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도]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下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d/0/9d07cdf6afb309018cce45b8b8e59a3d.jpg)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멀리 병원이 보이자 경수는 백현에 팔을 붙잡았다. 병원으로 가까워질수록 미친 듯 빨라지는 심장박동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져 그 자리에서 쓰러지다시피 넘어지며 백현의 팔을 붙잡았다. 경수가 숨을 헐떡이며 백현의 팔을 붙잡자 백현은 당황한 듯 경수를 부축하더니 자신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까만 가죽의 시계를 한 번 바라보곤 작게 중얼 거린다.
“설마, 벌써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건가.”
“무슨, 무슨 시간?”
“아니야, 경수야. 서둘러야겠다. 얼른 일어나. 걸을 수 있지?”
“백현아, 말해줘. 무슨 시간?”
“일단 일어나.”
“나 죽어? 나 지금 죽어? 그런 거야?”
“도경수!”
사람이 자살을 하려고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면 가장 겁을 먹게 되는 순간은 난간 위에서 섰을 때도 아닌 몸을 공중으로 내던졌을 때 1초도 되지않는 그 짧은 순간이라고 들었다. 스스로 죽음을 직면한 순간. 정말로 죽음을 인정 해야만 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경수는 자신에게 죽음이 다다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경수는 겁에 질려 있었다. 가까스로 병원 근처 벤치로 몸을 움직여 숨을 고르게 쉬려 노력해보았다. 그런 경수의 옆에서 백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경수와 손목시계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가보다. 술집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깜깜한 밤이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녁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주변을 암흑으로 뒤덮고 있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백현아, 나 이제 괜찮아진 것같아.”
“그래, 얼른 가자.”
백현은 급하게 경수의 손을 잡아끌어 병원 안으로 들어갔고, 백현의 빠른 걸음에 맞추어 경수도 무거운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가 병실 입구에 도착 했을 때 백현은 빠르게 걷던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서더니 여전히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경수를 똑바로 세워 경수의 얼굴을 자신의 양 손으로 맞잡고 경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백현의 눈이 경수를 힘들게 만들었다.
애처롭게 바라보는 백현의 눈빛이 경수를 아프게 만들었다.
깨질 것처럼 차가운 백현의 손이 경수를 슬프게 만들었다.
“백현아, 왜그래….”
한참 멍하니 경수의 얼굴을 바라보고있던 백현에게 경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지만 백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않 더니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경수 얼굴쪽으로 가까이 가져온다. 그리곤 경수의 입술에 가볍게, 또한 진할 정도로 달콤한 키스를 했다.
“ 이제, 들어가자. ”
담담한 목소리로 경수에게 들어가자고 말하던 백현의 목소리와 함께 병실 문을 열렸고 경수는 병실 안의 광경을 보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바보처럼 울음을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 봐. 어쩌면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들이 될 지도 모르니깐….”
백현은 경수를 일으켜 병실 안으로 등을 떠밀었고 경수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페부가 막혀오는 고통에 한 손은 가슴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때 가장 먼저 경수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화장이 모두 지워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눈물이 범벅이 된 채로 경수의 손을 꼬옥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경수야, 엄마가 미안해. 제발 눈 좀 떠 봐. 엄마가 왔어. 제발…제발. ”
그런 엄마의 옆에서 엄마의 어깨를 감싼 채 붉게 충혈 된 눈으로 누워있는 경수를 바라보는 아빠와 보호자용 의자에 앉아 자신의 양 손을 마주잡고 기도문을 외고 있는 찬열의 모습도 보였다.
“살려주세요, 하느님… 제발, 경수 살려주세요. 경수 정말 착한 아이예요. 이렇게 먼저 데려가시면 안돼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제가 정말 나쁜 친구였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경수는 아랫 입술을 파르르 떨며 뒷걸음질 쳐 병실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바닥에 무릎 꿇고 주저앉아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눈물 범벅을 한 채 바닥에 쓰러져 오열하고 있는 경수를 바라보던 백현은 동정어린 시선으로 경수를 보더니 몸을 숙여 경수와 눈높이를 맞춘 다음 경수에게 말했다.
