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딜레마
*
CHAPTER 00
내가 말하는 나
01.
처음부터 꿈이 정해져 있던 아이는 아니었다. 내가 아니어도 당장 먼 미래의 꿈을 정확하게 정하고 있던 또래 친구들은 많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부담감은 내 온몸을 구석구석 탐했다. 언니가 대학에 가지 않고 취직을 해버렸기 때문에. 5살 이상 차이 나는 동생에게 본보기가 되어주기 위해? 자신의 사정 때문에 비상한 머리임에도 대학을 가지 못했던 나의 아버지 때문에. 내가 대학에 가야할 명분들은 날 위한 것이 아닌 ‘가족’을 위한 마라톤이었다. 그것을 고등학교 2학년에 깨달았다. 남들은 나를 뒤늦은 사춘기라며 평가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서실을 간다고 아침 새벽에 나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가기도 했고, 책상에 엎드려 5시간 이상 잔 적도 많았다. 이게 왜 사춘기냐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내 기준에선 뒤늦은 사춘기였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가 끝나고 한창 자신의 과계열을 정하고 있었을 때 나 홀로 종이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앞자리에 앉은 아이에게 문과로 가냐 이과로 가냐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돌아오는 대답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 나처럼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묶여있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난 그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아이도 날 이해하지 못해서 서로 머리를 긁적였다. ‘넌 나중에 뭐가 하고 싶은데?’ 글쎄. 내가 뱉은 목소리에 공허함만이 가득 묻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서 난 황당하게도 경영계열로 대학 원서를 넣었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말을 붙였다가 그 오밤중에 서로 소리란 소리는 다 지르면서 싸웠다. 공무원이나 할 것이지. 결국 또 난 아버지라는 사람을 이기지 못했다. 일주일을 울었다. 속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될 욕을 아버지에게 퍼부었다. 내가 정말 이집의 자식이 맞는걸까에서 시작해서 스스로를 흉봤다.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인가보다.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바라보는 그 시선에 진저리가 났다. 나 스스로 생기를 잃었다고 생각할 정도 였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 때 그 아이가 없었더라면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이때부터였다 남들에게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성을 피하기 시작하고, 감정들을 공감해줄 수 없는게.
나에겐 다른 사람을 담을 공간이 없다.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근데, 왜 나에게 다가오려는 거야?
02.
원래부터 이런 성격은 아니었다. 처음엔 그냥 자연스럽게, 어쩌다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사교성이 좋은 아이로 보였을 뿐. 나도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고, 그저 적극적으로 다가갈 뿐인데, 다른 이들은 나를 걱정한다. 내가 너무 맘을 쉽게 내어준다고 한다. 처음으로 이 말을 들었을 때엔 너무 황당해서 웃음만 나왔다. 내가 맘을 쉽게 준다고? 그 말을 지껄인 사람을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들려오는 걱정의 말들에 나는 꼬리를 천천히 내렸다. 답답한 기분이었다. 왜 나를 가두고 싶어 하는 걸까. 한 친구는 걱정이랍시고 내게 말했다. 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냐고. 멍청하게 입만 벙긋거렸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 차마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난 그저 내가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추억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우울했다.
그 날을 기점으로 무리를 지정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무리는 내가 자신들과만 다니길 바랐고, 혹여 내가 다른 무리와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 무리들을 질투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꼭 나여야 만해? 왜 나에게만 집착해? 못 꺼낸 말들이 빈방에 둥실거렸다. 결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상처는 꽤나 많이 아렸다. 덧나기도 했다. 흉터가 생길것같았다. 난 이 상처들이 곪지 않았으면 했다. 곪으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아프다는 것을 눈치채버리니까.
인생 처음으로 남들에게 선을 그었다. 거리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왠지 모르게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는 이상 그들은 다가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어렵나? 내 목소리를 우연히 들은 김태형이 내 어깨를 잡으며 특유의 해맑은 표정으로 웃어재꼈다. 당연하지 누가 형이랑 말하고 싶어 하겠어-. 뒤이어 계속 말을 하는 김태형이었지만 꽤나 충격적인 말에 뒷말을 끝까지 듣지를 못했다. 이 때부터 였을까? 남의 말을 의식하기 시작한 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나랑은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
-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 ...어?
- 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내가 원하던 말을 해준 게.
03.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말은 날 위해 존재하는 말이 아닐까, 어릴 때 곰곰이 생각했다. 그 정도로 세상은 나에게 친절했다. 날 때부터 피곤한 것이 없었다. 꽤나 잘사는 집에서 태어나 평균이상의 외모를 가지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분명, 신이 나를 만들 때 너무 위대하게 만들어서 멋진 작품을 빚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만히 있어도 다가오는 사람들은 내 삶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그랬기에 동성, 이성 상관없이 두루 친하게 지냈다. 누군가 내 험담을 본다고 해도 딱히 귀담아 듣지 않았다. 질투심에서 나온 소리겠거니 하고 가볍게 다가가면 나에 대한 험담을 나눈 이도 어느새 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인생 그래프가 상향 직선으로 평평하게 잘 포장되어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대학이라는 곳에 와보니 시선이 그리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뭘 하든 간섭하는 이가 많았고, 대부분은 선배라는 칭호를 가진 이들의 시샘이었다. 예전처럼 그러려니 하려고 했더니 여긴 또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조금은 내가 모르는 낯선 세상에 홀로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내 힘으로 들어온 대학이 원망스럽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엔 내가 먼저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자퇴를 했다. 1학년 2학기에. 그곳의 이름을 들으면 아직도 구역질이 올라오지만 난 쉽게 반수에 성공해서 조금 더 환경이 좋은 대학에 들어왔다. 아직까진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에게 친절했다. 그 이유는 민윤기라는 사람 덕이었다. 떠밀려 들어온 학생회에서 친해진 민윤기의 이름은 꽤나 쓸모 있었다. 아. 니가 윤기랑 친한 걔? 민윤기의 이름만 나오면 열에 열은 나에게 친절했다. 희한한 광경이었다. 다들 민윤기를 존경한다지만 정작 민윤기의 곁에는 나빼고 아무도 없는 걸? 유독 민윤기 주위의 공기가 차갑다. 마치 누가 의도하기라도 한 듯. 뭐,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어찌됐든 민윤기는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다만, 나에게는 그 ‘선’을 긋지 않는다. 서슴없이 나에게 술자리를 권하고, 밥 먹자고 연락을 한다. 다른이들에게 존경의 눈빛을 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김태형이 민윤기랑 단둘이 술을? 여전히 이말을 들으면 웃긴다.
진짜 하찮네.
그런데 최근에 들어 눈에 밟히는 동기 한명이 거슬린다. 세상만사 귀찮다는 표정을 하지만 때때로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내 상대방을 괴롭힌다. 마치 자기는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너무 서툴러서,
- 저기요.
- …….
- 뚫어지게 보지 말라니까요? 울렁거리게..
- 알았어. 알았다고.
애정표현 하는 걸로 보이는데. 이거 콩깍지인가?
- - -
관계도 수정.
(보건계열 -> 경영)
(김태형 - 여주 : 선후배 -> 18학번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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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같은 배우도 저런거보면 연애나 결혼은 무조건 마이너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