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납고 화려한 남자가 뜻밖의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우야] Healing Romance - 01
w.극한
"씨발년."
떠오르는 것 중에 가장 심하다고 생각되는 욕 하나를 골라 허공에 툭 내뱉었다.
"좆같은 년, 개같은 년. 다시는 상종못할 새끼."
한번 내뱉고나니 줄줄이 뱉기는 더 쉬웠다. 한참 욕지거리를 쏘아대고 나니 가슴에 꽉 막힌 응어리가 조금은 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같아선 조금 더 해서 아예 토해내버리고 싶다. 소리를 지르고 벽을 차면서. 지금은 낮이 아니라 밤이니까, 인적 드문 길에선 무슨짓을 해도 시선 받지 않으니까.
"이성종…"
지금쯤 투덜투덜 짐을 챙기고 있을 당사자의 이름을 불러본다. 다신 부를 일 없으니 마지막으로. 마지막, 마지막에 뭐랬더라. '구질구질하게', '형도 하던지.' 내 집에서 키는 존나 큰 새끼랑 붙어먹고 나오다 걸린 주제에 그냥 원나잇이었다고 그렇게 변명했었지. 너는 원나잇이랑 바람을 구분해? 나는? 나는 애인 취급도 안하는 거야? 아무리 쏘아붙여도 돌아오는 건 전혀 나를 이해못하겠다는 표정과 말투뿐. 띠꺼우면 나더러도 원나잇을 하라는 날카로운 말. 그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내가 알던 '성종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워질 정도였다.
나는 너를 너무 몰랐나보다. 나만 너무 진지했나봐. 우리 관계는 생각만큼 깊지 못했는데 내가 너무 깊게 파고들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에 도달하자 나는 더 비참해졌다. 이성종은 진지한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았고, 일부러 내게 원나잇 장면을 들켰다. 동거에 잠자리까진 허락했어도 여기까지라고, 너와 나는 여기 까지라고, 더이상 넘어오지 말라고 선을 그었던 것이다.
비척비척 골목을 빠져나와 걸으면서 멍한 얼굴에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나는 이성종에게 한 방 먹이지도 못하고 도망쳤다. 이게 결론이다.
원나잇, 하지 뭐.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게이바 'The infinite'의 죽돌이였던 내 과거를 떠올린다. 이성종을 만난 이후론 그 녀석 외에 누구도 안지 않았고, 한동안 가지도 않았지만 거기서 알아주는 쓰리탑 중 하나 정도는 되었었지.
씨발, 이호원이 어쩌다가.
키큰애,작은애, 바텀이라면 가릴것없이 훌륭한 테크닉으로 매일 매일 바꿔가며 깔아대던 탑 오브 탑 이호원이 도도한 뉴페이스 이성종한테 홀랑 넘어가 헤롱거리느라 infinite에 발길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바에서 유명해져 있었다. 이성열을 통해서 그 소문을 전해들은 적은 있었지만, 사실이니까,하며 넘어갔었는데 차이고 난 이제 보니 꽤 큰일이지 싶다. 난잡한 사람이 많은 'The infinite' 에선 순정파보다 만남과 이별이 깔끔한 쿨가이 쪽이 인기가 좋다. 일일이 '나 이제 솔로야.'라고 말하고 다니기에는 소문이 너무 퍼졌고, 순진한 이성종을 내가 찼다는 식으로 퍼지면 더 곤란하고. 의외로 이성종은 infinite에서 가장 예쁨받는 귀염둥이였으니까. 멍청한 나는 거기에 홀렸고. 차라리 이성종이 먼저 와서 질펀하게 놀고 갔으면 한결 편했을걸… 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래도 한때는 마음 줬던 상대인데 차였다고 배알 꼴려서 열심히 속으로 욕을 하고 있다니 나 자신이 한심해서 속이 뒤집힌다. 나부터 질펀하게 놀면 그 새끼를 잊을까싶지만 아무래도 오늘안에 상대를 구하기는 틀린것 같다. 입구부터 바텐더가 니가 왠일이냐는 듯이 쳐다보고 있으니.
"밀키웨이 하나."
몰라, 까든 말든. 누가 뭐라든 오늘은 차인 티 팍팍 내면서 새벽까지 독주를 할 생각이니까. 완전히 취해서 이성종도 잊고 낡은 추억도 잊고 구질구질한 나 자신도 잊을 때까지.
한 잔, 두 잔…
술을 비운 투명한 글라스는 마치 거울 같았다. 형광등 불빛과 그 아래 술에 취해 흐트러져가는 이호원을 비추고, 그 다음엔 바텐더, 그 다음엔 옆사람,그 옆 사람 … 차례로 비춘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이 중에 가장 빛나는 사람을 비추었다. 취기가 도는 눈을 내려 글라스에 비친 사람을 찬찬히 훑는다. 화려한 외모, 화려한 패션, 화려한 악세서리. 무엇하나 화려하지 않은것이 없는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사나운 인상의 얼굴이 유리 표면에 떠올랐다. 한참 빈 잔을 쳐다보고서야 깨달았다.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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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극한 입니다!
아시는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작년까지 소금새우 였죠ㅎㅎ어딜가든 야수는 적어요.. 글잡에도 없고ㅠㅠ 특히 제 최애컾 우야는ㅠㅠㅠㅠ가뭄ㅠㅠㅠㅠㅠㅠㅠㅠ없으면 내가 쓰지뭐!!!라는 심정으로 쓰긴 썼는데 결과는...처참하네요ㅜㅜ심지어 이거 연재에요;_; 호름!!다음편은 제가..ㄱ..ㅠㅠ고3인 관계로..ㅠㅠ 좀 늦게 나옵니다 네...!!암튼 우야 흥하쇼ㅠㅠ데ㅔ바류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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