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밤은 낮과 달리 제법 쌀쌀했다. 아무 생각 없이 겉옷을 챙기지 않고 나온 나 자신이 잠시 원망스러웠으나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스쳐가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어지러웠던 정신을 맑게 깨워줬기 때문이다.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눈을 감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코를 통해 깊숙이 폐 속으로 들어차는 새벽 공기가 온몸을 감싸 나를 붕 뜨게 만들었다. 다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떠 본다. 철썩거리며 청량한 소리를 내는 파도와 온통 캄캄한 밤하늘 위에 홀로 떠 있는 달. 그 커다란 달이 수면 위에 비쳐 마치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것 같았다. 몽환적인 장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릴 적엔 저 휘황찬란한 달처럼 어두운 밤을 걸을 때 외롭지 않게 길을 밝혀주는 사람이되고 싶었었는데, 그 바램은 무색하게도 현재 내 모습은 한탄스럽기 짝이 없고 저기 떠 있는 달 마저 너무 외로워 보였다.
큰 인물이 되어 성공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유명세를 얻고 이름을 떨치며 사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냥 단지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내 소신껏 살아가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두렵고 막막하기만 한 현실이 내가 헤쳐나갈 틈도 주지 않은 채 휩쓸어 갔고, 어느새 나를 고통이라는 물속에 빠뜨려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괴로움과 아픔에 이끌려 다니다 겨우 빠져나온 곳이 여기다. 정말 숨 가쁘게 도망쳤고 이제서야 세상이 나와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꿈은 더 이상 간절히 이루고 싶은 것이 될 수 없다. 이미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것들이 나의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정하게 가고 있던 발걸음을 돌렸다. 외롭게 떠 있는 달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눈을 감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저 수많은 물살들을 애써 가로지르려고 하지 않아도 돼. 푸석거리는 모래사장이 곧 축축하게 젖어갔고, 내가 너의 밤바다를 환히 비춰 줄게. 차갑다 못해 시린 바닷물은 발을 에워싸며 얼마 가지 않아 나의 목에서 찰랑거렸다. 이리로 와. 나와 함께하자. 끝끝내 나는 다시 현실로부터 도망쳤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방랑자放浪者였다. 변한 것이 있다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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