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초롬하고 똘똘하게 생긴 우리형은, 사실 바보다. 형은 이제 막 고학년이 된 옆집 초딩 유진이보다도 매번 반에서 꼴등을 도맡아하는 내 친구 민호보다도 더 바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보인 우리형을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지는 않는다. 나는 종종 형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곤했다. 우리집은 일층이다. 이유는 혼자서는 엘리베이터 하나 탈 줄 모르는 형 때문이었다. 저 꼭대기에서 살다 맨 아래로 내려와 살게 된 나는 화장실이 두개로 늘어나 그저 좋다며 헤헤 거리는 형에게 괜히 화가 나 분풀이를 하며 엄마의 눈을 피해 형을 큰 손으로 맵게 때리곤 했다. 옷이 살갗에 닺는 느낌을 싫어해 여름이나 겨울이나 집에서는 언제나 반팔을 입는 형 덕분에 내가 형을 때릴 때면 언제나 찰싹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럴 때마다 형은 우는 소리를 내며 나를 몰래몰래 몇 번 째려보곤 했다. 여튼 나는 형에게 이런 장난을 치곤했는데 그 장난이 무엇이냐 하면 내가 밖에 나갈 때마다 이따금씩 베란다로 나와 베란다 창문에 찰싹 붙어서는 창문을 탕탕 치며 날 부르는 형을 보고 킥킥 웃으며 베란다 쪽으로 다가가 형에게 손을 내민다거나 강아지에게 그러하듯 혀를 쯧쯧 차고 손을 짝짝 치며 인누와 인누와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형은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동물처럼 유리창에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으려 낑낑거리곤 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는 건 내 손이 아닌 딱딱하고 차가운 유리창. 장난을 친 다음 내가 할 일은 창문을 열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저 애꿎은 유리창만 탕탕 치는 형을 보고 피실피실 웃으며 그대로 갈 길 가는 것이다. 형은 내가 간 뒤에도 미련을 못 버려 한참을 베란다 창문에 딱 붙어 우는 소리만 냈더란다. 아마도 삐쳐있을 형을 위해 집에 가는 길에 동네 문구점이나 집 앞 슈퍼에 들려 소소한 선물을 사는 건 나의 타고난 센스겠지.
더보기 진영이한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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