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공/뽀뽀/꼴뚜기/별별별/쪼코/아망떼/고집/둘리/연 언어영역/진2/백설/울지요/오세훈/우유/뚱아/사이다 개뿅/푸린/빵수니@/꽃승아/0501/맹구/힁/심슨/텐더 그린티/레니/됴찡긋/기하와벡터/꽃승아/오덜트백도짱좋음/똥/구름/조아/망고/백도복숭아/비타민됴됴캅/미분적분/0114/블루베리/능률/백편/이도내바람떡/신난다/됴됴한나쵸/망고/고삼/에프/와다/구피알찬열매/제이제이/광대/버블/안소희/삼해/야광별/포스트잇이어폰/우월한카이/생크림/예헷/콩닥/도라에몽/킹오브킹보쯍아/홍시/라엘/개뼉다구/됴레미/찬종짱좋음/슘슘/붕붕심키/무쇠주먹/됴도됴도/도돌이표/바다/백도팡팡/체리밤/zio와이파이/서애/뽕됴퐁듀/백숭아/광대역/건전지/궁금이/찌름/김성규슈크림빵/큥/심쿵/영정사진/세모네모/뽀송뽀송/잉잉잉잉/됴르레곰돌이/이랴/잔디/용트림/큥/토익/체리/빨강큥/뀨뀨루/크롱/봄오렌지/갸또/파노곰/루프/데스티니/센센세니/샴푸요정/나도바닐라라떼/핫초/꽃/뭉이/하늘하늘해/됴들됴들/원주민/준짱맨뒁네슈퍼/굿베이/성장통/일루젼/레오/단호박/칸쵸/레인져/이루구두둠칫/암바사/민탑/오궁/변배쿙/리인/우비/몽나니/히찡/됴라이/내세훈이틀/모디/캐슈넛/카피피/문어/프링글스/으갸갹/뀨꺄/요노르/통조림/펑첸/백뭉이현순청년/야옹 혹시 빠진 분들 계시면 말씀해주세요.메일링은 이번달 안으로 갑니다. "타오야-이거를 이렇게 잡고 해야되는ㄱ...어...." 짤주머니를 쥔 작은손이 버거워 보여 제손을 겹쳐 도와주려던 경수는 곧 당황하며 손을 뗐다. 분명 다섯살 난 타오가 할때에는 어설프긴 했어도 곧잘 케이크의 모습을 갖추긴 했었는데 어째 제가 손을 대자마자 생크림이 뭉개지며 붕괴되기 시작했다. 타오가 손을 멈추고 슬쩍 경수를 돌아봤다. 경수는 애써 웃으며 이게 왜이러지...할 뿐이었다.진짜 왜그러는지 모를까. 타오는 조용히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다시 생크림을 짜내기 시작했다. 어빠가 그랬다. 엄마 요리 못하는건 아빠도 아저씨도 형아 누나들도 모두 안다고. 그런데 어째 엄마는 모르는 것 같다. 아빠가 엄마를 지켜줘야 한다고 했으니까 비밀을 지켜야지. 어느새 철든 생각을 하는 타오였다. 경수는 조용히 타오의 옆에서 조금 떨어져 다시 휴대폰을 바라봤다. 문자를 보낸지 거진 두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답은 없었다. 그새 번호가 바뀌셨나. 한숨을 쉬던 경수는 괜히 애꿎은 휴대폰을 소파 끝에 던졌다. 그것도 아주 소심하게. 그러다 곧 주위를 둘러보고는 슬쩍 집어오려는데 손끝을 울리는 진동에 경수가 재빨리 전화를 받아들었다. 백현이 어머님인가!! "ㅇ..여보세요!!" -애기! 엄마 귀청 떨어지겠다. "아..엄마였어?" -너 얼마만에 엄마랑 통화하는건데 목소리가 그래? 서운하게? "아니야..기다리는 전화 있어서 그래.." -그래? 그럼 빨리 하고 끊어야겠네. 아무튼 우리 애기는 엄마한테 너무 관심이 없어..백현이만 엄마 아들이야. "아니야!!나도 엄마 아들이야!!" -알지 그럼. 아무튼 오늘 백현이 생일이라서 엄마가 잡채랑 미역국 좀 해놨으니까 이따가 가져가. 백현이 지금 일본이라며. "백현이랑 통화했어?" -백현이는 엄마한테 일주일에 두번은 전화해. 경수 너는 엄마가 해야 하지? 아무래도 백현이만 엄마 아들이야. 경수는 조금 있다 가지러 가겠가며 전화를 끊었다. 나보다 더 아들 노릇하고 있었네 변백현. 경수는 이제 서툴게 케이크 위로 과일을 올리는 타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애기 이거 잘 만들고 있어. 엄마 잠깐만 전화하고 올게. 알겠지?" "녜 엄마. 근데 켸크 위에 이거하까여 이거하까여?" 오렌지와 딸기를 들고 제게 묻는 타오의 모습에 경수는 그 발그레한 볼에 뽀뽀를 해주고 말했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걸로 올려. 아빠는 다 좋아하시니까." 신호가 끊길 것만 같았다. 경수는 백현의 어머니가 받지 않으신다면 어떡해야 할지...아니 받으신다 해도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저 무모한 용기로 거는 전화였다. -네. 이윽고, 전화를 받은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그게..." 