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다각] 김씨네 슈퍼마켓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a/e/2aed3aa95aceb894d511ba778f796525.jpg)
[다각] 김씨네 슈퍼마켓
W.메리카
*인연이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당신은 인연이라는 것을 믿는가요? 1초라는 우연의 기적을 믿나요? 저는 믿습니다. 1초, 아니 0.0001초라도 되는 짧은 시간의 우연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고 언젠가 그 연결고리를 따르고 따라가다 우연의 씨앗에서 운명이 되는 기적이 언젠가 꼭 생길 거라고 저는 확고히 믿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그건 바로 7년 전 '그' 장소에서 만난 '그' 사람을 만난 뒤로부터죠. 그 1초간의 짧은 만남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었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고등학생이었던 소년이 형사가 되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가 많이 변했을 지라도 언젠가는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우연의 기적을 간절히 믿고 있어요.
*
2013년.
"부장님 커피 도착했습니다."
"부장님 보고하신 서류 도착했습니다."
"부장님 결제서류에 싸인 부탁드려요."
그놈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하루에 수십번도 더 넘게 듣는 저 말은 아직도 익숙치가 않고 뭔가 떨떠름하다. 게다가 나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승진하지 못하고 계신 선배들에게도 부장님과 존댓말을 꼬박꼬박 듣다보니 뭔가 서열이 뒤바뀐 느낌이 강력하게 들 뿐이다. 부장으로 승진한 지는 3개월 남짓 되었지만 최근 새 프로젝트 준비와 다른 회사와 협정을 맺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일하다 보니 휴식시간을 채 갖지도 못했지만 주위에서는 무작정 부장님이 되었다고 부럽다고 할 뿐이다. 이봐요 부장도 쉬운 일이 아니라구요....
"그럼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부장님!"
"안녕히 가세요 부장님!"
"내일 뵈요 부장님!"
8시. 지겹도록 부장 소리를 듣고 퇴근하는 길은 너무나도 쓸쓸하기만 하다. 방년 서른 세지만 자가용 하나 없이 친구에게 차를 얻어타는 신세였다.(왜냐하면 그 쉽다는 실기에만 50번을 떨어졌다고 말 못해...)
"부장님. 밥 먹고 갈까?"
"야. 죽을래? 부장 소리 하지 말랬지?"
"풉. 알겠어 김성규. 뭐 먹을래?"
"오늘은 좀 피곤해서.. 집에 갈래."
매일 퇴근을 같이 하는 친구 호원과는 10년 친구이다. 대학교 때 동기로 만나 우연찮게 군대 동기로 다시 만났고, 그 때부터 우리 둘은 친구가 되었다. 현재는 나는 부장으로, 호원이는 팀장으로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차가 없어 매일 대중교통으로 집을 오가는 내 사정을 알고 흔쾌히 퇴근을 같이 하자고 손 내밀어준 아주 고마운 친구이다.
"아 근데 너 전화 오지 않았냐? 명수한테 온 것 같던데 왜 안 받았어?"
"바빠서 못 받은 점도 있고, 이 놈이 전화 하는 거 보면 뻔하지. 또 담뱃값이나 술값 떨어졌다고 용돈 달라던 게 분명해."
"그래? 근데 꽤 전화 많이 온 것 같던데. 돈 달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 몰라. 그럼 또 경찰서겠지."
내게는 남동생이 있었다. 그것도 8살이라는 어마어마한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이. 8살 아래이면 아주 깍듯이 정중하게 모시고 심부름까지 다 받아내 줄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이 녀석은 나이 차이 따윈 신경 안 쓴다는 뜻으로 30대인 내게 연년생 남동생 대하는 듯 대할 뿐이었다. 동생 생겨서 좋을 것 같더니만.... OTL...
"그럼 잘 가 김 부장님."
"야!"
"미안미안. 잘 가 성규야. 내일 보자."
"어... 니도 잘 가라."
틈만 나면 회사 밖에서도 부장님이라고 놀려대는 이호원 이 새끼. 그래도 차 태워주니까 용서해준다 이 새캬.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들어갔을 때는 조용하고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동생 명수는 수능을 3번 떨어졌지만 대학에 가기 위해 억지로 밀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척하는 클럽남이었고 아버지는 집 앞에 조그만 슈퍼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이 시간이면 가게 문 닫고 오실 시간인데 왜 안 계시지....
"아버지! 아버지 안 계세요? 어디 가셨지.."
방문을 이리 열고 저리 열어봤지만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나가실 분이 아닌데.... 아니면 어디 가신다고 하셨는데 내가 까먹었나?
