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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시작 시골에서 

w. 힐다


도나웨일 - 비 오는 밤

[EXO/찬백] 청춘의 시작은 시골에서 01 | 인스티즈







01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골목은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겨대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지라 채 일어나지 않은 길고양이들은 백현의 발자국 소리에 깨어났다. 백현에게 잘 잤냐는 듯이 야옹 거리며 울었지만 백현은 그 울음소리가 꼭 귀신이 저를 부르는것만 같아 바닥에 채이는 돌멩이를 하나 주워 냅다 던졌다.

 

 중학교 때부터 써왔던 비닐우산은 그 명을 다해 구멍이 뚫려있었다. 우산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다. 헤질대로 헤진 운동화는 밑창이 떼어져 걸을 때 마다 덜렁 거렸다. 요상하게 기분이 나쁜 날이다.

 

 

 “야 이 새끼야. 교복 제대로 입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교문 앞에서는 학주가 어김없이 학생같이 않은 행색을 한 학생들을 골라내었다. 학생같이 않은 행색의 기준이 무엇인가? 백현은 학생주임의 교육방식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체벌금지라는 법이 생긴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학생주임은 체벌을 그만두지 않았다. 아니다. 잘난 집 아이들에게는 체벌은 법이 생기기도 전에 실행조차 하지 않았다. 속물덩어리. 백현이 뇌까렸다.

   

 

  "존나 애 죽이겠다."

  "넥타이 없다고 개 패듯이 패네."

 

 

 저렇게 말한들 모두 뒤에서 수군거릴뿐이였다. 아무도 나서서 그를 말리지 않았다. 군중은 방관했다. 

 

 학생주임이 도경수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청 테이프에 둘둘말린 나무막대기는 도경수에게 버거웠다. 그 애가 학교에 반항을 하고자, 또는 단순한 건망증으로 넥타이를 메고 오지 않은 것이 아니였다. 오천원짜리 넥타이에 쓸 돈이 없어 그런 것 뿐이었는데..., 학생주임은 분명히 도경수의 사정을 알면서도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했다. 질척해진 바닥에 버티고 있는 도경수는 당장 쓰러져도 이상 할 것 없어보였다. 하얀 와이셔츠가 젖어 얄상한 도경수의 팔뚝을 고스란히 비추었다. 

 

 백현은 생각했다. 엎드려 있는 애가 도경수가 아니라 이진태였다면? 아, 그렇다면 학생주임은 애초에 이진태를 바닥에 엎드리라고 명령하지 않았을것이다. 어쩌면 넥타이사라고 몇만원 손에 쥐어 줬을지도 모른다. 이런생각을 하고 있는 백현도 섣불리 나서지는 못한다. 겁이 많기때문이다. 속으로 하는 말은 많을지 몰라도 밖으로 내뱉는 말은 아주 적다. 성격이 내성적이다. 그러나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본다. 모순이다.

 

 

 “너네도 맞고싶어? 빨리 안 들어가?”

 

 

 학주가 교문 앞에서 주춤거리는 아이들 하나하나에 눈을 마주치며 소리쳤다. 여기서 더 지체하다가는 도경수 옆에 엎드려 개처럼 맞아야 한다는 걸 잘 알았다. 맺집이 약해 몇 대 맞고 쓰러져 다른 아이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라는 것 또한 잘 알았다. 나는 발걸음을 빨리 해 도망치듯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학생주임 손에 들려있는 매가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     *     * 

 

 

 

 

 

 거짓말같이 백현이 학교건물에 들어가자 마자 비가 그쳤다. 아침부터 운이 없네. 백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 내일하는 비닐우산을 곱게 접은 후 계단을 단숨에 올랐다. 넉넉한 바지통에 두 개씩 올라도 편안했다. 백현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교문에서 체벌을 한번도 받지 않았다.

