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야"
"근처에 친구 좀 만나러...."
"남자?"
"아, 아뇨 남자는 무슨"
"아~ 그럼 내 눈이 잘못됐다는 건가?"
"........"
"뒤에 내 차 보이지"
"........네"
"끌려오기 싫으면 지금 당장 뛰어와"
다들 하는 말 있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자기 인생은 다 정해져 있는 거라고
그 대표적인 예는 바로 나야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얘기할게
난 한 가정에 소중한 외동딸로 그저 평범한 학생이였어
대학에 합격하고 하는 일마다 엄청 잘 풀리는 거 있지
정말 나중에 큰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이 잘 풀렸어
혹시나 했던 게 역시나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가게에 빚이 생겼나봐
영화에서만 보던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흔히 말하는 조폭이라는 사람이 우리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놨어
한 달에 칠백씩 드린다는 조건하에 금방의 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원래 가게 수입으로도 매달 칠백은 빠듯한데 조폭까지 들이닥치는 바람에
매번 오던 손님들도 다 떠나 버려서 칠백은 무슨 한달에 칠천 원도 못 벌었어
한 달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고 도망치기엔 너무 늦었고 애는 타고 겁도 나고
우리 가족에겐 아무 대책이 없었어
부모님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고 차가운 방공기가 너무 갑갑한 나머지
바람이라도 쐴 겸 집을 나서는데 타이밍도 죽이지
집에서 몇 발자국 가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면서 가던 내 앞에 검은 그림자가 생기길래
위로 올려다보니 한 달 전 그 조폭무리가 떡하니 서있는 거야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도 못 지르고 가쁜 숨만 내쉬는데
"你是谁?"
그때 지금 내 약혼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어
때마침 아빠가 나오시더라 바로 아빠 뒤에 숨었어 정말 무서웠거든
아빠는 내 손을 꼭 잡으시더니 다시 날 앞으로 밀어내시더라
어리둥절한 상태로 아빠를 바라보는데
“데려가 약속은 꼭 지키고”
“일주일 뒤에 뵈요”
난 그대로 끌려갔어 아빠는 뒤도 안돌아보고 집에 들어가시더라
무슨 상황인지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냥 끌려갔어
검정색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데 지금 내 약혼자가 말을 걸었어
“뭘 그렇게 떨어”
“..........”
“나 누군지 모르지”
“...저기요”
“저기요 아니고 장이씽”
“저... 왜 데려가는 거예요?”
“너희 아빠가 널 팔았어 빚 대신”
“..........”
“걱정 하지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비극적인 일은 아닐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