쾅-
옷을 벗으려는데 누군가 우리집 문을 쾅쾅 두들겼다. 뭐지.. 도둑인가? 나는 옷을 갈아입으려다가 정지동작으로 상태를 멈췄고, 여전히 밖에선 누군가가 문을 열라며 문을 쾅쾅 두들길 뿐이었다. 나는 침대 깊숙이 숨겨져 있는 야구방망이를 꺼내 조심스레 현관으로 다가섰고, 쾅쾅대는 문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술 좀 작작 쳐먹어라 이 샠.........!"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문을 확 열어제낀 후 문을 쾅쾅 두드린 놈을 향하여 힘껏 야구방망이를 휘둘렀고 내 야구방망이에 정통으로 맞은 남자는 그대로 문 앞에 기절해버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뒤늦게 때리고 난 뒤 기절해버린 사람의 얼굴을 보고나서야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명수..... 너였냐....?"
그렇다. 나의 야구방망이에 정통으로 맞은 사람은 나의 하나뿐인 남동생 명수였다. 술에 취해 문을 쾅쾅 두들기던 동생놈을 그만 야구방망이로 날려보내다니.... 이놈은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사람을 오해하게 만드냐.... 어쨌든 내일 술에 깨서 일어나면 기억 못할거야. 이놈은 돌대가리니까.
"어유 이 새끼 왜 이렇게 무거워."
허나 술에 취해 기절해있는 놈을 집안으로 들여오는 것 자제가 고역이었다. 나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가는데다 술에 쩔어서 기절해있기에 쉽게 부축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어깨동무로 부축해주다 무거운 나머지 현관에 떨구고 질질 끈 채로 거실에 데려놓았다.
"공부하라고 내보내 놨더니만. 어휴 이젠 기대도 안 해."
나는 베게를 갖고 명수 머리에 뉘어주려다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는 모습에 열불이 끓어 베개를 얼굴에 던져버리고는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나는 맨날 듣고 싶지도 않은 부장 소리 들으면서 열심히 돈 버는데 그 나이 되도록 대학도 합격 못하고 클럽만 쏘다니며 돈만 흥청망청 쓰는 모습만 보이다니..... 누가 내 동생 데려가줘요....
*
"아 머리야. 왜 이렇게 골이 울리지.."
"깼냐 이 놈아. 술을 얼마나 쳐마셨길래... 으휴."
나는 여느 때처럼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방금 잠에서 깬 명수에게 꿀물을 한 잔 타서 건네주었다. 꿀물을 먹는 내내 명수는 머리를 잡고 지끈거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모른 척 한 채 넥타이를 가지런히 맬 뿐이었다.
"공부한다고 하더니만.... 왜 술 마시러 간 건데? 당분간은 안 마신다며?"
"안 마시려고 했지. 하지만 마음이 힘들고 그러면 술 한 잔 마시고 그러는거야."
"니가 뭐가 힘들어. 공부도 안 하고 쳐놀기만 하는 녀석이."
"당연히 힘들지! 갑자기 아빠가 쓰러져서 병원 갔다는데!"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아빠가 쓰러져서 병원을 갔다니...? 나는 크지도 않은 눈을 부릅뜨며 명수에게 물었고 명수는 뒤늦게 어제 일이 기억 난 듯 왜 전화를 안 받았냐고 소리치며 정황을 설명해줄 뿐이었다.
"그.. 그러니까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을 갔는데....... 의식불명이었다고?"
"어. 그래서 내가 어제 미친 듯이 형한테 전화했는데 받지도 않고. 회사 가려는데 돈은 없고!"
"어.. 어느 병원이야? 그럼 문자 남기지 이 자식아!"
"전화를 안 받는데 문자라고 받겠어?! 그리고 왜 나한테 짜증이야 전화 안 받은 건 형이면서!"
내 고함에 명수도 얼굴이 찌뿌려지며 화를 내다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신발을 신으면서 얼른 따라오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보인 명수는 문을 열고 나갔고 나도 의자에 걸린 자켓을 집어들고는 서둘러 명수를 따라나섰다. 회사에 늦으면 호원이는 물론이요, 직원들에게 전화 독촉이 올 게 뻔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데.
"여기야."
명수를 따라 간 곳은 집이랑 10분 거리인 병원이었고 우리는 503호 병실 앞에 멈춰섰고 명수는 이곳이 아버지가 계신 곳이라고 말했다. 환자 이름에도 버젓이 아버지 이름이 떠있었고 나는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갔을때 보인 건 주무시고 계신 아주머니와 그 옆침대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옆에는 고모가 자고있었다가 내가 문 여는 소리를 듣고 깨신 듯 비몽사몽하고 계셨고 나는 그런 고모 곁으로 다가갔다.
"고모..."