“사람은…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 어떤 사람도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사람은 없어.”
“아니야. 아니야….”
“너가 태어났을 때 가장 행복했던 분들이야. 너가 옆에 있어 가장 행복해 하는 친구들이고.”
“그런데 왜, 왜!”
“넌 그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거지.”
고개를 숙여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이 백현은 자리에 일어나더니 들고있던 노트를 펼쳐 들어 무언가를 천천히 적어내려간다. 서럽게 울던 경수는 순간 자신의 몸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놀란 눈으로 백현을 올려다보았다.
“백현아, 나 좀 봐! 자꾸…자꾸만 희미해지고 있잖아!”
“시간이 다 된 거야.”
“싫어, 싫어. 조금만 더 있으면 안될까. 나 조금만 더 있으면 안될까?”
“내 힘으론 어쩔 수가 없다, 미안해.”
“백현아, 백현아 도와줘 제발.”
백현의 다리를 붙잡으며 경수가 절규함에도 불구하고 백현은 미안하단 말만 되풀이 했고, 이제서야 모든 것을 알게 된 경수는 다섯살 난 어린 아이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울며 불며 떼를 쓰고있었다. 목이 다 쉬어버릴 정도로 소릴 치고있는데 그 때 복도 끝에서 의사가 달려오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경수를 지켜보던 그 의사였다. 그는 아직 수술복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은 상태고, 얼굴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흙투성이 교복을 입은 두 남자도 있었다. 세 남자는 몹시 다급한 얼굴로 병실 안으로 들어섰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경수는 어느새 말라버린 눈물 자국을 닦아내고 그들을 따라 들어갔다.
“젠장, 도경수 씨. 정신 차려요. 도경수 씨? 나 보여요? 나 누군지 알아 보겠어요?”
“선생님… 우리 경수. 꼭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몹시 흥분한 듯 보이는 의사는 경수의 뺨을 서너번 때리며 깨웠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경수의 육신은 숨쉬는 것도 힘든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가느다란 생명을 겨우 지탱하고 있었고, 심장 박동수는 자꾸만 떨어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일촉즉발의 상태였다. 커다란 굴곡을 그리며 경수의 삶을 그리던 심장박동 기계의 곡선은 점점 느슨해지다 결국 삐- 하는 따가운 기계음과 함께 일자로 죽어버렸다. 잠깐동안의 정적이 병실을 휩쓸었다. 사람들의 흥분이 겹친 목소리는 일순간 멈춰 버렸고 경수를 흔들어 대던 의사의 손놀림도 멈춰졌다.
“설마….”
“… 정말,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안 돼, 경수야. 엄마야, 엄마가 왔어! 눈 좀 떠 봐. 안 돼! 여보, 여보….”
죽은 것이다. 그렇게 원하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의사가 말꼬리가 흐려지자 엄마는 의사에게 매달려 눈물 섞인 목소리를 토해내다 결국 아빠의 품에서 기절을 하고 말았고 아빠는 그런 엄마를 끌어안고 조용히 눈물만 뚝뚝 흘려낼 뿐이다. 찬열은 기가 막힌 듯 울어댔고, 종인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의자에 주저앉더니 미안하단 말만 작게 되뇌었다. 그리고 세훈은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멍하니 경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니 옆에 내가 있어. 오세훈! 내가 니 옆에 이렇게 있단 말이야!”
알아 듣지도 못한대도 이렇게 소리치지 않으면 심장이 쾅하고 터질것 같아 경수는 세훈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나를 한 번만 봐달라는 절규를 그렇게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하지만 멍하니 서있던 세훈은 비틀대는 발걸음을 돌려 병실을 빠져나가고 그 뒤를 종인이 따랐다. 그리고 계속해서 병실 안은 아빠의 흐느낌 소리와 찬열의 울음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정말 죽은 거야? 나 정말 죽은 거야?”
“…….”