바보, 등신!!경수는 떨어지지 않는 저의 입을 원망했다. -전화끊겠습니다. "어..어머님!!!ㅈ...저 경수에요!!" -...... "그..문자 드렸는데 답이 없으셔서..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 드렸어요..." -..... "지금 통화...괜찮으세요?" 경수는 말을 하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식은땀이 났다. -그래. "...네?" -안괜찮을 것도 없지. "왜-저새끼 기어이 가는거 봐." "찬열아. 백현이가 알아서 다녀온다는데 왜 니가 지랄이야." 인자하게 제게 말하는 민석은 저번 '그냥 우리 둘이 사귈까.' 했던 찬열의 발언 뒤로 전혀 하지 않았던 욕설을 일삼았다. "그러니까. 찬열이는 괜히 지가 외로우니까 개지랄이다?" 그런 민석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준면 역시 그 곱던 입이 걸지게 변해있었다. "야. 나 간다." 멤버들이 깨끗했던 입에 걸레를 물거나 말거나. 백현은 들뜬 마음으로 공항으로 발을 옮겼다. 오빠가 간다 경수야. 아무도 모르는 비공개 스케쥴이라 공항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제 존재를 철저히 숨긴 백현은 서둘러 매니져를 통해 미리 대기해둔 제 차에 올라탔다. 운전을 하면서도 백현은 자꾸만 벌어지는 입을 숨길 수 없었다. 이제 막 열시가 지나고 있었다. 생일이 채 두시간도 남지 않았지만 이제부터가 저의 진짜 생일이었다. 경수가 있는 곳에서. 경수와 함께 하는 시간. 오로지 변백현에게 의미있는 시간은 경수와 함께 하는 시간. 그것뿐이었다. 어디서 파티를 할까 하던 경수의 물음에도 백현은 그저 집이라고 말했다. 거창하고 화려한 파티는 이미 많이 했을뿐더러 경수와 함께 하는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둘만의 공간에서 경수와 그리고 타오와 함께. 단 한시간이라도 마음을 맞대고 들려주는 생일 축하 노래 한번이면 제가 태어난 순간을 다시 없을만큼 큰 축복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너를 만나고 난 다음 내게 단 하루도 생일이 아니고 축복이 아닌 날이 없었다고 그렇게 말해줘야겠다. 올해도. 집에 도착한 백현은 늦은 시간이라 어두운 와중에도 트렁트에서 선물을 꺼내 양손 가득 들었다. 턱으로 어렵게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면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4일만에 만나는 도경수는 얼마나 예뻐져 있을까. 제가 보지 못했던 순간들을 1초도 빼놓지 말고 녹화해달라고 말했는데. 일부러 전화는 하지 않았다. 만일 늦은 시간이라 경수가 자고 있다면 그 얼굴만 보고 올 참이었다. 그래도 가슴이 터질만큼 벅찰테니까. 하루에도 수십번을 경수에게 쏟아내야 할 사랑이 4일이 넘도록 마음 속에 쌓여 백현은 죽을 지경이었다. 답지 않게 계속 계기판을 힐끗대며 발을 굴렀다. 빨리 좀 올라가라 제발. 이윽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백현은 급하게 문앞으로 다가가 벨을 눌렀다. 보자마자 안을까 키스할까. 아니야. 타오가 있으니까... 짧은 새에도 쉴새없이 고민하던 백현은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가득 웃던 입매를 굳혔다. "...왔니." 백현은 문가에서 얼어붙었다. 재빨리 뒤로 옮긴 시선에는 타오를 안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뭐야." "일단 들어오렴. 피곤해보이네." "뭐냐고 물었잖아." "....엄마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지금 여기 왜있냐고 묻잖아. 경수랑 내집에." "...언제까지 문가에서 그러고 있을래." "엄마가 나갈때까지." "......." "나 지금 기분 되게 좋았는데. 이게 뭐야. 내가 지금 뭐때문에 이밤에 비행기타고 여기까지 날아왔는데. 내가 지금 무슨마음으로..." 