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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명문 사립 수만 국제 고등학교















 대선을방불케 하는 선거유세가 끝나고 드디어 투표가 시작됐다. 학생들은 각자의 투표권을 행사하며 올해 처음으로자신들의 학교에서 시범 운영되는 전자투표기기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문과생들은 드디어 전자투표시대가도래했다며, 이과생들은 어떠한 조작원리로 인해서 이 투표가 돌아가는 것이냐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서로 문 이과 냄새 난다며 싸우는 건 웃기지만 당연 지사한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임시 투표장인 도서관이 학생들로 바글바글해졌다. 덕분에 죽어나가는 건 학생회장 김종현이었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실시된 개표현황은 즉석 해서전 교실 티비에 생중계되었다. 어느 정도 뒷정리가 마무리 된 도서실 티비 앞에서 종현은 마지막 득표수가채워지는 것을 보았다. 개표 수 100퍼센트.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전교회장이 된 사람은 학년 막론하고 유명한 루한이었다., 수만고 개망 시망. 종현의 입에서 본능적으로욕이 튀어나갔다. 누가 저 새끼 후보 되게 만들었냐? 주위에누구도 입을 벙긋하지 않았다. 당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루한은 이렇게 말했다.





 
奇怪的。아니, 이상하네요. 제가 분명히 선거 공략 말씀 드렸잖아요. 이 학교 말아먹을 거라고요. 그거 구라 아니에요. 진짜거든요. 그럼 선거공약을 받잡아 열심히 학교 말아먹겠습니다. 우선, 두발 자유 도입할거고요. 그리고망할 사설모의고사 과감히 없애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뭐…… 생각나면 말할게요. 감사합니다. 谢谢(감사합니다)。”




 
말들이 채 걸러지지 않고 루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종현이꽤 심각하게 물었다. , 기범아. 쟤 호구조사 좀 다시 해봐라. 루한이 아니라 김루한 아니냐? 쟤 한국인 아냐? 중국인인 애가 왜 구라, 망할 이 딴 단어를 쓰는데?! 종현이 발을 쿵쿵 구르면서 발악을해댔다. 그러고는 또 다시 절망을 했다. 그러면 내가 쟤인수인계 해야 하잖아……. 그러는 기범은 옆에서 그러는 네가 더 이상한 거알지, 라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너나 걔나 도찐개찐인데.






 
선거가 끝나고 종현은 루한을 끌고 다니며 이것저것 인수인계를 핑계로 시키기 바빴다. 물론 눈치 빠른 루한은 중국말을 하면서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표정을 짓고 종현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김종현이 누구던가. 학생회장 일년 직을 위임하면서 이미 수만고 학생들 위로 군림하던 사람 아닌가.유 캔 두잇! 아이 빌리브 유! 하는 짧은 영어를지껄이더니 어마어마한 양의 서류를 루한에게 쥐어주고는 바람같이 사라져버렸다. 루한의 표정이 삽시간에굳어버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중요한 일 처리부터 시작해서 굳이 루한에게 맡기지 않아도 될만한 사소한 서류처리까지하나하나 알뜰살뜰 부려먹은 종현은 학교에서 꽤 중요한 행사인 신입생 입학시험을 루한에게 떠맡겼다. 아니, 왜 내가! 하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루한에게 학교 선생님들이이걸 학생회로 내려 보내는 게 문제야, 내가 너한테 다 떠맡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알겠어? 하면서 종현이 역으로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관광 당하는루한의 표정이 썩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신입생 서류전형부터 시작해서 대략적인 시험 반 편성, 아이들 실기평가 장소안내판 만들기 등등의 리스트들을 보자마자 루한은 못해먹겠다며 학생회장실 가운데에서 벌러덩드러누워버렸다. 그런 남의 불행을 즐겁게 바라보던 종현은 이게 바로 학생회장의 일이라며 외려 떵떵거렸다. 결국 루한은 반 체념 식으로 일을 끝까지 마쳤다.