“나 이제 진짜 알겠어. 이제서야 모두 알겠어. 나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단 거.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거. 이제 정말… 알 것 같아. 정말….”
침대에 얼굴을 묻고 경수는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의 귓가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순간 고개를 들었다. 다시 처음이었다. 처음 내가 백현이와 만난 곳이었다. 끝없이 하얀 세상. 답답하리만치 하얀 세상. 경수의 앞에 서서 가만히 경수를 바라보던 백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백현은 경수를 보며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 희고 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결이 좋은 까만 머리가 바람 결에 흩날리며 미소를 짓고있는 백현의 모습이 자꾸만 희미해진다.
“자살한 사람들은 죽어서도 영혼이 부서져버려. 지옥 끝으로 떨어지고 말지. 신이 내려준 생명을 함부로 다룬 댓가를 받게 되는 거야. 자살은 절대자에 대한 모독이자 경멸이지.”
“…….”
“죽고 싶어질 때, 정말 삶이 힘들 때… 자살이란 단어를 거꾸로 외워봐.”
*
“경수야, 엄마 보여? 여보! 경수가 눈 떴어요! ”
“어디, 경수야. 아빠야. 아빠 보이니? 내가 당장 가서 의사 선생님 불러 올게!”
지끈거리는 머리 탓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지만 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사람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는 엄마의 얼굴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잠을 자버려서인지, 눈두덩이가 따끔따끔 거린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흘려버린 차가운 눈물방울. 볼을 타고 하염없이 멈추지 않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백현.”
“경수야, 엄마 보여? 왜 이렇게 오래 잔 거야!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백현, 백현아….”
다시 눈을 감았다. 여전히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미소를 지었다. 하얗게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백현’ 이라는 이 이름만이 경수의 머릿 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경수를 눈물짓게 만들고, 웃음나게 만든다. 슬프지만 경수를 행복하게 만드는 말, 백현.
“엄마, 나 배고파.”
메마른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온 경수의 말에 엄마는 이제야 한시름 놓겠다는 듯 편안하게 웃더니 경수를 꽈악 끌어 안아준다. 사실 경수는 사고 당시 트럭과 정면 충돌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럭이 달려드는 순간 경수가 다행히 옆으로 기울어 쓰러져 큰 부상을 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경수를 잡아 당긴 듯 기울어 넘어진 덕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으니 허리가 뻐근해져와 몸을 일으켜 창가쪽을 바라보며 앉았다.
“무슨 생각해?”
그때 도둑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병실 안으로 들어와 경수의 옆에 앉아 얼굴을 경수 얼굴 앞까지 쑤욱 내미는 세훈. 갑자기 나타난 세훈의 등장에 놀라 경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세훈을 가볍게 밀어냈다.
“깜짝 놀랐잖아. 맛있는 거 사왔어?”
“니가 뭐 예쁘다고 맛있는 걸 사와.”
“사온 거 다 알아.”
세훈의 등 뒤에 숨긴 것을 본 경수는 세훈을 한 번 귀엽게 흘긴 뒤 손에 들려있던 종이봉지를 뺏어 들었다. 경수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아는 이 녀석이 사온 과자를 꺼내다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세훈과 경수는 고개를 병실 문 쪽으로 돌렸다.
“종인아.”
“안녕.”
어색한 인사와 함께 병실 안은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경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종인에게 작게 인사를 했고 종인은 그런 경수를 보고선 고갤 푹 숙이며 경수와 세훈이 있는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세훈은 종인과 경수의 등을 퍽 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 분위기가 왜 이러냐. 경수 멀쩡하잖아. 둘 다 좀 웃어라.”
세훈의 말에 종인은 어색하게 웃다 픽 웃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경수도 따라 옅게 웃음 지었다. 참 다행이다. 이렇게 살아나게 된 것…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참 좋다. 이렇게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그리고 항상 고마워, 백현아.
끝 입니다. 다들 어떻게 보셨는지...
끝이 좀 흐리멍텅하게 끝난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워요ㅜ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처음 쓴 글이었는데 읽어주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기뻐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와서 쓰도록 할게요!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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