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쟤 오늘도 저랬어? "
" 말도 마요, 지금 저것도 몇시간 째인지… "
찬열의 어머니의 말은 걱정스러움이 묻어나지만 정말 못말리겠다는 말투였다. 멍-하게 있다가 핸드폰 한번 봤다가, 다시 멍때리다가 핸드폰 한번 봤다가. 요 며칠새 찬열이 주구장창 반복하고 있는 생활 패턴이었다. 아버지가 찬열의 반려가 될 반류의 사진를 보여준 순간부터 씩씩거리며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던 찬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랫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던 찬열이 왠지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한참만에 입을 열어 한다는 소리가,
' 아부지, 저 이 사진 좀 보내주세요. '
풉. 둘 사이에 껴서 약간의 눈치를 보던 어머니를 빵터지게 하는 말이었다. 우리 아들은 어쩜 이렇게 단순할까… 어머니가 비웃거나 말거나 찬열은 아직도 사진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카톡으로 보내면 화질이 깨진다며 굳이 어렵게 블루투스를 실행해서 사진전송을 완료한 찬열이 반려의 사진이 띄워진 자기 핸드폰 액정을 뿌듯하게 쳐다보았다. 혼자 이랬다 저랬다 원맨쇼가 따로없는 아들의 행동을 웃으면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괜히 한번 놀려보고싶어서 건넨 장난에는 진땀을 뺐다.
' 그런데… 네가 굳이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결혼 안하겠다면… '
' 아버지. '
' 응. '
' 전 이미 사랑하는 것 같아요. '
역시 제 아들은 참으로 단순했다. 하지만 또 어느정도 이해가 되긴했다. 찬열의 반려가 될 북극여우를 처음 봤을 때, 찬열이 입이 닳도록 말하던 본인의 이상형과 무서울 정도로 일치했었기 때문이다. 다만 남자라는게 약간 함정이었지만 찬열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 결혼이라… "
제 아들이, 결혼이라… 어쩌면 영영 안올 것 같던 시간이 이렇게 성큼 바로 눈 앞에 닥쳐있었다. 반류들의 결혼은 평범한 인간들보다 대체로 조금 빠른 편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낳는 것보다 반류가 반류를 낳는 것이 더 강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장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저 역시도 18살에 결혼을 해서 그 다음해에 찬열을 낳았지만… 어째 찬열은 더 어리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단순한 사랑의 서약이 아니라 집안끼리의 약조가 걸려있는 문제이기도 하기때문에 끝까지 찬열이 자신의 뜻을 굽히지않고 결혼을 거부한다해도 억지로라도 행할 식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을 충분히 단단히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딸을 시집보내기 싫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은 찬열의 아버지였다.
결혼식 날짜가 정해졌다. 집안끼리 상의해서 정한거라 찬열과 상대 반려의 생각은 1%도 첨가되지 않았지만, 찬열은 그래도 좋았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할거라고 소리쳤던 게 약간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저는 사진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으니 아주 틀린 결혼은 아니라고 자기합리화까지 마친 상태였다. 결혼식이 당장 한달 후인데, 정작 신부(?)와 저는 아직까지 만난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거 뭔 조선시대도 아니고! 아버지에게 불평불만 좀 늘어놓으려는 찰나, 안그래도 둘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려고 물어보려고 했다며 언제 시간이 괜찮냐는 말에 헤벌쭉해서는 언제 어디서든 상관없다는 줏대없는 답변이 대신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약속 당일인 오늘. 자신의 이상형이 문앞에서 3D로 움직이는 걸 볼 생각에 전날 밤을 샌 덕에 얼굴 상태가 약간 안좋아보이긴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내가 얼굴 상태가 나쁜 적이 있었던가? 나같은 모태남신이? 한껏 들떠서 준비를 하다보니 약속장소인 레스토랑에 30분이나 먼저 도착했다. 처음에만 같이 있어주고 중간에 나오겠다는 어머니의 제안을 극구 사양한 뒤 홀로 나온 몸이라 고급 레스토랑에 혼자 앉아있자니 여간 뻘쭘한게 아니었다. 다들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야, 내가 잘생겨서 쳐다보는 거겠지. 예비 반려를 만난다는 기쁨과 혼자 테이블에 앉아있다는 민망함에 여기저기 시선 둘 곳을 찾지못하고 헤매던 눈을 한곳에 고정한 찬열이 혼자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얗고, 귀엽고, 눈 꼬리가 쳐졌고… 또 입술은 얼마나 예쁜지. 한장 있는 사진을 거의 눈동자에 스캔하듯이 하나하나 다 외운 찬열의 눈 앞에 반려의 사진이 어른거리는 듯 해보였다. 어쩜 그렇게 내가 꿈 꾸던 이상형이랑 똑같이 생겼을까.
" 저기… "
이름이 백현이랬지, 변백현. 와, 어떻게 이름도 이뻐.
" …박찬열? "
얼굴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다 순둥순둥한게, 성격도 좋을 것 같아. 이왕이면 완전 현모양처 같은 스타일이면 좋겠…
" 야! "
헉. 순간적으로 바로 옆에서 들여오는 고성에 저도 퍼뜩 고개를 쳐든 찬열이 어느새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곤 다시 표정을 바로 잡았다. 진짜, 진짜 내 눈 앞에 있어… 내가 바랬던 하얗고, 귀엽고, 순하게 생긴 얼굴! 만나면 젠틀하게 말을 붙히려고 나름 멘트도 준비해왔던 머릿속이 하얗게 포맷되어 버렸다.
" 넌 몇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냐. 뭔 생각을 그렇게 해? "
" 아, 아니 그게… "
" 됐고, 여기 얼음물 없어? 나 지금 존나 더운데 물 완전 미지근하잖아. "
이상형이었던 하얗고, 귀엽고, 순하게 생긴 얼굴은 맞는데…
" ……. "
" 와, 밥 한끼 먹는데 뭐 이렇게 비싸. "
" ……. "
" 이런걸 보고 돈지랄이라고 하는거지. "
내가 생각했던 순한 현모양처 스타일은 절대로 아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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