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부류의 인간들이 존재한다. 주로 세 사람으로 나누지.
못사는 하위층, 그냥저냥 사는 중산층, 잘사는 상류층.
상류층에도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학자 집안, 법조계 집안, 의학계 집안, 예술가 집안, 정치가 집안 등...
사람을 종류별로 구분하자면 끝이 없다.
난 어느층이냐고? 굳이 따지자면 상류층이다.
그런데 난 일반 상류층들과는 좀 다르다, 여러 의미에서.
우선 난 상류층의 삶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점에서 다르고.
그 다음으로는,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집안이, 그냥 상류층들과는 좀 다르다.
왜냐고? 우리 아버진, 야쿠자거든.
Guilty Crown
- 두 번째 왕관-
(부제 ; 두 얼굴의 회장님의 마음에 들다. )
"반갑다. 학생회장 김준면이야."
교무실에 내려왔다 금세 만나게 된 요주의 인물 두 번째. 희멀건한 얼굴에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말투.
정말 모범적으로 생겼다. 계집애들이 선망의 눈초리로 볼 만한 느낌의 애다. 아마도 얘가 법조계 집안이었지?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무려 학생회장님이 설명을 맡아줬는데 인사는 해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내밀어진 손을 맞잡았는데.
어라라.
"나도 반갑네. 난 김여주야."
손을 잡자마자 예상치 못 했던 부분이 느껴져 황급히 머릿속에 있던 유약한 인상을 지워냈다.
잠시 붙잡았다가 떼었지만 알 수 있었다. 오래 운동을 한 사람의 손과 악력. 첫인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 학생회장님은.
그렇게 하나의 다른 점을 찾아내고 나니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에 웃음기를 달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가진 자들에게서 나오는, 자신보다 아랫것들에게 베푸는 웃음이었고.
언뜻 보면 말라 보였지만 셔츠 위로 드러난 몸의 윤곽은 분명 근육들이었고.
법조계 집안의 아들이라기엔 몸으로 움직이는 것들을 많이 했네. 알 만 했다.
법조계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 받아야 할 온갖 스트레스를 운동과 이중생활로 풀어내는 타입이구나, 너?
답 나왔고.
"너도 알고 있겠지만, 우리 학교는 세 반으로 나뉘는데 원래 서류상 대로라면 너는 A 반이야.
그런데... 와, 공부를 되게 잘 하는구나? 성적으로 친다면 최고 상위 반인 SS 반으로 갈 수 있어.
물론 그거는 네가 선택하는 부분이야. 어떻게 할래?"
고민하고 말게 있나? 당연한 걸 묻네. 얘는.
"S 반으로 부탁해."
내 대답에 처음으로 멍청한 얼굴로 내게 'S 반?' 하고 되묻는다.
"A 반은 아까 들어보니 애들이 별로 의욕이 없다더라고, SS 반은 뭐.
대한민국 상위 1%들 사이에서 공부 못 할 거야 없지만 내가 들어가면 십중팔구 사배자가 왕자 낚으러 왔느니, 어쩌느니 말이 많을 것 같아서.
뭐든 적당한 게 좋아. 지나치면 화가 되니까. S 반으로 넣어줘."
"아...... 그래. 알았어.
너 되게... 특이하구나?"
"그래? 그런 소리 자주 들어. 난 평범하게 살다가 죽는 게 소원인 사람이라.
반 배정 이제 끝난 거지?"
"아, 응. 그럼 이제 학교 안내해 줄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회장에게 손을 내저었다. 귀찮게 뭐 하러 그래.
내 말에 그래도 기본적인 곳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 말하는데, 상관없다.
"말로 설명해 줘도 돼. 내가 일곱 살 먹은 애도 아니고 그거 하나 못 찾을까.
두 군데만 알려줘. 체육관이랑 양호실. 거기 이외에는 안 갈 거야."
"양호실은 본관 1층 중앙에 있는데 양호실이야 그렇다 치고 체육관? 체육관은 왜?"
"거 참, 궁금한 것도 많네. 양호실은 땡땡이. 스트레스는 체육관. 몰라?
성질 날 땐 축축 늘어질 때까지 체육관에서 샌드백 두드리는 게 제일 좋은 거 알잖아."
내 대답에 또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안 어울리게 계속 멍청한 표정 지을 거야? 체육관 그냥 내가 찾아볼까?
내 짜증이 담긴 말투에 어어, 체육관은 별관 전체야.라고 대답한다. 볼 일은 끝났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멨다.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여태껏 짓고 있던 나른한 표정과 달리 개구지게 씩 웃어 보였다.
"마주칠 일은 앞으로 더 없을 것 같으니 이만 작별 인사할까? 고마웠어, 회장님."
고개를 까딱해 보이고는 자리를 벗어나 교무실을 나왔다. S 반 위치가 바로 아래층이었지?
S 반을 향해 가다가 멈춰 섰다. 어차피 오늘부터 굳이 수업 안 들어도 될 테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학교 구경이나 할까 싶어 발걸음을 돌렸다.
***
교무실을 나가는 여주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준면이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조사 하나만 해 줘. 김여주라고, 오늘 전학 온 여자애.
한 시간 내로 자료 뽑아서 내 개인실에 갖다 놔."
말을 마친 준면이 전화를 끊었다. 김여주, 사배자라고 들었는데 사배자 치고는 좀 묘하다.
평범하게 봤는데 언뜻 마주친 눈빛이라던지 안경 밑으로 보인 얼굴은 좀.... 예뻤던 것 같기도 하고?
거기다 체육관을 찾다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준면이 웃었다.
어떻게 내가 운동을 한 걸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치까지 빠르다니. 재밌네.
여주의 생활기록부를 넘기며 준면이 계속해서 웃었다.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성적으로 갑자기 전학을 왔다?
사배자라 치기에는 묘하게 가정교육을 잘 받은 티도 나고, 평범하게 살다 죽는 게 목표라는 제법 엉뚱한 소리도 할 줄 알고.
거기다가.
준면의 손이 서류를 한 장 더 뒤로 넘겼다. 여주의 생활 기록부 뒤로 나타난 생활 기록부 하나.
오 세 훈.
크게 박혀있는 이름과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 하필 전학 신청을 한 날이 오세훈이랑 같은 날이란 말이지?
그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 새끼랑 관련 있는 여자라면? 준면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분명 보통 여자는 아니란 말이야, 김여주. 너.
쉽게 넘어올 것 같진 않아서 더 불이 붙는데? 재밌겠다. 다른 새끼들 눈에 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 놓아야겠지?
소파에 깊게 몸을 묻고 다리를 꼬고 앉은 준면이 톡- 톡- 느리게 테이블을 쳤다.
재미있겠네. 난공불락의 성이라.
불타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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