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부 세훈이썰 5.5(짧으니까 +0.5편이야.)
세훈이가 맨날 학교에서 휴가만 주면 징어랑 같이 지내. 세훈이네 집에 가서 놀거나, 영화를 보거나, 노래방을 가거나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세훈이는 한 번도 징어네 집에 놀러온 적이 없어. 징어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징어 친구가 ‘집에 오세훈 초대하기 부끄럽지 않냐?’라고 물어서 그 때서야 깨달아. 징어는 처음에는 ‘왜 징어네 집에 놀러온다는 말을 한 번도 안했지?’라고 의문을 가지면서 약간 의기소침 해졌었는데 세훈이한테 돌직구로
“너 왜 우리집에는 한 번도 놀러온다는 소리 안 해?”
라고 말한 뒤에 당황 당황하며
“어떻게 여자 집에 함부로 놀러가. 네가 초대해줘야 가는 거지.” 하며 징어의 눈치를 살피는 세훈이 덕에 금방 기분이 좋아졌어. 그래서 징어는 며칠 전에 집 청소, 방 청소도 했겠다. 세훈이를 초대하기로 마음을 먹지! 앞서 말했듯 세훈이는 징어한테 스킨십을 강요한다거나 안 해준다고 해서 삐진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세훈이네 집에 놀러갔어도 아무런 일도 없었어. 예전에 징어가 깜빡 잠들었던 날, 안마해주는 세훈이한테 있는 대로 소리 다 냈다가 세훈이가 자기를 시험하지 말라는 말만 남겼었지. 그래서 징어는 마음이 편해. 징어네 집에 초대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짐 챙겨서 집에 갔다 와야 한다는 세훈이에게 오늘은 징어네 집으로 놀러오라고 하지. 징어네 집으로 놀러오라는 말을 들은 세훈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짜? 며칠 전에 내가 한 말 때문이면 괜찮아.’라고 말하는데 징어는 든든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하지 말라고 말해둬.
그렇게 시간이 돼서 징어네 집에 세훈이가 도착했어. 세훈이네 집이랑 다른 점이 있다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금 다른 징어네 집인데 그게 신기한지 세훈이는 계속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우와 거리고 있지.
“뭐가 그렇게 신기해! 너네집이랑 다를 거 없는데”
“아니…. 니가 이 집에서 컸을 거 생각하니까 귀여워서.”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세훈이가 징어네 집 한 쪽에 장만해둔 사진 넣어 놓는 곳을 발견해. 징어네 아빠가 사진 찍기를 좋아하셔서 징어와 징어네 언니가 어릴 때부터 사진을 많이 찍어주셨는데 그거 앨범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다 꽂아놓고, 징어와 징어네 언니가 어릴 때 사진 액자로 만들은 것도 다 거기에 있어. 징어는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사진이 쌓이던 곳이여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마음속으로 3,2,1 카운트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지.
“아! 잠깐만 안 돼. 거기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징어가 안 돼를 몇 번 말했는지도 생각이 안 날만큼 외쳤을 때는 이미 세훈이가 징어의 어릴 시절 사진을 웃으면서 관찰 중이였어. 징어는 속으로 망했다고 생각하며 늦게라도 사진들을 온 몸으로 가렸지. 징어가 사진을 온 몸으로 가리니까 세훈이는 귀여운데 왜 가리냐며 징어를 살짝 살짝 밀어내고, 징어는 진심으로 온 힘을 다 해서 막고….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중에는 세훈이가 알겠다며 안 보겠다고 해. 그제서야 징어는 세훈이를 끌고 거실에 가서 앉혀놓고 텔레비전을 틀어. 사실 징어네 집 와도 할 게 없거든…. 징어는 부끄러워서 아직도 얼굴이 화끈 화끈 거리고, 그런 징어를 보더니 세훈이가 웃으면서 징어 머리를 강아지 만지듯이 다 격하게 쓰담쓰담을 해 줘. 그렇게 잘 보지도 않는 티비를 켜놓고 있으려니까 징어가 또 졸린거야. 사실, 징어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써 집에는 자러 왔다 가는 정도로 생활하니까 집에 오면 많이 졸려. 징어가 눈을 꿈뻑거리니까 세훈이가 졸리면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해. 징어는 그래도 너 초대했는데 어떻게 그러냐면서 괜찮다고 그러지. 근데 왜 자꾸 눈 앞이 검게 변하는걸까….
바로 옆에서 괜찮다며 버티겠다고 고집 부리던 징어가 고개를 픽 하고 떨어뜨리면서 자니까 세훈이가 징어를 살짝 깨워.
“우리 징어 방에 들어가서 자자~”
징어가 잠귀가 밝은 편이라서 용케도 세훈이 목소리를 듣고 깨는데, 벌써 정신은 잠의 세계로 퐁당 빠져버린건지 비몽사몽이야. 징어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웅얼 내뱉으니까 세훈이가 징어를 일으켜서 거의 안다시피 해서 징어 방으로 데려다 놔. 그렇게 징어는 징어도 모르게 세훈이 앞에서 두 번째로 무방비한 상태로 쿨쿨 잠을 자버리고 말았지.
