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엥? 결혼이요? "
이게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을 하는 자리에서 신나게 밥을 퍼먹던 찬열의 손짓이 우뚝, 멈추었다.
" 그래, 결혼. "
" 하지만 아부지… 전 이제 19살… "
네 아빠는 나랑 18살에 결혼했거든? 옆에서 한마디 더 거드는 어머니 때문에 찬열의 입은 원천봉쇄 될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지… 쉴틈없이 움직이던 젓가락도 테이블에 내려놓은 채 머리를 싸매고 생각에 잠겼다.
찬열의 집안은 대대로 좋은 피만 이어져 내려온 순혈 중족 늑대의 집안이었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뼈대 있는 집안인 덕분에 중종은 중종끼리 결혼해야한다라는 인식이 당연하게 머릿속에 박혀있는 그런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경종과 사랑에 빠진다는 드라마같은 로맨스를 기대하고 살아온 건 아니었지만 천방지축에 생각이 없는 듯 보여도 찬열은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한다'라는 고지식한(?) 신념을 가지고있었다. 집안에서 정략결혼 얘기 나오기전에 얼른 내 짝을 찾아야지, 그것도 겁나 이쁜 중종으로. 항상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찾아온 찬열이었는데, 느닷없이 내리쳐진 저도 몰랐던 저의 결혼 소식은 너무 가혹했다.
중종은 경종보다 상대적으로 임신을 할 확률이 적다. 만약 중종의 씨를 중종이 받는 경우에는 특히 더 심했다. 태어날 아이가 아버지의 혼현을 따를지, 어머니의 혼현을 따를지의 여부가 각각 집안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었다. 중종은 원래 개체 수가 적고 피가 귀해, 후손을 보기가 힘든데 그런 중종 두명이 만나 아이를 가졌으니 과연 둘 사이의 아이는 어느 집안의 혼현을 따를지, 어느 집안의 핏줄을 이어나가게 될지가 양쪽 집안의 은근한 자존심 싸움이었다. 반대의 경우에, 경종이 중종의 씨를 받았을 때 둘 사이의 아이는 99% 중종의 혼현을 따르게된다. 여기까지는 오히려 중종이 중종의 씨를 받는 것보다 좋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종의 아이를 가진 경종은 아이의 강한 유전자를 이기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 아이를 가질 확률이 높아도 그 아이가 안전하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경우가 많지않다. 그것이 중종은 중종과의 결혼을 권장하는 이유이다.
" 나도 실제로 딱 한 번 봤다. 남자치고는 하얗고 순하게 생긴게, 아주 예쁘더구나. 성격도 싹싹한 것 같고. "
참고로 북극여우야. 덧붙혀지는 아버지에 말에는 어느정도 예상했다던듯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중종 늑대의 짝은 주로 같은 중종인 여우 집안이었다. 늑대나 여우의 종류별로 각각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개 그 둘이 최고의 조합이라고 옛날부터 전해내려져왔다. 찬열의 아버지가 늑대이니, 찬열의 어머니는 당연히 여우였다.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이쁘고 자시고 간에 일단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할거라니까요? 아버지가 저한테 한번 말을 꺼낸 이상 결혼은 더이상 취소할 수 없는 빼박캔트라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최후의 발악이었다. 살다보면 사랑하게 된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말도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어느새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수저를 놓고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어느새 씩씩거리며 콧바람을 내뿜고 있는 찬열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버지께서는 휴대폰을 내미셨다. 궁금하면 사진이라도 하나 보거라.
" 아니, 그런 거 안궁금해요. 진짜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할꺼라니… 어? "
제 쪽으로 향해있는 아버지의 휴대폰을 밀어내던 찬열이 언뜻 보이는 인영에 눈을 크게 뜨곤 휴대폰을 제 눈 앞에 가져와 보였다. 어? 어...?
싫다고 밀어낼 땐 언제고 액정 속으로 들어갈 기세로 뚫어져라 사진을 쳐다보는 제 아들의 모습에 아버지는 소리없이 웃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우리 아들 이상형일줄 알았다니까.
* 섹피 세계관을 알고계시면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거예요 :) * ㅇ이번 편은 프롤로그. 언젠간 불마크(...)도 나올예정! * 댓글 다시고 아까운 포인트 다시 받아가세요 XD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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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상황 알고 나니까 이이경 AAA에서 한 수상소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