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미친놈 콤플렉스
W.메리카
우리 동네에는 아주 전설적이라 불릴 만할 세 가지 명물이 있었다. 첫번째로는 하나가 먹다 그 하나가 죽어도 모를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전설의 순대아줌니가 운영하고 계시는 조그만 분식집이었다. 얼마나 유명할 정도냐면 티비에는 이미 수차례 이상 맛집으로 방송을 탔었고 방송을 타기 전에도 전국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맛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갔을 정도로 맛이 끝내주게 좋았다. 이 맛있는 분식점이 우리 동네에 있다는 게 실로 너무나도 감격해 미칠 지경이었다.
두번째로는 얼굴이면 얼굴, 멘탈이면 멘탈, 공부면 공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완벽한 엄마친구아들, 일명 엄친아로 불리는 소년. 바로 나이다. 잘생겼다는 소리는 태어나고 나서부터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정도였고 유치원 시절에는 초등학교 누나들에게 사랑을 독차지 했으며 현재도 많은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거느리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건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명석한 두뇌 또한 덤으로 주셨다. 그 덕에 나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현재 고등학교도 전교 1등은 놓치지 않고 꾸준한 성적을 유지해왔고 내 입으로 말하면 민망하지만 모의고사도 400점 만점에 400점도 네 번 정도 맞아본 적이 있었다. 이렇게 재수 없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데 남자애들이 질투를 하지 않느냐고? 그럴 일 또한 없었다. 친구들로부터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정말 좋다는 소리를 수십 번 들어볼 정도로 나름 착한 성격이었고 봉사활동도 60시간을 한참 넘긴 300시간 이상을 채울 정도로 성실하다고 인정받을 정도였다. 내 자랑거리는 수도 없이 많지만 돌 날릴까봐 이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을 정도의 우리 동네의 명물. 물론 순대아줌니와 나에 비하면 별 것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겐 엄청난 명물이였다. 그 명물은 바로....
"성열아 이리 와. 오늘은 김밥 싸 왔어."
"기.. 기.. 김밥...?"
"응. 성열이 너 김밥 무지 좋아하잖아."
"서.. 성여리... 기.. 김밥 무.. 무지 좋아!"
나이 24세. 허나 정신연령은 7세. 키 184cm. 좋아하는 건 엄마한테 뽀뽀하기. 닮은 꼴은 박해진. 연애경험 0번. 이상형 아구몬. 첫키스 15살. 봉사활동 장소에서 만난 70세 할머님과. 학력 고졸. 현재 하는 일은 피자 배달부. 이름은 이성열. 바로 내가 소개하는 우리 동네 마지막 명물이었다.
"성열아 맛있어?"
"우응.. 웅... 마.. 마싯다.... 명슈가.. 명슈가 싸줘서.. 더.. 더 더.. 맛나다.."
"천천히 먹어. 물 먹어 가면서."
"마싯다.. 마싯다... 명슈가 싸준 김밥... 마싯다.."
성열이는 우리 집 앞에 있는 주택에서 살았는데 어릴 때부터 주위 친구들은 그를 바보라고 놀려댔었다. 자기보다 대여섯살은 많은 형한테 쓸데없는 장난을 많이 쳤었고 괴롭혀댔었다. 애들이 그렇게 놀려댔음에도 성열이는 화 한 번 내지 않고 그들을 따르며 환하게 웃곤 했고 나는 그런 그가 늘 못마땅했었다. 나의 친구들은 장난을 쳐댔지만 나는 한 번도 쳐본 적이 없었고 늘 옆에서 지켜봤던 방관자였다. 늘 지켜보면서 화 한 번 낼 법한데 화 한 번 안 내고 늘 그리 실실거린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었다. 그래서 늘 그와 마주치면 얼굴을 찌뿌둥거리며 옆을 비켜나가곤 했었다. 그러던 내가 그와 친해지게 된 건 6년 전이었다.
"명수야 어디 가니?"
"성종이네 집. 금방 올게."
"저녁 먹기 전까지 와."
