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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도경수의 그만하자는 말이 나오자마자 눈가에 무언가가 맺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니까, 나를 그리 치부했다.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사실은. 어떻게는 잡고는 싶었다.
도경수가 제발 나를 떠나지만 않게 그렇게만 해 달라고 누구에게라도 부탁하고 싶었다.
도경수는 모든 걸 떠안는다는 듯 말하지만 그 눈 속에는 말하지 못할 무언가가 보였다.
어딘가로 도망을 치고 싶다. 그냥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그 생각이 눈에 뻔히 보였다.
내가 이 아이를 책임질 수도 없다. 그냥 여기서 멈추는 게 맞나라는 나약한 생각이 드는
건 나따위가 할 수 있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다시 데려오는 게 맞았다. 그리고 난 그렇게 할 거다.
" 경수야, 우선 우리 얘기 좀 들어줄래."
" 무슨 얘기. 시덥잖은 얘기나 할 거면 그냥 나가줄래. 그리고 이젠 이 시점에선 뭘 들어도 니네가 싫어."
평소에 형이라고 곧잘 부르던 경수였다. '니네'라는 말 자체에 이제 너네와 나는 다른 사람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라는 듯 말을 했다. 이젠 아무것도 듣지 않으려는 듯, 그냥 귀를 막고 살겠다는 듯 피하는 너의
모습은 우리에겐 낯설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수는 그 말을 잇고는 그대로 누웠으니까.
제발 나가줘. 라고 말하는 그에게 우린 어떠한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여기서 뭐 하나라도 말을 했다간 경수가
정말 우릴 안 볼까. 무섭게만 느껴졌다. 도경수를 어떻게든 관심갖게 하려고 무자비한 짓도 저질렀던 우리는
결국 경수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터벅터벅 그냥 나와버린 병실 문 앞에서 하나의 벽이 생겼다. 도경수는 이제 엑소가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대로이다. 달라진 대우와 환경이 우릴 다르게 만들겠지.
몇 달만 몇 년만 있으면 잊혀질 도경수다. 도경수가 엑소가 아니다?
우리 또한 엑소가 아니다. 11명이 도경수 빠진 우리를 구원해 주던 도경수가 빠진 엑소는
그 무엇도 아니다. 표현이라는 벽 앞에 무너진 찌끄래기들일 뿐이다.
" 이대로 끝낼 일은 없을 거고, 어떡할래 진짜."
웬일로 열지도 않던 입을 연 레이였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최악에 속했다. 그 해맑은 웃음에
그의 내면을 숨겨둔 채 도경수를 죽였으니 말이다. 다들 갈피를 못 잡겠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나약한 나부랭이들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민석이 말했다.
죽도록 빌어서라도 경수는 데려올 거라고. 스케줄은 우선 갔다 오는 게 맞으니까 다들 정신 차리라고
어쩌면 가장 밝은 그가 침착히 대응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과연 그게 올바른 대응일까?
깊이 베인 칼자국을 닦으려해도 이미 죽어가는 중이었다 경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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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나흘째였다. 매일 같이 무시당하면서도 경수 옆에서 2-3명씩은 지키던 게.
경수는 우리가 온지 2일만에 다시 발작을 일으키며 쓰려졌었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거라고.
그렇게만 말해주곤 의사는 나갔다. 우리는 경수를 구해야 했다. 그 다음날도 찾아가선 여러 얘기도 꺼내보며
말을 했는데 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에서야 우리의 목적을 슬그머니 꺼냈다.
엑소 도경수는 안 되겠냐고. 경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옆에 있던 화분을 들어보였다. 금방이라도 던질 듯
무서운 기세를 가진 그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품을 가득 안고 싶었다.
다음 날 경수는 병원을 나와 회사로 향했다. 온갖 비명과 굉음이 울렸지만 그 속에서도 경수는 혼자 걸어갔다.
회사에서는 경수를 잡으려고 온갖 말을 덧붙히며 물었다. 하지만 경수는 지금까지의 돈과 앞으로의 돈도 모두 드리겠다
그리고 난 지금 이후로 엑소가 아니다. 단호하게 말하며 대답만 기다렸다. 알았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30분이 걸렸나
지쳐버린 그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그냥 나가버렸다. 이 일이 너무 현실이 아닌 것 같아서.
경수가 나왔다.
나는 경수의 손목을 아프지 않게 잡고는 한적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래봤자 비상구 쪽 계단이지만 나는 그 곳에서
무릎을 꿇었다 천천히 무릎을 굽혀 시선을 내리깔았다. 손만은 경수의 손을 놓지 않으며. 경수는 손을 내치려 애썼다.
세게 잡을 수 없어 놓아준 그 손을 경수는 매만지며 내게 부탁했다. 내가 이제 다신 나타나지 않을테니 잊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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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은 아랫글입니다 ㅎㅎ, 너무 늦었나요 ㅠ.ㅠ
새로 생각한 소재도 곧 올리겠습니다 !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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