사실, 나중에 세훈이가 해준 말인데 징어가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세훈이 옆에서 징어가 잠들었던 적이 많다고 하더라…. 같이 놀러갔다 오는 기차 안에서 자기 어깨도 베고 잤는데 기억 못 한다고 섭섭하다고 한 건 비밀!
그렇게 징어가 거의 한 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나고, 거실에서는 세훈이가 소파에 기대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어. 징어는 혼자 또 자 버린게 미안하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 해서 평소에 징어가 그랬던 것처럼 세훈이한테 밥을 해주려고 했어. 평소에 세훈이네 집 놀러 가면 징어가 꼭 밥을 차려줬거든. 징어가 세수하고 손도 씻고 주방으로 향하니까 세훈이가 징어를 갑자기 말리면서 소파에 앉혀. 그리고…
“오늘은 내가 요리사~”
하고 짜파게티CF를 따라하면서 오늘은 자기가 밥을 해주겠다고 나서지. 징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세훈이가 밥을 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사실 막 일어나서 귀찮기도 해서 놔두기로 했어. 징어가 자는 사이에 세훈이가 장을 봐 온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봐왔는데 징어가 못 봤던 건지 여러 가지 재료들이 많더라고. 징어가 지켜보고 있는데 세훈이가 요리를 하기 시작해. 처음에는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 저것 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더라고. 그리고 무엇보다…징어가 말은 못 했지만, 운동을 하는 세훈이는 어깨가 넓었기 때문에 징어가 되게 좋아하고 있었거든. 근데 그 뒷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 징어는 나름 흡족하고 있었지.
“나 뚫리겠다. 그만 좀 쳐다봐”
그렇게 징어가 식탁에 턱을 괸 채로 세훈이 뒷모습 감상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세훈이가 갑자기 휙 뒤를 돌아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징어한테 저렇게 얘기해. 징어는 부끄러워서 계속 헛기침 하고, 세훈이는 웃으면서 다시 요리하고.
그렇게 해서 완성된 건 떡볶이! 징어의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고 물론 맛도 좋은 떡볶이가 완성되지.
“와. 요리도 잘 해? 어쩜 진짜 딱 내 신랑감이다. 정도의 말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말하는 세훈이 말에 징어는 또 떡볶이 먹다가 웃음 터지고, 그렇게 둘이 꽁냥질을 열심히 하고 어김없이 헤어졌어. 이번에는 징어가 데려다 주겠다고 했는데, 한사코 말리는 세훈이 때문에 결국 못 데려다 주고 집에 들어왔지. 그래도 나름 남자친구 앞이라고 긴장을 했었는지 몸이 갑자기 피로해진 징어는 빨리 씻으려 화장실로 향해. 근데 거실을 가로 질러 가는데 사진 넣어놓는 장식장에 뭔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보이는 거야. 징어가 ‘이게 뭐지?’하면서 다가갔는데 작은 포스트잇이 자잘하게 붙어있는 거지.
징어가 피아노 콩쿠르 대회 나갔던 사진과 트로피에는 ‘우리 징어가 이래서 손가락도 이쁘구나. 언제 한 번 피아노 쳐 줘’ 징어가 어릴 때 첨성대 앞에서 찍은 사진에는 ‘나랑도 여기 가자. 이거랑 똑같이 웃으면서 사진 찍혀줘’ 애기 시절 징어가 서럽게 우는 사진에는 ‘뭐가 이렇게 서러웠을까? 너 귀여워서 부모님이 일부러 많이 울리셨겠다.’ 등 사진에 다 하나하나 일일이 코멘트를 써놓은 작은 포스트잇들이 붙어져 있는 거야. 징어가 확인 하면서 하나씩 다 떼어나가는데 맨 마지막 사진이 문제였어. 다름 아닌 유치원 다닐 때 징어와 같은 달에 태어난 친구들과 함께 한 생일파티 사진이었는데, 그 때 징어와 유치원 내 유명 커플로 함께했던 남자 아이가 징어한테 볼 뽀뽀를 하는 사진이었어. 징어는 환하게 웃고 있고 거기에 마지막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는데
‘첫 뽀뽀가 내가 아니였어?…’
하고 실망스럽다는 표정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밑에 이어지는 글에 ‘그럼 첫 키스는 나랑 할까?’라고 쓰여 져 있었지.
징어는 그거 보고 한 참 얼어붙어 있고, 뒤에 작게 ‘니가 허락해 줄 때’ 라고 쓰여 져 있는걸 보고 다시 빙그레 웃어. 그리고 징어는 세훈이한테 ‘그런 건 물어보고 하는 거 아니야.’라는 문자를 해주기로 결심하고 그 포스트잇까지 조심스럽게 떼서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씻으러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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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어들아...이 썰 내가 좋아서 쓰기 시작한 거 맞는데, 스크랩수랑 댓글수랑 너무 많이 차이나서...솔직하게 조회수랑 차이나는 거는 이해하거든. 잘못 클릭했을 수도 있고, 읽고나서 별 거 아니네,별로네 하고 그냥 나갈 수도 있는거니까…. 근데 이거 나 뎡말 오랜 시간 걸쳐서 쓰는거거든. 흡...그냥 앞으로는 썰 올리고 펑하고 나중에 된다면 텍파만 ㄱㅊ할게...ㅠㅠ미안해 예민하게 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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