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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스물아홉 수리 영역
w.규닝


  아까 실수로 세면대에 떨어트려 물을 먹은 라이터가 잘 켜지지 않아, 그렇잖아도 짜증기가 관자놀이에 빙빙 돌아 적잖이 심기가 뒤틀려 있었다. 내 떫은 표정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지, 아까부터 내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며 신상을 캐묻는 여자에게 차라리 명함이라도 건네주고 사라지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담고 있었다. 요란하게도 한 화장하며 옷차림을 보아하니 신부 측의 하객인 게 분명했다. 참한 여자가 좋다는 그 새끼 주위에 이런 여자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었으니까.

 “이상형이 뭐냐고 내가 계속 묻고 있잖아요.”
 “…….”
 “혹시 신부가 이상형이에요? 아까 보니까 신부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데. 뭐 그 쪽도 참하고, 착하고. 그런 사람 좋아해요?”
 “남의 결혼식에 소개팅 하러 왔습니까?”

  무시도 정도껏이었다. 결국 들어주다 못해 한 마디 내뱉자 여자의 얼굴에는 오히려 화색이 돌았다. 제 말에 반응을 해줬다는 것에 기쁜 모양인지, 샐쭉하게 내밀고 있던 입을 금방 고친 여자가 대뜸 목소리를 높이며 달라붙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뭐 축하도 하고 내 남자도 건지면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푼수 같은 말만 늘어놓는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어른거리자 짜증기는 더욱 솟구쳤다. 누가 이 새끼 결혼식 아니랄까봐 별 귀찮은 상황만 꼬이는 것 좀 봐라. 내 팔을 붙잡은 여자의 손을 털어내고 들어선 식장은 아까처럼 부산스럽기만 했다. 여전히 식은 지연되고 있었다. 일부러 맨 뒷자리 두 좌석을 맡아놓았던 것이 무색하게끔, 여자는 내가 가방을 얹혀두었던 공석에 꾸역꾸역 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도착한다고 문자를 보냈던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오질 않고 있는 공석의 주인과, 시작한다고 했던 지가 언제인데 시작할 기미조차 보이질 않고 있는 결혼식을 번갈아 생각해보니 헛웃음만 나왔다. 하여튼 이성열, 이 새끼가 문제다.

 “저기요. 내가 뭐 대단한 거 묻는 거 아니잖아요.”
 “…….”
 “이상형이 뭐냐구요. 그러니까, 사람 처음 볼 때 어딜 제일 먼저 봐요? 뭐부터 봐요? 뭐를 제일 중요하게 보는데요?”

  상당히 집요한 구석이 있는 여자였다. 물 먹은 라이터 탓에, 방금 전 피고 들어오지 못한 담배 생각이 간절해져만 가고 있었다.
  식은, 아직도 한참인 모양이었다.








*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 끔찍한 수학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내 학창시절을 통 틀어 전 과목 평균을 깎아 먹었던 유일한 주범인 수학이 싫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어려워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물론 한 가지 이유를 하나 더 꼽으라면 꼽을 수는 있었다. 그렇게 죽도록 싫어하는 수리를 담당한 선생이 정확히 2반의 담임으로 나와 만나게 되었던 것. 매 시험마다 수리 시험 꼴찌들을 구워, 삶아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결국 수리라는 말만 들어도 질색인 놈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매번 꼴찌는 도맡아 했다. 그러다 오월의 둘째 주, 반에서 겉돌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웬 놈과 함께 같은 청소구역에 배당되었던 것은 우리가 수리 영역에서 보기 좋게 나란히 꼴등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자세히 보았다. 늘 제 얼굴의 반을 가리는 뿔테 안경에 작은 눈을 숨기고 있던, 누군가의 셔틀같이 생겨먹은 녀석. 음악실 앞 쪽 복도에서부터 미술실 끝 복도까지를 청소하라던 담임의 명령을 받고 함께 교무실을 나서던 녀석의 명찰을 처음으로 주의 깊게 읽어 보았다. 김성규. 그 때까지도 뾰루퉁하게 무표정이던 녀석의 눈이 검은 뿔테안경 안으로 가려 있었다.

 “너도 48점이냐?”

  안녕 같은 낯간지러운 말보다, 혹은 야. 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호칭보다 먼저 꺼낸 말은 그것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런 말도 없이 발맞추어 음악실 복도로 올라가던 길목에서 녀석의 동그란 뒷통수나 살펴보다가. 그렇게 한적한 복도 끝에 다다라서야 겨우 붙였던 말이었다. 내 물음에 녀석은 다짜고짜 창틀 아래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서 코웃음을 쳤다.

 “장난하냐? 49야.”
 “그게 그거네. 난 48.”
 “그게 그거 아니야. 니가 2점짜리 맞췄을 때 나는 3점짜리 문제 하나 더 맞춘 거니까.”

  자존심은 세 보였다.

  앞머리 끝에 달랑거리며 닿아 있는 뿔테안경이 제법 두꺼워 보이는 걸로 보아하니, 스스로 겉돌기 좋아하는 범생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말하는 억양 하며 은근히 사람을 야리는 눈빛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고집도 있었고, 성질머리도 있었다. 그것은 녀석과 단 5분이라는 대화 끝에 파악한 정보였다. 나는 그 뒤로도 몇 가지 질문을 더 해 봤는데, 녀석은 제가 내키지 않으면 간혹 대답조차 돌려주지 않기도 했다. 생각보다 많이, 예상보다 훨씬 더 이상한 새끼인 것만은 확실했다.
  음악실 앞부터 미술실 앞까지. 새로운 청소구역을 배당받은 첫 날부터 우리가 한 것은, 열려 있는 미술실 안에서 훔쳐온 잠자리표 지우개를 잘게 뜯으며 복도 끝까지 내던지며 노가리를 깐 일이었다. 호수 앞에 나란히 서서 누가 더 멀리 물수제비를 띄우나 내기하는 중학생처럼 있는 힘껏 지우개 조각을 던지면서 김성규는 말했었다. 수리는 좆같아.

 “내 머리는 이미 각기둥, 각뿔에서 멈췄어.”
 “나는 분수의 덧셈.”

  녀석의 말에 맞장구나 쳐주자는 식으로 뱉은 말에, 김성규가 웃었다. 오늘 만난 이래에 한 시간 만의 일이었다. 찰나처럼 짧게 웃은 김성규가 어쩌면 작게 킥킥대는가도 싶었다.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난 이런 게 제일 싫어. 그래놓고 해설지 봐 보면 존나 장황하잖아. 간략은 무슨.”
 “맞아. 개새끼들.”
 “차차리 찢어진 달력을 구하시오, 이런 게 더 낫지 않냐. 나 그런 건 잘하는데.”
 “나도 그건 잘 했었다.”
 “나중에 커서 함수 같은 걸 어디다 써 먹어. 숫자 셀 때? 물건 계산할 때?”

  그렇지 않냐?

  그 뒤로부터 김성규는 은근히 내게 공감을 요하며 말을 걸어왔다. 분명 처음에는 목석처럼 뾰루퉁하게 지우개를 던져대고 있던 새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은 많아졌다.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냐? 자꾸만 내 대답을 바라며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는 녀석의 말마따나, 내 머리는 아마 청소시간이 거의 끝나가기 시작했을 무렵. 그 때부터 녀석이 말했던 ‘간략하게 서술하시오’에 대한 정의를 곱씹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일단 김성규는 간략하게, 라는 간략한 말로는 설명이 못 되는 특이한 녀석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이미 한 번 말을 터 본 놈과 친해지는 것은.

  다만 그것의 속도는 아주 더뎠다. 금방 이 새끼, 저 새끼 하며 친해지는 다른 놈들과는 달리 김성규는 유독 까탈스러워 쉽게 저의 빈틈을 내어주지는 않는 녀석이었다. 또한, 모범생일 것이라는 오해를 했던 것이 무색하도록 은근히 발라당 까진 녀석이라, 강제로 배당 된 청소 구역에는 삼일에 한번 꼴로 출석도장을 찍는 놈이었다. 그 덕에 넓은 복도를 혼자 청소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다 어떨 때, 제 마음이 내키면 한번씩 미술실 복도 앞으로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던 김성규는 껌을 짝짝 씹어대며 창문틀에 걸터앉곤 했다. 억지로라도 청소를 시켜보려 빗자루를 쥐어주어도 녀석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눈초리로 멀뚱히 그것을 내려다보기만 한참이었다. 김성규의 손에 들리는 청소도구들은 곧장 바닥으로 팽개쳐졌다. 그러다 한 번, 불량학생을 달래는 심리상담사의 마음으로 제안을 해 본 적이 있었다.

 “떡볶이 혹시 좋아하냐?”
 “떡볶이?”

  내가 제 몫까지 청소하고 있는 모습만 물끄러미 지켜보며 연이어 하품을 하던 김성규가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다시 한 번 녀석에게 빗자루를 던져 주었다. 얼떨결에 그것을 넘겨받은 김성규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다. 녀석의 고개가 갸웃했다.

 “떡볶이 왜.”
 “학교 앞에 포장마차. 거기 컵 떡볶이 사 줄 테니까 청소 좀 해라.”
 “뭐?”
 “니가 먹고 싶을 때 그거 사 줄 테니까 복도 좀 쓸라고. 허리 아파 죽겠으니까.”