백현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잔뜩 부풀었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게 다가오려 하는 마음은 알았지만 그런 짧은 순간과 마음으로는 차마 잊을 수 없는 상처들이 수없이 쌓여있었다. "백현아..." 뒤에서 조용히 서있던 경수가 백현을 불렀다. "내가 어머님 모셔왔어. 그러니까..." "......" "일단 들어와. 나보러 왔잖아. 우리 아들 안보고 싶었어?" 백현은 깊게 한번 눈을 감았다 뜨고는 집안으로 들어섰다. "아빠.." "...그래. 잘있었어?" "녜...근데여...아빠 화나써여?" 눈치를 보며 말하는 타오의 모습에 백현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아빠가 왜 화나. 그동안 엄마 말 잘듣고 있었어?" "녜!!그리고 타오가 아빠 켸크도 만드러써여!!" "진짜? 우리 아들 다컸네." "녜. 아빠 잠깐만여!!" 타오가 케이크를 살피러 부엌으로 달려간 사이 거실에는 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경수는 꼭 쥐고 있던 두손으로 조용히 백현의 팔을 잡고 말했다. "백현아." "도경수." "...응." "4일동안." "......" "밥은 잘 먹었어?" "........" "어디 아픈데는." "......." "생방송도 잘하고 인터뷰도 잘하고 라디오도 실수없이 잘했어?" "....백현아." "아들이 속은 안썩였어?" "....안그랬어...다 잘했어..." "그래. 다행이네." 백현은 경수를 향해 돌아섰다. "그럼 중요한 얘기는 끝났으니까 뭐 좀 묻자 경수야." "...뭐."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한국 왔는지 잘 알잖아." "......." "니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했는지 알아. 아는데...." ".....백현아." "아직은 아니야." "......" "아직은 아니다 경수야." 현재시간은 10시 40분. 백현의 생일이 단 한시간 하고도 20분밖에 남지 않은 어두운 밤이었다.
볼링공/뽀뽀/꼴뚜기/별별별/쪼코/아망떼/고집/둘리/연
언어영역/진2/백설/울지요/오세훈/우유/뚱아/사이다
개뿅/푸린/빵수니@/꽃승아/0501/맹구/힁/심슨/텐더
그린티/레니/됴찡긋/기하와벡터/꽃승아/오덜트
백도짱좋음/똥/구름/조아/망고/백도복숭아/비타민
됴됴캅/미분적분/0114/블루베리/능률/백편/이도내
바람떡/신난다/됴됴한나쵸/망고/고삼/에프/와다/구피
알찬열매/제이제이/광대/버블/안소희/삼해/야광별/포스트잇
이어폰/우월한카이/생크림/예헷/콩닥/도라에몽/킹오브킹
보쯍아/홍시/라엘/개뼉다구/됴레미/찬종짱좋음/슘슘/붕붕
심키/무쇠주먹/됴도됴도/도돌이표/바다/백도팡팡/체리밤/zio
와이파이/서애/뽕됴퐁듀/백숭아/광대역/건전지/궁금이/찌름/김성규
슈크림빵/큥/심쿵/영정사진/세모네모/뽀송뽀송/잉잉잉잉/됴르레
곰돌이/이랴/잔디/용트림/큥/토익/체리/빨강큥/뀨뀨루/크롱/봄
오렌지/갸또/파노곰/루프/데스티니/센센세니/샴푸요정/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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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둠칫/암바사/민탑/오궁/변배쿙/리인/우비/몽나니/히찡/됴라이/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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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순청년/야옹
혹시 빠진 분들 계시면 말씀해주세요.
메일링은 이번달 안으로 갑니다.
"타오야-이거를 이렇게 잡고 해야되는ㄱ...어...."
짤주머니를 쥔 작은손이 버거워 보여 제손을 겹쳐 도와주려던 경수는 곧 당황하며 손을 뗐다. 분명 다섯살 난 타오가 할때에는 어설프긴 했어도 곧잘 케이크의 모습을 갖추긴 했었는데 어째 제가 손을 대자마자 생크림이 뭉개지며 붕괴되기 시작했다. 타오가 손을 멈추고 슬쩍 경수를 돌아봤다. 경수는 애써 웃으며 이게 왜이러지...할 뿐이었다.
