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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김태형] 관계의 딜레마 01 | 인스티즈



 






CHAPTER 01.
단한 사람
















*






  이어서 부총장님의 축하 말씀이 있겠습니다.

 짝짝짝.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로 가만히 손을 부딪치며 힘껏 박수를 쳤다. 처음에는 모두가 다 같이 박수봇이 된 기분이었다면, 3번째 이어지는 축하 말씀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자화자찬이 너무 대단한 거 아냐? 뒤에서 들리는 불평의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랑스러운 한국대학교에 입학한 우리 학우 여러분. 우리 학교는-. 이제는 다 외워버릴 것 같은 학교의 웅장함과 교육 시스템에 쓰고 있던 안경을 조심스럽게 벗었다. 하필이면 또 맨 앞자리여서 다른 짓도 못하게 생겼으니 시각이라도 포기해버리자 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바로 실천에 옮겼다. 

 길게 낭비 되는 시간 덕분인지 주위 아이들은 하나 둘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어 즐거운 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왼쪽에서 나를 등지고 돌아앉은 여학생을 흘려보다 두르고 있던 목도리로 얼굴을 파묻었다. 요즘 애들은 낯도 안 가리나. 요즘 애들이라고 해도 나와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았지만 솔직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오른쪽에 앉은 남학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건지 여학생을 흘겨보다가 시선을 돌린 나와 눈이 마주쳤다. 몸이 차게 식어 가는 느낌에 표정이 굳었지만 먼저 시선을 떨어뜨리는 남학생에 의해 나도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가만히 무릎위에 올려 두었던 손을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한 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불편하지만 강당에서 집어넣은 손을 차마 꺼내지도 못하고 묵묵히 목도리에 얼굴을 처박고 있다. 여전히 머릿속에는 뜨끈한 전기장판을 깔은 침대 위로 뛰어 들어가고 싶다는 말이 맴돌았다. 누군가 내 뒷목을 치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코를 한번 훌쩍이며 내 앞에 길게 무리지은 형형색색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고등학교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네. 새삼 정말 내가 대학에 온 것을 실감하며 가만히 바쁘게 움직이는 동그란 뒤통수들을 바라봤다. 여기서 나 하나쯤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겠다, 라는 뒷말은 삼키면서.







[방탄소년단/민윤기/김태형] 관계의 딜레마 01 | 인스티즈



"저기. 출발했는데."

" ..아, 네."

"네에-."








 내 손을 못 꺼내게 만든 장본인이 찬바람 덕에 빨개진 코끝을 한번 찡긋거리더니 앞서가는 무리들을 가리키며 날 불렀다. 낯선 목소리에 놀라 몸을 떨며 바라보자 여전히 코를 찡긋거리며 ‘어서 움직이지 않고 뭐해’라는 눈빛을 쏟아냈다. 그 눈빛이 무언가 내가 집에 가고 싶다는 걸 눈치 챈 모습이여서 잠깐 입을 벙긋거리다가 딱딱하게 대답하고 멈춘 다리를 급하게 움직였다.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남학생이 날 따라하는 듯 목소리를 길게 뱉었다. 솔직히 좀 신경 쓰였다만, 굳이 티를내서 뭐 어쩔까싶어서 모른척했다. 아까부터 옆 사람이랑 유치원 짝꿍인 듯 두 줄로 같이 다니는 게 오늘 하루 종일 볼 얼굴일 것 같았기도 하고, 처음 이야기를 나눈 상대와 딱히 싸우고 싶지 않았기도 했다. 오늘 하루만 지나면 알아서 무리를 만들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여기서 선배님들과 대면식을 가질 거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대로 맞아 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느 큰 강의실로 1학년들을 두 줄서기로 데려가더니 하는 말들은 신입생들을 겁먹이기에 충분했다. 학생회로 보이는 사람이 등을 돌려 강의실을 나가자마자 신입생, 그러니까 동기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한숨을 뱉었다. 그 중엔 작게 욕을 읊는 사람도 있었다.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강의실 분위기에 나도 작게 한숨을 쉬고 의자에 몸을 뉘었다. 피곤하다, 피곤해. 대면식은 또 뭐야, 선배님들 앞으로 잘 사이좋게 지내요-. 이런 말 하는 건가, 어째 맘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아. 꽤나 군기를 잡은 학과에 제발로 굴러들어와버렸다. 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학생회 덕분에 할 것도 없는 핸드폰을 들어 괜히 음악사이트를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이쮸 좋아해?"

"..아, 네."

"여기."

"감사합니다."

"근데, 혹시 재수생이야?"

" ……."

"아, 나쁜 뜻은 없고 그냥 존댓말 쓰기에."

[방탄소년단/민윤기/김태형] 관계의 딜레마 01 | 인스티즈



 요즘엔 존댓말을 더 불편해 하지 않나?






 사탕 두 개를 손에 올려주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저 존댓말은 상대에게 실례가 될 까봐 했던 것인데, 불편했나. 힐끗 바라 본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탕 포장기를 정성스럽게 까고 있었다. 









"여기에 유명한 사람이 편입했다던데."

"……."

"막, 잘생기고 키 큰 남학생이래."









우물거리는 볼을 바라보다가 나도 천천히 사탕 포장지를 벗겼다.








" 잘.. 모르겠네요."

"……."

"관심 없어서."

" 오.."


 이 이상의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마침 들어온 선배들의 모습에 웅성거림은 멈췄고, 한 줄로 강의실 앞에 선 선배들이 마이크를 하나씩 들고 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짝짝짝. 박수봇 2호가 탄생한 순간이랄까. 그렇게 순식간에 학생회 임원들의 짧은 소개가 끝났고, 다음으로 신입생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맨 첫 번째 줄부터 앞으로 나와서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말에 다들 굳은 표정으로 앞으로 나가 짧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자신이 재수생, N수생임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분위기가 술렁거렸지만 학생회의 빠른 진행 덕분에 맨 뒷자리에 있던 내 차례까지 ..한 번.











"..큼. 18학번 정여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8학번 김태형입니다."








 달달 떨리는 손 때문에 두 손으로 마이크를 부여잡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마치자 짧은 박수소리 후에 옆자리의 아이가 입을 열었다. 꽤나 무게감 있는 목소리에 감탄사가 중간에 섞여 들려왔지만, 후에 들리는 ‘김태형’이라는 이름에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시선에 당황하며 눈동자를 이러 저리 굴리다가 언제부터인지 날 보고 있던 그 김태형이라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도 절 아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다들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방탄소년단/민윤기/김태형] 관계의 딜레마 01 | 인스티즈




















대단한 사람이에요?
..?
그냥 유명인이 옆에 있는 기분이라서.
글쎄. 네가 그렇게 느끼면 그런 사람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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