 

 몇 오지 않은 학교의 복도는 조용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작은 발소리조차 울려 어두운 복도가 음산하게 느껴졌다. 자꾸 이상한 상상을 했다. 그만하자. 그만하자 주문하듯이 중얼거리던 백현의 시야에 두명의 학생이 걸렸다. 

 

 

 “야, 너 진짜 일찍 나오네?”

 “내 말이 맞잖아 미친놈아.”

 

 

 진태와 경호가 백현의 앞을 가로막고는 낄낄댔다. 백현이 복도 저 끝에 맞추고 있던 초점을 그들에게로 돌렸다. 

 

 백현의 눈에 진태의 귀에 달려있는 검정색 피어싱이 보였다. 학주는 봐줬겠지. 뻔하다. 둘 다 학교에서 꽤나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의 자식이였으니까. 뒤에 든든한 빽을 업고있는 둘은 기세등등했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조차 그들에겐 없었다.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구겨지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예의없는 인간은 백현이 싫어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백현이 싫어하는 사람은 꽤 많지만 예의없는 사람은 상위권에 랭크 되어있다.

 

 좁혀진 시야에는 세 쌍의 다리와 세 쌍의 운동화 그리고 껌딱지가 여기저기 붙여져 있는 바닥 뿐이였다. 바닥에 껌을 함부로 뱉는사람도 싫다. 그것은 예의가 없는 행동일뿐더러,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누군지 알면 뒤에서 한번 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고개 좀 들어 봐.”

 

 

 경호가 명령하듯 말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제법 컸지만,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조금만 더 대답을 안하고 버티면 시시하다 생각하고 갈 것이다. 그저 자신을 심심해서 건들인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백현이 입술을 물어뜯었다. 가방끈을 다 잡은 백현의 손을 유심히 보던 경호가 돌연 백현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갑작스런 스킨쉽에 놀라 고개를 든 백현이 가방끈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경호의 허리춤을 밀었지만 밀려나지 않았다. 손에 닿는 배가 꽤 단단했다.

 

 코 끝에 희미하게 맡아지는 담배냄새는 불쾌했고 불결했다.

 

“뭐 하는거야?”

“에이. 튕기지 말고.”

 

백현의 거부를 그저 부끄러워 튕기는 것으로 제멋대로 인식한 아이들은 양쪽에서 백현을 감싸 안듯이 안고는 복도를 빠져나왔다. 복도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백현이 올라왔던 계단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것을 듣고있었다. 그는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평소 진태와 경호의 행동거지를 보면 심상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강간을 했다는 여자애도 몇있었다. 

 

 일말의 양심을 지킬 것인가, 앞으로의 학교생활을 지킬 것인가. 

 

 

 

 

 

*     *     * 

 

 

 

 폐창고나 다름없는 체육실은 그들무리의 아지트나 마찬가지였다. 오랜시간 청소를 하지않아 꿉꿉하고 쾌쾌한 냄새가 났다. 발에 채이듯 밟히는 담배꽁초와 바닥에 나뒹구는 술병들은 고등학교 체육실이라고 볼 수 없었다.

 

 불길한 예감에 백현이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경호의 손바닥이였다. 선생들은 끌려가는 백현을 똑똑히 보았음에도 모른체 했다. 

 

“뭐하는거야? 너네 미쳤니?”

 

 버둥거리는 백현의 손을 넥타이로 묶어버린 진태가 낄낄대며 웃었다.

 

 “너네 미쳤니?"

  "..."

  "너 말투 존나 계집애같다.”

 “여기서 그만 두면 선생님들한테 말 안 할게. 그러니까 이쯤에서 그만 둬.”