  내 발치 쯤 놓여 있던 쓰레받이마저 녀석의 실내화 앞으로 발로 차 밀었다. 김성규는 제 실내화코에 닿은 쓰레받이와 얼결에 손에 들린 빗자루를 번갈아보다가 나를 향해 봤었다. 녀석은 그렇잖아도 작은 제 머릿통 속에 떡볶이만을 되뇌며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애초에 둘이서 배당 받은 청소구역을, 제발 좀 같이 해달라며 뇌물을 쓴다는 것은 정말 비참하고도 찌질한 방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벌로 내려진 청소 구역인 만큼 복도는 너무도 길어 혼자로서는 무리였으니까. 잠깐의 정적 끝에 김성규는 웃었다. 지금, 이라는 말과 함께.

 “뭐?”
 “지금 먹고 싶다고. 니가 말한 그거.”
 “야. 지금은 청소 시간이고.”
 “청소 시간인 건 아는데, 내가 지금 먹고 싶다니까.”

  그 때는 처음으로ㅡ 웃는 낯에 침을 못 뱉는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창피할 만큼 쪽도 쓸 수 없어 얼음처럼 굳어버린 나를 발견했다. 

  사와. 더할 나위 없이 얄미운 목소리로 뱉은 말은 그것이었는데 이상하게 고정된 두 눈은 녀석이 웃고 있는 양만 뚫어져라 쳐다보게만 되었다. 김성규는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사오라니까. 어쩌면 그 때, 녀석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두 귓가에 어른거리며 울렸었다.


  주술에라도 홀린 것처럼, 청소 시간이 끝날 무렵 즈음엔 담을 넘었었다. 교문 청소 당번들이 지키고 있는 구역에서 보이지 않게끔 담을 넘어가, 오백원짜리 떡볶이 한 컵을 급하게 사 들고는 복도 끝으로 돌아왔었다. 뭐라도 묻으면 세탁하기에도 귀찮은 마이 끝에 떡볶이 국물이 튀었어도, 잘 먹겠다는 말은커녕 왜 이리 늦게 도착했냐는 김성규의 뻔뻔한 타박에도 마냥 기분은 들떴다. 그저, 그냥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면 녀석의 표정은 거짓말처럼 또 풀어질까. 언제쯤이면, 또 무슨 타이밍에 김성규는 웃어줄까.
  떡볶이를 오물거리는 와중에도 녀석의 입꼬리는 올라갈 기미가 없어 보였지만 괜찮았다. 이미 머릿속에 담아놓은 놈의 웃는 모습에, 생각 없이 소매를 비벼 흰 와이셔츠에 떡볶이 국물이 번졌어도 그 때는 몰랐었다. 그 이후로 나는 종종 녀석에게 떡볶이를 스스로 갖다 바쳤다. 자발적인 빵셔틀처럼. 그러면 김성규는 열에 한 번 꼴로 그 때와 같은 웃음을 보였었다. 겉으로는 녀석에게 청소를 시키려 떡볶이를 갖다 바치는 명목이었지만, 사실은 나조차도 인정하고 싶지 않던 또 다른 명목은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매번 보고 싶었다. 6교시가 끝나고, 이십 분 남짓한 청소시간. 담을 넘어 얻어온 떡볶이 한 컵에 신난 듯 표정을 풀던 열일곱의 앳된 얼굴이.










*









  김성규는 기분에 따라 뿔테안경을 썼다 벗었다, 마음대로였다. 처음에는 그 미묘한 기분 차이를 알지 못했는데 눈여겨보니 알 수 있는 섬세한 것들이 많았다. 녀석은 위급할 때 제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표정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탓에 쉽게 드러나는 찡그린 이마를 두꺼운 뿔테 안경으로 가리고는 했다. 녀석이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거의 팔십 퍼센트에 가깝게 기분은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었는데, 수업 시간에는 줄곧 안경과 함께인 녀석이었다. 수업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찌됐든 꼬박 꼬박 안경을 챙겨 쓰던 녀석은 수업 막바지 즈음에는 졸던 고개를 아예 책상 위로 박은 채로 쿨쿨 잤다. 그 탓에 눌린 볼이 마르지 않은 펜 위로 떨어져 부벼져도, 큼지막한 안경이 코 끝을 벗어나 책상 위로 떨어지듯 걸쳐져 안경다리가 위태로워도 녀석은 중간에 잠에서 깨는 일이 없었다. 나는 그와 함께 뜯던 잠자리표 지우개를, 잠에 빠진 이마 위로 던져보기도 하고 몰래 핸드폰을 숨겨 들어 멀찍이 떨어진 자리의 녀석의 얼굴을 신나게 찍어대기도 했었다. 나중에 제 사진을 확인하던 김성규는 내가 그랬거나, 말거나 무반응에 가까웠다. 그저 심드렁하게 제 자는 사진을 확인한 김성규는 내 핸드폰을 밀어내며 하품이나 했었다.
  아마 스스로 반을 겉돌았던 김성규의 성격 탓에, 애초에 친구가 얼마 없던 녀석에게 나는 금방 ‘김성규 단짝’이라는 보살 같은 놈이 되어 있었다. 아마 다른 놈들도 김성규와 제대로 말은 섞어보진 않았지만 녀석의 성격이 지랄맞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터였으리라. 자꾸만 애꿎은 내 신발을 보란 듯이 훔쳐 가 놓고는 아닌 척 시치미 떼기로 일등인 녀석과 자연스레 하교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주일에 절반은 내가 사 주는 떡볶이를 손에 들고 교문을 걸었다. 

 “야! 씨발!”

  청소 구역으로도 모자라, 하교를 같이 하기까지 하자 녀석과는 급속도로 친해지기에 돌입했다. 김성규는 빠르게 도망치던 것을 멈추고 뒤돌아 나를 보았다.

 “신발 내 놓으라고, 씨발아 진짜!”

  나의 악소리에도 불구하고 김성규는 다시 신나게 뛰던 것을 마저 했다. 김성규와의 하굣길은 정말이지 매번이 순탄치 않은 것이 문제였다. 사실 보통 걸음이면 이십분 이내에 도착하는 집을, 어떤 날엔 이것저것 해찰을 일삼다 한 시간이 넘게 걸렸던 적도 종종 있었고ㅡ 또 어떤 날에는 이렇듯 숨 가쁜 추격전 끝에 오 분 내지 칠분 사이로 목적지 안에 골인하던 적도 종종 있었다. 


  이렇게나 장난기가 많은 녀석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김성규는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서스럼 없는 녀석이었고, 무방비한 새끼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보기 어려웠던 웃는 얼굴을 너무도 쉽게 함부로 보여주는 쉬운 녀석이 되었으니까. 앞서 줄행랑을 치던 김성규는 체력이 금방 달리는 탓에 매번 얼마 못가 내게 뒷덜미를 잡혔다. 그러면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뒤를 돌아, 웃는 낯짝과 함께 턱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고는 했었다. 잘 뛰지도 못하는 게, 맨날 천날 뜀박질이라는 내 타박을 들은 후에는 대책 없이 소리내 웃으며, 제 뒷덜미를 잡은 내 손을 탈탈 털어 뿌리쳤었다. 이게 뭐야,


  나는 너한테 너무 쉽게 잡혀.


  김 샌다는 투의 숨 섞인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다. 니가 너무 느린 거지, 새끼야. 그렇게 말하면서 녀석의 뒷통수를 꽤나 아프게 쥐어박았는데ㅡ 나는 바보 천치같이 집에 돌아오고 난 후에, 천번이고 녀석의 목소리를 곱씹었다.



  그 날 이후로는 종종 밤을 헤곤 했었다. 나는 너한테 너무 쉽게 잡혀. 정말이지 아무 뜻 없이 뱉었을 투정이었건만 나에겐 달랐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엔 베갯잇을 퍽퍽 치며 녀석의 목소리를 재생시켰다. 맞아. 김성규는 너무 쉽게 잡혀들었다. 요즈음 들어서 하루 종일을 함께인 녀석은 길을 가다 손을 뻗어도 만질 수 있었고. 공부를 하다 기지개를 켜도 닿을 수 있었고ㅡ 점심을 먹다 팔꿈치를 잘못 뻗어도, 매점을 가다 어깨동무를 하는 시늉만 했어도 김성규는 너무나 쉽게 내 손에 닿았다.
  아마 담배는 그 즈음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쉽게 잡혔지만 쉽게 놓을 수는 없는 감정에, 무서우리만치 솔직한 고해는 그날 밤부터가 시작이었다. 나는 그렇게 매일을 별을 헤며 뜬 눈으로 밤을 났다. 그 새끼라면 아마, 일백번을 고쳐 죽어도 몰랐을 나의 밤들을 그렇게.



  하교를 같이 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선인장을 하나 샀다.

  주먹만 한 크기의 유독 못생긴 선인장 화분이었는데, 김성규만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고자 키우려 산 화분이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상한 사리사욕에 흔들리지 않게끔, 폭포수 아래 몸을 맡기는 사찰 속의 스님처럼 말이다. 나는 새끼손가락만 한 선인장을 보면서 매일 도를 닦았다. 선인장은 말없이, 내 철없는 속내를 받아주며 침대 맡의 자리를 지키고는 했다.

