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언제나 나에게 무례했다. 어젯 밤 아니 오늘 새벽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조금연 문 틈사이로 무지막지하게 들어온 박찬열이나 마치 자기 집문을 열고 들어가는 듯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변백현이나.
너흰 항상 그래왔다. 그 사이에 껴 버린 나는 마치 이 어색한 트라이앵글에서 벗어나고 싶을뿐.
"....."
"....."
"....."
끝도 없는 정적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의 초침소리와 음식을 먹으며 수저와 젓가락이 그릇과 부딪히는 소리들 뿐이었다.
"하.. 변백현 너 누가 마음대로 남의 집에 들어오래?"
"우리가 남이야? 이거 섭한데 경수야? 아무리 그래도 남은 좀 심했다. 힝 백현이 슬픔."
"지랄, 씨발. 나 먼저 나갈게."
"밥은 다 먹고 가야지.."
"속이 별로 안 좋네.. 미안.. 맛있는데 못 먹겠다.. 재워줘서 고마워. 나 가볼게."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들여. 그만 째려보고 가줘. 경수랑 오랜만에 오븟한 시간 좀 보내게."
"미친놈."
"욕이.. 늘었어.."
수증기로 가득차 곧 터져버릴듯한 먹구름처럼 어깨를 축 늘여뜨리고는 터벅거리는 발걸음으로 나가는 찬열이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변백현에게 거는 괜한 트집도 의미가 없어졌다. 단지 그 분위기를 깨고 싶었고 한없이 찬열이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미안.."
"뭐가 갑자기.. 미안해?"
"그냥.. 음.. 전부 다.. 근데.. 나 너에대한 그 어떤 마음도.. 변해본 적 없어. 그것만 알아주라. 다른건 몰라도 그래.. 마치 여자들의 비밀 언어 같은.. 뭐.. 그런거라고나 할까?"
"그게.. 뭐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그냥 그렇다고.. 나 좀만 자도 될까? 머리가 너무 아프다.."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폭 덮고 있는 변백현이었다. 삼각형은 꽤나 완벽한 모양이었다. 한번 땅에 박히거나 그 위에 자리잡으면 쉽게 옮길 수도 뽑아 낼 수도 없는 것이었다. 지겹도록 그렇게 변하지 않는 불가사의 한 것이었다.
백현이가 잠들고 찬열이에게 연락이 왔다. 이야기는 끝마치고 싶다며 자주 가던 카페에 와달라는 전화였다. 난 주저 않고 갔다.
"음.. 일단 너무 갑작스럽게.. 그렇게 되서 미안해.. 대답은 안 해도 조.."
"나랑 연애할래 찬열아..?"
"뭐?!"
안 그래도 커다랗던 눈이 곧 빠질 것처럼 크고 동그랗게 커져있었다. 눈만큼이나 큰 입을 하마같이 멀리고서는 나에게 눈을 때지도 말을 하지도 읺았다. 아니 못했겠지.
"연애하자고. 까짓것 내 친구 박찬열에서 내 애인 박찬열 하지 뭐. 잘 부탁해."
내민 내 손을 꼭 붙잡고는 곧 울 듯한 표정.
"뭐야. 왜 울려고 그래. 뚝! 할꺼야 말꺼야?"
"당연히.. 당연히 하지!! 나야.. 나야 당연히..히.."
사고 싶던 장난감을 손에 쥔 아이같았다. 나도 내가 무어라 말하고 있는지 조금 의심스러웠다. 난 지금 박찬열과의 연애를 시작하려는 거겠지.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다.
과분한 친절을 항상 베풀어 온 너에게 난 언제까지고 받기만 하는 무능력한 사람인지. 단지 불쌍해서는 아니다. 하지만 이 결정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오늘 새벽의 고백에 살짝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조금은 설레는 느낌을 받았었고 변백현의 등장으로 확실해졌다. 받은 만큼 더 잘해주자고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똑같이 너를 대해주겠다고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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