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있었어?"
5년만에 마주한 우지호가 경멸스러운 눈빛과 말투로 표지훈에게 쏘아붙인다.
"너가 무슨 자격으로 아직도 두 눈 멀쩡히 뜨고 숨을 쉬며 살아있어, 개 자식아"
"..."
"너...진짜 소름돋는다, 괴물이야 넌. 지긋지긋한 새 끼"
쏘아붙이는대로 가만히 듣고 있던 지훈이 기분이 정말 더럽다는 표정으로 침을 뱉고 뒤돌아서는 지호의 손목을 낚아챈다.
"어디가? 난 아직 본론은 시작도 안했는데"
"...미쳤어? 지금 뭐하는거야?"
"그래, 니말대로 나 두 눈 멀쩡히 뜨고 숨도 게 잘쉬면서 살아왔어"
"..."
"근데 이러고 있는게 사는거라고 대체 어떤 등신이 그러냐?"
"미 친놈 이거 놔!"
"시 발!! 내가 괴물이라고? 소름이 돋아? 그게 지금 나한테 너가 할 자격이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 우지호 이 개만도 못한 자식아!!"
원래도 큰 목소리인 지훈이 이성을 잃고 소리치자 귀가 멍멍해지고 얘가 무슨 말을 하나 싶어 지호는 정신이 멍해진다.
"아직도 감이 안잡혀? 넌 내가 아직도 너희 부모님을 죽였다고 생각해? 너 여전히 정상이 아니구나?"
"그게 무슨.."
"평생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 너만의 생각 속에서 스스로 누군가를 원망하고 증오하고 죽길 바라며 사는게 너가 원하는거라면 그렇게 살아 등신아"
"표지훈!"
"너.. 빛 하나만 보고 살아봤어? 근데 그 빛이 희망이 아니라 나를 짓누르는 절망이 되는 기분을 느껴봤어?"
"..."
"모르지? 모르겠지. 근데 난 너가 그걸 나한테 다 알려줬어. 더러워 시 발. 그냥 넌 날 살인자라고 생각하고 살아 개 자식아.
누가 널 이렇게 멀쩡하게 살려뒀는지 그걸 차차 깨달으며 절망속에서 죽어가, 꼭"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너.."
"기억도 못하는 놈한테 내가 무슨 좋은 소리를 듣겠다고 찾아왔는지. 내가 병 신이지. 니 소원대로 앞으로 절대 마주치지 말자고 얘기하러 왔다. 잘 살아봐"
지훈이 원망섞인 목소리로 내뱉고 돌아서는데도 지호는 넋이 나간 채 주저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 좀 데리러 와.."
지훈이 사라진지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멍한 정신으로 전화를 꺼내들어 누군가를 불러낸 지호의 눈동자가 다시 흔들린다.
"우지호!!!"
한 남자가 뛰어와 지호의 어깨를 붙잡는다.
"김유권..."
"뭐야, 왜 여기서 이러고있어? 뭔데?"
"너 솔직히 말해줘"
넋이 나간 얼굴로 말하는 지호의 모습에 유권은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안쓰러운 시선만 건넸다.
"내가 지워버린 기억이 있어? 그런게 있어?"
지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권의 뒷통수를 가격한 듯 벙찌게 만들었다.
"지호야?"
"말해봐, 내가 잊은 기억이 뭐야? 너가 나한테 그랬지. 표지훈이 우리 부모님을 살해했다고. 그거 믿어도 되는거니?"
"무슨 소리야 갑자기"
"대답해. 피하지마 김유권. 난 지금 너에게 되물음을 당하고자 이러는게 아니야. 나한테 거짓을 말할 생각은 하지마"
"너..어디서 뭘 들은거야 대체"
유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지호가 그제서야 피식 웃는다.
"시 발.. 뭐가 있긴 있구만"
전재산을 잃은 사람의 표정도 저러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허무한 표정을 한 지호가 돌아서자 유권이 급히 붙잡는다.
"놔, 너도 결국 내가 그냥 병 신같았던거야. 너도 내가 우습지!!!!!!!!!"
"우지호, 내 말 들어봐. 들어봐 새 끼야!"
"뭐!!! 아직도 나한테 구라칠게 남았어? 시 발! 다 필요없어 개 자식아!"
"표지훈 맞아! 그 새 끼가 한거 맞다고! 어디서 너가 뭘 쳐듣고 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거 거짓말 아니야 시 발!"
유권이 숨도 안쉬고 내뱉는 말에 지호의 눈동자가 다시 불안하게 움직인다.
"사..실이라고? 그게.."
"그래, 너가 누구한테 뭘 주워들은지는 모르겠다만, 지호야. 믿어, 날 믿어"
"....모르겠어..김유권...난...난 지금.."
"정신차리고 똑똑히 들어. 넌 표지훈을 동정해서도 안되고 용서해서도 안돼. 알아듣겠어?"
지호는 정신이 혼란스러워 일단 끄덕인 후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유권의 손에 순순히 끌려간다.
"쉬어, 무슨일 있으면 전화하고 허튼 생각 말고"
손만 두어번 흔든 지호는 유권을 뒤로한 채 집으로 들어간다.
"표지훈이 한거라고? 그럼 날 살렸다는건 뭐지? 내가 뭘 잊은걸까"
'누가 널 이렇게 멀쩡하게 살려뒀는지 그걸 차차 깨달으며 절망속에서 죽어가, 꼭'
지훈의 말을 곱씹으며 지호는 생각을 꺼내보려 노력하지만 밀려오는 지끈거림에 관두기로 한다.
"5년만에 찾아와서 내 머릿속이나 헤집고 가는 표지훈이 죽일 놈이지. 도움이 안되는 새 끼"
지호는 그냥 욕이나 실컷 해줄 걸 그랬다며 후회하다가 버릇처럼 자신이 쏙 빼닮은 엄마의 사진을 안고 낮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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