  그렇게 살다보니 내가 김성규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에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깨달은 것은 진작이었지만, 인정은 그것보다 쉽지 않았으니까. 어렴풋이 알고 있던 감정을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냥 남들보다 더 생각나고, 남들보다 조금 더 챙겨주고 싶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끔, 감정의 싹은 무서운 속도로 뿌리를 내려가고만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그랬다. 이른 아침, 일교시 시작도 전에 책상에 뻗어 까무룩 잠에 빠졌던 날. 맨 뒷자리 짝꿍이라는 녀석과 함께 우유 바구니를 가지고 들어오는 김성규를, 잠이 덜 깬 눈으로 보았을 때 처음으로 알았었다. 청소 시간을 제외하면 언제나 뿔테 안경으로 제 얼굴을 숨기기 바빴던 녀석이 어쩐 일인지 말끔한 얼굴로 앞문에 나타난 것을 보았을 때, 그 감정은.

  정말이지 유치하고 단순한 순간이었지만ㅡ 그와 동시에 어쩌면 만도 무엇보다 가장 정확한 증거이기도 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이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을까. 나는 처음으로 녀석의 옆자리에 선 놈을 질투했었다. 그것도 많이,

  엄청. 많이.
  




  그 날은 내 생애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다.
  골치 아픈 수학문제는 다시 한 번 나를 괴롭혔다. 내가 김성규를 좋아하는 데에 있어서 절대 풀 수 없는 수학문제가 늦은 새벽, 또다시 복잡한 머리를 꽁꽁 싸매게 했기에.

  두 사람의 속도를 구하시오.

  그 시절, 나는 필요 이상으로 빨랐고 김성규는 느렸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출발조차 하지 않았을 녀석에 비해 모든 것을 앞서 지른 것은 나였다. 속도는 굳이 구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그냥 내가 빠른 것뿐이었으니까.












*












 “김성규인지 아닌지 봐요.”
 “네?”
 “김성규인지 아닌지 부터 본다고. 됐죠.”

  점점 더 귀찮게 부대끼는 여자에게 시큰둥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남이 비워둔 공석에 멋대로 꾸역꾸역 앉아 별 시덥잖은 이상형 따위를 물어보던 여자의 입이 다물렸다. 줄곧 사람을 볼 땐 어디를 먼저 보냐고, 혹은 무얼 가장 중요하게 보냐고 묻던 여자가 종래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이에요?”
 “사람이지 그럼, 여우새끼겠어요.”

  식은 아직도 한참 먼 이야기인 듯, 할 일 없이 조화만 건드리고 있는 주례를 쳐다보며 빈정거렸다. 여자가 잠시 머뭇거리는 듯 말을 삼켰다. 어…
  그게 누군데요? 그렇게 묻는 여자의 말에 애써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대답 대신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온다고 한 지가 벌써 삼십 분이 지났는데… 이러다가 진짜 식 시작하겠네. 들릴 듯 말듯 혀를 차다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가져왔다. 이 새끼는 또 뭐고, 신랑이라는 새끼는 또 뭔데. 하여튼 늑장으로는 일 이위를 다투던 녀석들이 오랜만에 같은 날에 마음이 맞았나보다, 하며 생각했다.




















 “이성열은 참한 여자가 좋대.”

  내 말에, 콘크리트 벽 위에다 힘을 주어 분필을 칠하던 김성규의 고개가 돌아왔다. 나는 그런 녀석의 시선을 느꼈음에도 정면을 향한 채로 하던 낙서를 마저 했다. 김성규는 곧 무심하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게 뭐.

 “참한 여자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
 “너도 그래?”
 “넌 쉬운 여자 좋아해?”
 “…….”
 “것 봐.”

  똑같지 뭐. 김성규는 분홍색 분필을 낙서 위로 죽죽 그으면서 시큰둥하게 답했다.


  장마철에 접어든 여느 날이었다. 명목상으로는 방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로 출석 도장을 찍어야 하는 고등학생인 탓에, 하루하루가 살맛이 안 나 반항어린 마음에 뒤늦은 사춘기를 맞고 있는 시기였다. 청소 구역은 여전했다. 나는 여전히 꼴찌였고, 김성규는 내 바로 위나 아니면 그 바로 위 등수에서 아등바등했으니까. 하지만 아예 고정으로 맡게 된 복도 청소가 익숙해졌음에 다행이었다. 이제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열심히 청소를 한 것처럼 위장할 수 있는 요령도 생겼고, 짬도 생겼다. 복도 쓰레기통을 비우러 소각장 근처로 내려가던 길, 우리의 발걸음이 묶인 곳은 화학실 옆 더러운 벽 아래였다.

  이미 온갖 낙서들로 얼룩덜룩해, 우리가 낙서 한 두 개를 더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는 벽이었다. 아무 우산이나 집어 들고 온 탓에 나란히 쓰고 있던 우산을 접은 김성규가 주머니 속에서 주섬주섬 분필을 꺼내 들었다. 얼떨결에 받아 든 하얀색 분필을 멍청히 보고만 있자, 먼저 행동에 옮긴 것은 김성규 쪽이었다. 분홍색 분필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벽에 칠하기 시작한 김성규는 곧 박철민 개새끼, 하는 글씨를 적어 넣었었다.
  낙서를 하는 데 거추장스러운 쓰레기는 소각장에 얼른 버리고, 매점에 들렀다 다시 찾은 곳은 같은 벽이었다. 정작 칠판 같은 곳보다는 벽에 하는 낙서가 더 재밌다며 쭈쭈바를 고쳐 문 김성규 덕분에 7교시는 물론 째게 됐다. 나는 그런 김성규의 옆에 앉아 그저 깨작이며 같은 낙서를 덧대고 있다 물은 것이었다.

  실은 녀석의 이상형을 떠보려 넌지시 물은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단순히 궁금했던 거니까. 유독 여자애들 얘기라면 흥미조차 보이질 않던 녀석이라 이렇게 직구로 묻지 않으면 안 될 놈이었다. 김성규는 대답마저 단순했다. 참한 여자는 누구나 좋아해.


 “나쁜 여자 좋아했다가는 나중에 너 뒷통수 제대로 맞는다. 커서 나한테 보증 서 달라고나 하지 마.”
 “뒷통수 맞는 게 왜 나냐, 나도 참한 여자 좋아해.”

  내 말에 김성규는 킥킥대며 웃었다. 

 “결혼은 할 거고?”

  나는 그 말에 잠시 대답하려던 입을 멈췄다. 김성규는 꽁꽁 언 쭈쭈바의 아랫부분부터 꾸역꾸역 깨부수며 밀어 먹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으니, 내가 대답을 주저했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음이라.

 “해야지.”

  내 심심한 대답에 녀석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김성규는 비로소 깬 얼음 덩어리를 주물거리며 별 거 아닌 투로 물었다. 언제 할 건데?

 “서른.”
 “서른?”
 “어. 왜.”
 “나는 서른 넘어서 할 건데.”

  결혼은 할 거냐 물었던 녀석의 말에 주저했던 것처럼 다시 말문이 막혔다. 김성규는 그러거나 말거나 쭈쭈바 주둥이를 잘근잘근 씹으며 웃었다.

 “나랑 내기할래? 먼저 결혼하는 놈 결혼식에 형광색 정장 입고 오기.”
 “이성열하고 짰냐. 그 새끼도 그런 내기 하자던데.”
 “먼저 죽는 놈 장례식엔 웨딩드레스 입고 오기.”
 “야, 미친놈아.”
 “먼저 취직하는 놈 첫 월급날엔 참치 회 코스 쏘기.”

  결국은 내 쪽에서 먼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녀석의 말 같지도 않은 내기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김성규는 내 철저한 무시 속에서도 그저 킥킥 웃으며 우산살을 기우며 놀았다.


  사실 나는 많이 참았다.

  결혼하기 싫다. 그렇게 거짓말 같은 투정이 금방이라도 녀석의 앞으로 쏟아질 것 같아 얼마나 이성을 잡아 눌렀는지도 모르겠다. 못 하잖아,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그저 쭈쭈바를 몽땅 짜 먹기 바빴던 김성규의 천진한 옆모습을 보면서 맨 정신으로는 절대 못할 말이었다. 그 거대하고도 쓴 진심을 삼켜내느라 온 목구멍이 따끔하고도 메었다. 녀석은 천년이 가도 모를 나의 속을 그렇게 매번 밟고, 누르고만 있었는데.


 “서른 넘어서도 둘 다 결혼 못하면 뭐.”
 “…….”
 “심심하니까 같이 살면 되고.”

  앞서 장난스레 걸었던 내기처럼 아무렇지 않은 투의 말장난이 뱉어졌다. 그저 뒤 돌아서면 까먹어버릴, 아니면 말고 투의 목소리 때문에 그 때 나는 얼마나.
  가슴이 터질 뻔 했는지, 못됐지만 김성규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짝사랑이란 하나의 거대한 허구다.

  나만 놓으면 모든 것이 없었던 일이 되는 감정. 차라리 들켰다면 시원하게 욕설이나 퍼 부으며ㅡ 민망함에 꺼져, 새끼야. 그 한마디로 거리라도 둘 수 있었을 텐데 그것조차 안 됐다. 나는 김성규를 멀리할 명분도, 그렇다고 더 가까이 당겨올 명분도 갖고 있지 않았다. 처음과 같은 자리에서 내 쪽에서만 잡고 있는 감정의 끝자락이 요즘은 매번, 변덕스러운 가슴을 저리게만 만들어왔다.