그날은 기억나는 건 내가 친구 성종이를 만나러 잠시 집을 나갔을 때였다. 성종이의 집은 우리집과 10분 정도 차이나는 거리에 있었고 나는 자주 성종이의 집에 놀러가곤 했었다. 그날도 변함없이 성종이네 집을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어이 학생."
"아저씬 누구세요?"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지마.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4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내게로 다가왔고 나는 경계의 눈빛을 지었지만 중년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건네 왔다. 혹시 건담 좋아하느냐, 뽀로로 좋아하느냐 등 이것저것. 하지만 나는 기존에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와도 대꾸도 하지말고 따라가지도 말라는 범죄예방교육을 많이 들은 터라 계속 의심의 눈빛을 한 채 발걸음을 슬금슬금 뒤로 옮겼다.
"내가 학생 귀여워서 건담 하나 사주려고 그래. 건담 싫어?"
"........"
"어른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학........"
중년남자가 내 어깨에 손을 딱 짚은 순간 나는 그 손을 뿌리치고 가던 성종이의 집의 반대방향을 향해 마구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년남자도 금방 무서운 눈빛으로 마구 뛰어오기 시작했고 나도 가속도를 붙여 뛰기 시작했다. 허나 나는 그때 어렸고 어른을 따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그 중년남자에게 잡혔고 그 중년남자는 어딜 도망가냐는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나를 번쩍 들어올려 자신의 옆구리에 낀 채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나는 마구 발버둥을 쳐댔지만 돌아온 건 주먹 뿐이었다. 주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락바락 살려달라며 소리를 쳤지만 지나가던 고등학생은 이어폰을 낀 채 길을 지났고, 반대편에 계시던 아주머니들도 수군수군댈 뿐 가까이 오질 않았다. 그렇게 아무도 나를 구하려고 하지 않을 때, 그 때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났다.
"나.. 나쁘다.. 이.. 이러는 거.. 나쁘다.."
"뭐야 이 병신은? 절로 안 가?!"
"나쁘다... 나쁘다.. 놔줘라.. 명슈 놔줘라..."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성열이는 하교 중이었는지 교복을 입고 있었고 지나가던 길에 유괴 당하는 나를 보고 달려와서 걷어차이면서도 끝까지 나쁘다는 말과 함께 중년남자의 바짓가랑이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짓가랑이에 매달리고 또 매달릴수록 중년남자는 계속 그의 얼굴을 걷어차며 고역을 맛보고 있었다. 성열이가 매달리고 매달리자 그제서야 지나가던 성열이를 괴롭히던 애들이 하나 둘 나타나 성열이를 도와 그 중년남자를 압박해댔고 결국엔 중년남자는 나를 바닥에 거세게 내려놓은 채 도망가려고 했으나 이내 나타난 경찰이신 성종이 아버님께서 중년남자를 잡아 경찰서로 끌고 갔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우리 명수... 다친 덴 없니?"
"웅... 다친 덴 없는데... 성열이..."
"아이고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알고보니 그 중년남자는 성범죄 전과 14범의 인물이었고 성종이 아버님께서는 나보고 놈을 잡았다며 수고했다고 등을 두들겨주셨다. 집에 돌아갔을 땐 어머니가 펑펑 울고 계셨고 아버지도 낙담하신 표정을 짓고 계셨다가 이내 내 얼굴을 보고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라며 나를 꼭 끌어안아주신 어머니가 고맙긴 했지만 나는 그 때 생각난 사람이 있었다.
"엄마 나 잠깐 어디 나갔다 올게요."
"안 돼. 또 엄마 걱정 시키고 싶어서 그러니?"
"아니 엄마.... 성열이네 집 가려고."
"형이라고 하라 그랬지. 근데 성열이네 집은 왜?"
"사실.. 성열이.. 아니 성열이 형이 나 도와줬거든. 고맙다고 인사는 해야지."
"그럼 엄마랑 같이 가자. 나도 고맙다고 인사 좀 해야겠다."
