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 공존 :: 일반 세계와 오메가 버스 세계의 공존
알파 박찬열X일반인 변백현
알파 김종인X오메가 도경수
일반인 김종인X일반인 도경수
w.봉봉 쇼콜라
01
나름 고급스러운 오피스텔이건만, 이곳은 비워진지 꽤 오래된 듯 먼지가 폴폴 날렸다. 백현은 들고 있던 마지막 짐 박스를 살포시 내려 놓으며 우선 청소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현은 짐들을 뒤적거리며 가지고 온 진공 청소기를 꺼내 들어 콘센트 꽂는 곳을 찾아다녔고, 그것은 그리 깊숙히 있지 않았다. 집 안 곳곳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다 하고 나니,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이사 오기 전 집을 둘러볼 때는 없었던, 침실 한 켠에 걸린 커다란 액자. 백현이 전혀 터치하지 않았음에도, 액자에는 먼지 한 톨 묻어 있지 않았다. 비밀번호는 이미 이사를 오기 전 백현이 제 생일인 0506으로 바꾸어 놓았으니, 그 후에 누군가 이 액자를 걸어다 놓았을 리도 없었다. 백현은 소름이 돋는 팔을 쓰다듬으며 액자를 바라보았다. 백현은 잠시 주춤했다. 액자 안의 사진 속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들 중 한 남자는 너무나도 눈에 익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 남자는… 자신, 백현이 확실했다. 비슷한 사람이라기에는 눈가에 있는 점의 위치마저 똑같았다. 그것을 깨달은 백현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어 액자를 떼어내려 액자 모서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동시에 액자 뒷편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백현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가, 손가락 끝으로 액자의 한 부분을 톡 건드려 보았다. 액자가, 밀려난다. 그리고 백현은 홀린 듯 액자 뒤의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 이게 무슨…. 백현은 코웃음을 쳤다. 액자 뒤의 세상은 그의 오피스텔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아니, 전혀 다른 곳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그러니까, 이곳은 분명 내가 가끔 친구들과 놀러왔던 그 거리가 맞는 것 같은데. 눈 앞에 보이는 골목을 빠져나온 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뒤를 돌아보니 액자는 사라진 후였다. 여기가 분명 제가 살던 곳임에 틀림 없는데, 백현은 어쩐지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고, 백현은 사람이라는 반가움과 궁금증을 동시에 안은 채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이번 서울 시장으로 당선되신 우성 알파, 김정우 서울 시장님이십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백현의 귀로 흘러들어 왔다. 김정우? 아니, 현 서울 시장의 이름은 김정우도 아니거니와, 새 서울 시장을 뽑은 적이 없다. 게다가, 우성 알파는 또 무어란 말인가. 백현이 급하게 주머니를 뒤졌지만, 청소를 하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으니, 식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주머니에 들어 있을리는 만무했다. 한숨을 포옥 내쉰 백현은 결국 그리 멀지 않은 자신의 새 오피스텔, 아니, 원래 세계에서라면 자신의 새 오피스텔이 있을 그 곳으로 향했다. 백현은 이미 이곳은 다른 세상이라고 확신한 뒤였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10분 가량 걸었을 즈음에는 엑스 오피스텔이 눈에 들어왔다. 외관 뿐 아니라, 로비와 엘리베이터도 전부 그대로다. 같은 곳임에도 다른 곳이라니. 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8층 버튼을 꾹 눌렀다. 힘이 잔뜩 들어간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숫자가 8에 다다랐을 때에는 떙, 하는 명쾌한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열렸다. 816호, 816호. 무거운 몸을 이끌고 816호 문 앞에 도달한 백현은 한 참을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오랜 고민 끝에 백현은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비밀번호를 눌러보자고 결심했다. 비밀번호가 틀린다면 도망칠 심산으로 몸은 비상구 계단 쪽으로 미리 틀어 놓은 채로. 모든 준비를 마친 백현은 조심스레 네 자리 숫자를 눌렀다. 0, 5, 0, 6. 삐빅, 삐빅, 하는 경보음 소리가 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문은 또리리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백현은 잠시 놀랐지만 우선은 들어가보기로 결심했다. 현관에는 백현의 발보다는 약간 큰 사이즈의 신발이 놓여있었고, 거실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던 짐 상자들은 없었다. 그렇지만 내부 구조는 똑같았다. 백현이 미리 가져다 놓은 가구들 그대로였다. 백현은 아까보다 조금 다급해진 발걸음으로 침실 문을 활짝 열었다. 똑같이 벽에 걸린 액자의 앞에는 놀란 눈으로 백현을 쳐다보는 키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
"……백현, 아…?"