  여전히 김성규는 하교 시간이 되면 내 신발 두 짝을 손에 덜렁거리며 앞서 도망치기 바쁜 놈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어쨌거나 미친놈이었다. 낮잠에 빠져 있을 때면 뒷통수를 후려치고 도망가는 뻗댄 뒷모습도, 똥 싸러 간다 하며 이거나 들고 따라오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던지던 흰 손도. 사물함을 모조리 고장 낸 탓에 교무실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벌을 서던 꼴사나운 모습까지도 김성규는 모조리 예뻤으니까. 녀석은 제가 내 눈에 예뻐 보이거나 말거나, 저 내키는 대로 하고 다니던 사고는 서슴지 않았는데ㅡ
  요즘은 그래도 아주 조금 철이 든 게 보여 다행이었다. 내가 싫다 하니까 신발 갖고 도망치는 횟수도 줄이려고 노력했고, 매번 엉망진창으로 치르던 수행평가도 마음잡고 척척 해내는 듯 싶고. 또 한 번은 뜬구름 같은 질투심을 이겨낼 수 없어 앞으로 우유는 나랑만 가지러 가자고, 유치했던 내 말에 푸하하 웃은 녀석이 곧 서투르게 고개를 끄덕였었다. 주번임에도 불구하고 하루걸러 하루는 우유 가지고 오는 일을 까먹던 김성규가 꼬박꼬박 나를 깨워 우유 가지러 가자, 하던 날이면 나는 쏜살같이 아침잠을 깨곤 했었다.


 “대신 너도 니가 당번일 때엔 나만 데려가.”
 “왜?”
 “나도 너 데려가주니까.”

  한 번은, 녀석을 따라 가 우유급식을 가지고 돌아오던 길. 나누어 들고 있던 바구니를 일부러 흔들며 김성규가 말했었다. 알았지? 이성열 같은 새끼랑도 안 돼. 녀석의 눈이 대답을 재촉하며 샐쭉이며 째졌다.


  나만 데려가. 너도 나만.

  그에 나는 서둘러 알았다며 대답했었다. 단 몇 초도 안 되어서 돌아온 내 대답에 김성규는 팩 째고 있던 눈을 완전히 접어 소리내 웃었다. 야, 무슨 대답이 그렇게 빨라.
  너는 왜 매번 이렇게 나한테만 이렇게 쩔쩔매는데. 남우현.





















 “남우현 찌 이인 따… 새끼.”

  쥐고 있던 분필로 또박또박, 낙서를 하던 김성규의 입이 제가 쓰고 있던 글자를 중얼거렸다. 청소시간은 역시나 날로 먹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장맛비가 쏟아져 내리던 오후였다. 오늘은 빗자루 말고 걸레질을 하자며 어쩐 일인지 밀걸레를 손수 들고 빨러 가자, 하던 김성규가 멈춰 선 곳은 저번에 온 적 있던 화학실 옆 벽 앞이었다. 화학실 앞에 고인 물웅덩이에 밀걸레를 대충 빨아버린 김성규가 다 빨았다, 하며 천연덕스레 땡땡이를 유도했다. 그래놓고선, 매번 분필을 가지고 다니는 것인지ㅡ 주머니 속에서 하얀 분필을 꺼내 내게 건넨 김성규가 마른 바닥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았다. 너도 앉으라며 제 옆자리를 툭툭 두드리는 손짓에 나는 벽 위에 걸레 자루를 세워 두고 따라 앉았다.

 “내가 왜 찐딴데.”

  뭐 대단한 걸 쓰나 했더니, 겨우 쓴다는 게 남우현 찐따새끼였나보다. 이젠 김성규의 욕지거리에 별 감흥이 없어진 내가 심심하게 묻자 김성규가 찐따, 하는 글씨를 더욱 강조해 칠하기 시작했다.

 “찐따니까 찐따지.”
 “그러니까 왜 찐딴데?”
 “넌 매일 나한테 지잖아.”

  나는 입을 곧 다물었다. 김성규가 그것 보라는 듯 눈을 접어 웃었다.

 “그리고 매번 쩔쩔매고. 니가 뭐 마려운 강아지냐?”
 “야…씨.”
 “씨 뭐?”
 “그건 내가 져 주는 거고.”
 “이기려면 이겨봐.”
 “…….”
 “못 하지.”
 “…….”
 “못 하잖아. 찐따야.”

  김성규는 곧 제 손가락으로 내 턱 밑을 간질이며 웃었다. 그 바람에 녀석의 손에 묻어 있던 분홍 분필가루가 턱 아래에 덕지덕지 묻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굳이 피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자국을 지워주려고는 했는지, 내 턱을 몇 번 문질이던 김성규가 그 때까지도 아무 말이 없는 내 얼굴을 꽤 집중해서 들여다봤다.

 “왜. 뭐 할 말 있어? 이의같은 거 있어?”
 “있다면.”

  있다면, 들어는 줄 거냐. 건조한 내 대답에 김성규의 고개는 한참 후에 기울어졌다. 녀석은 그렇게 또 한참을 내 얼굴에 시선을 두다가 고개를 돌렸다. 김성규가 마침내 마주 본 곳은 벽이었다. 남우현 찐따새끼, 하는 글씨와 나란히.


  재잘거리며 떠들던 입을 다물자 빗소리가 한 층 더 두드러졌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장맛비는 화학실 앞 차양에 치어 우리가 앉은 콘크리트 바닥으로도 튀어 들어왔다. 차양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간간히, 그 밑에 나동그라진 빈 깡통을 소리내어 두드렸다. 한참동안은 그 소리만을 공기로 삼아 듣고 있었다. 김성규가 ‘찐따’, 그 글씨를 괜히 여러번 덧대어 썼다.

  느닷없이 김성규는 웃었다. 야, 남우현 있잖아.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내 어깨를 툭 건들이던 몸이 내 쪽으로 홱 틀어졌다. 나는 단번에 숨을 삼켰다. 김성규의 가는 눈이 바로 코앞까지 당겨왔다.


 “너 나한테 진짜 할 말 있지.”
 “뭐가. 없는데.”
 “있잖아, 새끼야. 어차피 나도 너한테 해줄 말 있었으니까 하자. 지금.”
 “뭘 해?”
 “동시에 하고 싶은 말 하는 거야. 하나 둘 셋 하면.”
 “존나 기집애냐.”
 “너는 하려던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새끼면서…”

  김성규의 눈이 천천히 깜빡여졌다.

 “나한테 기집애 타령이냐?”

  녀석의 눈이 못마땅한 듯 나를 흘겼다. 나는 녀석을 따라 하고 있던 아빠다리를 다잡으며 허리를 폈다. 내가 무언갈 말하려고 하기도 전에, 김성규가 빨랐다.
  맨날 천날 그렇게… 뜸들이고만 있으면서.


  그 대목에서, 나는 처음으로 심장이 덜걱이며 내려앉는 것을 느꼈었다. 지레 짐작이었지만 무언가가 목구멍에 막혀서. 혹시나 녀석이 눈치 채버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순간이었는데ㅡ 그것 때문에 복잡했던 머릿속은 녀석의 다음 재촉에 가려져 머릿속을 하얗게만 만들어놓았다. 김성규는 내 허벅지를 탁탁 치며 하자고만 졸라댔다.
  하자. 하자. 진짜 하나 둘 셋 하면 하는거야. 그렇게 자꾸만 졸라대는 목소리에 얼떨떨한 기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래 하자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럼 시작. 김성규는 어딘가 모르게 상기된 얼굴로 내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나도 기다렸다. 녀석의 입이 먼저 떨어지기를. 그렇게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히 쳐다보고 있길 잠시, 김성규가 끈질기게도 나를 쿡쿡 가리켰다.
  아마 먼저 시작하라는 뜻이었겠지만, 그건 싫었다.

 “해.”
 “안 해.”
 “언제는 하자니까 하자며. 빨리 말 해봐.”
 “그럼 너 먼저 해봐.”
 “아니. 너부터.”

  김성규는 한결같이 고집이 셌다.
  득달같이 졸라대며 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한 발 물러선 김성규가 이리저리 내 안색을 살펴보는 듯 했다. 물론 정적이 길어진다고 해서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는 싫었다. 김성규는 손에 들고 있던 분홍 분필을 괜히 만지작대다가 간간히 심호흡을 했었다. 그럼…, 하며 운을 떼는 목소리가 조용했다.

 “그럼 진짜 하나 둘 셋에 같이 하는 거야.”
 “…….”
 “알았지, 남우현.”

  어. 결국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나자 김성규의 표정이 한 결 개운해졌다. 아까처럼 장난스럽게 툭툭, 이 새끼야 저 새끼야 하는 말이나 뱉어댈 줄 알았는데 꽤나 고심하고 있는 말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에 외려 마음이 졸여진 것은 내 쪽이었다. 김성규는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고 나를 들여다봤다.