 12월 말, 칼 바람이 부는 정문앞에서 인상을 찌푸린 루한은 무성의하게 학생들을 올려 보냈다. 간혹 루한에게 반을 물어보려고 다가오는아이들은 되려 그 무시무시한 아우라에 쫄아 스스로 반을 알아보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신입생 길안내는 학생회장이 하는 거라며 아침-이라고쓰고 새벽이라고 읽는다- 여섯 시에 저를 깨워 내보냈다. 선배님, 저는 작년에 학교 시험 치루러 왔을 때 작년 학생회장이셨던 이특선배님을 본 거 같은데요. 루한의정곡을 지르는 말에 종현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루한을 내보내기 바빴다. 비몽사몽 현관 앞까지 나온루한은 휑하니 부는 칼 바람에 잠이 확 깼다. 손에 따뜻한 핫초코를 쥐어줬건 나발이건 우선 들어가자마자종현을 어떻게든 구워 삶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권력이 난무하는 더러운 세상!!

 확실히 평판 좋은 국제고등학교라고 소문이 나서이번 학년도 역시 바글바글하다. 평판이 좋다니, 지금 우리학년 봐서는 전혀 아닌데요. 루한은 시험을 치르는 복도를 무성의하게 쭉 훑어보곤 기숙사로 발걸음을 돌렸다. 추워 죽겠네, 지금쯤 제 룸메이트인 민석은 따뜻한 기숙사 방에서자고 있겠지. 마지막 끌려나갈 때, 저를 한번 바라보더니다시 이불에 제 몸을 둘둘 말던 민석이 괘씸해지는 기분에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루한의 걸음걸이가 빨라진다. 민석이차갑게 얼려진 루한의 손 테러를 당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아, 진짜 눈알 빠지겠네!


 

 여러분, 이게바로 중국에서 한국 유학 5년 차 루한(본명 鹿)의 한국어 실력입니다. 신경질적으로 말한 루한이 에이포용지를 흩트리고 그 위에 엎어졌다. 루한의억지 협박에 못 이겨 나와 일을 하고 있는 민석의 모습이 더 전교회장 같아 보인다.




 
“회장이라는 새끼가 빠져서.
 
“아, 우리학교는 너무 회장에게 권한이 많아.




 
루한이 머리를 털고 다시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요번입학한 신입생 명단이 이사장과 교장, 교감과 교직원들을 거쳐 루한에게 넘어왔다. 이번에 들어와 일학년이 될 아이들은 종현보다는 루한을 많이 보고 학교생활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 물 파악겸해서 일 처리를 하는 게 어떻겠냐며 종현의 옆에 있던, 자칭타칭 사람을 홀리는 언변을 구사하는 기범이따발총 장전하듯 쏘아붙였다. 루한의 일은 적당한 아이들을 묶어 2 1실로다가 기숙사를 배치하는 것이었다. 남자기숙사는 저나 제 룸메인민석, 기숙사장인 찬열이 어지간히 할 텐데, 여자기숙사까지도우리가? 그래서 여자기숙사장이자 전교부회장인 민정을 부르려다 민정 빠돌이인 박찬열이 여자기숙사 몫까지저희가 맡아서 하겠다며 미리 민정에게 설레발을 쳐 놨다는 건 안 자랑. 야 미친노마 그럼 니가 해. 들리지도 않을 욕을 하고 결국은 민정을 불렀다. , 빠돌이가 지랄했어. 다시와줘. 옆에서 민석이 중국 유학생이 욕이나 하고 잘 하는 짓이다... 혀를 끌끌 찬다.

 



 “아, 나 매점 만원 권 쏴줘.
 
“지랄.
 
“안 그러면 뒷정리 안 해준다?
 
“헐. 뒷정리 포함? 감사.