그 날 엄마와 나는 가까운 슈퍼에서 오렌지주스랑 자갈치를 사서 성열이네 집으로 가서 인사를 했고 고맙다는 인사도 연신 해댔다. 성열이는 퉁퉁 부은 얼굴로 괜찮다고 했었고 나는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었다. 그와 함께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 이후로 그와 마주치면 인사를 해대는 사이가 되었다. 현재는 서로가 좋아지게 되어 서로가 아니면 안 될 연인사이가 되었고 말이다.
"형.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아.. 안다.."
"무슨 날인데?"
"명슈랑.. 만난지... 600일 되는.. 날.."
"잘 알고 있네 우리 형. 그럼 내일 우리 놀러가자."
"어.. 어디로...."
"어디 가고 싶은데?"
"명슈랑 같이 있으면.. 어디든.. 좋다.."
"그래? 그럼 오랜만에 우리 집 올래? 그날 엄마랑 아빠 여행 가시고 집에 나 혼자 있거든. 데이트도 좀 하고."
"조.. 좋다..."
히힛 귀엽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싫었던 사람이 이렇게 좋아질 수가 있다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남들은 다 바보라고 욕해도 어쩌겠는가. 내가 좋다는데.
*
"오늘 성열이 온다 그랬나?"
"응."
"그래 그럼 4만원 놓고 갈 테니까 재밌게 놀고. 엄마는 간다~"
"응 잘 가 엄마!"
엄마는 오랜만의 부부여행이시라 그런지 아침부터 굉장히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셨고 나와 굿바이 인사를 마치시곤 집을 나가셨다. 히힛 그럼 나도 이만 준비해볼까? 오늘을 위해 준비한 아이보리색 니트에 흰색 바지를 장착하고 목걸이까지 목에 걸었다. 검정색에 노란색 로고가 박힌 운동화를 신고 나도 엄마를 따라 흥얼거린 채 성열이네 집에 도착했을 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검정색 바지를 입은 채 집 안을 방방 뛰어다니고 있는 성열이의 모습이었다.
"형! 나왔어!"
"어? 명슈다...! 명슈다!"
방방 뛰어다니던 형은 이내 나를 보더니 나의 품을 향해 달려들어 폭삭 안겼고, 나는 그런 형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쓰담쓰담해주었다.
"형 순대아줌니 보러 갈래?"
"조.. 조타! 순대.. 조타!"
"그래 그럼 얼른 나가자."
나는 형에게 카키색 남방을 입혀놓고 내가 생일날 준 흰색 바탕에 노란색 로고가 박힌 커플신발을 신겨준 채 집을 나와 우리 동네 최고의 명물인 순대아줌니 집으로 갔다. 이곳은 이미 10년 정도를 단골로 있는 집이었기에 우리가 들어갔을 때 순대아줌니께서는 아주 반갑게 우리 둘을 맞이해주셨다.
"오늘은 뭐 먹을래?"
"형 뭐 먹을래?"
"아.. 아무거나... 아무거나 다 좋다.. 순대가.. 순대가 해주는 거면 다 조타!"
"그래. 그럼 아줌마 떡볶이 1인분이랑 순대 1인분 주세요."
"알겠어. 잠시만."
이내 순대아줌니께서는 1인분보다도 더 많아보이는 양의 떡볶이와 순대를 내오셨고 떡볶이와 순대가 나오자마자 형은 허겁지겁 국물을 흘려대며 먹어댔다. 나도 젓가락을 들고 하나 먹다가 이내 너무 맛있게 먹는 형의 모습에 그만 미소를 짓고 휴지를 들어 더러워진 형의 입가를 하나하나 닦아주었다.
"그렇게 맛있어 형?"
"마싰다... 마싰다... 여기 떡볶기.. 최고다... 명슈도.. 명슈도 먹어라.."
"나는 형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그렇게 나는 흐뭇한 미소만을 지은 채 형이 먹는 모습만을 감상했고 나의 뜨거운 시선에도 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많디많은 떡볶이와 순대를 비워냈다. 내가 먹은 거라곤 떡 두 개랑 순대 하나 뿐이지만 너무나도 배불렀다. 왜냐? 형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니까.
"다음에 또 와~"
"네 안녕히 계세요. 형도 인사해야지?"