  좋지 않은 예감이 달겨들었다. 저 멀리서부터 쏟아지던 것 같은 빗소리가 바로 귓가에까지 가까워져 와, 쏴아 하는 소리로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매점 뒤편 어딘가에서 울려오던 매미소리마저 죽은 직후였다. 김성규는 큼, 흠흠. 목소리를 두어번 가다듬다 뜸을 들였다. 하나, 둘…

  예감은 좋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를 뜸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버린 김성규가, 혹은 정말로 알아챘었다면 김성규가 지금 상황에서 내게 할 말은 정말이지 뻔한 말이질 않겠는가. 머릿속에 흰 번개가 번쩍이며 후해를 예고했다. 하고 싶었던 말일지라도 안 된다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라고. 셋, 하는 소리가 아득했다. 예감은 충분히 좋지 않았다. 정말이지 좋지 않았는데…


 “그러지 마.”
 “너는 내…”


  셋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성규는, 비겁하게도 나보다 빨랐다.

  빗소리가 멀어졌고, 어렵게 떼려던 입이 마저 굳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가까이 마주한 얼굴은 조금 전과 다를 것이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덧이어 말했다.


  그러지 말라고.

  직감이란 내게 있어서, 매번 절반이 넘는 확률로 정확하게 다가오는 법이었다. 김성규는 빨랐지만, 그것보다 더욱 빨랐던 것은 먼저부터 먹구름을 안고 있었던 나의 직감이었으니까. 언제부터 알아챘던 걸까. 언제부터 모른 척 입을 씻고 있었던 걸까. 나는 김성규의 대답 직후 끝도 없이 타들어가는 목구멍에 아주 심한 갈증이 일었었다. 만약 정말로 내 비밀을, 말을 해주지 않았어도 녀석이 알고 있었다면 이 말은 곧 녀석의 답인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마… 그러지 마. 녹이 슬어 고장 난 카세트가 늘어지는 소리처럼 김성규의 목소리가 뇌리 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 내 앞에 가만히 앉아 또박또박한 눈으로 나를 보던 김성규가 침묵을 깼다.


  …이게 내 할 말이었어.
  …….
  너는?


  그리고 아마, 한동안의 정적 끝에 나는 입을 열었었다.
  나는…


  부랄 친구다.

  이 말 하려고 했었다, 새끼야.














  선인장 꽃이 자랐다.

  애초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였던, 유독 못생겼던 작은 화분. 잘은 안되겠지만서도 녀석의 생각을 손톱만큼이라도 지워보려 산 장난감 같은 화분이었을 뿐더러ㅡ 의식하는 게 싫어 일부러 꼭 필요하다는 소량의 물조차 주질 않았어도 꽃은 자랐다. 물론 햇빛을 먹고 있으니 자라기는 자랄 거라며 그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내쳐둔 화분은 나조차도 몰라 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침대 옆 협탁 위, 잘 보이는 곳에 두었던 것이 무색하도록 우습게도 나는 선인장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너무 시간이 걸리길래.
  이 건조하기 짝이 없는 식물이, 못내 꽃마저 틔웠을 줄은 예상치도 못했기에 어딘가 모를 상실감을 느꼈었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잖아. 이미 이렇게나 꽃이 자라있는 줄은 완전히 모르고 있었잖아. 넋두리 섞인 혼잣말을 마음속으로 감내하고, 감내하다 알게 된 사실에 나는 못내 마음이 울었었다.

  이렇게까지 어렸던 감정이 커져 있을 줄은 몰랐던 것. 그러나 어쩌면 당연했다.

  꽃은 원래 시간을 필요로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규는 내게 아직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얇은 벽을 세워 두었었다. 내색하기는 싫었지만, 부랄 친구라며 한 번 더 쐐기까지 박아 놓았던 주제에 하게 되는 행동은 정 반대로만 달려가고 있었다. 이젠 열에 한 번 꼴로 녀석에게 떡볶이를 가져다주었으며 다섯 번에 한 번 꼴로만 녀석 대신 하루 종일 청소구역을 도맡기도 했었다. 김성규는 괜스레 내 뒷통수로 딱밤을 먹이며 아주 살살 눈치를 봤다. 야, 너 요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휙 던지듯 뱉어진 김성규의 말에 나는 입꼬리를 힘주어 올려 웃었다.

  힘이 없긴, 내가 너보다 백만 배는 더 쎄다. 씹새야.

  멀뚱멀뚱한 눈으로 내 동태만 살피던 김성규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는 나를 따라 생각 없이 웃고는 했었다. 이제야 웃네, 하는 독백 같은 뒷말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고.

  멀어지고는 있었다. 느리게, 또 느리게. 눈치 하나는 뭣같이 또 빠른 김성규를 속이고 들어가려면 그 정도의 속도로야 가능했다. 지워버리기 위한 노력은. 나는 꽃이 자랐던 속도처럼 아주 느리게 그 반대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다. 사실은 아무런 잘못이 없던 김성규는 내가 치는 얇은 벽에 잠깐 잠깐씩 주춤하고는 했었다. 그 때 즈음엔, 녀석이 더 이상 하교길, 내 신발 두 짝엔 손을 대지 않기 시작했다.









  수능이 끝나고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짧았던 인생에서 가장 컸던 시험을 치르고, 무언가를 한꺼번에 상실한 사람처럼 나는 토해내듯 눈물을 쏟았었다. 뒷풀이라며, 백일주를 걸렀으니 술판이라도 벌려보자고 각자 품에 술 세네병 쯤은 품어 안고 모인 모텔 아래에서 담배를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골목 끝자락의 다 쓰러져가는 모텔이었기에 낡은 감정을 쏟아내기에는 편했다. 하나 둘 정신을 놓아가는 이들을 등지고 좁은 방을 벗어나, 김성규가 없는 모퉁이 끝에서 무너지듯이 주저앉았었다. 담배는 이성열에게서 자연스레 받았다. 신경질적으로 켠 라이터 불이 잠깐 동안 앞머리에 옮겨 붙어, 보기 싫게 머리가 탔었음에도 아랑곳않고 나는 울었다. 이성열은 내 옆에 허리를 굽혀 앉아, 들고 나온 소주병을 시멘트 바닥 위로 괜히 굴려보고 나를 살폈다. 한참동안은 내가 우는 소리만을 녀석은 들었다. 내가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 이성열은 그저 가만히 반쯤 찬 달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거 아냐? 로 시작했던 내 진심은, 물을 먹어 갈라진 목소리가 거들어 주었었다. 방금도, 아까 전도 되게 숨 막혔다.
  넌 모를 거다. 방금도 되게 숨이 막혀서… 안아주고 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술은 이게 처음 마셔보는 게 분명했을 그 새끼가 뒤 돌아서 먼저 뻗었잖아. 나는 그 뒷통수가 너무 너무 숨이 막혀서 못 견디겠어서. 그래서 나 지금 나와 있어.

  내 말에도 이성열은 그저 뻑뻑한 담배만을 태우고 있었다.

  가끔은 정말로 미친 듯이 안아보고 싶은데. 그러면 분명 좆같은 새끼라면서 내 불알 걷어 찰 놈이니까. 근데 넌 그것도 모를 거다. 그런 것까지 얼마나 예쁜 줄 아냐. 처음엔 김성규가 미친 줄 알았어. 근데 매일 매일 그걸 못 견디고… 

  미치고 있던 건 나였어. 이성열의 담배 끝이 빨갛게 타 들어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별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날 밤은 유독 머리 위에 별들이 와르르, 머리 위며 어깨 위로 사정없이 떨어져서 나는 아팠다. 이성열이 하릴없이 굴리던 소주병을 저 멀리까지 던진 후에 담배를 껐다.





 “필만 해?”
 “…….”
 “더 줄 수도 있고.”

  나는 진짜 찌질했다.

  울고, 또 끝없이 울고 나는 스스로도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찌질할 수 있는 그림은 그려낼 수 없을 거라며 자조적으로 웃기도 했었다. 그렇게 간간히 웃기도 했다. 울고 웃고 이성열은 들었다. 저만치 굴러갔던 소주병이 벽을 세우다 남은 벽돌 위로 부딪히는 소리가 선연했다. 위의 식에,

  최댓값과 최솟값을 대입하시오.



  수능이 끝나고ㅡ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가 받았던 것은 녀석도 나도 질색했던 수리 영역의 난해한 문제였다. 이성열은 내려올 때 몰래 챙겨 온 맥주 캔을 하나씩 더 까내며 건배를 제안했었다. 제 머리는 각기둥과 각뿔에서 멈췄다던 녀석의 말처럼, 돌아갈 리 없는 내 수학 머리는 끝까지 최댓값을 대입하지 못하고 연필을 놓았다. 그렇게나 찌질하게 눈물을 쏟아내며 어깨 위로 쏟아지는 별을 털었었다.
  최댓값 같은 것은 이미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접은 마음에, 못난 생채기처럼 그 날 반달이 들이찼었다.

  그리고 검산하시오.

  김성규는 고삼 내내, 그렇잖아도 서투른 내 판단력을 멋대로 흐트려 놓았었고 나는 완벽히, 
  수리 영역에서 패배하고서야 막을 내렸다.























 “그게 누구냐고 묻지 말고,”

  친구 분 결혼하는 상대 이름 좀 확인하고 식장에 들어오시지 그랬어요. 하다못해 한참 전에 받았을 청첩장에도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을 텐데.

  이제는 대놓고 건방져진 목소리에도 그저 좋다며 공석을 채우고 앉은 여자가 종래엔 아, 하는 탄식을 뱉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시작은 않고, 식장 앞에서 이사람 저사람 인사를 나누고 있을 녀석을 눈짓으로만 가리켰다. 여자가 금세 뒤를 돌아봤다가 나를 본다.

