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훈이 일어났어? 배고프지. 형이 떡볶이 해줄게, 조금만 앉아있자.
세훈이 비척대며 거실로 걸어왔다. 간만에 늦잠을 잔다 했더니 기어코 열두시를 넘겨서야 일어난다. 눈도 제대로 못 뜨며 멀뚱히 서있자 백현이 손수 소파 위로 끌어다 앉혔다. 베란다의 커다란 창을 통해 쏟아지는 샛노랗고 짙은 햇살을 고대로 맞고 있던 세훈이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였다. tv 속에선 한창 시끄러운 아침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문득 희뿌연 기억 너머로 리모컨을 쥐고서 까르르 웃던 백현이 생각났다. 아줌마같다, 진짜. 세훈이 부은 눈으로 웃었다.
부엌에서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꼴이 이제는 제대로 초점에 잡힌다. 생긴건 딱 남이 차려주는 밥상만 먹고 자란 듯 보이는데, 그 반대로 백현은 요리사였다. 그래서 음식 차려주는 것을 좋아했고, 또 남이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했다. 특히 세훈에게는 더 했다. 시험날 아침엔 직접 만든 초콜렛부터 생일엔 미역국, 손이 가는 잡채까지 군말없이 만들어주는게 바로 백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훈은 백현을 어릴 적부터 곧잘 따르고 좋아했다. 오로지 잘 먹여주는 착한 형이라서가 아니고, 본디 사람 속엔 조금의 꾀라도 있어야 하는데 백현은 그런 것 없이 잘 퍼주고 정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눈으로 그를 연신 훑다가 결국 몸을 일으켜세웠다. 곧장 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왜 일어나? 앉아있어. 나 금방 해.
아니, 나 뭐 도와줄 거 없나 하고.
이미 다 됐거든요. 울 세훈이는 포크만 들구 예쁘게 앉아있어.
기어코 식탁에 억지로 떠미는 바람에 결국 못 이기는 척 앉아버렸다. 가까이서 보니 온통 부엌을 휘젓고 다니는게 꼭 눈이 와서 들뜬 백구같다. 앞치마 차림으로 이것저것 둘러보던 백현이 냄비 뚜껑을 열자 이내 매콤한 향이 풍겼다. 형, 맛있겠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해사한 미소가 올랐다. 그치! 보이지 않는 꼬리가 연분홍색 앞치마를 뚫고 살랑댄다. 세훈이 식탁에 팔을 괴고 엎드린 채 백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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