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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첸]월광

깊은 새벽이였다.
빠른 걸음으로 걷던 걸음을 서서히 멈췄다.
마침내 완전히 멈춰서자, 긴 장우산 위로 툭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빗방울이 느껴졌다.
깜빡거리는 은은한 가로등 아래에 축축하게 젖어 떨고있는 네가 보였다.
나는 안심했고, 또 아팠다.

月光.

새벽이 되면 항상 나는 불안한 마음에 다리를 달달 떨었다.
캄캄한 방안에 숨을 죽이고 누워있자 인기척이 들리더니 네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부터 너와 나의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초조한 마음으로 나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너의 뒤를 쫓았다.
어디론가 바쁘게 향하는 너를 쫓아갔다.
코너를 돌자 사라진 너를 쫓으려 두리번거리자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네가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백현아-"

길게 내이름을 부르며 넌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들썩였다.
축축히 젖어가는 어깨에 난 그저 너의 등을 토닥였다.
볼 수 없는 먼먼 곳으로 떠나버린 그 사람을 찾기위해 밤마다 위태로운 여행을 떠나는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게 최선이였다.

일종의 정신병이야.

집으로 돌아와 기절하듯 잠이든 너의 앞머리를 쓸어넘겨주며 너를 보자 얼마전 준면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

그러니까 정신분열.. 같은거지.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내며 얘기를 꺼내던 준면은 결국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히 컸었나보다.
속아픈 병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을 너를 생각하니 또 답답해지는 가슴에 남몰래 폭 한숨을 쉬었다.
밤마다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을 찾아 술래가 되는 너와
그런 너를 잡기위해 술래가 되는 나는 끝도없는 이 게임을 계속 이어나갔다.
끝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너를 잡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너를 쫓지 않으면 정말 너도 그사람과 함께 사라져 버릴것만 같아서.
언젠가는 너를 붙잡고 울고불고 매달린 적도 있었다.
이제 제발 그만하자고, 나는 너의 무릎에 고개를 묻고 엉엉 어린아이처럼 소리내 울었다.
너는 으레 내가 해줬던 것처럼 천천히 나의 등을 쓸어내리며 '울지마 백현아, 너는 울면 안돼' 라고 했다.
그말을 듣고 나는 눈물을 그쳤지만, 속에선 더 큰 상처가 터져버린 기분이였다.
그리고 그 날 밤에도 난 어김없이 너를 쫓아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너는 살금살금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익숙하게 너의 뒤를 쫓아가는데도 오늘은 왠지 모르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딱히 좋지않은 기분이라 나는 더욱 집중해서 너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계속 빠른 걸음으로 걷던 너는 어느순간 갑자기 휙 몸을 틀어 나를 봤다.

"백현아"

너무나도 슬픈 눈을 하고 있는 너는 찰나의 순간 정말 눈이부시게 미소를 지어서 나는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너의 눈이..

"가까이오지마!"

드르륵- 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들렸다.
너는 황급히 소리를 지르며 커터칼 날을 빼고 이리저리 휘적였다.
언제부터 흘렸는지 모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쓱쓱 닦은 너는 내쪽으로 휘젓던 커터칼을 너의 손목쪽으로 가져갔다.

"김종대!"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어 씨발!"

다시 이리저리 휘둘르는 칼날에 반팔을 입은 너의 팔에 붉은 생채기가 났다.
답답한 가슴만 팡팡 두드리며 나도 너와 같이 눈물이 쉴새없이 났다.

"종대야 하지마, 제발 하지마.."

"진짜 나 확 죽어버릴꺼야"

"안돼, 안돼 진짜 안돼, 종대야 나, 김종대.."

나도 못알아들을 말들을 중얼거리던 나는 단호한 표정의 종대를 보며 휙휙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세게 저었다.

"김종대 안돼. 너 죽으면 나도 따라죽을꺼야. 진짜 안돼."

"백현아,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모든걸 다 놓은듯한 너의 표정이 편안해보였다.
나는 눈물을 꾹 참으며 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결국 해가 없으면.."

달도 죽는거야.
빨간 꽃이 달에 폈다.


새벽중에 자살소동을 벌인 너는 아직도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자꾸만 터지는 상처에 손목에 감긴 붕대에는 빨간 핏물이 베어나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붕대를 갈아주었다.
정말로 사랑했나보다, 너와 그사람은.
너에게 나는. 그냥 너를 쫓는 술래였던 걸까.
너를 이렇게 추락하게 만든 그 사람이 너무 미웠지만, 한편으론 너를 이렇게 만들 정도로 너를 사랑해줬을 그 사람에게 고마웠다.
너는 이렇게 사랑받던 존재였구나.

가끔 신은 공평하지 못했다.
아무리 기도하고 기도한 사람에게서 많은 걸 앗아갈때도 있는가하면, 아무런 노력도 안한 사람에게 모든걸 안겨준다.

신은 나의 모든걸 다 바친 너를 결국 주지 않으셨다.
오히려 널 데려가려 했다.
그렇다면 나는 너를 놓아야겠지. 내가 움켜쥐고 있다간 너도 정말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항상 느끼듯이.

마지막으로 곤히 잠든 너에게 속삭였다.
정말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할 거라고.
여태까지 너의 사랑이 가장 비참했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의 사랑이 더욱 비참했다.

무작정 나온 길을 걷고 또 걷다보니 뱅글뱅글 돌다가 항상 네가 멈춰서 있던 반쯤 나간 가로등 아래가 나왔다.
가만히 깜빡이는 그 등을 보고있자 한방울 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산은 커녕 짐하나 없는 나는 그 비를 고스란히 맞았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져 등허리며 팔뚝을 아프게 때려댔다.
힘없이 파직거리던 가로등이 퓩- 소리를 내며 꺼졌다.
깜깜한 골목에서 웅크리고 나는 비를 맞았다.
그냥 이대로 빗물에 녹아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아리게 때려오던 빗줄기가 사라졌다.
긴 장우산의 그늘이 내 머리위로 드리웠고,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누군지 알고있어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액체들로 범벅된 얼굴을 젖어버린 옷에 마구 비볐다.

"달. 떴네."

시끄러운 빗소리 사이에서도 너의 목소리만은 또렷히 들렸다.

"그러니까,"

따뜻한 체온이 등에 닿았다.
언젠가 네가 그랬듯이. 너는 천천히 내 등을 쓸어내렸다.

이제 돌아가자.

새벽에 어슴푸레한 달빛이 그 어느때보다 밝은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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