 

 제발. 응? 애원하듯 울먹이는 소리로 말한 백현이 말했다. 분명 저를 보고 지나친 선생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런 백현을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학주의 매가 여기까지 왔나. 매트에 앉아 담배를 뻑뻑대며 피우던 세명의 아이들이 다가왔다. 백현에게 신체조건이 월등하고 이미 많은경험을 한 아이들을 버틸 재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친줄만 알았던 비가 또 내리기 시작했다. 체육실 열린 창문틈으로 빗물이 들어왔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백현의 와이셔츠가 젖어갔다. 욕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체육실은 방음이 전혀 안돼는듯 등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현은 눈을 감았다. 모든게 꿈이라면, 꿈이라면! 백현이 입안에 찬 이름모를 이의 넥타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계단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교무실의 문을 열고 소리쳤다. 체,체육실로 가야해요! 백현이가 위험해요! 이진태랑 김경호가 걔를 끌고 갔어요! 선생들은 고개를 들어 그 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떤선생이 소리쳤다. 조용히 해! 누가 들으면 어쩔거야? 다른선생들은 그를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멍청한 애로군. 일말의 양심을 지킨 누군가는 학교를 졸업하는 내내 괴로울 것이다. 어쩌면 사회에 나가서도 괴로울지도 모른다. 


 비극이었다.

 

 

 

*     *     * 

 

 

 

 

 

 학교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 누워 앓고 있는 백현에게 진태의 엄마가 찾아왔다. 누워있는 백현을 보던 여자는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닌듯 익숙하게 말했다. 

 

 

  "백현군이 하고 싶은대로 해요. 골라봐요. 이사를 갈래요, 아님 학교를 계속 다닐래요?"

  "예?"

  "나는 백현군이 이사를 가줬음 하는데.. 큰 바램인가요? 학교에 소문이 나서 백현군도 많이 힘들거에요. 그죠? 뭐, 집이나 이삿집센터 용역부르는 거 다 우리가 지불할테니까 시골가서 몸도 마음도 푹 쉬고 와요. 아버지도 아프시다면서? 공기좋고 물 맑은데 가서 몇던 쉬다오면 금방 나을거에요."

 

 

  당황스러웠다. 자기자식이 같은학교를 강간했는데 와서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시골로 이사를 가달라는 말을 하다니. 백현의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백현이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이였다. 끼익거리며 녹슨 철문이 정적을 깼다. 장본인은 백현의 아빠였다. 이 시간에 용역일이 끝났을리는 없을텐데. 의문을 띠고 있는 백현을 뒤로 한채 진태엄마가 그에게 다가갔다. 

 

 

  "백현군 아버님이시죠? 저는 백현군 학교친구의 엄마인데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

 

 

 잠시만 시간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여자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아빠는 당황해서 예,예 마,말씀하세요. 더듬거리더니 이내 얼굴을 붉혔다. 백현에게 그런아빠는 지극히 부자연스러웠다. 보기 불편했다. 두사람이 대문을 나서자 마자 백현은 도로 누워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제 자신이 한심스러워 참을수가 없었다.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했다. 

 

 숨을 고르고 아빠가 진태엄마와 말을 끝낸 후 들어왔을 때를 상상했다. 설득당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친절함에 대해 일일이 말해줄지도 모를일이었다. 

 

 

 

 

 

 

 

 

 

 

 

 

 

 

  개인홈에 올렸다가 지운적이 있는데 그때 보신 분들이 계실려나 모르겠네요..

  첫화를 너무 거창하게 쓴거 같아서 걱정이에요.

  


  모쪼록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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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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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47.178
나쁜사람들ㅠㅠㅠㅠ 진짜 재밌어요! 앞으로 꼭꼭 다챙겨볼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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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8.1
연재계속해주세오ㆍㅜㅡㅜㅜ분위기완전짱 ㅜㅡ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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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68.99
헐 저 이런거 완전 좋아하는데 ㅜㅜ
그럼 백현이가 시골로 내려가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찬열이겠군요
하지만 저 이뭐시기랑 김 뭐시기는 꼭 벌받아야 해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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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이런물은 진짜 취향저격ㅜㅜㅜㅜ기대되요 신알신할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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