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잠이 들지는 않았었다. 벽쪽을 보고 누운 등 뒤로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가 났다. 눈을 꽉 눌러감았더니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오늘까지 연달아 삼일째. 결국엔 몸을 일으켜 눈을 비비며 갓 잠에서 깨어난척을 했다. 형. 어디가요." 어. 헐. 명수야. "" 왜 놀라요. 어디가. "" 잠이 안와서. 물 마시러... "성규형이 어설프게 광대를 올려서 하하 웃었다. 분명 남우현네 방에 가는거다 저거. 새로 이사한 집에서 가위바위보로 방을 뽑던 날 2등을 한 남우현이 혼자 쓰는 방을 골랐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성규형의 표정을 살폈다. 눈에 띄게 딱딱해진 얼굴을 봤다. 짐을 풀러 가는 길에 남우현이 형의 어깨를 둘러 안고 웃으며 뭐라 얘기를 하는걸 보고 있자니 괜히 배알이 꼴렸었다." 베개 놓고 가요. "사실 저 베개를 내려놓고 방을 나가는 하얀 손가락을, 째진 눈매를, 방에서 나가고서도 남우현의 방을 찾아가지 못해서 잘근잘근 제 주인의 이에 씹히고 있을 얇은 입술을 나는 못견디게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부터이고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자꾸 눈이 가고, 마음이 동하고.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딱히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내 감정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내 딴에는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던거다. 하지만 형을 좋아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김성규의 시선의 끝에는 남우현이 있었다. 서로를 향한 애틋한 그것을 비집고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아직까지 비밀연애같지도 않은 두 사람의 비밀연애를 모른척해주고 있는 중이다. 이번 방 배정이 이렇게 되고 나서 포커페이스를 고수했지만 사실은 꽤나 기분이 좋았다. 짐 정리를 하는 중에 이성열이 뭐가 그리 좋냐고 물었었는데, 그제서야 내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는걸 알았다. 그것도 소녀시대 노래를. 이렇게 되면 내가 김성규랑 같은 방을 쓰게 된 사실에 많이 신이 났거나 남우현이 김성규랑 다른 방을 쓰게 된게 되게 즐겁거나 둘 중 하나다. 아니 그냥 내가 생각보다 김성규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는 소리다.자리에 누워서 팔로 눈을 가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그걸로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성규형의 옆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하고 앉고 형의 눈을 보며 노래할 수 있는 남우현이 부럽다. 메인보컬이라고 보컬연습을 핑계로 붙어있는게 짜증이 나서 노래 연습을 피나도록 하고 있지만 내가 연습하는 동안 두 사람이 노는것도 아니고 실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나였으면 좋겠는데. 형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래서 새벽이 싫다. 쓸데 없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치고 올라온다. " 명수야... "" .... "" 엘아. 자? "문을 열고 들어온 성규형이 꼼짝도 안하고 누워있는 나를 불렀다. 지금 내가 이렇게 잠들면 남우현을 찾아가겠지. 몸을 일으켜 앉았다. 김성규 표정엔 아닌척 하지만 진하게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차라리 대놓고 사귄다고 발표를 하던가. 남우현은 아닌것 같은데 우리 앞에서 심하게 조심스러워하는 형이 안쓰러워서라도 나는 지금 대놓고 우현이형네 방에 가요? 라고 물어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형. "" 오냐. "" 오늘 내 옆에서 자면 안돼요? "" 어?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 티를 내면서, 몰라주길 바라는 두 사람이 이기적인거다. 답지 않게 어리광을 부렸다. 이성열도 성종이네 방에서 자고 온대고. 요즘 자꾸 악몽을 꿔서 그래요. 무덤덤하게 말했다. 놀라서 눈꼬리가 약간 올라간 성규형이 망설였다. " 불편하면 상관없어요. "" 야 누가 불편하대..! 알았어. "베개를 들고 내 침대로 끼어 들어와 눕는 형의 옆에 천천히 몸을 뉘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는게 민망한지 금세 돌아누워버리는 등이 야속했지만 남우현에게 묘한 승리감이 들어서 조금 웃었던 것 같다. 뒤척이는 척 형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안았다. 흠칫하는 뒷덜미에 얼굴을 붙이고 속으로 몇 번이고 했던 고백을 되뇌었다.잠에서 깨고 나면 내 옆에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형이 내것이 된 것 같아서 편하게 눈을 붙였다. 역시 새벽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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