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잔뜩 겉멋만 들어 꿈도 없고 생각도 없던 15살. 나는 병 때문에 유일하게 좋아했던 농구를 포기해야 했다. 연필을 다시 손에 쥐어보려고 했지만 며칠 안 되서 나는 연필조차 놓아버렸다. 손에 쥘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 공허감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무작정 나가서 티셔츠가 땀에 푹 젖을 때까지 농구코트를 뛰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골을 넣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었다.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또 나이가 들면 증상도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링거를 맞아 퍼렇게 멍이 든 손등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결국 운동은 접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오래 못 하면 안 되는 것이 운동이니까. 파랗게 물든 손등에 다시 새로운 링거바늘이 꽂아진 지 몇 번째. 나는 무료한 마음에 병원복 위로 입은 가디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링거를 질질 끌고 복도로 나갔다. 병원복도도 꽤나 한적했다. 다시 돌아가야겠다 다짐하고 등을 돌린 순간, 나는 병원복도에 놓인 작은 -그 당시에는 꽤 크고 신식이었던- 티비를 발견했었다. 음악방송 중이었다. 홀린 듯 티비 앞에 놓인 수 많은 의자들 중, 맨 앞자리에 앉아 다음 순서에 나올 가수 소개를 듣고 있었다. 박효신, 이라는 남자가 나왔다.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서 무릎 위에 턱을 괴고 멍하니 화면만 응시했다. 그리고 1절 쯤 지났을까,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한참을 그곳에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그리고 나는, 비어버린 손에 마이크를 쥐기로 결심했다. [햇콩] 나의 햇님 by. 로제 "에어컨..." 무더운 여름 날, 연습실 에어컨이 고장났다. 이것은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일이었으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 AS 기사님들도 전부 쉬신다고 했다. 이미 연습은 중단된지 오래였다. 창문조차 없는 지하 연습실에는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았고, 연습실 벽을 대신하고 있는 거울에는 뽀얗게 김이 서려 있었다. 더위에 지쳐 머리를 쓸어넘긴 택운은 쇼파에 기대 앉아 까만 민소매를 붙잡고 펄럭거렸고, 원식과 홍빈은 정신이라도 잃은 듯 연습실 마루바닥에 딱 붙어서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학연은 에어컨을 이리저리 조작해보다가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두드리는 등의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했고, 상혁과 재환은 학연의 발치에 쪼그려 앉아 그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 이거 왜 안 돼!" "형, 어차피 안 될 거 힘빼지 마요." 앞머리는 생명인지라 앞머리를 까지도 못 하는 학연이 짜증을 부리면서 에어컨을 붙잡고 흔들자, 상혁이 혀를 쯧쯧 차며 말했다. 너어! 하고 투닥거리는 둘 뒤로, 연습실의 입구인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이구, 땀냄새 봐." "햇님!" "에어컨 고장났다며?" 우르르 몰려가서, 차마 땀때문에 안기지는 못 하는 빅스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안겨준 햇님, 그러니까 효신은 신난다고 가위바위보를 하며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다섯 빅스 너머로, 더위에 지쳐 마루바닥에 엎드려 잠이 든 홍빈을 발견했다. 볼이 눌린 채로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설레임 우유맛 하나를 집어들고 홍빈 옆으로 가 쪼그려 앉았다. 그리곤 톡, 더위에 약간 녹아 겉에 물이 송글송글 맺힌 설레임을 홍빈의 볼에 올려 놓았다. "아, 뭐야..." "일어나, 아이스크림 먹자." 새끼강아지 마냥 눈도 못 뜨고 비실거리던 홍빈이 나른한 중저음의 목소리에 헉, 숨을 들이쉬었다. 벌떡 일어나느라 떨어지는 설레임을 잡아낸 효신이, 뚜껑을 돌돌 돌려 따서 홍빈에게 내밀었다. "우리 콩이, 고생이 많다. 내가 밥 한 번 사야하는데." 슥슥, 땀에 젖었을 머리를 쓰다듬어준 효신에, 홍빈은 귀까지 빨갛게 붉힌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저 우상이고 롤모델이었는데, 이젠 이렇게 가까워졌다. 가수하길 잘 한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 때는 수십번인데, 그 중에 조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이런 순간이다. 내 무대를 봐줄 때, 다정하게 말을 걸 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아줄 때... "아이스크림 안 먹으면 나 먹는다?" "에? 아아, 햇님! 제 껀데!" * 대망의 저주인형 컴백이 어느 정도 지나고, 빅스의 입지가 점점 두터워지자 빅스는 스케쥴에 치여살기 시작했다. 음방부터 라디오, 드라마, 예능, 팬싸, 해외 공연... 서로 티는 안 냈지만 사실 많이 피곤한 상태였고 조금은 지쳐 있었다. 몸이 아팠던 전적이 있던 홍빈의 몸은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무대가 끝나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해골봉을 툭, 놓치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팬들의 비명소리와 멤버들의 부름, 스탭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홍빈은 아득하게, 정신을 놓아버렸다. * "아... 햇님?" 홍빈은 오른손에 닿아오는 온기에 약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제 손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효신의 정수리에, 작게 그를 부른 홍빈은 대답 않고 여전히 정신없이 졸고 있는 효신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머리카락 끝을 조심조심 만지작거리던 홍빈이 용기를 내어, 손바닥을 동그란 머리 위에 얹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던 홍빈의 왼손이 이내 효신의 손에, 잡혀버렸지만. "그, 죄송해요. 기분 나쁘셨ㅈ..." "괜찮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꾹, 볼이 잡혀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야 했던 홍빈은 갑자기 저를 끌어안아 버리는 효신에 숨을 들이쉬어야만 했다. 쿵, 쿵, 주책맞게 뛰는 심장이 야속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효신이 작게 속삭였다. "걱정했어." "해, 햇님?" "진짜...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 홍빈을 더 세게 끌어안는 효신에, 홍빈은 굳어있던 몸을 풀고 효신의 어깨에 턱을 기댔다. 옛날과는 다르게 병실 안에 놓여진 벽걸이 TV의 까만 화면을 바라보던 홍빈은 6년 전 그 화면을, 효신의 무대를 떠올렸다. 돌잡이하는 아기마냥 무엇을 쥘 지 몰라 비워둔 채였던 손에 마이크를 쥐어 준 그대가, 어쩌면 내 마음도 채워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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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게 얼마만이야ㅠㅜㅠㅠㅠㅠㅠ 나 보고싶었어요? 나는 보고싶었는데... 눈물ㅠㅠㅠ 사실 독방 오랜만에 들어갔다가 기억에 남는 글잡 글! 그거 댓글에 젤리유치원이 두 개나 있는 걸 보고... 모바일로 급하게 뚜샤뚜샤@.@ 오랜만에 다리달달 썸타는 햇콩으로 돌아왔어요! 오랜만에 쓰니까 부끄럽고 그렇네여 으어어ㅋㅋㅋㅋ 저는 도망갈게요 안녕~ 킷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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