 “이 결혼, 신랑이잖아요. 그 놈이.”
 “아, 그러면….”

  여자가 단박에 얼굴색을 바꾸며 환히 웃었다. 장난 친 거죠?

 “이상형이 누구냐고 물었던 건데, 신랑분이라고 대답하셨잖아요.”
 “…….”
 “남우현씨는 되게 장난기 많은 타입인가 봐요. 맞죠. 그쵸?”
 “아 예. 없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그저 예, 하는 대답조차 질려버려 한숨이 나왔다. 보통 이 정도로 무안을 주면 알아서들 자존심 챙기고 먼저 자릴 뜨던데 이 여자는 그런 것도 없어 보였다. 김성규 이 새끼는 결혼식 하객도 저 같은 사람들로만 채워놨나 보네. 그러다 툭툭,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대놓고 인상을 구기며 옆을 봤다. 끝내 웃는 얼굴의 여자가 실실거리는 웃음소리까지 더해가며 말을 걸었다. 정장 입으신 거에서부터 알아봤어요.

 “누가 친구 결혼식장에 형광색 정장을 입어요. 그래서 딱! 보자마자 아, 특이하다. 저 남자 내껀데? 했죠.”
 “옷깃 좀 놓으세요.”
 “아, 죄송해요.”

  이제야 죄송한 건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여자는 정장 소맷부분을 쓰다듬던 손을 얼른 떼더니 사과했다. 일부러 보란 듯, 여자의 손이 닿았던 부분을 털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오질 않고 있는 이성열 자리까지 맞춰 놓았던 거지만, 끝까지 이 여자가 공석을 차지하고 있겠다면 말은 달라진다. 내가 옷을 챙겨들고 일어서자 여자가 급하게 따라 일어섰다.

 “정장은.”

  그가 내 뒤로 따라붙기 전에 꺼낸 말이었다. 여자가 멈춰 섰다.

 “신랑 되는 놈이랑 철없을 때 약속해서 입은 거지, 특이해 보여서 그 쪽한테 잘 보이려고 입고 온 거 아닙니다.”
 “…….”
 “신부 측 하객 전부 신부 대기실에 있던데. 가보시지 그러세요.”

  혼자 떨어져 나와 있지 말고. 그렇게 간단한 목례 후에 등을 돌렸다. 여자의 얼빠진 표정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일단은 식장을 빠져 나왔다. 이미 맡아 놓았던 자리까지 내어준 마당에, 식도 시작하지 않은 식장 안보다야 덜 지루한 바깥 로비가 나았다. 벌써 여덟 번째 전화를 위해 휴대폰을 들었다. 이성열 이 새끼는, 아마 죽는 날까지 지각이란 습관은 떨치지 못할 놈일 게 분명했다. 좀 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하객들을 맞고 있는 식장 앞의 김성규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내려갔다.


  좀 더 조용한 자리에서 전화 하려고. 나는 그래서 빠른 걸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린 시절의 내 직감보다ㅡ 혹은 녀석이 돌려줬던 그러지 말라는 대답보다 빨랐던 것은 이번에도 김성규였다.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서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내 몸을 돌려 세웠던 건.


 “어디 가?”
 “…….”
 “방금까진 앉아 있었잖아. 저 쪽 끝자리에. 그래놓고 이제 진짜 시작하는데 어딜 나가는데.”

  방금까지도 낯선 하객들에 웃음을 팔던 김성규가, 미처 웃음기를 지우지 못한 채로 내 앞에 달려와 섰다. 녀석의 말끔히 정리된 머리가 낯설었다. 그렇게 녀석을 답 없이 보고만 있자 익숙하게 어깨를 건드는 손에 장난기가 담겼다. 담배 피러 가는 거지, 너.

 “근데 지금 담배 시작했다간 늦을 수도 있어. 그냥 자리 가서 앉아라.”
 “…….”
 “진짜야, 인마. 10분 내로 시작할거라고, 진짜.”
 “김성규.”
 “응.”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너무도 익숙하게 돌아온 대답이 밝았다. 웃고 또 웃고 있었다. 적어도 오늘의 김성규는 하루 종일, 한시도 빼지 않고. 녀석의 가늘은 눈매가 반쯤 접혀 있다 원래대로 돌아와 내 안색을 살폈다. 왜, 남우현. 또 익숙해 마지않는 이름을 불러주며.

  오늘은 실수로라도 입꼬리를 내리지 않을 생각인지, 밉게도 어울리는 웃는 얼굴에 나는 이상토록 마음이 썼다. 녀석을 따라 웃으려다가, 그러면 좀 병신같을 것 같아서 관뒀는데 이름을 불러놓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김성규의 고개가 갸웃하며 기울었다. 나는 그냥, 이라며 운을 뗐었다.


 “그냥.”
 “…….”
 “축하한다고.”

  내 싱거운 말에 김성규가 웃었다.

 “그러니까 진짜 축하하는 거면, 지금 튀지 말고 식장 가서 앉아.”
 “미쳤냐. 내가 튀긴 뭘 튀어. 너한테 빚진 것도 없는데.”
 “너 어차피 그런 정장 입어서, 오늘 나보다 더 튀는 놈이니까 진짜 토끼면 안 돼. 결혼식 하는 내내 너만 찾고 있을 거다 진짜로.”

  내내…. 나는 녀석의 뒷말을 곱씹었지만 김성규는 그저 내게 확답을 요구했다. 도망가면 너 진짜, 씹새끼야. 남우현. 나는 그 말에 마지막으로 응수했다.

 “씹새는 너고, 김성규야.”

  네 말마따나 곧 시작 될 거라던 결혼식. 식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네게 친구처럼 나는 말했다.
  친구처럼 잘도, 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니가 애새끼냐, 아직도 옷에 지지나 묻히고 다니게.”

  성열이 금방 앞문으로 들어온 성규에 타박을 놓았다. 야간 자율이 끝나갈 무렵, 공부고 뭐고 일찍이 가방이나 챙겨 놓자는 심산으로 이것저것 책상서랍 안으로 구겨 넣고 있을 때 쯤의 등장이었다. 칠칠맞게 교복 마이 군데군데 묻은 분필 자국에 성열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차암, 니네 어머니도 빨랫감에 한 넌덜머리 나시겠다. 그런 성열의 타박에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성규가 자리로 돌아와 옷을 털었다.

 “밖에 비오냐? 너 비 맞았네.”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열이 그의 앞머리를 두어번 털어내주었다. 성규가 고개를 홱홱 털며 머리를 말렸다. 이미 교복 마이 위로 들러붙은 분필 자국이 물을 먹어 단단히도 더럽혀져 있었다. 성열이 킥킥대며 그를 비웃었다.

 “밖에서 뭐 하고 왔는데? 분필 바닥에 처 뒹굴었냐?”
 “아니. 그냥…”

  낙서.


  그러고는 책상 위로 널브러져 있던 참고서 더미를 차곡차곡 정리한 성규가 든 것 없는 가방에 필통이며 노트를 챙겨 넣기 시작했었다.

  장마는 그 날도 한창이었다.












  남우현 찐따새끼, 그 밑에 반박하듯 휘갈겨진 흰색 분필의 김성규 병신새끼. 화에 못이긴 글씨 아래 조목조목 덧붙여진 분홍 분필이 장맛비에 녹진녹진 흐드러졌다. 화학실 옆, 사방이 온통 낙서투성이라 한두명이 글씨를 더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더러운 벽 앞에 색깔 섞인 물웅덩이가 고였다.

  니가 좋아하는 놈이 병신새끼라 넌 참 좋겠다, 찐다야.
  병신새끼 좋아해서 좋겠다고, 찐따새끼야.

  그리고 나.. 그러지 말라고 네 번이나 말했다.
  쩔쩔매지 좀 마. 나한테

  뜸들이지 말란 소리야.


  자꾸만 쓰다 끊어져, 토막이 난 몽땅 분필이 웅덩이 위로 구석구석 떨어져 있었다. 빗물은 금방도 회색 벽을 적셨다. 얼룩덜룩한 웅덩이 위로 반달이 졌다.
  오래 머물고 간 이가 버리고 간 지우개가 잘게 뜯어져 있었다. 무슨 말을 적어야 할 지 몰라,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더니 다리가 저렸던 이의 교복엔 마찬가지로 별이 쏟아졌었다.






















  김성규.
  축의금은 딱 칠십 보탰다. 많은 건 나도 아는데 생색은 아냐. 그냥 내가 이만큼 주고 싶어서. 너 칠십 때 황혼이혼 하라고, 새끼야.
  허니문은 뉴칼레도니아로 간댔나? 갔다 와.
  오면 다음 날이든, 다다음 날이든 재깍 연락하고.
  그러면 오랜만에 떡볶이 살 테니까.
  결혼 축하했다.
  씹새야.

  내 십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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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결혼 축하했다.
씹새야.

내 십대야.

저엉말 집중해서 읽었네요 글을! 자려고 누웠는데 다시 앉아서 읽었네요. 모르겠어요 뭔가 먹먹하지만 담담한 기분? 결혼하는 성규를 보면서 되게 마음 아프고 그랬을거같아요. 오랜만에 떡볶이 산다는 것도 예전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고. 정말로 형광색 정장 입고 갔나봐요. 우현이는 그럼 아직 결혼을 안 했다는 말이겠죠? 결혼을 안한걸까 못한걸까.