 
오자마자 일급 협상을 하는 민정에게 한 소리 하려던 루한은 민정의 후한 처사에 냉큼제 만원을 팔아 치웠다. 협상 타결을 하는 모습이 여느 노동 조합 못지 않은 스피드다. 사실 옆에서 민석이 남몰래 루한을 째려봐서 그런 건 안 자랑. 얘기를안 해주면 잘 모르는 민정과 민석은 이란성 쌍둥이였다. 물론 이름이 민자 돌림이라는 게 포인트. 민석이 2분 정도 일찍 태어났는데 그거 가지고 오빠라고 부르라며엄포를 놓았다. 민정은 그러려니 하며 또 민석을 오빠취급 해준다. 참훈훈한 남매가 아닐 수 없다. 남학생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적게 뽑힌 여학생들을 꽤 꼼꼼하게 분류하는 민정역시 십 분도 채 안돼서 아이들이 많다며 징징거렸다.




 
“야, 요번에 일학년 수석 누구야?




 
루한이 스테이플러로 제가 어영부영 묶어놓은 룸메이트들을 집으며 말했다. 아마도 수석이니 저와 좀 많이 엮일 것 같다는 생각에 루한이 본능적으로 찾아보았다. 기계적으로 스테이플러를 찍어대는 그의 앞으로 민석이 손쉽게 찾아낸 종이를 팔랑거린다. 요기 있네요, 대답은 민정이. 이럴때 보면 쌍둥이 티가 난다.




 
“……세 보이는데?




 
공격력 판단하라고 보여준 종이가 아닌데요. 민석의 떫은 표정을 뒤로하고 허얼, 잘생겼어! 냉미남 스타일이야!!! 하며 옆에서민정이 증명사진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있었다. 어느새 모의고사 지문읽기에 적응한 루한은 빠르게 자소서를슥슥 훑었다. 얼굴만 보면 당연 합격점인 1학년 수석은 오세훈, 이라고 적힌 이름 빼고는 유달리 튀는 건 없어 보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마인드부터가 중국인이 아니라며, 한국으로 귀화하라고 민정이 진지하게 말한다.





 
“얘, 좀 성의 없어 보이지 않냐?
 
“얘가 왜?
 
“너도 그랬어, 사돈남말 하고 있네.




 
민석의 말에 루한은 조용히 제 입학서류를 생각하곤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제 성의 없는 자소서가 순간적으로 지나쳐갔다. 그걸 민석과 민정에게피드백 받으면서 수많은 잔소리를 듣지 않았던가. 하긴, 나도남 말 할 처지가 아니네.




 
“아, 일등이랑 꼴찌랑 같은 방?

 “응.
 
“……남자 꼴찌 여기.
 
“김종인……. 체육 특기생이잖아. 근데 얘도 체육 특기생 치고는 공부하는데?




 
학교에서는 매년 정원 외로 체육특기자를 뽑는다. 넓은운동장과 본관 지하에 마련되어있는 유도관을 살려 육상, 그리도 유도.올해는 딱 열여덟 명이 들어왔다. 워낙 유명한 게 유도라 유도부원은 열 세 명이, 육상은 다섯 명이 들어왔다. 루한은 숫자를 보고 잘도 십팔, 십팔 거리고 다녔다. 그 옆에서 민정과 민석은 국적을 정확하게 밝히라며난리 아닌 난리를 부렸다. 이 쪼꼬만 남매를 루한은 양 사이드에서 붙잡고 조종했다. 조용.




 
“음, 그럼 얘랑 얘랑 붙이자.
 “둘이되게 느낌 틀리게 잘생겼네.

 “잘생긴 애들끼리 방 쓰면 좋지.

 “그건 무슨 논리야.”

 “내 논리.”






 
망설임 없이 루한의 스테이플러가 세훈과 종인의 서류를 집었다. 육상도 중요하지만 공부도 중요하고, 모르는 문제는 아무래도 학년수석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지. 학년 차석이랑도 붙일까 생각을 했지만 수석이 왜 수석이겠어.