"성규야 왔니? 많이 바빴나보구나."
"죄송해요 늦어서..."
"아니야 괜찮다."
"아버지 상태는... 어떠세요?"
내 물음에 고모는 말없이 고개만을 떨굴 뿐이었다. 나는 그런 고모의 곁으로 다가가 고모의 두 손을 잡았고 고모도 내 손을 잡아주셨다. 평생 아버지에겐 이런 일이 없으실 줄 알았다. 언제나 건강하고 밝은 모습만을 보이셔서... 평생을 같이 우리 형제 곁에 계실 줄 알았다. 근데 갑작스레 아버지가 이렇게 쓰러지시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실 줄은 몰랐다.
"성규야 너는 이만 회사 가. 여기는 고모가 있을 테니까."
"괜찮아요 저도 아버지 곁에..."
"회사 가야하잖아. 얼른 가."
".... 그럼 퇴근하자마자 바로 올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 수 밖에 없었고,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에도 멀리 보이는 아버지의 눈 감으신 모습에 가슴이 또 한 번 무너지고야 말았다. 문을 닫고 나왔을 때 보인 건 문 옆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명수의 모습이었고 나도 주저앉은 채 명수의 곁으로 가 녀석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아버지 금방 깨어나실 거야. 우리 아버지는 건강한 분이시잖아."
"흑... 흐극....."
"울지마라. 아버지가 죽냐? 그럴 일 없으니까 울지말고 일어나. 공부하러 가야지."
내 말에 계속 흑흑거리던 명수는 눈물을 닦고선 조심스레 일어섰고 나는 축 쳐진 명수의 어깨를 토닥였다. 평소에 잘 울지도 않고 아버지에게 떽떽거리던 놈이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그러시니까 소중함을 깨달은 것 같다. 병원을 나온 나는 어제처럼 술 마시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다 오라며 명수를 떠밀고는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나도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보인 건 내가 탈 버스의 시간이었다. 그렇게나 일찍 오던 버스가 31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두고 있었고 택시비조차도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정류장에서 가만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야 니 왜 안 와!
"버스가 31분이나 남았다네..."
-택시 타고 와.
"택시비가 없어.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지갑을 못 들고 나와서."
-휴. 그럼 내가 데리러 갈까?
"됐어. 일이나 열심히 하고 있어라. 다른 직원들한테는 곧 갈 테니까 결제받아야할 서류 있으면 준비해놓고 있으라고 전하고. 그럼 되도록 빨리 갈테니까 끊어."
병원에 좀 오래 있었던 탓인지 어느새 출근 시간은 훌쩍 넘긴 상태였다. 버스가 오면 빨리 타고 가려고 했으나 버스는 아직도 31분이라는 시간에 변동이 없었다.
"오늘은.... 가지 말까...?"
왠지 모를 변심이 생긴 나는 정류장을 나와 어딘가로 무작정 향했다. 내가 회사도 빼먹고 어딜 향해 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나는 내 발이 이끄는 대로 도착지를 향해 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걷다가 어느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발걸음이 멈췄고 고개를 든 순간 보인 건,
"아버지.... 가게잖아."
결국 발걸음이 도착한 곳은 아버지 가게였다. 참나. 어디 거창한 데 가는 줄 알았는데 겨우 가게였다니. 나는 가게로 들어가려고 문을 힘껏 밀었지만 잠겨있는 문은 열리질 않았다. 아까 명수가 문을 잠갔다고 했었는데 금방 까먹다니.
"얼른 회사나 가야....."
회사에 가려고 또다시 발걸음을 옮긴 순간 누군가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더니 가게 문을 열려고 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누구지... 가게 손님인가...
"아 왜 안 열려져 있는 거야.... 사장님! 사장님!!"
그 남자는 문을 두들기더니 이내 아버지를 부르기 시작했고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소리가 나올리가 없었다. 얼굴을 찌푸리던 남자는 이내 옆에 멀뚱히 서 있는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세요?"
"그럼 그쪽이야 말로 누구세요? 가게 손님이세요?"
"네 그런데요. 혹시 사장님 아세요?"
"네. 저희 아버지신데요."
내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던 남자는 이내 내 얼굴을 멀뚱히 보기 시작했다. 아 부담스럽게 왜 이래.. 나는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왜 쳐다보며 물었고 내 말에 흐뭇하게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아 뭐야....
"왜... 왜 그렇게 웃으세요?"
"아...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아서요. 혹시.. 저 모르세요?"
당신이 누군지 어떻게 알아. 방금 봤는데.
첫 픽을 쓰게 되다니..부끄부끄하네여...
글잡에 장편픽을 써보는 건 처음이라 독자님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신알신해주시면 더더욱... 좋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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