오늘도 정말 잘 읽고 가요. 감사해요^0^

9년 전
독자2
규닝님 되게 오랜만이네요ㅎㅎ저 커스타드 입니당 신알신이 울려서 봤더니 규님님이여서 되게 반가워요. 성규랑 우현의 모습을 보니 제 첫사랑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새벽이라 감성적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옛 생각도 나구요. 잘 보고 가요ㅎㅎ
9년 전
비회원24.190
아 어떡해요 진짜 먹먹해요..
암만 생각해도 저는 규닝님 새드에 진짜 약한 듯..
미루감화서도 십이월기록일지도 다 눈물콧물 줄줄이 빼면서 읽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ㅇㅇㅋ..
설마, 설마 하다가 결국 새드구나 감이 온 순간부터 목이 나갈정도로 꺼이꺼이 울어요 진짜
사실 오늘은.. 너무 갑작스러운 단편의 습격이었는데ㅋㅋㅋ
제목만 보곤 3번 열람실의 스물아홉살 느낌이려나하고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ㅋㅋㅋㅋ 그래서 화장도 안 지우고 누워서 읽다가 망했슴다요ㅋㅋㅋㅋㅋㅋㅠㅠ...
아ㅜ 아직도 마음아파 죽겠어요 우리 남우현 어떡해요 진짜아 ㅠㅅㅠ.. 좋은 날 티없이 해맑게 웃는 새신랑 보는 게 진짜 진짜 지인짜 너무 마음이 짠해요
ㅎㅏ.. 이제 자야되는데.. 여운에 쥬글듯...
한없이 울고 갈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해여ㅠㅅㅠ 맞아 전 대역죄인입니다요 키키

9년 전
독자3
결국 우현이는 쩔쩔매지 말라는 성규의 말을 이해 뮷했네요 만약 우현이가 동시에 말하자던그때 부랄친구가아니라 니가내 첫사랑이야 이정도로했으면 둘은 아마 조금이라도 좋았을거같아요ㅠㅠ 이부분이.너무 여운?이.남는거같아요 결혼 축하한다씹새야 내 십대야 이제 잊으려는것처럼 얘기하지만.결국 결혼할나이가되도 잊지못하고 있는거잖아요 허니문 보자마자 심장이 쿵했어요 어떤기분일까 항상 규닝님픽은 정말 진지하게 보게되는거같아요 우현이가 성규에게 뜸들이지.않았더라면 더 나아지지않았을까요 그리고 성규도 음... 여러모로 아침부터 먹먹한 픽이에요 정말 좋아요 규닝님ㅠㅠ 찬양 할게요- 돼지코-
9년 전
독자4
수원이에요! 아침에 깨자마자 달려왔어요ㅇㅁㅇ우현이가 성규 말을 좀 다르게 이해했더라면 아마 두사람은 서른이 넘어서 같이 살고 있을수도 있겠네요. 근데 사실 그 말에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겠죠ㅠㅠ 저 계속 이 글이 생각날거같아요ㅠㅠ 막상 읽을 때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는데 읽고나니까 울컥울컥하고 우현이 마지막 말도 너무 가슴 아프고 어떤 마음이였을지 대충 짐작도 가고 여러가지로 노래도 너무 잘어울리고.. 뭔가 저도 우현이랑 성규랑 학교같이 다닌 느낌도 들고ㅋㅋㅋㅋ규닝님 짱짱잉에ㅛ★
9년 전
독자5
요거트스무디
아..ㅠ ㅠ 왠지 비오는 날 읽고 있는 느낌..같아요..
마지막..대사..ㅠ ㅠ
우리 뀨도..사실 같은 마음이었던거죠..?
둘이 잘됐으면 좋았을텐데..ㅠ ㅠ
수능날 담배피며.울었을 현이와..
한참동안 앉아서..낙서했을 뀨가..
자꾸 생각나네요..ㅠ ㅠ
아련하면서..뭔가 먹먹한..ㅠ ㅠ

9년 전
독자6
ㅠㅠㅠ헝 잘될줄알았는데 우현이만 속앓이해서 불짱하당 ㅜㅜ 아련해....그래서 더 여운남는거같아여 재밋게잘봣습니다!
9년 전
독자7
아..먹먹하다진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뭐야ㅠㅠㅠㅠ아침부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이다나네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러지마 얘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해요...사실 둘다 같은 마음이였던 건데...이런 게 제일 슬프더라구요 전...그래도 잘 봤어요 작가님! 작가님 작품 처음보는데...좋네요ㅠㅠ신알신 누르고 가겠습니다!
9년 전
독자9
가슴이 먹먹해지는ㅠㅠㅠㅠㅠㅠ같은 마음이었는데 왜...왜 때무네...ㅠㅠㅠㅠ밖에 비도 오고 브금도 길이라서 완전 이입해서 읽었어요ㅠㅠㅠㅠ잘 보구 갑니다ㅠㅠㅠㅠ
9년 전
독자10
으..ㅠㅠㅠㅠㅠ그래도짝사랑은아니었던게다행이면서도우현이는몰랐던건가슴아프네요ㅠㅠㅠㅠ.. 우현이는아직결혼은안했구.. 아직도성규좋아하고있는건가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221.7
고백조차 못해보고 끝나는 건가요? 이렇게 그냥 허무하게 끝나요???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1
엘여
아 작가님 완전 먹먹하네요 부랄친구말고 조금만 남우현 마음에 가까운말을 했더라면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갔겠죠 어후 안타깝고 정말 쭈그리고 앉아서 툭툭 부러지는 분필로 낙서했을 성규가 생각나서 막 엉극규ㅠㅠㅠㅠㅠㅠㅠ좋은글 감사해요

9년 전
비회원188.145
베스입니다! 아...ㅠㅠㅠ남우현 이 멍충아ㅠㅠ좋아하지 말란 소리가 아니라 뜸들이지 말라는 소리였잖아ㅠㅠㅠㅠㅠ초반까지는 신랑이 성열이고 옆자리가 성규인줄 알았으나 결국에는 반대였군요ㅠㅠ어후ㅠ진짜 두사람 다 어쩜 그렇게 미련할수가 있어ㅠㅠ 우현이가 성규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었다면 신랑은 어쩌면 성규가 아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결국 모두 지나간'십대'의 일이 되어버렸고 두사람다 어느덧 서른이 넘어간것 같은데 이미 성규에게는 지나간 사랑일테고 그러니까 새로운 사람만나고 그럴수 있는거겠죠?ㅜ아이구 십대의 두사람이 막 안쓰러워서ㅜㅜ성규에겐 이제모두 지나가버린일인것 같은데 우현이에겐 현재진행형이었군요....물론 우현이도 이제 서서히 잊으려고 하는것 같긴한데 여지껏 지워내지못한 마음이 쉽게 지워질리가 없겠죠ㅜ
형광색 양복 얘기나왔을때 장레식장 얘기까지 나와서 혹시 둘중하나 먼저떠나고 진짜 그렇게 되는거아닌가 하는생각에 맘졸였는데 그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ㅠ그래도...두사람 정말 나중에 황혼이혼해서라도 어떻게든 이어졌으면 하는 제 바람.....ㅜㅜㅜㅜ

