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상에 올라왔다. 평소에는 그렇게 못느꼈는데, 오늘 아침에 비가 온 탓인지, 어딘가 텁텁한 빗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게 너무 싫었다. 내 기분을 더 불안하게 만들어서. 일단은 무서워서, 당황한 나머지 뛰어나왔는데, 잠깐 들렸던 누군가의 비명소리를 제외하고는 여기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분명, 이런 조그맣고 부실한 건물에서 방음이 될 리가 없는데. "학연이형...." 움찔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이다. 저 뒷모습은 그 아이가 아니었다. 멤버중 한명이겠거니, 급히 달려가자 그는 내게 손을 올리자마자 힘이 풀린 듯 쓰러졌다. 이재환이였다. 재환이가 쓰러졌다. 손이 따뜻했다. 밤이라서 무언지도 모르는데 비린내가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 피였겠거니. 뻔하게도, 재환이 피였겠지. 얼굴도 안보이는데, 많이 당황하기는 했는지, 숨소리가 거칠었다. 일단은 이러다가는 재환이가 정말 의식도 없어질 것같아서, 따뜻한 허벅지를 잡고는 많이 괴로운 듯 신음을 뱉어내는 그를 질질 끌고는 옥상문 반대쪽으로 옮겼다. 나보다는 큰 재환이니, 안무거웠을리가 없다. 숨이 가빠르게 차오르자 미안하다는 듯, 재환이가 아무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내가 더 미안한데, 이 자식은 멀쩡한 척 한다. 미안했다. "여기있는거 알아요. 우리 좋게 풀어요." 문이 열렸다. 너무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재환이 입을 막았다. 서로 어떡하냐는듯 마주보다 숨소리도 안 들릴만큼 있는 힘껏 입을 닫았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소름이 돋았다. 으, 어떡하지.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무서운데, 재환이 입을 막던 내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재환이가 눈을 질끈 감고는 떨고 있었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땅만 쳐다봤다. 무언가 다가왔다. 내 머리를 어루만진다. 감촉부터 더러워서 미간을 찌푸렸다. 얼굴을 들자, 그가 있었다. "형, 봐요. 여기 있네. 좀 더 멀리 도망갔어야지." "왜그러는거야. 좋게 풀자. 그런거 어디서 가져왔어." 상혁이가 소름이 끼칠 정도 해맑게 손에 쥔 총을 만지작 거린다. 이렇게 쏘는거라면서 재환이 허벅지를 가리킨다. 겁에 질리면서도, 분노에 가득찬 눈빛으로 상혁이를 노려보는 재환이다. 그 분노에 죄책감을 느꼈다. 내가 형인데, 지금 이게 무슨 짓일까. 이성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나는 웃으며 나와 눈을 맞춰오는 상혁이의 뺨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고개가 돌려진 그는 한동안 자기 볼을 쓰다듬더니, 웃으며 날 본다. 아니, 입은 웃던데 눈은 안 웃더라고. "형." "... 어, 어?" "그거 알아요? 총알이 6개나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