진짜 왜그러는지 모를까. 타오는 조용히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다시 생크림을 짜내기 시작했다. 어빠가 그랬다. 엄마 요리 못하는건 아빠도 아저씨도 형아 누나들도 모두 안다고. 그런데 어째 엄마는 모르는 것 같다. 아빠가 엄마를 지켜줘야 한다고 했으니까 비밀을 지켜야지. 어느새 철든 생각을 하는 타오였다.
경수는 조용히 타오의 옆에서 조금 떨어져 다시 휴대폰을 바라봤다. 문자를 보낸지 거진 두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답은 없었다. 그새 번호가 바뀌셨나. 한숨을 쉬던 경수는 괜히 애꿎은 휴대폰을 소파 끝에 던졌다. 그것도 아주 소심하게. 그러다 곧 주위를 둘러보고는 슬쩍 집어오려는데 손끝을 울리는 진동에 경수가 재빨리 전화를 받아들었다. 백현이 어머님인가!!
"ㅇ..여보세요!!"
-애기! 엄마 귀청 떨어지겠다.
"아..엄마였어?"
-너 얼마만에 엄마랑 통화하는건데 목소리가 그래? 서운하게?
"아니야..기다리는 전화 있어서 그래.."
-그래? 그럼 빨리 하고 끊어야겠네. 아무튼 우리 애기는 엄마한테 너무 관심이 없어..백현이만 엄마 아들이야.
"아니야!!나도 엄마 아들이야!!"
-알지 그럼. 아무튼 오늘 백현이 생일이라서 엄마가 잡채랑 미역국 좀 해놨으니까 이따가 가져가. 백현이 지금 일본이라며.
"백현이랑 통화했어?"
-백현이는 엄마한테 일주일에 두번은 전화해. 경수 너는 엄마가 해야 하지? 아무래도 백현이만 엄마 아들이야.
경수는 조금 있다 가지러 가겠가며 전화를 끊었다. 나보다 더 아들 노릇하고 있었네 변백현. 경수는 이제 서툴게 케이크 위로 과일을 올리는 타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애기 이거 잘 만들고 있어. 엄마 잠깐만 전화하고 올게. 알겠지?"
"녜 엄마. 근데 켸크 위에 이거하까여 이거하까여?"
오렌지와 딸기를 들고 제게 묻는 타오의 모습에 경수는 그 발그레한 볼에 뽀뽀를 해주고 말했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걸로 올려. 아빠는 다 좋아하시니까."
신호가 끊길 것만 같았다. 경수는 백현의 어머니가 받지 않으신다면 어떡해야 할지...아니 받으신다 해도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저 무모한 용기로 거는 전화였다.
-네.
이윽고, 전화를 받은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그게..."
바보, 등신!!경수는 떨어지지 않는 저의 입을 원망했다.
-전화끊겠습니다.
"어..어머님!!!ㅈ...저 경수에요!!"
-......
"그..문자 드렸는데 답이 없으셔서..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 드렸어요..."
-.....
"지금 통화...괜찮으세요?"
경수는 말을 하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식은땀이 났다.
-그래.
"...네?"
-안괜찮을 것도 없지.
"왜-저새끼 기어이 가는거 봐."
"찬열아. 백현이가 알아서 다녀온다는데 왜 니가 지랄이야."
인자하게 제게 말하는 민석은 저번 '그냥 우리 둘이 사귈까.' 했던 찬열의 발언 뒤로 전혀 하지 않았던 욕설을 일삼았다.
"그러니까. 찬열이는 괜히 지가 외로우니까 개지랄이다?"
그런 민석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준면 역시 그 곱던 입이 걸지게 변해있었다.
"야. 나 간다."
멤버들이 깨끗했던 입에 걸레를 물거나 말거나.
백현은 들뜬 마음으로 공항으로 발을 옮겼다. 오빠가 간다 경수야.
아무도 모르는 비공개 스케쥴이라 공항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제 존재를 철저히 숨긴 백현은 서둘러 매니져를 통해 미리 대기해둔 제 차에 올라탔다. 운전을 하면서도 백현은 자꾸만 벌어지는 입을 숨길 수 없었다. 이제 막 열시가 지나고 있었다. 생일이 채 두시간도 남지 않았지만 이제부터가 저의 진짜 생일이었다. 경수가 있는 곳에서. 경수와 함께 하는 시간. 오로지 변백현에게 의미있는 시간은 경수와 함께 하는 시간. 그것뿐이었다.
