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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의 가정은 단란했다. 그의 부모는 고소득층이었고 다정했다. 그는 흔한 아이들처럼 사랑받고 자랐지만 주변 환경은 흔하지 않았다. 그의 친가는 대대로 교수 집안이었고 외가는 예술인 집안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윤기의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까지는


여주의 가정은 삭막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폭력을 일삼았고 결국 도박판에서 사람을 죽였다. 어머니는 광광 울어대는 어린 여주를 데리고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 갔다. 어린 그녀의 옆에는 따뜻한 부모의 온정 대신 벽지에 핀 곰팡이뿐이었고 모든 것이 결핍된 삶이었다. 


그녀의 12번째 생일 전날까지는
  

어렸을 적 나는 한때 생각했다. 정말 신이 존재할까? 그 물음에 대해 지금의 내가 생각해보아도 정의 내릴 수 없는 물음이다. 곰팡이가 가득 피고 비가 오면 바닥에 물이 새는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 나는 생각했다. 신은 왜 나에게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를 보내주셨고 나의 가여운 어머니는 왜 그런 사람과 아이를 낳았을까. 


젊은 나의 어머니는 참 아름다웠다. 그녀의 피부는 40대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투명했고 그녀의 이목구비는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그녀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씌웠다. 모든 것이 타고나길 부잣집 아가씨 같은 어머니였지만 그녀의 손만큼은 그녀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음을 증명하듯이 아름답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나의 어머니는 고된 일로 손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타고난 것이었다. 내가 그 손을 닮았다.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는 부잣집 아저씨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녀는 나의 친아버지와 이혼한 후 어렸던 나와 같이 부잣집에 들어갔다. 아저씨는 이미 전 부인과 이혼 후 아들과 둘이 지내고 있었다. 


나의 어머니는 돈을 원했고 아저씨는 젊고 예쁜 아내가 필요했다. 사실 어머니가 그의 몇 번째 아내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어머니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하루아침에 새아버지와 오빠가 생겼다. 그날은 나의 생일이었고 아무도 챙겨주는 이가 없었지만 나는 앞으로 시궁창에서 사는 이여주가 아닌 김여주의 삶을 생일선물로 받았기에 상관없었다. 


나는 어머니의 재혼과 동시에 성을 바꾸었다. 이 여주에서 김여주로. 친아버지와 관련과 모든 것을 버리고 싶었다. 타고나길 부잣집 아이처럼 살고 싶었다. 이 집에서 버티면 나는 살인범의 딸 이여 주가 아닌 부잣집 딸 김여주다.  



신은 날 아직 버리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다. 






나의 가정은 완벽했다. 부모님은 다정하셨고 돈은 썩어났다. 고로 어릴 적 나는 자만심이라는 술에 중독되어 있었다.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 나는 사립 초등학교에 입고 갈 교복과 새 책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일찍 잠을 청했다.  


그날 밤 어머니가 죽었다. 


교통사고였다. 운전자는 만취한 상태였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만 죽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아버지는 회사 경영에만 몰두하셨고 어머니를 닮은 나에게 더 이상 따듯한 미소를 짓지 않으셨다. 


어머니 대신 유모가 와서 나의 밥을 챙겨주셨고 유모는 나에게 다정하지 않았다. 주인 잃은 어머니의 악기들은 먼지가 쌓이지 않게 걸레질만 했을 뿐 연주해 주는 이가 없자 악기로서의 가치를 잃어갔다. 


집에 있는 모든 것이 무관심이라는 독에 빠져 차츰 생기를 잃어갔다. 



처음 겪는 결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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