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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미세하게 늘어지고 있었다. 경수는 눈 하나 끔뻑이지 않은 채 자신의 그림자를 잠자코 보고 있었다. 눈을 감는 법을 잊은 것인지 흔들림을 내비추지도 않았다. 이윽고 새빨개진 눈가로 굵은 눈물 방울이 흐르기 시작했다. 볼을 타고 입가로 닿아 턱에서 톡,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랫바닥은 금세 흥건히 젖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후두둑 하고 떨어지는 방울이 진정 감지 않은 눈 때문인지 감별하기가 어려웠다. 길어질대로 길어진 그림자가 점점 형체를 감추고 있었다. 입술은 본연의 색을 잃어 형편없기 짝이 없었고 해가 지면 질수록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림자가 사라졌다. 동시에 눈물도 멎어 흐르지 않았다. 그림자가 있던 자리로 누군가의 발걸음이 자리했다. 


"안녕. 여기서 뭐 하니?"


음성 기계를 연상케 하는 어색한 말투가 우스워서 자신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또 자신도 모르게 눈을 한번 깜빡였고,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시선을 맞췄다. 길고 긴 공백을 단번에 깼다. 한순간에 자신을 변화시킨 어색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두려워 졌다. 다시 곱씹어 보니 익숙한 이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도저히 떼이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뛰기 시작했다. 멋대로 늘어진 다리로 인해 몇 걸음도 못 가 쓰러졌다. 다리를 일으키기가 힘들었다. 다시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경수야."


경련 비슷한 것을 일으키는 자신의 다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멋대로 튀어오르는 다리를 억누르고 다시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앞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뛰었다. 다섯 걸음도 못 가 다시 풀썩 쓰러졌다. 끅끅 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눈에서는 멎었던 것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도 실패였다.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어 자책하는 손을 누군가가 제재했다. 발악을 했지만 끝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낯선 이 상황이 소름끼치게 익숙했다.


"돌아 가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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