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샤] trigger(유발하다)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7/9/779ed9c07e868f4cb5104a471f21c36d.jpg)
모든 것이 숨을 죽이고 눈을 감고 있을 자정. 김준수에게 연락이 왔다. 별로 달갑진 않은 연락이었다. 받아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의 좁은 선택의 폭에서 확실한 판단이 서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내 전자쪽으로 움직이게 됬다. 내가 김준수를 피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여보세요.”
밤이라 목소리가 갈라져있다. 나는 그 목소리로 담담해했다. 김준수라는 액정에 뜬 세 글자를 머릿속에서 몇번이나 굴렸는지도 모를 내가 겉치레에 불과한 말을 했다. 누군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이렇게도 평온한 가식적인 나에게 김준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할말이 있다면 해.”
[…………창민아…… 펴, 편지 읽었어……?]
그제서야 숨을 내뱉는 듯한 작은 소리가 들린다. 미간이 좁혀졌다. 기분이 더럽다. 넌 끝까지 계집애같아. 조곤조곤 말하는 꼴이라니. 우습지도 않았다.
"응."
[그래. 읽었구나. 그…, 근데 왜 연락안했어. 다 읽으면 연……락하라고…]
심지어 네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기대하는건지 겁이라도 먹은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후자였으면 좋겠다. 기대한다며 발갛게 달아오른 김준수 얼굴을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토악질이 나올 것 같다.
"꺼림칙 해."
내 대답은 이거다. 네가 곧 다가올 상황을 지레 짐작했으면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겠다만 그렇지 않다면 넌 네가 곧 잘하는 계집애 흉내처럼 울기라도 하겠지.
[………….]
"더러워."
[………미안.]
하지만 넌 담담하다. 그래. 후자였구나. 계집애처럼 찡찡 거리는 꼴은 정말 못봐주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역겨우니까 다시 만나진 말자."
[……창민아…]
"호모새끼. 그거 알아? 넌 역겨워. 너같이 토악질 나는 새끼가 내 옆에서 붙어먹었다니 소름이 끼쳐. 그러니 난 아니다. 나락으로 떨어지려면 너 혼자 떨어져."
[…알았어. 이해해. 정말…… 미안해.]
"역겨우니까 끊는다."
[응…. 잘지내. 창민아. 잘지내야해…. 흐으으, 정말 미안해. 욕심부려서 미안해……. 잘 지…내야해? 응? 창………]
이름 부르지마. 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폴더를 닫았다. 넌 마지막까지 계집애 같아. 비극의 주인공처럼 눈물을 참으며 신파를 찍는다. 분노가 썰물처럼 밀려온다. 끝까지 솟구치는 이 정체모를 감정, 분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벼운 감정. 숨을 달리 깊게 쉬어봐도 이 감정은 풀리질 않는다. 마치 갈증이라도 난 듯 오늘 밤은 잠을 설칠 것 같다.
훗날 나는 일류대에 입학했다. 남들은 입을 벌리며 감탄을 하기 일수였지만 부모님은 달랐다. 심지어는 달가워하지도 않았다. 일류대라는 욕심을 낸 대신 전액 장학금이 어려워졌으니 없는 집 형편에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색 하지않고 웃으며 말했다. 적금을 깨야겠다.
"아, 준수는 어떻게 됬니? 아니지. 혹시 아직도 싸우고 있어?"
갈비를 집었다가 들리는 이름에 입맛이 사라진다. 그대로 고기조각을 내려놓았다. 머리가 띵하다. 김준수보다 더했지 덜하진 않은 바보같이 착한 나의 어머니. 착한 이들은 왜 하나같이 모두 다 오지랖이 넓어 사람을 귀찮게하는가. 떨떠름해진다.
"싸우긴. 내가 무슨 앤가... "
"풀었구나? 그래! 준수는 어디갔어? 같은 학교야?"
"미국. 걘 경영 배우러 유학간다고 하더라고."
좋지못한 끝이다. 하지만 나는 그 후에도 김준수에게 관심을 가지고 틈틈히 그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끝이 더러울수록 차후 상대방의 행실에 관련된 관심이 많아진다. 무엇보다도 가끔 들려오는 그의 소식은 가히 놀라워서 잊을 수도 없었다. 물런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그는, 한국에서 IT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 회장의 친손중 한명이었다. 그 김준수는 할아버지의 사업 중 일부를 물려받는다 하여 관련 지식을 배우러 유학을 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어쩌면 김준수는 내게 아주 큰 뒷배경이 될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모두 내 손으로 내친 꼴이다. 하지만 나는 어렸기에 그 당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니 모든게 말끔해져갔다. 사실, 그닥 후회스럽지도 않다. 지금이라해도 김준수 옆에서 그를 사랑하는 호모 역따위는 하고싶지않았다. 지금의 상황이 김준수를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그리 궁핍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렇게 남들이 원히는 일류대에 가서도, 부족한 학비로 학자금과 휴학을 일삼다가 27살의 나이에 졸업을 했다.
그 후 나는 역시 꽤 좋은 조건의 기업에 취업 할 수 있었다. 부모님은 대학때와는 달리 굉장히 기뻐하셨다. 심지어 아버지는 그동안 대리일로 간간히 모은 비상금으로 좋은 브랜드의 수트를 사주시기도 했다. 그래. 모든 것이 다 좋았다. 그동안 고생했던 그 많은 것들에게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래, 다 좋았다. 그럼에도 한가지 찝찝한 점이 있다면 내가 입사하게 된 회사는 현재 김준수가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금융 회사의 계열사인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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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창민의 독백부분 ㅠㅠㅠㅠ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말아먹지않겠어요...
밍샤 개갯규ㅣ들 ㅠㅠㅠ 너무 마이너네요... ㅠㅠ
간결체 개구ㅐㅅ규ㅣ는 왜이렇게 어려운지...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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