9년 전
비회원180.188
류입니다!
일단 좀 울까요ㅠㅠㅜㅜㅜㅜㅜㅜ 아 진짜 확 성규 잡아와서 우현이 옆에다가 내려고 싶었어요ㅠㅠㅠㅠ 제목 보고 처음에는 어째서 스물아홉이지? 이런 생각만 했는데 새드일줄이야ㅜㅜ
정말 우현이가 그 긴시간 동안 지고지순하게 성규만 바라봤다는것만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고 그래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우현이는 진짜 십대의 과도기를 성규에게 쏟아부은거나 다름이 없는데... 차라리 속시원하게 고백이나 해봤으면 더 좋았겠어요ㅜㅜ
진짜 담담하면서 너무 슬퍼서 눈물 꾹꾹 참으면서 읽었네요ㅠㅠ 진짜 간간히 신랑얘기 나올때마다 설마설마했건만... 으아 주체가 안돼요!
배경화면에 추가해두고 틈틈히 찾아오고 있는데 이렇게 새 글을 또 올려주셔서 정말 반갑고 좋았습니다:-)! 여운이 무척 길게 남을것같네요ㅎㅎ 새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규닝님 글은 마지막이 어떻든 두세번은 더 읽게돼요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9년 전
독자12
안녀하세요~~ 인연입니다. 오랜만에 새드를 읽어서 그런가 어색하네요ㅋㅋㅋ 으하하핳 성규 신부옆에서 떼어내서 찐따새끼에게 붙여고싶네요ㅠㅠ 으이그 이 찐따새끼ㅠㅠㅠ 이 찐따같은자식 고백이라도 한번 해보던가ㅠㅠ 혼자 맘에 썩히고 있어ㅠ 엄청 집중해서 읽었더니 노래도 몇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네요ㅠㅈ처음에 그 결혼식이 수학선생님 결혼식인가 싶었어요ㅜㅠ 근데 성규의 결혼식이라니ㅠㅜ 우리 찐따랑 ㅂ신이를 이어 주고싶은데ㅠ
9년 전
독자13
마이쮸에요!!! 허윽ㄱ허으으응ㄱ ㅠㅠㅠㅠㅜㅜ 청사초롱2화인줄 알았더니ㅜㅜㅜㅠㅠㅠ 이게뭔가여ㅜㅜㅜㅜㅠㅠ 아이고 내눈물 ㅜㅜㅜㅜ 한 번 이라도 말이라도 해봤으면 ㅜㅜㅠㅠㅜ 너무 슬퍼서 이만 물러날게요 ㅜㅜㅜㅜ
9년 전
독자14
내사랑 울보 동우 Aㅏ... 우현아... 남우현 한번이라도 좋아한다고 말해보지 이 호구야ㅠㅠㅠㅠㅠㅠ 왜 성규가 우현이한테 찐따새끼라고 했는지 알겠네요ㅠㅠㅠㅠㅠ 남우현 이 호오오오오구 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5
안녕하세요! 정말정말 너무너무 오랜만에 규닝님글을..보네요ㅠㅠ 기억하시냐 하지않으시냐도 못물을만큼ㅠㅠ 오래오래..자주 안들어왔어서..ㅠㅠ 근데 정말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이 잘쓰시고..! 오랜만에 읽는 규닝님 글이라 각잡고 읽었거든요!ㅋㅋㅋㅋ 그래도 처음엔 가볍게 읽기 시작했어요. 분위기도 밝고 재밌고 근데 읽을수록 담담한데 너무 맘이 아픈거예요 우현이의 감정이.. 십대때 성규를 향했던 마음을 숨기고 숨기고 숨겨도 드러날 수 밖에 없던 마음을 성규의 말에 다시 꾹꾹 눌러서 20대를 내내 그렇게 십년을 넘게 또 숨긴거잖아요.. 가능할까 싶은데 정말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그러지말라고 하면 그 사람을 위해서 숨기면서도 끝까지 좋아하고 싶을 것 같기도해요.. 사실은 감정을 숨기라는 말이 아니었지만...어쨌든 그렇게 우현이는 결혼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정말 완벽한 친구로 연기를 했네요. 형광정장이 친구로의 약속이었으니ㅠㅠ 아쉬운 독자의 마음으로는 조금만 더 서로에게 마음을 드러냈으면 싶었지만 십대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나 싶어요. 떡볶이를 사주고, 운동화를 숨겨 도망가고, 잡고, 잡히고, 꼭 두사람만 우유를 가지러가는 것 등의 행동들이 두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던 거였는것 같은데..ㅠㅠ 우현이가 성규의 그러지 말란 말을 오해해서.. 성규가 한 말이 우현이에게 했던 넌 날 못이긴다 나에게 늘 쩔쩔맨다 라는 말을 향한것인지 몰라서..ㅠㅠ 웋ㅠㅠㅠ 왜케 맘이 찌르르하죠ㅠㅠ 분명 우현이는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마지막까지 성규의 친구로 있었고 제가 받아들인게 맞는지 모르지만 내 십대야 라는 부분이 이제 성규를 놓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내내 숨겨진 두 사람 감정이 막 쏟아져나오는 느낌?ㅠㅠㅠ 둘다 막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나만...그렇게 느꼈..ㅎ.ㅎ... 아무튼 규닝님 금손 정말 여전하시구 더 더더더더ㅓ더 깊어지신것같아용!ㅎㅎㅎㅎ 감히 제가 규닝님을 평가한다기보다 예전부터 규닝님 글을 좋아했던 독자로써 뿌듯하기도 하고 감개무량하기도하고..ㅠㅠ 이렇게 오랜만에 뵈서 더 반갑기도하궁.. 어쨌든 이곳에 들릴때마다 자주 읽고갈게요! 다시 뵙게되어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9년 전
독자16
그리구여 성규 결혼식 장면(현재)이랑 고등학생때(과거)가 왔다갔다해서 그런가!! 막 영화보는 느낌도 나구요ㅠㅠㅠ 장면 하나하나 눈앞에 재생된거 아thㅔ여!! 진짜루.. 플레이..누르고 본줄 알았쟈나여..허헣... 마지막 말 수정하고싶어요! 이곳에 들릴때마다가 아니라 규닝님 글 보러 부러 들릴거예여1!ㅠㅠㅠㅠ 고마와요..글 써주셔서..ㅠㅠㅠㅠ진짜로..ㅠㅠㅠ
9년 전
독자17
아.. 진짜 보고싶었어요.
9년 전
독자18
아... 너무 오랜만이에요! 진짜 글이 좋은데, 마지막 말이 정말 멋져요ㅠㅠㅠ 씹새야, 내 십대야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규닝님 글 오랜만입니다ㅠㅠㅠ 그리고 운동화 숨기는 성규도 귀엽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9
아....... 먹먹하다......
9년 전
독자20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결국엔 아련아련한 새드엔딩이였네요.... 아 오랜만에 신알신 떠서 ㄴ봤더니 규닝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역시 믿고보는 규닝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성규야 그냥 고백하지 그랬어 왜 그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해가지구ㅠㅠㅠㅠㅠ진짜 제가 수학을 못해서 더 이입이되고ㅠㅠㅠ 현성이들이 좀 수학좀 잘했으면 이어졌을까여... 아 진짜 먹먹한게 안가시네요ㅠㅠㅠ 내 십대야.. 예쁜현성이들아ㅠㅠㅠ 많이 감수성 터지고 갑니다ㅠㅠ
9년 전
독자22
비회원이예요 ㅠㅠ 으앙 ㅠㅜ 폰이라 브금이 안들림 낼 회사에서 컴으로 보고 더 길게 감상 쓸려고 했는데 안되겠음 너무 슬퍼..그대의 새드는 복습이 불가능함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니까 ㅜㅜㅜ 어긋난 사랑이었는지 한방향 사랑이었든지..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남겨진 사람에게 너무 큰 응어리로 남아서 한평생을 지나도 다 지울수가 없음 ㅠㅠ 아 슬프다..ㅠㅠㅠㅠ
9년 전
독자23
헐?이게누구야 우리 규닝씨네! 근데 나 이전글 왜 알람안왔다요..?ㅠㅠㅠㅠㅠ 참 나는 규지지!1호 꿀꿀임당 ㅎㅎ 아 아련아련해 내생각엔 우현이는 성규 못잊을것같아요 그냥..그런 느낌이 든다 마지막 대사ㅜ왜이랗게 좋져..?ㅠㅠㅠㅠ휴..
9년 전
독자24
규닝님 글은 여전하시네요 머리에서 글들이 그림으로 뭉게뭉게 피어나요 글이랑 잘어울리는 비지엠도 너무 좋고 그냥 글에서 느낌이 슬슬 올라와서 몸까지 간질간질하게 하는거요 :)
9년 전
독자25
뭐죠 이 아련함은?.. 마지막 우현이가 내 십대야. 라고 한거 너무 좋네요ㅠㅠㅠ 브금하고도 너무 잘어울려서 재밌게 읽은 것 같네요. 다음에도 이렇게 좋은 글 써주세요!
9년 전
독자26
규닝님... 보고싶어요 정말... 어디가지마세요
9년 전
독자27
너무 먹먹해요 글을 두번씩 읽어도 이 먹먹함은 없어지지가 않네요 미루감화서때 같이 달렸던 사관데 기억하시려나 모르겠어요^^; 하긴 일년이나 지났으니까.. 그때도 미루감화서 보고 한참이나 울었었는데 이 작품은 울음은 안나오는데 어디엔가 무엇이 탁 막혀서 빠져나오지못한 그런 답답함과 먹먹함이 있네요. 규닝님은 글을 참 잘써 근데 그 글이 새드일경우엔 마음이 너무 아파져요. 둘이 만나나, 결혼식을 파토내나 했더니 그냥 뒤돌아서는 우현이가 너무슬퍼요. 성규가 뜸들이지말라고 했던건 우현이랑 같은 마음이었던것 같은데, 맞나요? 참.. 그게 그래요 그때의 시간을 놓쳐버리면 안된다는게... 여러모로 마음이 아파요. 글잡에서 규닝님 글을 볼수있다는게 정말행복해요 고맙고 항상 고마워요. 작가님은 제 정말 좋아하고 아끼시는 분이니까, 어디가지마세요. 이렇게 느리게 와도 되니까 갑자기 훌쩍 떠난다면 나 정말 마음아플것같아. 다음작도 기다리고있을게요 잘읽었어요.
9년 전
독자28
ㅠㅠㅠㅠㅠㅠㅠ 지금에야 댓글 남길수 있게 되네요ㅠㅠㅠ 끄윽 규닝님 글은 항상 뒤에서 허를 찌르는 것 같아요ㅠㅠㅠ 읽으면서도 긴장되고 이런 느낌ㅠㅠ 자몽이였어요 잘 읽었어요ㅠㅠ
9년 전
독자29
잘보았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굿나잇 하세요 :-)
9년 전
독자30
혹시나해서 검색해서 찾았는데 역시 , 규닝님이었네요 ㅎㅎ
현성홈에서 다시한번 이 글을 만나고 좋아서 또 댓글 쓰러 왔어요 :-)
예전엔 그럴싸한 암호닉도 있었지만 이젠 밝히기도 쑥쓰럽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해요 또 만나요. ♥

9년 전
독자31
. 가끔씩 생각나면 와서 봐요 몇번 봐도 질리지가 않아요..ㅠㅠ 글로 사람마음을 움직인다는건..큰 의미인것같아요
7년 전
규닝
고맙습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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