 “와, 이 운빨. 0.1점 차이로 꼴찌가 아닌 체육 특기생이다!

 “뭐야. 중국인유학생이잖아.”

 “세상에, 아까걘 중국인 유학생보다 입학시험을 못 본거야?”





 
몇 번 서류를 뒤적이던 민석이 해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지러졌다. ......? 아 몰라. 타오라고 부르라고 써 있으니까 패스. 이름 특이해서 기억하게 생겼는데중국인 유학생이라서 더 기억할 일이 생겼다. 얘도 귀찮은데 차석이랑같은 방 쓰게 할까? 그러면 학부모 컴플레인 들어와, 성적으로 묶었냐고. , 그렇구만. 루한이 그렇게 말하자 민석이 곧바로 대꾸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회장에 어울리는 인재는 오빠 같은데, 하고 옆에있는 전교부회장 민정은 생각한다. 역시 그 때 전교회장을 한다면서 받아놓은 서류를 찢어버려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늦었다. 얘 적응 잘 하게 루한 니가 좀 도와줘. 민석이 묶인 서류를 한 곳으로 모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중국어 좀 할 수 있는 애랑 룸메로 붙였어.
 
“그럼 다행이고.




남아 있는 서류가끝이 보인다. 그래도 절로 한숨이 나오는 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깔깔대는웃음소리가 잦아들고 결국 작업 3시간 만에 녹초가 된 셋은 기숙사에 올라가서 그대로 뻗었다. 민정은 약속대로 기숙사 룸메이트로 묶인 아이들을 엑셀파일 작업까지 완료한 다음, 이걸 사감에게 메일로 쏘고 나서야 일이 끝났다.


















 남아있는 프롤로그 에피소드 00편까지 올리고!

 오타나 비문같은거 과감하게 지적해주세여ㅜ... 정신 놓고 쓰거등여...

 복붙하니까 띄어쓰기도 이상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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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조닌이임당! 으앙! 여전히 재미지네요!!! 늘 느끼지만 한국어를 한국인 뺨치게 잘하는 루한 ( 김루한 )이 보면ㅋㅋㅋ진짜 너무 웃겨욬ㅋㅋㅋㅋㅋㅋ그걸 뒤에서 수습하는 민석이 웃기곸ㅋㅋㅋ진짜 루한이랑 민석이 콤비 참 좋네요! 아니 대체 종인이는.....중국인인 타오보다....(먼산) 잘생긴 애들끼리 방 쓰자는 민정이 논맄ㅋㅋㅋㅋㅋㅋ 다음편도 벌써 부터 둑흔둑흔 기대가 됩니당 잘 보고 가융!!
9년 전
독자2
우와.. 내가 사랑해요
9년 전
독자2
성장통으로 암호닉 신청할께요~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김루한해야되요 뭔 욕을 저렇게 맛깔라게 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3
다시봐도재밌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4
헐대밥 저는 이 대작을왜지금봣죠....? 신알신해도되는건가욘....?
9년 전
독자5
대박이다 신알신하고가요 작가님필력이 짱짱걸! ㅠㅠㅠ 진짜 재밌다ㅋㅋㅋㅋ
9년 전
독자6
신알신하고갑니당!
9년 전
독자7
잘생긴 애들끼리 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럽죠. 눈이 호강하죠 * ^ *
아 진짜 너무 재밌어여ㅠㅠ 여전히 학교 말아먹으시려는 전교회장님ㅋㅋㅋㅋㅋㅋㅋ 루한-민석-민정 투닥투닥라인 너무 재밌어여ㅜㅠ 그나저나 종인이는 분명 시험치다가 잔거겠죠...? 타오(=중국인유학생)보다 못봤을리가 없잖아요...? (현실회피)

9년 전
독자8
아 이거 왜 이제봤지..?? 고등학교 검색하다가 딱 봤는데 재밌네요..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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