"안뇽히 계세요... 다.. 다음에 또 올게여..."
그렇게 우리 둘은 첫번째 데이트 장소를 나왔고 두번째 데이트 장소로 향했다. 두번째 데이트 장소는 영화관이었다. 옛날에 우리 가족이랑 형네 가족이랑 함께 영화를 보러 온 적이 있는데 그 때는 형이 자꾸 말 걸어대고 내 팝콘을 먹어대서 엄청 싫어했었는데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인 지금은 뭘해도 내 눈에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나는 최근 엄청 난 인기를 몰고 있는
"형 E열 1번 2번 찾아봐."
"E열 1번 2번... E열 1번 2번... E열 1번 2번... 여깄다..! 여깄다 명슈..."
"잘했어 형."
나는 자리에서 방방 뛰어대며 즐거워하는 형에게로 가 잘했다며 어깨를 두들겨 준 채 자리에 착석했고 형도 따라 자리에 착석했다. 내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수군수군대긴 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형에게 대화를 나눴고 얼마 안 가 영화가 시작했다.
-쎌러문... 쎌러문 가방... 예승이 꺼..
"나.. 나랑 비슷하다.. 명슈야.. 나랑 비슷하다.."
"응 그래 형."
형과 똑같이 정신연령이 낮은 주인공을 보며 본인도 신기했는지 형은 극중 용구의 말을 계속 따라했고 나는 귀엽다고 작게 읊어댈 수밖에 없었다. 근데 누가 자꾸 뒤에서 발로 형의 의자를 걷어차고 있었지만 형은 영화에 정신이 팔려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하다. 딱봐도 형 바로 뒤에 앉은 사람... 어른인 것 같은데.
-예승이 콩.. 콩 먹어 비타민...
"예승이 콩.. 콩 먹어 비타민....."
"아우씨 존나 시끄럽네. 개 미친 놈이."
"왜 그래 오빠 가만히 있어."
"야 왜. 시끄럽잖아. 저딴 병신이 왜 여기 와대서 지랄이야? 집에 얌전히 짜져있을 것이지."
뭐? 나는 연신 주인공을 따라해대는 형을 보며 귀엽다고 해대며 정신을 팔던 와중에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빡돌게 만들었다. 시방 뭐라고 했냐? 우리 귀여운 형보고 개 미친 놈? 병신?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오빠 왜 그렇게 심한 말을.."
"내가 심해? 뭐가 심하다고 그래? 쟤 병신 맞잖...."
"이보세요. 방금 뭐라고 하셨죠?"
"저요? 제가 뭘요?"
"방금 형보고 미친 놈이니 뭐니 하셨잖아요."
"허. 그럼 미친 놈보고 미친 놈이라 그러지, 안 미친 놈 보고 미친 놈이라 그래요?"
나는 한 손으로 바들바들 주먹을 쥐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형의 손목을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내 뒷자리에 앉은 그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형은 나 영화 봐야되는데.. 봐야되는데... 하고 중얼거렸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나를 빡돌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 나는 형이 손에 들고 있던 팝콘을 남자에게로 던져버렸다.
"꺅!!!!!!"
"으악!!!! 이 새끼야 뭐하는 짓이야!!"
"왜요? 제가 뭔 잘못 했나요?"
"이거 안 보여 이 새끼야?! 저 새끼도 병신인데 너까지 병신이냐? 끼리끼리 잘도 몰려다니네."
빠직. 또 한 번 내 신경을 건들이네 저 미친 아저씨가. 나는 또다시 형의 손에 쥐어져있던 콜라를 쥐고 나보다 키가 작은 그 사람 정수리에 뿌려주었다. 그 콜라는 몸을 따고 흘러내려 옷을 적셨고 남자는 콜라를 뿌리고 있는 내 손을 온갖 욕설과 함께 치워냈다.
"이 미친 새끼가. 너 몇 살이야!"
"19살인데요."
"이 새끼야 나 22살이야! 어디서 고등학교도 졸업 안 한 고딩 새끼가 나대? 어!"
"오빠 그만해..."