어디서 파티를 할까 하던 경수의 물음에도 백현은 그저 집이라고 말했다. 거창하고 화려한 파티는 이미 많이 했을뿐더러 경수와 함께 하는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둘만의 공간에서 경수와 그리고 타오와 함께. 단 한시간이라도 마음을 맞대고 들려주는 생일 축하 노래 한번이면 제가 태어난 순간을 다시 없을만큼 큰 축복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너를 만나고 난 다음 내게 단 하루도 생일이 아니고 축복이 아닌 날이 없었다고 그렇게 말해줘야겠다. 올해도.
집에 도착한 백현은 늦은 시간이라 어두운 와중에도 트렁트에서 선물을 꺼내 양손 가득 들었다. 턱으로 어렵게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면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4일만에 만나는 도경수는 얼마나 예뻐져 있을까. 제가 보지 못했던 순간들을 1초도 빼놓지 말고 녹화해달라고 말했는데. 일부러 전화는 하지 않았다. 만일 늦은 시간이라 경수가 자고 있다면 그 얼굴만 보고 올 참이었다. 그래도 가슴이 터질만큼 벅찰테니까.
하루에도 수십번을 경수에게 쏟아내야 할 사랑이 4일이 넘도록 마음 속에 쌓여 백현은 죽을 지경이었다. 답지 않게 계속 계기판을 힐끗대며 발을 굴렀다. 빨리 좀 올라가라 제발. 이윽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백현은 급하게 문앞으로 다가가 벨을 눌렀다. 보자마자 안을까 키스할까. 아니야. 타오가 있으니까...
짧은 새에도 쉴새없이 고민하던 백현은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가득 웃던 입매를 굳혔다.
"...왔니."
백현은 문가에서 얼어붙었다. 재빨리 뒤로 옮긴 시선에는 타오를 안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뭐야."
"일단 들어오렴. 피곤해보이네."
"뭐냐고 물었잖아."
"....엄마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지금 여기 왜있냐고 묻잖아. 경수랑 내집에."
"...언제까지 문가에서 그러고 있을래."
"엄마가 나갈때까지."
"......."
"나 지금 기분 되게 좋았는데. 이게 뭐야. 내가 지금 뭐때문에 이밤에 비행기타고 여기까지 날아왔는데. 내가 지금 무슨마음으로..."
백현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잔뜩 부풀었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게 다가오려 하는 마음은 알았지만 그런 짧은 순간과 마음으로는 차마 잊을 수 없는 상처들이 수없이 쌓여있었다.
"백현아..."
뒤에서 조용히 서있던 경수가 백현을 불렀다.
"내가 어머님 모셔왔어. 그러니까..."
"......"
"일단 들어와. 나보러 왔잖아. 우리 아들 안보고 싶었어?"
백현은 깊게 한번 눈을 감았다 뜨고는 집안으로 들어섰다.
"아빠.."
"...그래. 잘있었어?"
"녜...근데여...아빠 화나써여?"
눈치를 보며 말하는 타오의 모습에 백현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아빠가 왜 화나. 그동안 엄마 말 잘듣고 있었어?"
"녜!!그리고 타오가 아빠 켸크도 만드러써여!!"
"진짜? 우리 아들 다컸네."
"녜. 아빠 잠깐만여!!"
타오가 케이크를 살피러 부엌으로 달려간 사이 거실에는 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경수는 꼭 쥐고 있던 두손으로 조용히 백현의 팔을 잡고 말했다.
"백현아."
"도경수."
"...응."
"4일동안."
"밥은 잘 먹었어?"
"........"
"어디 아픈데는."
"생방송도 잘하고 인터뷰도 잘하고 라디오도 실수없이 잘했어?"
"....백현아."
"아들이 속은 안썩였어?"
"....안그랬어...다 잘했어..."
"그래. 다행이네."
백현은 경수를 향해 돌아섰다.
"그럼 중요한 얘기는 끝났으니까 뭐 좀 묻자 경수야."
"...뭐."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한국 왔는지 잘 알잖아."
"니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했는지 알아. 아는데...."
".....백현아."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아니다 경수야."
현재시간은 10시 40분. 백현의 생일이 단 한시간 하고도 20분밖에 남지 않은 어두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