게 무시하고 모욕적인 언사로 망신주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억울한 상황에서, 웬만한 아이라면 대들었을텐데도 오세훈은 선생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랬던가,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꽤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은. 그래서 그 날은 생각보다 철이 훨씬 든 애구나 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꿀꺽 삼킨 날이 있었다.
역시나 그 후로 지구과학 시간에 오세훈을 보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안녕"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귓고동에 울려 놀라서 순간적으로 크게 어깨를 들썩였다, 쪽팔리게.
아이들이 책상을 옮기는데 다들 3분단 방향으로 가는 탓에 움직일 수가 없어 미동않던 찰나에 오세훈이 뒤에서 나를 툭 건들이며 인사했다.
"어…어. 안녕."
같은 반이라도 워낙에 조용한 나여서 알아볼 수 있을까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였나보다. 내 대답을 듣자 오세훈은 알 듯하게 살풋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순간적이여서 웃었는지 아니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나와 오세훈은 금방 창가로 책상을 몰아 자리에 앉았으나,
"…"
"……."
마땅히 할 말이 없어 갑갑한 공기만 쉴새없이 마셨다, 내셨다 했다. 말하자면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였다. 사실 원래 이런 상황이 어색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아까 오세훈이 내게 인사를 건넸기 때문인지 괜스레 몸이 움츠러들었다. 앞에 애들이랑이라도 친했으면 좋았으련만, 앞에 둘은 서로나 친하지 나와 오세훈과는 별 말해보지 않은 사이였고 또 한 명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나머지 한명은 엎어져 금방 잠에 들은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 중 하나인건, 지금은 8교시라는 것이었고(담임선생님 과목 시간이여서 자리를 바꿨다.), 야자가 강제가 아닌 자율이라, 야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 와중 다행이라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본인의 이어폰을 만지작 거리던 오세훈이 순간 움찔하는게 느껴졌다.
나 때문인가 싶어 흘끗 눈치를 봤는데 오세훈이 내 볼 부근을 뚫어져라 보는 것이 느껴졌다.
말을 걸어볼까, 말까. 왜 쳐다보는가 싶었지만 멍 때리고 있는 것인데 내가 괜히 도끼병 부리는 것 아닌가 싶어 핸드폰 검은 화면에 비춰 내 볼을 보았다.
약간 찌르르하고 아릿한 향이 화아하고 퍼졌다.
"뭐 묻어서 쳐다본 거 아니야"
"..어?"
"그냥"
".."
본인을 의식한 걸 눈치챈 걸까 싶어 당황스러운 등줄기에 식은땀이 죽 흘렀다. 아, 아닌데. 그런게 아닌데. 아니 맞나. 속으로 왔다갔다, 심기가 불편했나 싶어 섣불리 사과하려던 찰나
"네가"
"어?"
그 후에, 오세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불안해져 다급해졌다.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오세훈의 표정이 워낙에 굳어있어서 내 몸도 순간적으로 경직되어 할 말은 허공에 맴돌았다.
오세훈은 순간 하, 하고 숨을 내쉬더니
"아냐, 그. 번호 좀 주라"
하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허허^(^ |
재업입니다! 전 그냥 쓰레기예여 쓰레기 죄송합닏다ㅠㅠ 혹시 필명으로 기억하신 분은 없..으시겠져ㅠㅠㅠㅠㅠ필명 바꿨어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아마 내일?쯤..업로드 될 것 같아요 좋은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