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아주 희미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는 없는 그런 기억이 있다. 아주 잘생긴 한 남자가 절절한 표정으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리고 내게는 한숨을 쉬듯 내뱉어도 심장을 찌르듯 다가오는 그런 이름이 있다. 최승현. 나는 그래서 네 이름을 한숨 쉬듯 불렀다. 어차피 너는 지금 없는 사람이고 네가 내 마음따위 알 리 없으니. 그러다가 나는 형편없게 흉터가 남은 내 손목을 내려다본다. "이번에는 정말 죽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면 혁수는 그런 말 하지마라며 나에게 면박을 준다. 하지만 그건 혁수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상처와도 같다. 나를 돌아보는 이혁수의 눈은 복잡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아프고 힘들고 복잡하고 슬픈 사람은 네가 아니라 최승현과 나겠지! 속으로 실컷 혁수를 비웃는데 혁수가 나를 끌어안았다. "지용아. 어떻게 하면.." 돌아올 수 있을까. 속삭이듯 뒷말을 잇는 혁수의 등을 토닥여준다. 뭐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며?" 나는 말으로 혁수를 죽인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말은, 모순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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