"이거 놔! 어린 놈의 새끼가 가정교육을 제대로 안 받았나!"
"그.. 그만 해라.. 싸움은 나쁘다..."
"뭐야 이 새끼는!"
"허. 저기요.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명슈야 쟤 나쁘다... 정말 나쁘다....."
"닌 닥쳐 이 병신아!"
"이봐요! 그만 하죠 이제. 이 형은 24살이거든요? 당신보다 2살 많구요. 저희 부모님 저희 모자라게 키워주신 적 한 번도 없어요. 어디서 알지도 못하는 저희 부모님까지 들먹여요?"
"이.. 이......"
"장애인이라고 그렇게 막 욕해도 되는 겁니까? 장애인은 뭐 사람도 아니에요? 이 사람은 조금 모자라게만 태어났을 뿐이지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에요. 장애인을 개쓰레기 취급 하는 당신보다는 천만 배는 더 착한 사람이라구요!"
술렁이던 영화관이 이내 내 말에 조용해 지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박수를 짝짝 쳐대기 시작했고 그 박수는 이내 영화관 전체에서 울려대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챈 듯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얼른 영화관을 빠져나갔고 그 옆에 앉아있었던 여자가 미안하며 사과를 하기 시작한다.
"미안해요 정말...."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요거....."
여자는 미안하는 말과 함께 지갑에서 꺼낸 것은 5만원 짜리 지폐였다. 아... 이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저희가 정말 잘못했어요. 오빠 대신해서 사과할 수 있다면 이걸로..."
"사과의 의미는 정말 감사하지만, 받지 않을게요. 지금 저희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시설들에 기부해주세요. 그럼 그걸로 됐어요."
멋있다!!! 영화관 안에서는 박수세례와 함께 멋있다는 말들이 나왔고 여자도 눈물을 그렁이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곤 영화관을 떠났다. 나는 어벙벙한 형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고는 괜찮다는 말에 가만히 형을 안아주었다. 형을 안아주고 나서 나는 뒤늦게 인사를 전했다.
"죄송합니다 소란을 끼쳐서. 즐겁게 영화보세요."
그렇게 우리 둘은 영화관을 유유히 나왔지만 이미 관객들은 영화보다 더 아름다웠던 우리 둘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들 얘기는 어디 사이트에 '개념 단단히 박힌 고딩과 장애아 게이커플 영화관에서 만나다'라는 이야기로 나와 큰 화젯거리가 되었지요....)
*
"미안 형... 괜히 영화 보는데 소란 끼쳐서.."
"괜찮다.. 성여리는 괜찮다....."
"어디 뭐 가고 싶은 데 또 있어?"
"집... 집 가고 싶다...."
형의 말에 나는 형의 손을 꽉 붙든 채 형의 집으로 천천히 걸어왔고 몇 분 걷다보니 금세 형의 집에 도착해있었다.
"즈.. 즐거웠다.. 명슈..."
"나도. 그럼 이만 갈게 형."
"자.. 잠깐만 기다려라..."
집에 가려고 한 순간 형은 내 손목을 잡더니 이내 집에 가서 부시럭거리더니만 뭔가를 들고 나왔다. 뭐지.... 형이 건넨 것은 핑크색 상자였고 그 상자를 열었을 때 보인 건 하늘색 병에 담긴 향수였다.
"명슈.. 명슈 선물이다..."
"형... 이건 어디서..."
"명슈 주려고.. 월급 열심히 모았다..."
"형......."
감동이었다. 평생 기념일 같이 보내면서 뭐하나 해준 것도 없었는데. 나는 고마운 마음에 형을 와락 안았고 형도 나를 쓰담쓰담해주었다.
"명슈 입술... 입술..."
"알겠어. 쪽- 됐지?"
"응.. 좋다.. 명수 좋다...."
"나도.. 나도 형 좋아...."
비록 형이 정신연령은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난 형이 제일 좋아. 사랑해 형.
-fin-
아이고 오그리토그리... 수열 너네 그냥 행쇼하라능..>
재밌게 봐주시고 댓글 남겨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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