누구지? 누군데 나를 알지? 백현이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쏙,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 남자다. 액자 속 사진에 있던 백현 말고,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또 다른 남자.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백현, 백현이, 맞아……?"
느릿하게 자신을 향해 걸음을 떼는 남자의 음성이 떨리는 것은 백현도 쉽게 느낄 수 있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백현은 섣불리 뭐라 말 할 수가 없었다.
"백현아…."
"…누, 구…"
"나 몰라? 백현아, 나 몰라…?"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에 남자는 뒷걸음질을 쳐 침대에 걸터 앉고서는 마른 세수를 수 번 반복했다.
"…저…."
"아, 미안."
"심란하신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그 쪽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얘기도 좀 나눠봐야 할 것 같은, 데…."
"어… 그래. 내가 지금 마실 거 내올 정신은 아니라서. 이해 좀 해 줘."
"네에…."
"물어보고 싶은 게 뭔데?"
"아, 저기, 혹시, 오늘 날짜가…"
"2014년 5월 20일. 너 혹시, 뭐 미래에서 왔다거나 그런 거야?"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백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차라리 판타지 영화나 소설에서 그러는 것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혹은 미래에서 과거로 타임슬립한 것이라면 조금 더 나았으려나. 아니면 전혀 다른 장소라던지. 어느 쪽도 아닌 내가 살던 곳과 같은 똑같은 장소, 똑같은 날짜라니. 백현은 남자에게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았다. 여기는 내가 살던 곳과 같은 곳이지만 다른 곳이라고. 당신과 내가 그러져 있던 액자 뒤에 이 세계가 있었다고. 우리 세계의 서울 시장은 김정우도 아니거니와, 우성 알파가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노라고. 백현은 생각보다 침착하게 그에게 설명을 했다. 놀란 것은 남자 쪽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마음을 추스리고 백현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 일단 나는 박찬열이야. 그 액자는 아마 저거일 것 같은데…. 우선은, 우성 알파… 후, 그러니까. 이 세계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어. 흑인, 백인, 이런 거 말고. 알파, 베타, 오메가, 이 세 종류. 그 종류는 태생적으로 정해져. 알파는 우월한 유전자를, 오메가는 하등한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나. 베타는 그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 이 썩어빠진 사회는 알파만을 중시하고, 오메가들은 찬별하지. 그리고 나는 알파고, 백현이는, 이 세계의 백현이는… 오메가야. 그 중에서도 가장 하등한 대우를 받는 우성 오메가."
백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사람이 태생적으로 종류가 나뉜다니. 알파니, 베타니, 오메가니 하는 것들은 백현에게 어느 정도는 익숙한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백현이 알고 있던 것은 어디까지나 알파파나, 베타파라던지, 플러스 알파, 오메가 쓰리 같은 평범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사람을 구분 짓는 것으로 쓰인다니. 뒤이어 들려온 찬열의 말은 더욱 더 놀라웠다.
"그리고 백현이랑 나는, 연인이었어. 헤어진 건 아니야. 단지 백현이가, 백현이, 가…."
"……."
"죽었을, 살해당했을 뿐이야."
"…아…."
"니가 나타났을 때, 백현이가 살아돌아온 줄 알았어. 오메가 향이 나지 않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오메가 향, 이요?"
"오메가들은 히트싸이클이라는 게 있어. 그 기간 동안은 성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오메가 특유의 향을 강하게 풍겨. 알파들은 그 냄새를 맡고. 물론 약을 먹으면 괜찮지만, 어쩐지 백현이는 약을 먹어도 미미하게 냄새가 났어. 그리고 오늘은, 백현이의 히트싸이클 기간이거든. 그러니까 니가 오메가 변백현이었다면, 냄사가 났을 거고, 난 그걸 맡았겠지."
백현은 제 잘못이 아님에도 괜시리 미안해졌다. 찬열은 쓰게 웃으며 백현에게 물었다. 너도, 백현이지? 백현이 고개를 작게 주억거리자 찬열은 짧게 탄식을 내뱉고 말했따.
"그럼 잠깐만, 아주 잠깐만 널 우리 백현이라고 생각할게."
그 말을 끝으로 찬열은 아무 말 없이 백현을 끌어 안았다. 백현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품에 가둔 찬열의 어깨가 무척이나 심하게 떨려와서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현은 손을 올려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 손길에 찬열은 더욱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백현의 옷 어깨자락이 점점 축축해져 갔지만, 백현은 그보다는 찬열 쪽이 더 신경쓰여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아무 말 않고 그저 계속, 찬열은 토닥이는 것을 멈추지 않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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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첫화 끝!!!!많이 사랑해주셔요!!!!
나중에 시간날때 인그징 텍파 올리겟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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